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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좋은 선배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픈 Y씨에게

by 무한 2011. 12. 26.
좋은 선배에서 연인으로 발전하고픈 Y씨에게
기억하자. 이런 상황에선 상대가 '감사만' 하는 관계로 흐르면 끝장이다. 그랬다간 그냥 '좋은 오빠동생'이 되고 만다. 좋아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으로 표현하는 남자들에겐 '좋은 동생'만 수두룩해진다. 매뉴얼을 통해 늘 얘기하지 않았는가.

"좋은 동생 많아지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Y씨도 현재 그런 위기에 놓여 있다. 상대가 미안해 할 정도로 호의는 베풀지만, 상대를 두근거리게는 하지 못하는 상황. 거기다 Y씨에겐 '앞선 걱정'이라는 이상한 취미까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연엔 아직 긍정적 신호가 남아있으니, 오늘은 그 신호들에 대응하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1. 땅에 발 딛고 생각하기


우선 이것부터 확실히 하자. Y씨가 보고 있는 것은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단편적 모습인 '후배로서의 그 사람'이다. 상대에게 Y씨가 '도움을 준 선배'가 아니었다고 해도, 상대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였을까? 이건 '서비스직'에 몸담고 있는 상대를 좋아하는 대원들이 주로 보이는 문제인데, 그들은 상대의 '서비스'와 '관심'을 혼동한다. 착각은 자유지만, 자유에는 항상 책임이 따르는 법 아닌가. 마음대로 착각해 놓곤, 나중엔 상대에게까지 그 책임을 물으려 하기 때문에 문제가 커진다.

Y씨의 사연에서도 이와 관련된 모습이 눈에 띈다. 상대에게 조언을 해 주느라 30분이상 통화를 하는 일이 종종 있다는 부분인데, 그건 매뉴얼에서 말한 "30분 이상 통화를 했을 때 가까워 졌다고 볼 수 있다."라는 말과 전혀 관계가 없다. 매뉴얼에서 이야기 했던 건, 아무 이해득실이 관련되지 않은 관계인 경우에 한해서다. 이해득실이 얽혀 있는 관계에서의 '통화시간'은 무의미하다. 서비스센터의 상담원과 며칠간 30분 이상씩 통화했다고 '상담원이 나에게 마음이 있다'고 할 순 없지 않은가.

땅에 먼저 발을 딛고 생각해야 한다. 상대가 Y씨에게 마음이 없더라도 '보답'의 차원에서 호의를 보일 수 있는 관계라는 것.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것은 '후배로서의 상대'지 '상대 전부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 이 두 가지를 명확하게 세워두자.

그렇지 않으면, 둘의 관계가 연애로 이어지든 아니든 문제가 생긴다. 연애로 이어질 경우엔 상대가 '후배로서의 그 사람'이 아닌 '그 사람 본래의 모습'을 보였을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 분명 내 의견에 맞장구 쳐주고, 화를 잘 안 내고, 얌전하기만 한 사람(후배로서의 상대)이라 생각했는데, 만나보니 다른 모습(사람으로서의 상대)이 있는 거다. 또, 이어지지 않을 경우엔 "그럼 나에게 보였던 그 호의와 친절은 뭐야?"라며 상대를 다그칠 수 있다. 상담원에게 전화해서 "나랑 사귈 것도 아니면서 왜 한 시간 동안이나 통화했냐."고 따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2. 아빠와 딸의 관계가 아니다


도움도 주고, 밥도 사고, 집에 태워다도 주고, 이건 그냥 '보호자'아닌가.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 노력이 연애로 교환된다고는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그건 마음이 없는 사람에겐 그저 부담스러운 행위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 호의에 감사할 줄 모르게 만드는 아주 잘못된 방법일 뿐이다.

상대가 할 몫까지 다 하지 말라는 얘기다. 뭐,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 일부러 좀 무리를 한 거라면, Y씨가 계산해도 좋다. 하지만 상대가 그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는 해방구는 꼭 만들어 주기 바란다. 밥을 살 테니 커피를 사라든가, 아니면 핸드크림이 하나 필요한데 하나 선물해 달라든가, 상대가 들어주기 쉬운 요구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이렇게 얘기하면 또 Y씨가, 뭔가 할 때마다 즉각즉각 '보상'을 요구할 지도 모르겠는데, 매번 그러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게 가벼운 요구들을 하며 자신의 취향을 알릴 수도 있고, 상대가 그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빌미가 되어 '다음 만남'을 가질 수도 있다. 이렇게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고, 그 원인으로부터 다시 결과가 나오도록 만들란 얘기다. 지금처럼 결과가 한 번 나온 뒤, 다음 만남을 위해 다른 원인을 만들어야 하는 관계는 계속 겉장만 들춰보는 것과 같다. 일이 생겨야 만나게 되는 거래처 사람처럼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상대가 경험할 수 있는 부분들은 경험을 통해서 알아갈 수 있도록 좀 내버려 두길 권한다. 문제가 생기면 문제가 생겼을 때 또 얘기해 주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도우면 된다. 식사를 몇 번 하는 동안 늘 직장 얘기만 했다면, Y씨는 '직장 얘기 해 주시는 좋은 선배'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꼭 기억하길 바란다. 내가 아는 한, 4시간 동안 직장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여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앞에서 4시간 동안 직장얘기를 하는 사람이, 현재 '내게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이기에 억지로 듣는 여자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여자도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어떻게든 이 자리를 피해야 겠다고 다짐하고 있을 거다. 하고 싶은 얘기가 가득하더라도 한 번에 다 쏟아 붓지 말고, 조금씩 나눠서 전달하자.


3. '앞선 걱정'에 대하여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제 Y씨가 한 최종 질문인

"지금 고백을 할까요, 아니면 조금 더 뜸을 들인 뒤에 고백을 할까요?"


라는 얘기가, '김칫국'이라는 걸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당장 눈앞에 있는 상대는 '신세를 지는 후배'의 입장인 까닭에 Y씨를 '은인'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Y씨가 조금 무리한 요구를 해도 상대는 들어주려 애쓰고, 만나자는 제안에도 거절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들을 Y씨는 상대의 '본성'이라 생각하며, 둘의 관계가 연애로 발전할 '가능성'만 따지고 있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와 종교가 달라서 걱정이라든가, 앞으로 연애를 하면 '사내커플'이 될 텐데 '사내커플'이라 겪게 될 어떤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 그건 그냥 다 '앞선 걱정'이다.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건 둘의 만남을 밀도 있게 만들어 갈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앞선 걱정'을 하며 '타이밍'만 살피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크리스마스 선물만 해도 그렇다. 아주 사소한 거긴 하지만 상대는 Y씨에게 몰래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Y씨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사 놓은 선물도 전해주지 못했다. Y씨는 기프티콘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특별한 이유 같은 게 있는가? 바로 그런 순간에 써 먹으라고 기프티콘이 있는 거다. 그게 좀 성의 없어 보인다면 회사 어딘가에 숨겨두고 찾아갈 수 있게 하든가, 아니면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넣어 두고 키를 전해주든가 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건 얼굴 보며 직접 전달하는 거지만 말이다.

발전되지 못하는 관계가 답답하다는 얘기를 하기 전에, 지금 누가 뜬구름을 잡으려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길 권한다. 그저 기대와 예측만을 근거로 앞선 걱정을 하고 있는 건 누군가? 그런 상태론 100년간 뜸을 들여도 소용없다.


'도움을 주는 고마운 선배'에서 바로 '연인'으로 갈 생각은 버리길 권한다. '존재해서 행복한 선배'가 되는 게 먼저다. 그 과정을 생략한 채 당장 연애를 하자고 말하는 건, "내가 희생해가면서 도움을 줬으니, 너는 내게 마음을 줘라."라는 제안 밖에 안 된다.

Y씨의 '앞선 걱정'을 제외하고 나면, '명분이 없어서 식사 약속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며, '상대가 먼저 연락하는 일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는 현실이 남지 않는가. 그래도 지금은 상대가 여전히 호의적이고,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남아 있으니, '내 마음을 표현 해야겠다'며 망치진 말길 권한다. 성적만 궁금해 하지 말고, '후배로서의 상대'가 아닌 '사람으로서의 상대'를 좀 더 알아가 보잔 얘기다.



"오빠 담당구역 청소 어디야?" 어제 본 귀여운 고딩커플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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