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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에게 비싼 선물을 받아내는 남자들의 수법

by 무한 2012. 4. 23.
여자에게 비싼 선물을 받아 내는 남자들의 수법
2000년 전쯤, 고구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호동왕자 - 자명고만 아니면 우리는 낙랑을 칠 수 있을 텐데...
낙랑공주 - 오빠, 낙랑은 내가 사는 곳이야. 근데 낙랑을 친다고?
호동왕자 - 봐봐. 내가 지금 너랑 결혼하면, 넌 그냥 고구려의 왕비가 되는 거야. 
               낙랑의 왕비는 따로 있겠지. 그런데 내가 낙랑을 치면?
               넌 고구려와 낙랑을 합한 대 고구려의 왕비가 되는 거야.
               이게 나 좋자고 하는 일인 것 같아? 다 큰 뜻이 있는 거야.
낙랑공주 - 그래도.. 낙랑엔 우리 가족들도 있고, 우리 아빠가 왕인데...
호동왕자 - 하.. 됐다. 그냥 말을 말자. 우리 시간을 좀 갖자.
낙랑공주 - 아냐. 내가 찢을게. 자명고 내가 찢을 게. 난 오빠 믿어.
호동왕자 - 됐어. 넌 진짜로 찢을 생각 없잖아. 가족들이 걱정 된다며?
낙랑공주 - 아냐. 내가 오빠를 오해했던 것 같아. 이젠 오해 안 해.
호동왕자 - 그러면 오늘 밤에, 칼을 들고 무고에 가서...


낙랑공주는 자명고를 찢은 사실을 들켜 아버지에게 죽었고, 낙랑은 고구려에 항복했으며, 호동왕자는 공을 세우게 되었다.

저 얘기를 하면 가끔, "무한님, 근데 바보온달은 언제 나오나요? 바보온달이 나중에 호동왕자가 된 건가요?"라고 묻는 대원들이 있는데, 바보온달은 평강공주 얘기에 나오는 거다. 여하튼 2000년이 지난 지금, 자기 마음 속 자명고를 찢은 낙랑공주들은 내게 메일을 보낸다.

"그가 얘기한 건 다 했는데, 그 이후로 연락이 없어요."


마음 속 자명고를 찢은 까닭에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는 거다. 그래서 상대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고, 엉뚱한 곳에서 '시들해진 이유'를 찾으려 한다. 패닉상태에 빠진 낙랑공주들에게 오늘은 내 자명고를 잠시 빌려 줄 생각이다. 둥둥둥둥, 위급함을 알리는 이야기들, 함께 살펴보자.


1. 공주의 호의가 만드는 구걸형 호동왕자.


매뉴얼로도 이미 수차례 이야기 한 부분이다. 영화 <부당거래의>의 명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까지 소개하며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대원들이 '사랑의 표현'을 한다며 상대에게 호의를 베푼다. 자신의 호의가 상대를 '노력 없이 기대하는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상대를 '구걸형 호동왕자'로 바꾼 한 대원의 사례를 보자.

ⓐ 피곤하다는 상대에게 커피 한 잔 하라며 커피 기프티콘을 보냄.
ⓑ 단 것이 먹고 싶다는 상대에게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냄.
ⓒ 로션을 바꾸고 싶은데 비싸서 못 사겠다는 상대에게 로션을 사줌.
ⓓ 상대가 아이패드를 함께 사서 쓰자는 말에 돈을 보냄.
ⓔ 사진을 찍어주겠다며 카메라 사는 데 돈을 보태라는 상대에게 돈을 보냄.
ⓕ 계좌 번호를 알려주며 상대가 갖은 핑계로 돈을 요구함.



점층적으로 상대의 요구가 커지는 까닭에 저 대원은 눈치 채지 못했다. 왜 자기만 계속 상대에게 베풀어야 하는지 화가 나 따진 적이 있긴 하지만, 그 땐 상대가

"우리는 연애를 하는 거지 거래를 하는 게 아니지 않냐.
아깝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돈과 선물 모두 돌려주겠다.
그리고 우리도 끝내자. 
네가 그런 것들을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라고 말했고, 그 대원은 용서만 빌었다. 연애에 목숨 걸고 있으며, 어떻게든 상대를 옆에 붙잡아 두려는 사람일수록 위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면 나에게 실망할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 늪에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하는 건 아닐지 너무 걱정할 건 없다. 위와 같은 일들로 인해 통장의 잔고가 0이 되거나,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보증 선 것 때문에 집에 차압이 들어오면 그땐 정신이 들 테니 말이다.

좀 더 일찍 정신을 차리고 싶은 대원들은 상대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해 보기 바란다. 갖고 싶다는 걸 말하는 상대에게 내가 갖고 싶은 것도 말해주는 것이다. 단, 조건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럼 내가 오빠가 말한 구두 사줄 테니까, 오빠도 나 구두 사줘."라고 말하는 건 괜히 상대에게 '화낼 구실'만 만들 수 있다. 상대가 자연스레 "다들 명품 지갑 하나씩 갖고 있던데, 나만 싸구려 지갑 쓰는 것 같아."라고 떡밥을 던지듯, 그대도 자연스레 이야기를 꺼내길 바란다. 그럼 말 돌리거나, 기약 없이 허풍만 부리는 호동왕자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 공주의 욕심을 이용한 지능형 호동왕자.


이와 관련해서는 정말 다양한 사연이 있었다. 욕심을 자극하기 위해 상대가 꺼낸 이야기들도 사연마다 가지각색이었다. 자신이 외국 영주권자라고 거짓말을 한 남자부터 보석수입을 하며 월 평균 2000만원을 번다는 남자까지. 필리핀에 큰 공장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 남자도 있었다.

자취하고 있는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사용된 방법은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마련해 준다는 거짓말 이었다. 자신의 소유로 된 건물이 몇 달 뒤에 비게 되니 그곳에 들어가서 살라는 말을 하거나, 조만간 아파트를 하나 살 예정이니 그때 동거를 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달콤한 약속에 많은 대원들이 정신줄을 놓았다. 몇몇 대원은 상대에게 돈을 갖다 바쳤고, 또 몇은 몸과 마음을 다해 충성했다. 마음이 들떠 상대를 자신의 자취방에 데려와 먹이고 재우고 입히는 대원들도 있었다. 그런 대원들이 상대에게 열심히 봉사하다 조금 힘에 부쳐 어려움을 호소하면, 상대는 

"난 널 위해 이러이러한 것도 준비하고 있는데,
넌 겨우 그 정도도 날 위해 못해줘?"



라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들은 대원들은 '맞아. 내가 더 힘을 내야지. 훨씬 더 큰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니까.'라며 열심히 봉사를 계속했다. 상대가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대원들의 공통점을 몇 가지 적자면,

① 상대에 대해 아는 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② 상대의 친구나 지인 등을 만나 본 일이 없다.
③ 중간에 의심을 한 적도 있지만, 의심이 현실이 될까 두려워 합리화를 했다.
④ 헤어진 후, 상대를 고소하긴커녕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관계가 회복되길 원한다.

 

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만날 때 항상 그가 데이트 비용을 거의 다 부담했다. 그러므로 나를 속이려거나 내게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곤 보기 힘들다."고 항변하는 대원도 있었다. 그 대원에겐 '어르신을 위한 관절영양제' 따위를 판매하는 곳을 가보길 권해주고 싶다. 그런 행사는 보통 3일간 열리는데, 하루 이틀은 화장지나 김 따위를 나눠주며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등을 한다. 고급 승용차로 어르신들을 모셔 오고, 모셔다 드리기도 하며 말이다. 3일 째 되는 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지켜보길 바란다. 그 일로 인해 어르신들은 꽤 오랜 기간 갚아나가야 할 지로용지를 받게 된다. 난 여기에 그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3. 호동왕자의 뒤처리.


이렇게 열심히 얘기를 해도, 위와 같은 일들을 겪은 대원들 중 대부분은 결국

"네. 알았어요. 그런데 그가 다시 돌아올까요? 그가 저에게 연락할까요?"


라는 질문만 던진다. 다시 연락이 올 가능성은 크다. 이런 노다지, 말만 하면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의 요정을 어떻게 잊겠는가. 열심히 달리던 차가 잠시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보충하듯, 돌아온 탕아처럼 다시 와서는 이것저것 보충할 것이다. 

어느 대원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사실, 헤어진 건 제가 너무 심하게 쏴붙인 게 제일 큰 이유예요.
왜 난 늘 줘야 하는 입장이냐고, 오빤 왜 받고 나면 연락이 없냐고.
그렇게 따졌었거든요. 앞으론 딱 나도 받는 만큼만 할 거라고.."



이걸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혹시, 지겨워진 연애를 손쉽게 끝낼 수 있는 가장 편한 방법을 아는가? '이별을 통보한 나쁜 남자'가 되지 않고 깔끔하게 끝내는 방법. 상대가 폭발하도록 환경만 조성하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연락에 목숨 거는 타입이라면, 며칠쯤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럼 자연히 상대는 연락 없음에 대해 날 선 얘기들을 한다. 바로 그때,

"넌 왜 내가 연락을 못했는지 물어보고나 화내는 거야?
아니다. 됐다. 넌 내 사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연락이 더 중요하겠지.
너랑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



딱 저 정도의 얘기를 하는 거다. 이걸 전문용어로 '화 내고 잠수타기'라고 한다. 상대가 거짓말을 눈치 채면 "너 또 나 의심하는 거야?" 정도로, 왜 약속을 지키지 않냐고 따지면 "너 나 못 믿는 거지?" 정도로.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연락을 끊으면, 상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며 무릎까지 꿇게 된다.

뭐 그렇게 이별하고 지내다 심심해지면, '이제 시간이 지났으므로 너의 죄를 사하노라.'의 태도로 다가가면 된다. "난 연인 사이에 의심이란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때 넌..." 정도의 멘트를 해서 다시 한 번 "미안해."라는 말 듣고, 그 말에 "미안하면 맛있는 거 사줘." 따위의 말을 하며 다시 한 번 지갑을 열게 하는 것. 참 쉽지 않은가? 


저런 일을 겪고도 여전히

"제가 의심해서 남친 기분 상하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습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 대원들 때문에, 내 가슴이 더 아프다. 여자친구를 소중히 생각한다면, 의혹이 풀릴 수 있도록 차근차근 설명을 하지 왜 화를 내고 잠수만 타겠는가. 그것도 "확인해야겠다 이거지? 그럼 확인시켜 줄게. 근데 확인 시켜 주고 난 다음의 일은 나도 장담 못 한다."따위의 말로 협박까지 해가며 말이다.

이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인 대원들이 있다면, 오늘부터 '나에겐 퍼주는 병이 있어.'라는 생각을 하길 권한다. 이건 마치 당뇨 환자가 당뇨에 좋지 않은 음식들을 가려먹기위해 '나에겐 당뇨병이 있어.'라는 생각을 계속 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는 또 '내 테두리에 들어 온 사람'에게 음식 해서 먹이고, 옷 사서 입히고, 자잘한 선물들을 준비해 전하기까지 하며 퍼주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자신은 조금 남은 튜브 로션 가위로 잘라 쓰면서, 좋아하는 상대 피부관리 비용까지 대는 짓을 한단 얘기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 이별이 올 거라며 겁먹지 말길 바란다.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떠나는 사람은 딱 그 정도만 그대에게 마음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붙잡아 두기 위해 퍼주는 여자가 되진 말길 바란다. 퍼주는 여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대접이라고 해봐야 '몸종취급' 일 뿐이다. '원하는 것'을 말하는 상대에겐 '내가 원하는 것'으로 대꾸해 주자.



▲ 노트북 사 줄 테니까 돈 조금 보태라고 해 놓고 입금하니까 헤어지자는 남자, 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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