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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이해 안 가는 여자친구, 계속 사귀어야 할까?

by 무한 2012. 4. 4.
이해 안 가는 여자친구, 계속 사귀어야 할까?
중학교 영어 시간의 일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A-A-A, A-B-A, A-B-B, A-B-C라고 쓴 뒤, 그 아래 깨알같이 동사들을 적었다. 그러곤 "이게 일반동사의 3단 변화다."라고 말했다. 한 친구가 "왜 다르게 변하나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미국사람들은 다 이렇게 쓴다, 그냥 외워라."라고 답했다.

'동사의 끝이 단모음과 단자음으로 끝날 때는 자음을 한 번 더 쓰고 ed를 첨가한다.''동사의 끝이 악센트가 없을 때는 그냥 ed를 첨가한다.'라는 얘기만으로도 혼란스러운데, 그런 형식을 따르지 않고 불규칙으로 변하는 것도 있다니 난감했다. 게다가 칠판에 깨알같이 적힌 단어들은 일부분일 뿐이며 훨씬 많은 불규칙동사들이 있다니. 그걸 다 외워 영어를 구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아울러 영어와 나는 쉽게 친해지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도 들었다.

물론, 지금은 동사의 시제변화 때문에 애를 먹는 일이 전혀 없다. "그건, 지금 영어를 쓸 일이 아예 없어서 그런 건 아닌가요?"라고 묻는 독자들의 질문에는 노코멘트로 대신하겠다.(응?) 여하튼 불규칙이라는 말에 겁먹지 않고 쓰다보면, 어마어마해 보이던 저 동사의 변화도 익숙해진다. 우리말의 '빨갛다, 벌겋다, 붉다, 불그스름하다, 시뻘겋다, 새빨갛다.'등을 애써 외우거나, 어원 분석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구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연애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난다. 규칙변화에 익숙한 남자가, 여자친구의 불규칙 변화를 보곤 겁을 먹는 것이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무한님은 이런 불규칙이 이해되시나요?"묻는 남성대원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이지만, 그건 이해해야 하기보다 익숙해져야 하는 문제다. 별 탈 없이 익숙해질 수 있는 방법, 오늘 함께 알아보자.


1. 배려하기 보단 리드하기.


여자친구가 파스타를 먹고 싶다고 하길래 그럼 만나서 먹자고 했다. 만나러 오는 길에 무슨 파스타가 먹고 싶냐고 묻는 여자친구. 남자는 "특별히 파스타가 먹고 싶은 건 아니지만, 뭐든 먹고 싶은 거 같이 먹자."라고 대답 했다. 그러자 "그럼 파스타 말고 오빠 먹고 싶은 거 먹자."고 말하는 여자. 남자는 다시 "지금 뭐 땡기는 거 없으니까 그냥 파스타 먹자."고 답한다. 여자는 "오빤 파스타 먹고 싶은 생각 없잖아. 다른 거 먹어."라고 말한다.

더 적지 않아도, 연애경험이 있는 대원들이면 이 이후의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거라 생각한다. "대체 내가 어디까지 맞춰줘야 하는 거냐?"며 표정이 굳는 남자와 "됐어. 나 그냥 집에 갈래."라고 말하는 여자. 이걸 A-A-A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이상한 여자'가 하나 보인다.

A. '파스타를 먹자고 해서 알았다고 한 건데, 뭐가 문제인가?'
A. '먹고 싶은 거 먹자고 한 것뿐인데 왜 싫다며 고집을 부리는가?'
A.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인 이 사람과 계속 사귀어야 하는가?'



하지만 A-B-C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상황별로 '해결책'이 보인다.

A. "난 하얀 거! 하얀 파스타 이름이 뭐였지?"
B. "그럼 파스타는 다음에 먹고, 오늘은 돈까스 어때?"
C. "그냥 집에 가겠다고? 딱 기다려. 내가 지금 달려간다."



"네가 하자는 대로 할게."라고 말하는 건 사실 배려라고 보기 어렵다. 그건 "내가 이만큼 희생하고 있으며, 너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엔 내가 양보한다."라는 걸 달리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상대가 일부러 져 준다는 걸 알며 두는 장기는 드럽게 재미없지 않은가. 그러니 이와 같은 상황에선 수동적 배려를 잠시 내려두고 능동적 리드를 활용하자.

끝까지 A-A-A의 시각을 고수하며, 여자친구에게 "내가 이러이러 했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고, 네가 저러저러 했기 때문에 그런 거잖아. 그런데 넌 지금 그런 이유들로 내게 저러하다며 이러고 있고... 블라블라."하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논리적으로 여자친구를 이해시키겠다며, 잘잘못을 가리려 하는 일은 즉시 멈추길 바란다.


2. 끝까지 가보기.


혹시, 인생을 살며 '아 이건 정말 큰일이다. 방법이 없다.'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긍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한 번쯤은 얼굴이 굳는 경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침대에 라면을 쏟았을 때라든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성적표를 받았을 때라든가, 군대에서 백일휴가를 나와 주머니를 보니 '총기열쇠보관함' 키가 들어있었다든가 하는 경험 말이다.

이런 순간이 연애에서도 찾아온다. 잠시 숨어서라도 피하고 싶은 위기의 순간. 이 때 대부분의 남자는 여지없이 혼자만의 동굴로 들어간다. 위기도 피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홧김에 등을 돌리거나, 될 대로 되라며 전화를 끊기도 한다.

자, 바로 이 부분. 여기서 이 '뒤로 돌아'의 유혹을 참아야 한다. 버텨보자. 폭발할 것 같은 감정, 아니 폭발한 감정의 끝에는 뭐가 남나 끝가지 지켜보는 거다. 그럼 그 끝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이 찾아오는 걸 볼 수 있다. 방금 전의 상황이 그저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나 더. 여자친구가 있는 대원들은 '생리전 증후군'에 대해 검색해 보길 권한다. 생리전 증후군은 가임기 여성의 75%가 적어도 한번씩은 경험하며, 그 중 5~10%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나도 남자인 까닭에 생리전 증후군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증상을 지켜보니 '100일 휴가 복귀하는 날'의 기분과 상당히 흡사한 것 같다. 입에 서걱서걱한 모래가 한 주먹 들어가 있는 듯한 그 느낌말이다.

여자친구가 어떤 모습을 보이든, 그건 여자친구의 여러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하길 권한다. '지금 이게 여자친구의 본 모습이고, 본심이다.'라고 생각하면 이별 말고는 둘이 할 게 없다. 얼어붙은 마음이 녹을 수 있도록 손을 잡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나눠보기 바란다. 위태로운 그 순간에 여자친구를 혼자 내버려 두지 말고 말이다.


3. 그 밖의 몇 가지 이야기들.
 

물론 위의 이야기가 모든 커플에게 해당되는 건 아니다. '그 사람'이 아닌 '연애' 때문에 사귀고 있는 커플에게는 위의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다. 여자친구가 "넌 그냥 남자친구의 역할만 담당해. 그게 네 몫이야."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그녀와의 관계를 조율할 수 있겠는가.

남자친구를 아는 오빠나 학교 선배 오빠, 친한 남동생이나 남자 동기와 같은 레벨에 둔 여자친구에겐, 위의 방법을 쓸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라는 자리를 좀 더 넓히는 게 먼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매뉴얼을 발행하기로 하고.

졸업식 때 학교에 개념을 놔두고 졸업한 여자친구에게도 위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오빠는 차가 있고, 나보다 먼저 퇴근하잖아. 그럼 당연히 날 집에 태워다 주는 게 매너 아니야? 어떻게 여자친구가 버스타고 들어가게 그냥 놔둬?"라고 말하는 여자친구. 이런 여자친구에게는 위의 방법보다 "오빠가 너한테 미안해서 지금 차 팔러 간다."라고 말해주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또, 이게 참 애매한 부분이긴 한데, '상식'과 너무 먼 곳에 살고 있는 여자친구에게도 위의 방법은 잘 통하지 않는다. 지인 중에 웬만한 커플 저리가라 할 정도로 붙어 다니던 남매가 있다. 몇 년 전 그 남매를 처음 봤을 때 난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다. 그들은 만나자 마자 껴안으며 인사를 하고, 손을 잡은 채 다녔다. 둘은 연인처럼 셀카를 찍어 미니홈피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에 난

'저들은 순수한 마음에서 저러는 거겠지.
저걸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내가 썩은 거야.'



라며 애써 멘탈의 붕괴를 막았다. 시간이 좀 지나 남매 중 누나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을 때, 그 남자친구는 남매의 행동을 본 뒤 멘탈이 붕괴되고 말았다. 그는 섭섭하다고 투정도 해 보고, 남매가 아니라 연인 같지 않냐며 화도 내 보고, 나중엔 제발 그러지 말라고 집착하다가 결국 헤어졌다.

남자친구가 강요나 집착을 하는 상황일 때에도 위의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전 여자친구한테 비밀이 없거든요. 아이디나 비번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려줬어요. 그런데 여자친구는 사생활이라며 알려주질 않네요. 뭔가 숨기고 있는 걸까요? 그런 게 아니라면 못 알려 줄 이유가 전혀 없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남자친구. 눈으로 다 확인하고 나서야 믿는 건 신뢰가 아니다. 사생활을 지키겠다는 여자친구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신뢰하길 권한다.


파스칼의 팡세를 읽다가 밑줄 친 문장이 있다.

로안네 씨는 말하였다.
<이유는 나중에 내게 찾아온다. 처음에는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고
어떤 일에 기뻐하기도 하고 화내기도 한다. 그런데 나를 화나게 한 것은
나중에야 발견하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중에 발견한 이유 때문에 화난 것이 아니라
화났기 때문에 그 이유를 발견하였다고 생각한다.

-파스칼, <팡세> 중에서.


"화났기 때문에 그 이유를 발견하였다고 생각한다."라는 문장이, 연애를 하면 성숙해지는 까닭을 잘 설명해 준다고 생각한다. 웨이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근육통에 시달려 봐야 나중에 중량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은가. 괴롭다며 포기하지 말고, 성장을 위한 기분 좋은 고통이라 생각해 보길 권한다.

기분 좋을 땐 목숨까지 내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왜 갈등이 생기면 그렇게 상대에게 이기려 드는가. 남자친구가 약속했던 데이트를 취소하고 친척들 모임에 간다고 토라진 여자친구. 그 여자친구의 어리광을 이해하기 힘들다던 대원이 있었다. 뭐 입고 나갈 지, 어디 갈 지, 뭐 먹을 지 잔뜩 들떠 있다가 찬물을 뒤집어 쓴 여자친구의 마음도 좀 살펴주길 바란다. "나한텐 네가 제일 중요하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남자친구가, 친척모임 간다며 휴일을 알아서 보내라고 하니, 여자친구는 또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훗날 외양간 고칠 생각이 아니라면, '있을 때' 잘하길 바란다.



"바빠서 3일 정도 연락 못한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밥은 꼬박꼬박 챙겨 드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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