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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다가오는 남자를 시들하게 만드는 여자들의 특징

by 무한 2012. 4. 18.
다가오는 남자를 시들하게 만드는 여자들의 특징
사연에 "그때까진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라는 문장을 적어 보내는 대원들이 있다. 그런 대원들의 사연을 읽다보면 난 오래 전에 친했던 P군이 생각났다. 열 몇 살쯤이었을까. P군은 또래가 엄두도 못내는 일을 벌이며 자부심을 갖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도깨비다리(6미터 쯤 되는 다리로, 아래는 폭신한 밭이 있다.)에서 뛰어내려 담력을 과시한다든가, 축구공을 발로 차 달려오는 기차를 맞춘 뒤 '난 어른들에게 혼나는 게 두렵지 않다.'는 표정을 짓는다든가 하는 일로 말이다.

동네에 불꽃놀이가 유행했을 때였다. 당시 문방구 주인아줌마는 '아이들에게 폭죽을 파는 것은 괜찮다. 라이터만 함께 팔지 않는다면.'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무장되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쉽게 폭죽을 구할 수 있었고, 집에서 부모님 몰래 가져 온 라이터를 사용해 불꽃놀이를 즐겼다.

처음엔 재미있었던 불꽃놀이도 금방 시시해졌다. 분수불꽃은 정해진 대로 불꽃만 뿜을 뿐이었고, 나비탄은 요란한 소리를 내긴 해지만 그게 전부였다. 우리는 흥미를 위해 폭죽의 변태사용을 시작했다. 로켓폭죽을 병 속에 넣어 터트린다든가, 로켓폭죽 뒤에 분수불꽃을 매달아 날려 보낸다든가 하며 놀았다. 지금생각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지만 당시엔 '좀 더 특별한 불꽃놀이'만 생각하느라 뒷걱정을 하지 않았다.

함께 불꽃놀이를 하던 P군이 들뜬 것도 그때쯤이다. 폭죽의 다양한 변태사용을 제안하던 P군은 스스로 로켓폭죽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폭죽에 불을 붙인 뒤, 우리의 메시아가 되겠다는 다짐을 한 듯 두 팔을 양쪽으로 벌렸다. 손에서 발사되는 로켓폭죽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지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은 잘 알 거라 생각한다. 독자 분들의 상상대로, 로켓폭죽은 P군의 양팔에 큰 화상을 입혔다. 소리를 지르며 뒹굴던 P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상처가 흉터가 되었을 무렵 P군은 이렇게 말했다.

"야, 그때 진짜 재미있었지?
내가 왼손에 들고 있던 건 제대로 발사 됐어. 봤지?"



재미는커녕 화약 냄새와 비명 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일을 연애에서 벌이는 대원들이 있다. "그때까진 분위기가 좋았거든요."라는 말을 해가며 말이다. "그 좋았다는 분위기, 너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물으면 너무 냉정해 보이니까, 하나하나 짚어가며 상냥하게 말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설레발로 힘껏 한 헛발질.


일산에 '라페스타'라는 쇼핑 거리가 처음 생겼을 때로 기억한다. 라페스타는 '문화의 거리'를 표방한 곳이라 크고 작은 행사를 많이 벌였다. 각 상가에서 내건 경품을 두고 다트 던지기, 노래자랑, 퀴즈대결, 행운권 추첨 등을 실시했다.

어느 날, 춤 대결을 통해 경품을 증정하던 행사가 열렸을 때였다. 당시 그 행사에서 깜찍한 춤을 춘 여고생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몇몇의 도전자들이 여고생을 꺾기 위해 무대에 올라왔지만 역부족이었던 까닭에 여고생의 우승으로 행사가 마감되는 분위기였다.

한 아주머니가 여고생에게 도전을 했다.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마인부우'와 비슷하게 생긴 50대의 아주머니였다. 무대에 올라선 아주머니는, 형사입건 될 정도의 혈중알콜농도가 아니라면 출 수 없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아주머니의 용감함과 무모함에 박수를 치며 응원을 했다. 아주머니는 사람들의 응원에 신이 났는지 점점 수위가 높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난 아주머니가 무릎 꿇고 엎드려 엉덩이를 상하로 움직이는 춤을 출 때부터 패닉상태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음을 참아가며 환호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는 자신의 춤이 훌륭해서 사람들이 환호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흥분한 아주머니가 '섹시댄스'를 보여주려는 듯 허리띠를 풀었을 때, 사회자가 긴급히 아주머니를 무대에서 끌어내렸다.

저 이야기의 아주머니와 비슷한 행동을 다가오는 남자에게 하는 대원들이 있다. 무슨 이야기를 다 하든 상대가 리액션을 해 주니, 신이 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튀어나오는 대로 상대에게 말을 하는 경우다. 호감을 가진 상대는 이쪽에서

"저 방금 샤워 했는데, 머리 감다가 눈에 샴푸가 들어가서 따가웠어요."


라는 이야기를 해도 반응을 해 줄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 댓글 하나 달리지 않을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괜찮아요?"라는 리액션을 해 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대원들은 정신줄을 놓곤 재미도, 감동도, 의미도 없는 말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그렇게 상대가 지쳐서 더 이상 답문을 못할 정도로 괴롭혀 놓고는,

"죄송해요. 제가 너무 귀찮게 했죠?"


따위의 이야기를 한다. 상대는 "네. 만약 우리가 동성친구고, 지금 같이 있었다면, 제가 선빵을 날렸을 거예요."라는 진심을 감추고, "아니에요. 덕분에 심심하지 않았어요." 정도로 마무리를 한다. 이 립서비스를 또 철석같이 믿고 계속해서 아무 의미 없는 문자를 보내는 대원들.

"오늘은 수요일이네요. 내일은 목요일이에요."


아 쫌!


2. 위로받기와 누워서 침 뱉기.


꼬꼬마 시절, 난 편도선염을 앓았다. 편도선이 부어오르면 고통스러웠지만 행복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의사선생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편도선염을 진정시킬 수 있다고 말한 덕분에 부모님은 내가 아플 때마다 아이스크림을 주셨다. 그래서 난 편도선이 붓지도 않았는데 목이 아프다며 아이스크림을 먹곤 했다. 꾀병을 부리면 달콤한 보상이 나온다는 걸 학습한 것이다.

상대에게 위로를 받으려 하는 대원들도 꼬꼬마 시절의 나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고민을 털어 놓으면 달콤한 위로가 나온다는 걸 학습한 대원들은, 엄살과 꾀병에 길들여 진다. 그들은 상처를 상대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생사에서 참혹했던 순간들을 수시로 꺼낸다. 지금은 굳은살이 박여 아프지 않은 곳도 상대에게 보여주며 예전엔 아팠다는 얘기를 한다. 한 대원의 카톡대화에 등장한 '상처'들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a. 잦은 가정불화로 인해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우리 부모님처럼은 안 살 거다.
b.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는 나를 방목했다. 그래서 외로웠다.
c. 그 전 남친은 "나 아니면 네가 어떻게 이런 남자랑 사귀냐."며 상처를 줬다.
d. 언니가 철이 없어서 과소비가 심하다. 철없는 언니 때문에 내가 고생한다.
e. 사람들이 못살게 굴어서 회사를 세 번 옮겼다. 지금 있는 곳도 너무 괴롭다.
f. 난 선천적으로 아픈 곳이 있다. 어디가 아픈지는 친해지면 말해주겠다.



저 대원도 처음부터 저런 얘기를 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엔 '직장' 얘기나 '청소' 얘기 등을 하며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유년기' 얘기에 상대가 위로를 해 주자, 저 대원은 그 달콤함을 더 맛보려고 했다. 그러다 결국 스스로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만들어 상대에게 위로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다.

미니홈피를 보면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듯 반짝반짝한 모습들이 가득한데, 대화를 좀 나눠보니 "내가 제일 불쌍해."라는 이야기만 하는 여자. 달콤한 위로를 받는 게 좋아 스스로를 곰팡이라고 소개하는 짓은 그만두길 권한다. 곰팡이를 가까이 두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3. 마음껏 경험하고 결정하세요?


내가 '면접, 결혼식 양복 무료대여' 사업을 한다면 그대는 뭐라고 말하겠는가? 사업의 개요는 이렇다. 가장 절실하게 양복이 필요한 사람은 면접을 보러 가거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하려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 사람들에게 양복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빌려 입었던 양복이 마음에 든 사람들은 그 양복을 구입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 그 양복을 제값에 팔아 수익을 낸다. 이 얘기를 들은 그대는 아마, 저건 '사업'이라기보다는 '자선'에 가깝다고 말할 것이다.

저 사업을 벌이고 반년쯤 지나 난 이런 한탄을 할 것이다.

"난 양복을 입어보고 구매결정을 하라고 대여해 준 거지,
얌체처럼 행사 참여만 하고 반납 하라고 빌려준 게 아니었어.
그런데 대여해 갔던 양복이 마음에 든다며 구매한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빌려 갈 땐 고맙다고 몇 번씩 인사를 하던 사람도,
반납할 땐 연락도 잘 안 되고, 돌려달라고 재촉전화라도 걸면
갖다 줄 건데 왜 사람 피곤하게 자꾸 전화 하냐고 오히려 화를 내더라고."



그대의 이야기와 어딘가 좀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은가?

"술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그 날...
다음 날, 같이 아침 먹고 헤어질 때 까지만 해도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연락도 잘 안 오고, 시들해 진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조바심을 내게 되는 것 같고요.
스스로를 괴롭히는 여자는 되기 싫은데, 이제 어쩌죠?"



노멀로그를 통해 '정회원'과 '준회원'의 차이를 두라는 얘기를 2010년부터 해 왔는데, 여기서 또 똑같은 얘기를 하면 원로독자들은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러니

"제가 미쳤었나 봐요, 그 날..."
"그 때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그만..."



등의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은, 그냥 '면접, 결혼식 양복 무료대여 사업'을 했다고 생각하자. 면접 끝나고 양복 반납한 사람에게 "지금 전화 받을 수 있어?", "뭐해?", "내가 전에 선천적으로 아프다고 했던 거, 저혈당이야."라는 이야기를 하는 대원들. 그 대원들에게 묻고 싶다. 거기서 지금 혼자 뭐 하세요? 누구 있어요?


이야기는 벌써 이만큼이나 흘렀는데, "그때까진 분위기가 정말 좋았거든요."라는 말만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얘긴가. 유효기간 지난 이야기 그렇게 붙잡고 있다가,

"이제 포기하려고요.
마지막으로 그 마음 진심이었는지 물어보고, 정리 할 거예요."



등의 이상한 얘기를 한다. 그러곤 다 체념한 듯 덤덤해 보이지만 '얼른 날 잡아. 빨리 붙잡아.'라는 뜻이 칠해진 '최후통첩'같은 걸 상대에게 보낸다. 결론은 꽝. 열심히 자신을 추슬러 다시 반짝반짝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가 토닥토닥 해주기 시작하면 다시 '내가 제일 불쌍해.'의 태도로 돌변해 헛발질을 한다. 이걸 모르는 대원은 평생 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아, 그리고 이건 몇몇 대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건데, 생활의 반만 상대와 공유하자.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할 일 없고 만날 친구 없는 사람처럼 상대만 붙잡고 있지 말자. 진지한 얘기가 아닌 이상 카톡대화는 1시간을 넘기지 말길 바란다. 'ㅋㅋ', 'ㅎㅎ', 'ㅜㅜ'를 남발하며 카톡을 실시간 다이어리로 사용하지 말란 얘기다. 누군가가 하루 종일 그대에게 쉴 새 없이 연락한다고 가정해 보자. 처음에야 즐거울지 몰라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결국 그대는 상대에게 "근데, 안 졸려? 지금 열두 시 반인데."라는 말을 하게 될 것이다. 거기다 대고 상대가 "응. 안 졸려. 근데 있지, 아까 우리 회사에서..."라며 이야기를 더 이어간다면, 그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모놀로그님 블로그 잘 보고 있어요. 다름이 아니라..."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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