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자신이 쉬운 여자인 줄 모르는 쉬운 여자들

by 무한 2012. 2. 13.
자신이 쉬운 여자인 줄 모르는 쉬운 여자들
주말에 만난 한 지인은, 두 달간 다섯 명의 여자와 사귀었다고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필살기'라며 몇 가지 기술을 공개했다. 그 기술들은, 상대의 호감을 인질로 삼아 무장해제 시키는 방법들이었다.

그게 분별력이 없는 어린 여자사람이나, 외로움에 질려 사랑에 올인 하려는 여자사람에게는 잘 통한다. 난 그 방법을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기극'이라 부르는데,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다가가 쟁취하곤, 이성경험에 +1을 기록하는 순간 손 씻고 자리를 뜨기 때문이다.

"이성으로 하는 사랑이 있다면, 감성으로 하는 사랑도 있는 거야."라고 말하는 지인에게 "너, 그러다 병 걸려."라고 대답하며 대화는 마무리 지었지만, 내 여동생이 저런 일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냥 두어선 안 되겠다. 이 글을 읽는 대원들만이라도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기극'에 휘둘리지 말기를 바라며, 출발해 보자.


1. 자기 연민 전문가


자기 연민이란, 쉽게 말하자면 '무도회에 가기 전 신데렐라'의 마음상태 같은 거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샤바샤바 아이샤바
얼마나 울었을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도 없고, 집에서는 식구들에게 구박을 받는 상황. 예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에 가서 반짝반짝 빛나는 걸 꿈꾸지만, 현실은 시궁창. 게다가 계모와 언니들이 무도회에 가 있을 동안 깨진 항아리를 채우고 밭을 갈아야 하는 상황. 아 잠깐, 그건 콩쥐 얘긴데. 아무튼 왕자님이나 원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답답함 속에서,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고 있는 솔로부대 여성대원들이 있다.

자기 연민에 깊이 빠져있는 대원들에겐 몇 마디 말만 걸어도 즉시, 

"혹시, 왕자님이세요?"


라는 물음이 나오기 마련이다. 진짜로 저렇게 묻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자신이 그간 상상으로 만들어 온 '왕자님'이란 옷을 상대에게 입힌다는 얘기다. 그간 자신은 타인에게 관심이나 친절을 받아 본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약간의 관심과 친절만 보여줘도 그녀는

"왜 이제야 오셨어요. 제 모든 걸 허락합니다. 왕자님."


이라며 연애에 올인 한다. 삶에 대한 정리정돈을 미뤄두고 방치해둔 채, 타인이 구원해 주길 기다리고 있는 대원들. 그들은 "전 쉬운 여자와 거리가 멀어요."라고 말하지만, 구원해줄 것처럼 제스처만 취해도 올인하기에 너무 쉽다. 또 오프라인에선 자신을 알아 줄 친구가 없다며 온라인 친구나 스마트폰 친구를 찾고 있는 몇몇 대원들, 미안하지만 두 배로 쉽다.


2. 이상한 나라의 신여성


터부시 되는 것들을 행하는 것이 진보라 생각하거나, 그런 행위를 함으로 인해 남보다 우월해 졌다고 착각하는 대원들이 있다. 몇몇 대원들은 심지어 '외국의 방식'이라면 언제나 두 손을 들고 환영하기도 하는데, 안타깝게도 뭐가 똥이고 뭐가 된장인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수저부터 갖다 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 기사에 실린 외국인들의 인터뷰를 잠시 보자.

심지어 비슷한 목적을 가진 이들끼리 하룻밤 지낸 여성을 공유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에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성관계를 할 것을 제안하고, 여성이 이를 받아들이면 다른 친구도 함께 즐기는 식이다. 물론 제안을 받은 여성들 중 열에 아홉은 망설인다고 한다. 하지만 "우린 원래 이렇게 논다."며 회유하면 금방 OK 사인을 얻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르포 : 클럽 '노는 걸' 외국인이면 언제나 OK?> (출처-한국일보)


무작정 '자유'나 '개방'을 외치는 대원들 역시 '쉬운 여자'가 되기 쉽다. 몇몇 대원들은 금기를 깨는 행위를 하며 우쭐한 기분을 갖곤 하는데, 그 부분을 이용하면 '자신이 뭔 짓을 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로 금기를 깨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만나서 긴 이야기를 하고,
서로 손을 잡거나 키스를 하기까지 탐색을 하죠.
우린 그런 지루한 과정들을 생략하고 만나 볼까요?"



라거나,

"전 금기란 없다고 생각해요.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아온 것들이 금기일 뿐이죠.
금기의 테두리 밖에서 하는 사랑, 생각해 본 적 있어요?"



따위의 떡밥만 던져도 그녀들은 어김없이 입질을 한다. 분위기에 취해 금기를 깬 신여성은 그 날 저녁 월풀욕조에 들어가 상대의 등을 밀어주기도 하는 것이다. 금기로 여겨지는 몇몇 낡은 생각을 부수는 것에는 나도 찬성한다. 하지만 금기라고 해서 무조건 다 깨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금기를 깨기 전, 그 금기를 대체 무얼 위해 깨고 있는지 3분 20초 정도만이라도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야한 얘기 좀 나누면 경계심을 놓는 여자, 그녀도 참 쉽다.


3. 눈 뜨고 코 베이는 대원들


며칠 전 난 이사를 했는데, 이삿짐센터를 웹으로 검색하다 남들이 올려놓은 '이사후기'를 꽤 많이 읽게 되었다. 대부분 '추가 이사비용'에 대한 불만 글이었다. 그 중 하나를 함께 보자. 포장 이사비용은 대략 70만원 전후로 책정 되는데, 유난히 싼 곳이 있었다고 한다. 50만원에 이사를 해 주겠다는 곳. 견적을 내러 온 직원은 다른 이삿짐센터에서 이야기 한 것과 달리 차도 한 대만 부르면 된다고 하고, 사다리차도 쓸 필요 없다고 했다. 직원이 이상할 정도로 긍정적인 까닭에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싼 가격의 유혹에 사연의 주인공은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사 당일, '이삿짐 팀장'이라는 사람은,

"이거, 5톤으론 택도 없어요. 2.5톤 하나 더 불러야 해요."


라며 차를 한 대 더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새 집에 도착해선 "사다리차 금액 빼고 견적 낸 것 같은데, 이거 엘리베이터 안 들어가요. 장롱을 버리시든가, 아니면 사다리차를 쓰시던가 하세요."라고 했다. 가지고 간 짐을 안 올릴 수 없으니 사연의 주인공은 그렇게 하라며 승낙을 했다. 차 한 대 더 부르고 사다리차를 부르는 비용으로 20만원이 추가되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팀장은 밥을 먹어야 한다며 식대를 요구했다. 주인공은 5만원을 줬다. 팀장은 밥만 먹냐며 술값도 달라고 했고, 주인공은 2만원을 더 줬다. 주인공은 화를 내고 따지면 이삿짐을 아무렇게나 다룰까봐 현장에선 화도 못 내고, 견적을 받아 갔던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따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거기 팀장님과 잘 얘기해서 해결해 보세요."였다.

짐 정리는 물론이고 청소까지 다 해주겠다던 약속과 달리, 그 이삿짐센터의 직원들은 짐을 대충 풀어 방 하나에 쌓아 두었다. 새 집 바닥엔, 직원들이 신발을 신고 드나든 까닭에 발자국이 그대로 다 찍혀 있었다. 청소까지 해준다고 했는데 왜 안 해주냐고 주인공이 따지자, 팀장은 마지못해 청소기를 켜 몇 번 문지르더니 다 됐다고 했다.

주인공은 약속과 달라서 비용을 지불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팀장은 "그건 센터하고 알아서 해결하고, 우리 일당 받아가야 하니 얼른 돈 주세요."라고 했다. 주인공이 그래도 못 주겠다고 하자, 팀장은 동네 창피 한 번 당해보고 싶냐"저 사람들 돈 못 받으면 안 가요. 무서울 거 없는 사람들이에요."라고 협박에 가까운 얘기를 했다. 결국 주인공은 두려움을 느껴 돈을 지불했고, 후에 견적을 낸 직원과 전화로 싸웠지만 "팀장님이 현장 일을 오래 하셔서 일은 팀장님이 잘 아세요. 팀장님은 이사 잘 했다고 하시던데, 왜 그러세요?"라는 말만 들었다고 한다.

어익후, 이거 쓸데없는 이사 얘기를 쓰다가 너무 길어졌는데, 윗 글과 같은 상황이 연애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분명 마음에선 '이 사람, 뭔가 이상해'라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래도 한 번 믿어보자.'
'좋은 조건이니까.'
'이 사람 말고는 주변에 이성이 없으니까.'



따위의 합리화로 시작하는 연애. 그렇게 내린 결정이 문제가 없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 그 문제를 발생시킨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또 합리화를 한다. 그렇게 합리화를 반복하며 상대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간다. '예측 가능한 여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예측 가능한 여자는, 이삿짐을 망가뜨릴까봐 아무 말 못하는 사연의 주인공처럼 쩔쩔 매며 혼자 화를 삭이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상대가 함부로 해도 혼자 전전긍긍하는 쉬운 여자다.


이렇게 풀어서 소개한 지인의 '필살기'는 방어하기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저런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기극'을 피하는 방법은 간단한다. 상대가

'입으로 다 하는 남자'

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면 된다. 쉬운 여자를 노리는 선수(응?)들의 가장 큰 약점은 지구력 부족이다. 또한 그들은 문제가 발생해도 모두 입으로 해결한다. 상대가 하는 말에 정신줄 놓은 채 휘둘리지 말고, 그의 행동을 주시하기 바란다. 그럼 상대가 바라는 것이 '나라는 이성'인지, 아니면 '이성인 나'인지 확실히 보일 테니 말이다. 백 번 약속하고, 천 번 맹세하고, 만 번 다짐해도 말은 말일 뿐임을 잊지 말자.



"우리,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자."면서, 결론은 "그러니 쉬다 가자."라니. 병 걸려.




<연관글>

이별을 예감한 여자가 해야 할 것들
늘 짧은 연애만 반복하게 되는 세 가지 이유
나이가 들수록 연애하기 어려운 이유는?
인기 없는 여자들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들
예전 여자친구에게 돌아가는 남자, 왜 그럴까?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