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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남자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적극녀의 사과 후기

by 무한 2012. 3. 29.
남자를 침묵하게 만들었던 적극녀의 사과 후기
'깔끔함'이 태도라면, '손톱 깎는 것'은 행위다. 태도가 명확해지면 행위는 자연히 뒤따른다. 하지만 남들의 행위 몇 가지를 따라하며 깔끔한 척 하다간 그 부실함이 금방 드러나고 만다. 손톱은 깎았지만 코털을 미처 다듬지 못했다거나, 카드 명세서로 이를 쑤시는 행동은 여전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한 여성대원이 지난 매뉴얼 [적극적인 여자가 남자의 침묵을 부르는 이유]를 읽고 실천한 뒤 후기를 보내왔다. 그녀는 이번엔 이모티콘이나 의성어, 의태어를 뺀 대화를 했고, 전투모드로 돌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진심으로 사과하세요.'라는 말에 상대에게 사과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다시 잘 되는 듯싶더니, 3일도 되지 않아 상대는 '연락없음'의 상태가 되었다. 왜 그랬을까?

상대에게 쩔쩔매는 태도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척을 아무리 해봐야, 무릎 꿇고 있으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사과의 방법 역시 "'난 그때 이러이러해서 그랬으니 얼른 용서하길 바란다.'는 식으로 확인도장만 찍으려 하지 마세요."라고 한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게다가 상대의 얘기는 모조리 먹어버리는 이상한 화법 역시 고쳐지지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가가라고 말했더니, 연락해서 확인사살만 당하고 온 그녀. 이런 대원들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그녀가 보내 온 후기를 토대로 함께 살펴보자.


1. 사과입니까?


며칠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흔한 일진의 후회'라는 게시물을 봤다. 학창시절 재미로 친구들을 때리고, 심부름을 시키고, 돈을 빌리고,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괴롭혔던 한 학생이 정신 차린 뒤 친구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내용이었다. 문신을 지우며 후회의 눈물을 쏟는 장면과, 친구들의 연락처를 수소문 해가며 집까지 찾아가 사과를 하는 장면 등이 이어졌다. 

거의 모든 친구들이 그 학생과의 연락조차 거부했고, "듣고 싶은 얘기도, 할 얘기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사과를 하러 친구의 집 앞까지 찾아가 기다렸다. 여기까진 그래도 함께 착찹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며 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전 좋은 마음으로 온 건데, 저러니까 짜증나요."


그 학생의 저 코멘트를 듣고, '저렇게 사과하는 이유가 미안한 마음 덜어내고자 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릴 때 찰싹찰싹 소리가 나는 것이 재밌다며 친구를 재미삼아 때려 놓고, 이젠 사과를 받아줘야 마음이 편하니 사과를 받아라?

후기를 보낸 대원은 상대에게 빈정상해서 툭툭 던진 말, 복수하려는 생각에 비아냥거린 말 등을 한 것에 대해 이렇게 사과를 했다. 

".....했던 거 미안해요. 내내 마음이 불편했어요. 사과드려요."


그것도 그냥 문자 메시지 두 통으로 말이다.

"노멀로그에선 전화해서 만난 뒤 사과하라고 했는데,
만나서 얘기하자니 그 분 사는 곳이 좀 멀기도 하고,
전화로 할까 하다가 그 분이 별로 반기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문자로 했어요."



누군가 라면 맛있게 끓이는 방법을 물어봤다. 그래서 그대가 "물은 종이컵으로 두 컵 반, 시간은 3분을 정확히 지키세요."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 질문을 했던 사람이 "종이컵이 없어서 그냥 머그컵으로 물 넣고, 시계 봐가면서까지 라면 끓이긴 너무 오버인 것 같아서 대충 끓였어요. 그런데 왜 라면이 맛이 없죠?"라고 묻는다면, 그대는 뭐라고 답하겠는가? 사과도 내가 편한대로 옵션 조정해서 하겠다는 대원에겐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2. 융통성 좀!


후기를 보낸 대원을 포함해 몇몇 여성대원들에겐 '심하게 융통성 없음'을 발견할 수 있다. 심남이와 퇴근 후 카톡을 주고 받다가,

심남이 - 회식이니까 맛있는 거 먹자고 하세요~
불통녀 - 저 전에 다이어트 한다고 말씀드렸었는데. ㅜ.ㅜ
심남이 - 아, 맞다. 그럼 살짝만 드시고 들어가세요 ^^
불통녀 - 회식 끝나고 운동 갈 거예요.
            저 수요일 마다 운동 간다고 전에 말씀드렸었는데..
            기억 못 하시나 봐요? ㅠ.ㅠ
심남이 - 아.. 죄송해요. 운동 열심히 하세요~
불통녀 - 네. ^^



요따위 대화를 하고 만다. 읽기만 해도 피로감이 급격히 밀려온다. 나아가 자신의 '융통성 없음'은 생각하지 못하고, 상대의 작은 실수나 오점에만 매달려 분노를 키우는 대원들도 있다.

"정말 몰라서 되묻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괘씸하기도 해서 일부러 답장을 안 했어요. 
저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궁금해 하라는 마음도 들었고요."



그게 대체 무슨 짓인가. 선문답 같은 걸 보내 놓고, 상대보고 궁금해 하라며 답을 보내지 않다니. 내가 그대에게 "바닐라보다 초코를 더 좋아한다는 건, 바뀌지 않는 거겠죠?" 따위의 질문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래서 그대가 "네? 무슨 말씀이신지?"라고 답변을 보냈는데, 난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면 그대는 막 궁금해서 미칠 것 같고, 내 말을 생각하느라 잠을 못 이룰 것 같은가? 아니면 '쟤 무슨 약 같은 거 하나?'라며 대화창을 나가겠는가.

그제는 문자로 사과를 하고, 어제는 선문답 같은 얘기를 보내곤 잠수 탔으며, 오늘은 "제가 착각한 건가요?"라고 묻는 사람. 그대에게 저렇게 다가오는 남자가 있다면, 그대는 계속 연락하고 싶을 것 같은가? 가랑비 작전으로 다가간다며 저런 짓을 벌이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저건 장마다. 밖에 나가고 싶지 않게 며칠간 쉬지 않고 쏟아지는 장마 말이다.


3. 사귀는 것에 대한 관심 VS 상대에 대한 관심


상대가 아파서 수술을 한다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아, 어디 아프세요? 치료 잘 받으시고 얼른 나으세요."


라고 달랑 문자 하나로 대꾸하고, 뒤이어

"그런데, 이젠 먼저 연락하시지도 않고,
전에 약속했던 만남도 그냥 흐지부지 되어 버리는 것 같네요.
다시 만날 생각 없으시면 저런 얘기 하시질 말지 ㅠ.ㅠ
그냥 예의상 한 얘긴데, 저 혼자 착각한 건가요?"



라는 문자를 보냈다. 아파서 수술한다는 상대를 붙잡고 "데이트는? 마음은? 그냥 예의상 잘 해 준거야?"라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을까? 사귀는 것에 대한 관심 말고, 상대에 대한 관심은 없는 건가? 끝까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리송한 친절을 베푸는 그를 탓할지,
아니면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마음을 활짝 연 저를 탓할지
모르겠네요. 이제 연애라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하는 걸까요?"



라고 묻는 대원이 안타깝다. 사귀자고 징징거리는 게 마음을 활짝 연 것인가? 사연의 마지막에

"열심히 자기 관리하고, 지금보다 멋진 모습으로 변하면 
제게도 자연스레 인연이 생기는 날이 오겠죠?"



라고 적은 질문에는, 멋진 사람보다 따뜻한 사람이 되라고 답해주고 싶다. 반짝반짝하고 대단한 남자와 연이 닿는다고 해도, 그 사람이 연애에만 관심을 가지면 그대도 속상할 것 아닌가. 아프다고 하는데 "그럼 예약해 놓은 레스토랑 취소하란 얘기야? 어렵게 예약한 건데 취소하라고? 얼마나 아프길래 그래. 웬만하면 그냥 좀 나와."라고 말하는 남자라면 그대도 싫을 것 아닌가. 연애가 아니더라도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상대의 마음을 살피며, 상대를 돌보는 연습을 하길 권한다. 
 

3일도 버티지 못하고,

"에라 모르겠다, 하는 생각으로 말했어요."
"확인사살을 받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물었어요."



라는 이야기로 마지막을 향해 달린 그대. 3일간 상대와 대화 나눈 시간을 다 합쳐봐야 밥 한 솥 지을 시간도 안 되는데, 마음만 급해 너무 성급히 뚜껑을 열었다. 문자 몇 통으로 -그것도 아프다는 상대에게 가랑비작전 한답시고 "퇴근 하셨어요? 전 친구랑 피자 먹으려고요." 따위의 얘기만 하는 문자- 대충대충 얼른얼른 해결되기만 바라면, 뭐가 바뀌겠는가.

마지막으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일은 그만두고, 앞으론 둘 중 하나만 하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전 그 만남 이후 또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라고 문자를 보냈으면, 기다리자. 칼자루 상대에게 주고 목 들이대는 모양의 문자라 지양하길 권하는 문자지만, 보냈으면 어쨌든 기다리잔 얘기다. 답장이 없을까봐 "**씨는 그렇지 않은가 봐요? 만나기 싫다는 걸 답장없음으로 표시하신 건데, 제가 눈치가 없는 건가요?"라고 묻지 말고 말이다. 그건 그냥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슬픈 장단을 꾸려가는 모습이라는 걸 잊지 말자.



▲ 친구가 아파서 수술한다고 하면, 어디가 아파서 무슨 수술 하는지 묻잖아요. 그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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