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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자세만 취하는 여자의 문제

by 무한 2012. 7. 3.
좋아하는 남자에게 저자세만 취하는 여자의 문제
먼저, 사연에 적어 보낸 '팀장님이 날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12가지 이유'에 대한 짧은 답부터 하자. 그 사람이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정말 간단한 방법이 있다. 

- 그 사람이 나에게 먼저 연락을 하는가?


를 살펴보는 것이다. '12가지 이유'를 적어 보낸 대원은 상대에게 먼저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이걸 또 이상하게 해석해 반론을 제기할까봐 하는 말인데, 전 날 보낸 "주무세요?"라는 카톡에 상대가 다음 날 "어제는 일찍 잤네요."라고 답장을 보낸 건 먼저 연락한 게 아니다. 합리화는 분명 무료지만 과용하면 마음고생을 하게 된다는 걸 잊지 말자.

사연을 읽다가 난 '혼자만의 의미부여'보다 더 큰 문제를 발견했다. 사연을 보낸 대원이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저자세'를 취한다는 문제다. 그건 마치 예능프로그램에 처음 출연한 연예인이 어떻게든 한 번 떠 보려고 무리수를 두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에겐 그 모습이, 불편하고 부담스럽다. 단 한 번 주목을 받기 위함이 아니라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저자세'의 모습.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독백의 여왕

 
사연을 보낸 대원의 카톡대화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식의 대화패턴을 찾을 수 있다.

오후 8:21 회원님 - 아까 사무실에서 인사했을 때 쳐다도 안 보시고 ㅠ.ㅠ
오후 8:23 회원님 - 뭐하세요? 바쁘세요?
오후 8:23 회원님 - 물어볼 게 있는데 카톡확인을 안 하시네. ㅠ.ㅠ
오후 8:24 회원님 - 바쁜가 보네요. 나중에 물어볼게요.
오후 8:24 회원님 - 즐밤 보내세요~ ^^
오후 8:29 회원님 - 궁금해서 그냥 물어 볼래요. 그래도 되죠?
오후 8:29 회원님 - 확인하시면 답 주세요. 그러니까, 팀장님 학창시절에...
오후 8:30 최팀장님 - 씻고 나왔어요.
오후 8:30 회원님 - 하핫. 팀장님은 깔끔한 남자~
오후 8:31 회원님 - 식사는 하시고 씻으시는 건가요? 전 다이어트 때문에. ㅠ.ㅠ
오후 8:31 회원님 -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죠?
오후 8:32 최팀장님 - 네, 먹었어요. 뭔데요?
오후 8:32 회원님 - 뭐 드셨어요? 회사랑 집이 가까우면 이럴 때 좋군요.
오후 8:32 회원님 - 전 삼십 분 전에 들어왔어요. 아, 궁금한 게 뭐냐면요...



여성대원에게 사용하기는 좀 미안한 단어지만, 저 대화 속 여성대원에게 별명을 붙여야 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까불이'라고 붙일 것 같다. 그녀의 대표적인 대화기술은 아래와 같다.

-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기
예) "아닌가요?", "아님 말구."

- 긴 독백 후 내용 정리하기
예) "그러니까 결론은 내게도 별다방 커피를 사달라는 것임."

- 독백의 무안함을 달래기 위해 쿨한 척 하기
예) "바쁘신 거 같으니 저는 이만~", "독백은 그만하구 잠잘게요~"



키다리 아저씨에게 들이대는 말괄량이 캐릭터는, 그대가 이십대 초반일 때 일곱 살 정도 차이 나는 연상남에게 사용할만한 카드다. 그대가 이십대 후반일 때, 몇 살 차이 나지 않는 남자에게 사용하면 역효과가 난다. 귀엽긴커녕, 산만해서 정신이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리기 쉽다.

게다가 A에 대해 말하다가 상대에게 답이 없다고 화제를 B로 돌리고, 너무 혼자 수다를 떤 것 같아 다시 C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자기 말을 스스로 무시하는 행위다. 앞서 한 말이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계속 화제를 전환해 나가면, 상대에겐 그대의 말 전부가 대수롭지 않게 들리게 된다. 오래 기다리는 한이 있더라도 앞으로는 한 번의 질문에 하나의 주제만 담도록 하자. "네, 아니요, 네, 알았어요."라고 몰아서 대답하는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2. 위안 구걸
 

속으로 '제발, 아니라고 대답해줘요.'라는 희망을 가지고 하는 질문은, 앞으로 하지 말길 권한다. 단순히 상대에게 위안을 받기 위해서 꺼내는 질문들이 그대를 가볍게 만든다. 

"제가 너무 혼자 말하죠? 앞으론 카톡 자제할게요.ㅋ"
"카톡 자꾸 보내서 짜증나시죠?"
"혹시 제가 귀찮게 하는 건가요? 혼자 친한 척 해서 죄송해요. ㅠ.ㅠ"
"제가 눈치 없다는 소리를 좀 듣는데, 혹시 제 연락이 불편하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난처한 질문을 계속 해서 카톡 확인 일부러 안 하시는 거?"
"저한테만 단답하고 다른 사람들한텐 폭풍카톡 하시는 거 아녜요?"



정말 짜증나서 앞으로는 회사에서도 얼굴 안 봤으면 하지 않는 이상, 저런 질문에 "네."라고 대답할 사람은 없다. 자꾸 카톡을 보내서 귀찮더라도 "제 카톡을 귀찮으세요?"라고 물으면 "아니요. 지금 뭐 하고 있는 중이라서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사연을 보낸 대원은 상대의 "아니요."라는 말을 듣고 기뻐한다. 엎드려 절을 받으면서, '아, 지금 저 사람이 나에게 절을 하고 있어.'라며 감격해 하는 것이다.

당장은 알기가 힘들다. 양치기 소년도 두 번 정도 거짓말을 했을 땐 마을 사람들이 달려오지 않았는가. 위와 같은 '위안 구걸'로 잠시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그 행동이 계속되면 결국 상대도 '아 쫌!'이라는 마음을 먹을 수 있다. 칭찬도 계속 들으면 부담스러운 법인데, 확인 좀 해달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 짜증이 나지 않겠는가.

또 스스로를 낮추고, 자신의 행위를 폄하해서 말하는 것은, '독백의 여왕'에서 말한 것처럼 상대로 하여금 그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 그대에게 계속 위와 같은 '확인 구걸'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자꾸 연락해서 짜증나지?"라고 묻는 친구에게, 그대가 짜증내는 건 시간문제다. 상대가 혹시 이 대화를 짜증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염려하면, 겉만 핥는 대화만 나누게 된다. 혼자 상상한 염려들까지 상대에게 내밀어 확인받으려는 행위는 이제 그만 두자.


3. 분위기 좋을 땐 복수?


이게 아주 가능성이 없는 사연이라면 이렇게 열심히 매뉴얼을 적지도 않았다. 분명 상대도 사연을 보낸 대원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이 아니라, 여동생 생각하듯 챙기는 호감이라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무슨 종류의 호감이든 크게 키우면 그게 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사연을 보낸 대원은 이렇게 자라고 있는 호감에 도끼질을 한다. 호감이 조금 자랄 기세를 보이며 상대가 아빠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면, 그녀는 그간 '저자세'를 취하느라 쌓였던 불만들을 상대에게 꺼내 놓는다.

"제 카톡 드실 땐 언제고 ㅡ.ㅡ"
"폰을 LTE로 좀 바꾸세요. 그럼 답장 빨리 하시겠죠? ㅋㅋㅋ"
"예전 여자친구들이 답장 짧게 한다고 뭐라고 안 했어요?"
"리액션 없는 팀장님 따라한 건데요?"
"제 얘길 얼마나 귀담아 안 들으시면 또 물어 보시나요 ㅡ.ㅡ"



여기다 다 옮겨 적진 못하지만, 사연을 보낸 대원이 복수한답시고 뼈가 있는 말을 던졌다가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일도 몇 번 있었다. 다행히 급 사과모드로 전환해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그런 모습은 자칫 상대에게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 부드러운 눈 뭉쳐 던지는 눈싸움은, 눈싸움 정도로만 그치자. 눈덩이 속에서 돌멩이 넣는 순간부터 그건 장난이 아닌 것이 된다. "아 팀장님 장난이에요~ ㅋㅋ"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아웅다웅'모드로 화기애애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복수심을 발휘해 '사과'로 마무리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진짜 미안하면 팥빙수 사기~"라며 자연스레 만남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을, '복수해주마.'라며 날 선 소리해서 망치지 말자.


마지막으로, 현실에 발붙이고 다가가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연애도 카톡으로 할 생각은 아니잖은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카톡만 보내는 건 이제 점점 줄이고 현실에서 만나길 권한다. 월급날 맞춰서 밥 사기 내기를 해도 좋고, 사연을 보낸 대원과 팀장님이 종종 단둘이 외근을 가는 것 같던데 그럴 때 함께 먹을 간식을 챙기거나 간단한 차량용품을 선물해도 좋다. 이상형이 뭐냐, 회사에 있는 A양 어떠냐, 팀장님은 왜 연애 안 하냐, 이런 질문만 하지 말고 둘의 관계를 구축해 가길 권한다.

두 사람이 만약 연애를 하게 되면 어떤 모습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될 지를 먼저 그려보자. 어느 날 갑자기 팀장님이 그대에게 사귀자고 할 확률은 0.14%로 매우 낮다. 그럼 지금처럼 카톡으로 들이대며 기다려선 안 된다는 얘기다. 상대가 그대를 여동생 챙기듯 챙긴다는 부분을 활용해야 한다. "우린 무슨 사이죠?" 따위의 얘기를 할 생각은 일찌감치 접어두고, 우선은 둘이 만나는 시간을 늘리자.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에게도 하지 못하는 얘기를, 상대가 그대에게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게 먼저다. '팀장님 팬클럽' 모드를 벗어나, '팀장님 여동생' 모드로 친해져 보자.



▲ '팀장님 팬클럽' 모드를 벗어나려면, 팀장님 페이스북 염탐부터 멈춰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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