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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나중에 다 해준다는 남자친구, 그와 헤어진 J양에게

by 무한 2012. 6. 28.
나중에 다 해준다는 남자친구, 그와 헤어진 J양에게
헤어지면서 남자친구에게 들은 말 때문에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J양. 그녀에게 그 괴로움은 J양이 못나서가 아닌, 비교 당했을 때 찾아오는 고통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절대 J양이 모자라고 나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감당 못할 허풍을 늘어 놓고 나중엔 궤변을 늘어놓으며 남 탓을 하는 남자친구가 '모자라고 나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J양에게 잘못이 있다면, 그건 남자친구의 삐뚤삐뚤한 모습을 끄집어냈다는 것뿐이다. 일 분에 두 번씩 기침을 계속 해 대면, 옆에 앉아 있던 온순한 사람도 짜증을 내게 만들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로 말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오늘은 J양와 남자친구가 그리다 만 그림을 함께 살펴보자.


1. 뒷바라지의 함정


뒷바라지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우며, 뒷바라지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 아닌 이상 뒷바라지는 절대 하지 말길 권한다. 뒷바라지는 그대로 하여금 보상을 기대하게 만들고, 상대에게는 자신의 분수를 잊게 만들 위험이 높다. 그대가 싼 도시락이 갈등을 살찌우는 것이다. 

가장 흔한 것은, 남자친구가 아예 뒷바라지에만 의존하게 되는 경우다. 이게 필요하겠다 싶어서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남자친구가 '위시리스트'를 내민다. 그런 상황에 지쳐서 "내가 무슨 물주냐?"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간 해 온 뒷바라지의 의미는 퇴색하고,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다.

"그래. 알았어. 앞으로는 내 힘으로 다 알아서 한다. 그동안 고마웠다."


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헤어진 커플이 수두룩하다. 특히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나, 고시생 남친을 둔 커플. 상대에게 엄마가 되지 말라고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말했다. 잊지 말길 바란다.

그 다음으로는 남자친구가, 상황이 바뀌자 변해버리는 경우다. 누군가의 희생은 지속적으로 애써 떠올리지 않는 이상 쉽게 잊힌다. 때문에 일부 남자들은 여자친구의 희생을 잊고, 현재 남아있는 빚진 느낌 때문에 불편해 한다. 불편한 느낌을 지우려고 갚을 건 다 갚았다고 자신을 합리화 하거나, 여자친구의 희생이 대단한 일이었나를 떠올려 본 뒤 자신의 노력과 비교해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아? 넌 한 게 뭐야?"


하이킥을 날리고 싶게 만드는 말이다.

"무한님, 그래도 평강공주 바보온달, 뭐 그런 얘기도 있잖아요?"


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도 분명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대원들에게는 온달이 평강공주에게서 글과 무예를 배운 뒤 어떻게 살았나를 살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온달은 집을 떠나 전쟁터를 누비다 전장에서 숨을 거뒀다.


2. 남자친구의 판타지


이렇게 생각해 보자. 커피숍을 하는 어느 친구가 그대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나중에 성공하면 너한테 10억을 줄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우리 가게에 와서 일도 좀 해주고,
인테리어 새로 하는데 돈이 좀 모자라니까 200만 빌려줘.
넌 좋겠네. 나중에 내가 10억을 줄 거니까."



이런 친구에게 그대는 무슨 약 같은 거 하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렇게나 떠벌린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빌려달라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아닌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남자친구가 저런 말을 하자, J양은 꿈을 꾸고 말았다.

"나중에 우린 가사도우미 써가면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힐 일 없어.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서 조금만 참자. 주말에 와서 좀 도와줘."
"넌 나중에 수영 다니고 골프 다니면서 즐기면서 살게 될 거잖아.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지금 현찰 얼마 있어?"
"내가 사줄게 일단 네 카드로 주문해. 얼만데? 걱정 하지 마.
난 카드가 없으니까 나중에 돈으로 줄게. 내 것도 하나 살까?"



저건 그냥 남자친구의 판타지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가지는 그런 환상 말이다. 좀 더 추가하자면, 건물 하나 지어서 월세 받으며 그 돈으로 여행이나 다니며 산다든가, 시골에 마당 있는 집 몇 개 지어서 부모님들 들어와 사시게 하고 친구들 불러다 마당에서 고기나 구워 먹고 사는, 뭐 그런 것들이 있다.

남자친구가 판타지에 빠져 있으면 여자친구라도 현실에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데, 대책없이 같이 판타지에 빠지는 커플들이 있다. 결국 그들은 계속 유예해 놨던 현실이 찾아오면 파국을 맞는다. 남자가

"내가 거짓말 하는 것 같아? 나 못 믿어?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어느 정도 현실을 더 유예하다 헤어지는 커플도 있다. J양도 남자친구가 워낙 자신 있게 말하는 까닭에, 자기 살을 깎아 뒷바라지를 하며 만신창이가 될 때까지 버텼다.


3. 참 나쁜 사람


얼마 전 어이없는 사연을 하나 읽었다. '아껴야 잘 산다'는 절약정신 투철한 남친과 사귀고 있는 여성대원의 사연이었다. 둘의 다툼을 옮기면 아래와 같다.

남자 - 지금 새 A4용지를 연습장으로 쓰는 거야?
여자 - 응. 난 노트에 쓰는 것 보다 이게 좋더라고.
남자 - 그럼 갱지를 사서 쓰면 되잖아.
여자 - 그건 너무 잘 찢어지고, 느낌이 안 좋아.
남자 - 느낌 때문에 A4용지를 연습장으로 쓴다고? 이면지도 아니고?
여자 - 왜? 앞 뒤 다 꽉 채워서 쓰는데 뭐가 문제야?
남자 - 그게 지금 꽉 채운 거야? 여백이 그렇게 많은데?
여자 - 왜 그러는데?
남자 - 낭비잖아. 갱지도 아니고 이면지도 아닌데, 그걸 왜 연습장으로 써?
여자 - 쓰면 안 돼?
남자 - 넌 진짜 아낄 줄 모르는구나.
여자 - 이젠 또 종이 갖고 난리야? 지겹다. 진짜.
남자 - 난리?



아껴야 잘 사는 건 맞는데, 남에게만 절약을 강조하는 건 참 웃기는 일이다. 저 이야기 속 남자친구는 며칠 전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기분을 내려 본인이 계산을 한 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돈이면 A4용지 4박스, 약 10,000매를 살 수 있다. 여자친구가 공부를 열심히 해 하루에 10장을 쓴다고 해도, 4박스를 다 쓰려면 1,000일이 걸린다. 3년이다.

J양의 남자친구도, J양이 자신의 판타지에 의심을 갖자 그녀에게 '희생'을 강조했다.

"TV를 보면, 남편이 병에 걸려 집에서 누워 있고,
아내가 투잡 뛰면서 아이 다 먹여 키우고 남편 병간호 하는 여자들 얘기도 나와.
넌 그럴 수 있어? 내가 잘못되면 넌 투잡 뛰면서 그렇게 할 수 있냐고?
지금 그런 상황도 아니고, 내가 조금 어려울 뿐인데, 넌 징징거리잖아.
기다리기만 하면 내가 성공해서 다 갚아줄 건데, 뭐가 불안해?"



저 말로 현실을 유예하던 남자친구는 결국 "네가 뭘 했냐? 뒷바라지 제대로 한 적 있냐?"라는 말을 남긴 채 J양을 떠나갔다. 매일 남자친구의 도시락을 싸고, 퇴근 후엔 남자친구 가게에 나가 일을 돕던 J양은 멘탈이 붕괴되었다. 남자친구가 희생의 아이콘과 자신을 비교하며 했던 말에 '정말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혹시 자신이 정말 나쁜 사람은 아닌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나중에 다 해준다고 하는 남자에게 '나중'이 찾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운이 좋아 그 '나중'이 찾아왔다 하더라도, '나중'의 그는 '이걸 내가 다 이룬 건데, 왜 빚진 느낌으로 살아야 하지? 갚을만큼 다 갚은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다음 연애는 '현재'를 살고 있는 남자, '현재'에 감사할 줄 아는 남자와 하길 바란다.



"남자친구가 유학가서 만나지 못하는 커플도 많아. 그걸 생각해." 넌 한국에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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