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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세포가 말라버린 철벽녀를 위한 연애의 ABC

by 무한 2012. 4. 24.
연애세포가 말라버린 철벽녀를 위한 연애의 ABC
연애를 하려면 그대는 뿌리까지 흔들려야 한다. 지금처럼 굳건히 서서 가지 정도만 까딱까딱 움직이는 수준이어선 안 된다. 괜찮은 사람이 소개팅에 나와주고, 그 사람이 알아서 대시해 오며, 이쪽은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 걸로 연애를 시작하려는 철벽녀들이 많아 안타깝다.

"스물일곱 살 때 까지는 연애가 절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스물여덟 살 때에는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사람이 두 명 있었고,
스물아홉 살 때는 소개팅으로 만나 연애 직전까지 간 사람이 있었어요.
서른이 넘고 나니까 소개팅에는 아저씨들이 나오더라구요.
서른 두 살인 지금, 회사에서 다가오는 연하남이 하나 있어요.
근데 카톡으로 떠보기만 해서 제가 성질을 좀 부렸는데 연락이 없네요."



연애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십 년이 지나서도 "서른네 살 때에는 어쩌고, 서른여섯 살 때는 저쩌고..."하며 스쳐간 남자들의 계보만 읊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철벽녀 대원 중엔 밀당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우처럼 보이기 위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묻는 대원들이 종종 있는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쌍피와 초단이 뭔지도 모르는데 '밑장빼기'같은 걸 배워서 뭐하겠는가. 괜히 밑장 같은 거 빼다가 걸리면 피만 보게 된다.(응?)

농담이고. 감 떨어지길 기다리며 감나무 밑에서 입만 버리고 있는 대원들이 이제 그만 일어 서길 바라며, 오늘은 철벽녀를 위한 연애의 ABC를 살펴볼까 한다. 왜 악순환만 반복되냐고 묻는 철벽녀들에게 건네는 세 가지 이야기. 출발해 보자.


1. 그 사람 VS 그 수컷


철벽녀들의 공통점은, 이성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얼마나 극명하게 갈리는지 손을 갖다 대면 베일 정도다. 일반적인 여자사람이 선배 오빠, 교회 동생, 학교 동기, 동호회 친구 등의 다양한 '남자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는 반면, 철벽녀들은 단 두 개의 카테고리를 가지고 있다.

- 호감 가는 그 사람
- 수컷



철벽녀에게 한 번 '수컷' 판정을 받은 남자는, 그가 아무리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대시를 해도 소용이 없다. 그녀는 그를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중앙아메리카 나무늘보'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녀에게서

'아, 저게 나무늘보군. 발가락이 무척 기네.'


이상의 감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녀는 나무늘보를 멀리서 구경하는 것에는 흥미를 느끼지만, 나무늘보가 가까이 다가오면 기겁을 하며 도망간다.

반대로 그녀는 호감을 느낀 '그 사람'에 대해선 '내게 없는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앞으로 나와 연애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상대가 메신저나 카톡에 남겨놓은 글을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일 따위를 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찾으려 노력한다.

그러니까 필드 경험 없이 온라인 골프게임만 열심히 하는 모양이라고 할까. 근처에 있는 골프연습장은 시설이 너무 후지다며 가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골프게임만 하는 거다. 어느 날 필드에 나가 홀인원을 할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말이다. 결국 그녀는 필드에 나갈 기회가 생겼을 때, 골프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 지도 몰라 허둥대며 패닉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대에게 독일의 깐깐한 아저씨 칸트의 말을 소개해 주고 싶다. 그는 "네 자신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인격을 언제나 동시에 목적으로 대우하고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사람을 나무늘보로 보지 말란 얘기다. 동시에 '호감 가는 그 사람'도 그냥 '사람'으로 보라는 얘기다. 알곡과 쭉정이 분류하듯 선 그어 나누지 말고,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누구를 만나든 그의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으로 만나길 바란다. 연애는 벗어나고 싶지 않은 세계를 만났을 때 머무는 것이지, 여행사 상품 안내서 보고 짐 싸서 떠나는 게 아니다.


2. 지우개 없는 심각한 여자


산타클로스를 예로 들어보자. 꼬꼬마시절엔 누구나 산타클로스를 믿는다. 그러다 산타클로스가 부모님이나 유치원 선생님의 훼이크라는 걸 알게 되며 약간의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그 후 여전히 산타클로스가 존재한다고 믿는 또래의 친구들을 계몽하는 것에 매진하기도 한다. 산타클로스가 있는지의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을 하는 꼬꼬마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시간이 지나 다들 산타클로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안 이후에도 산타클로스 얘기는 계속 된다. 그 땐 산타클로스의 이야기가 "아, 루돌프가 광우병 걸렸다던데, 들었어?"따위의 유머에 활용된다. 최초로 달의 뒤편을 목격한 아폴로 8호의 승무원들과 휴스턴의 통신기록 중엔

러벨 : 모두에게 전해 줘, 달에는 산타클로스가 있다.
휴스턴 : 그렇다. 자네들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라며 산타클로스가 유머코드로 등장하기도 한다. 달의 뒤편에서 지구에 귀환하기 위해 엔진 분사를 시행하던 아폴로 8호가 엔진 분사에 성공한 뒤 나눈 교신이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 였고, 엔진 분사가 실패하면 그들은 영영 지구로 돌아올 수 없었기에 '엔진 분사 성공'을 '산타클로스의 선물'에 빗대 표현한 유머였다.

그런데 '산타클로스가 있는지의 여부를 두고 열띤 토론을 하는 꼬꼬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철벽녀는 저 유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산타클로스가 유머에 활용될 수 있다는 걸 경험한 적 없기에, "산타클로스는 없는데, 저건 무슨 소리냐?"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녀는 "저건 외계인을 만났다는 걸 의미하는 게 틀림없다."라며 진지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관심남 - 혹시, 남자친구가 다른 지역에 가서 살자고 하면 살 수 있어요?
철벽녀 - 왜 다른 지역에 가서 살아야 하는데요?
관심남 - 아니, 그냥 만약 그러자고 하면 어떠실지 궁금해서요.
철벽녀 - 다른 지역에 갈 이유가 없는데요? 제 직장도 여기고, 친구들도 여기에 있고.



여유라고는 1g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지역에 해외도 포함 되나요? LA같은 곳? LA왕갈비 실컷 먹겠는데요? 꺄르르르." 같은 개드립(개소리+애드립)까지 하라는 건 아니다. 그저 '예/아니요'로 답해야 한다는 진지함만 좀 내려놨으면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들도 지우개를 쓰고, 덧칠을 한다는 걸 기억하기 바란다. 스케치를 하다가 비율이 안 맞거나 선이 비뚤면 지우개로 지우기도 하고, 색을 칠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칠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대는 한 번에 완벽한 스케치와 채색을 하려 하고 있다. 지우개 없이 명화를 그리려는 사람은 자괴감만 느끼게 된다는 걸 잊지 말자.


3. 보호자 찾는 여자


이게 가장 심각하다. 대부분의 철벽녀는 상대가 '보호자'의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알아서 다 해주고, 언제나 사랑으로 감싸주며, 투정을 부려도 모두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를 원한다. 그래야 할 '이유'에 대해 철벽녀들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얼굴이 못생긴 편은 아니에요. 인상 좋다는 소린 많이 들어요.
주변에서도 시집 잘 갈 것 같다는 얘기를 할 정도니, 외모 문젠 아닌 것 같아요.
학벌도 모자라진 않고, 직장도 대기업 까진 아니라도 안정적으로 다니고 있어요."



그게 '괜찮은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사랑받아야 할 이유'라면, 예쁘고 학벌 좋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여자사람들이 우선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학창시절에 인기가 많았다'는 걸 이유로 내세운 대원도 있었는데, 그렇다면 '지금도 인기가 많은 사람'들이 우선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닐까? 

소개팅 이후 자신에게 퇴짜를 놓은 남자가 '나보다 별로인 것이 분명한 여자'와 사귀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는 대원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 여자는 상대를 '남자친구'로 생각하지 '보호자'로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 이제 나에게 사귀자고 말해 봐."라며 거만한 포즈를 취하지 않았을 것이고, 고백하지 않는 상대에게 협박하듯 "빨리 고백 안 하면 나 소개팅 할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절대 먼저 연락 안 하는 그대와 달리 "주말에 영화 볼래요?"라는 문자도 보낼 줄 알았을 거고 말이다.

대체 어디가 문제인지 봐 달라며 카톡대화를 첨부한 대원들은, 그 대화에서 자신이 한 이야기들을 상대가 했다고 가정한 채 읽어보길 바란다. '얘 뭔데 이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상한 근자감을 가진 사람이 보일 것이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다 하고, 다정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며, 내가 듣고 싶은 얘기 왜 하지 않냐며 섭섭하다고 말하는 이상한 사람이 말이다. 


세 달 전 우리 동네에 피자가게가 문을 열었다. 한 판 가격에 두 판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피자 체인점이다. 우연찮게 그 피자가게 사장님 내외와 친해지게 되었다. 사장님은 "우리가 P나 D, M피자에 비해서는 레벨이 아래지만, 동네 작은 피자집들 보다는 위다."라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세 달이 지난 지금, 그 피자가게 사장님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장사가 잘 될 것을 예상해 배달원도 둘이나 뽑았는데, 하루 주문은 평균 10건이 전부다. 사장님이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나온 까닭에 사장님 친구들이 놀러 와서 공짜로 피자만 얻어먹고 간다. 사모님은 한 달 전부터 가게에 나오지 않고 계신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니까, 그때부터는 피자 주문도 좀 늘겠지?"


며칠 전 사장님이 내게 한 말이다. 솔직히, 주문이 늘 일은 없어 보인다. 동네 인터넷 커뮤니티와 연계해 이벤트를 좀 하라고 권했더니, 사장님은 컴퓨터를 할 줄 모른다고 대답했다. 돈은 좀 들더라도 동네 생활정보지 같은 곳에 광고를 하라고 했더니 "5월 지나서 장사 되는 거 보고 해야지."라며 또 미룬다. 철벽들에게 동호회 활동을 권하면 "동호회 같은 건 적성에 안 맞아요."라고 답하고, 이성과 일단 친구로 시작해 보라고 하면 "마음에 드는 사람 생기면 그렇게 해 볼게요."라고 답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쩌다 소개팅에서 횡재할 생각 하지 말고, 사방팔방 자신을 알리기 바란다.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그대라는 사람이 거기에 살고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그렇게 자신을 알려가는 와중에 그대에겐 '연애와 이성에 대한 최신화'가 이루어 질 것이고 말이다. 자, 목구멍을 간질이는 꽃가루와 황사도 털어낼 겸 오늘 저녁은 삼겹살 어떤가. 똑똑똑. 상대가 전혀 예상 못할 '삼겹살 제의'로 물꼬를 터보는 거다. 친구와 저녁 한 끼 먹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꼭 삼겹살이어야 하나요? 전 삼겹살 싫어하는데요." 그대가 챔피언.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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