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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스마트폰, 정말 공짜일까?

by 무한 2012. 7. 19.
오프라인 매장에서 산 스마트폰, 정말 공짜일까?
하도 스마트폰에 관해 물어오는 지인들이 많아 적어두는 글이니, 관심이 없는 독자들은 '뒤로' 버튼을 눌러도 좋다. '스마트폰 최저가 구입'에 대해선 진리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다.

"가족과 여자친구의 폰 외에는 신경 쓰지 말라."


지인들에게 오프라인 매장가의 절반도 안 되게 스마트폰을 구해줘봤자 고맙다는 얘기를 듣기 힘들며, 폰에 이상이 있을 때 '상담원'이나 'A/S 기사' 역할을 해야 하고, 싸게 샀다는 소문이 퍼지면 사돈에 팔촌까지 찾아와 폰 좀 구해 달라고 하기 때문이다.

난 그간 이 진리의 말씀을 어기고 여러 사람 스마트폰을 태워줬다가(최저가를 알아봐 준다는 표현으로, '버스 요금 정도로 스마트폰을 구입하게 도와준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 낭패를 당한 경험이 많다. 스마트폰을 뒷주머니에 넣은 채 깔고 앉아 유리가 깨지자 "이거 인터넷으로 사서 더 약한 거 아냐?"라고 말하는 지인부터 "싸게 구해줘서 고마운데, 현금 같은 건 없어? 대리점에서 사면 현금 준다던데."라고 말하는 지인까지. 오프라인에서 60만원 주고 살 폰을 12만원에 살 수 있게 도와줘도 저런 소리만 들었다.

그래서 이젠 "가족과 여친 외에는 버스를 태우는 게 아니다."라는 진리의 말씀을 철저히 실천하기로 했다. 내 시간 써가며 알아봐줘도 중간에서 리베이트나 챙기는 걸로 오해를 받는, 그런 삽질은 그만 두기로 했다. 앞으로 내게 폰에 대해 질문하는 지인들에게 이 링크를 내밀 생각이다. 출발해 보자.


1. 첫째도 할부원금, 둘째도 할부원금, 셋째도 할부원금.


'할부원금' 개념만 이해해도 이 글의 반은 이해한 거다. 할부원금이란 약정기간동안 갚아나가야 하는 돈을 의미한다. 출고가와는 다르다. N제품을 예로 들어보자. N제품의 출고가는 93만3천9백원이다. 며칠 전(2012.07.11) 대리점에 가서 확인한 N제품의 할부원금은 70만원이었다. 출고가와 할부원금의 차이가 생기는 건, 대형마트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만원짜리 제품을 칠천원에 판다고 써 놔야 더 잘 팔리지 않겠는가. 거의 모든 판매점이 취하고 있는 판매방식으로, 약정을 불이행 했을 때 출고가가 청구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출고가'가 활용된다.

진정한 '공짜폰'이라면 이 할부원금이 0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공짜로 폰을 샀다는 지인들의 할부원금을 들여다보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90만원까지 할부원금이 걸려있다.(고객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자신이 이용하는 통신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할부원금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공짜라고 들었는데, 이건 어떻게 된 일일까?


2. 72요금제, 2년 약정 하시면 공짜세요?


한 대리점에선 위에서 말한 N제품을, 72요금제에 2년 약정을 걸고, 몇 가지 부가서비스를 한 달 이용하는 조건으로 '공짜'로 준다고 했다. 그 얘기는 '할부원금'이 0원이란 얘기가 아니다. 그건 약정에 따른 할부지원 보조금과 플러스 요금할인 등으로, 2년 동안 기계값을 갚아나갈 수 있게 해 준단 이야기다.

72요금제 얘기가 나왔으니 그걸 기준으로 살펴보자. S통신사의 경우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해 약정을 걸 경우 10만원의 할부지원 보조금이 나온다. 그리고 플러스요금할인으로 월 19,800원이 할인 된다. 그 혜택을 다 더하면 2년간 575,200원의 할인을 받는 셈이다. 그래서 따로 갚아나가는 돈 없이 72요금제의 기본요금인 7만2천원에, 부가세 7천2백원, 거기다 할부이자 5.9%를 더해 대략 월 8만원 가량의 요금을 내며 사용할 수 있다.

어쨌든 따로 기계값 갚아가는 것 없이 사용한 요금만 내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N제품을 현재 싸게 파는 곳에서 구입하면, 번호이동 조건으로 할부원금이 29만원이다. 이 할부원금으로 위와 같은 72요금제를 쓰면 한 달에 내는 요금은 68,000원이다. 둘의 차이가 대략 12,000원 정도 나니, 2년간 사용했을 경우 후자는 288,000원의 요금이 절약된다. 뿐만 아니라 필요 없는 군더더기 부가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까지 합치면 대략 30만원 정도를 절약하는 것이다.

악덕 판매자를 만날 경우, 위의 N제품을 2년간 30만원을 갚아나가는 조건으로 주겠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62요금제를 쓰며, 2년간 30만원만 갚아 가면 되도록 요금을 설정 받은 지인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할부금'은 '할부원금'이 아니다. 할부원금은 할부원금대로 있는 거고, 다 혜택을 받은 뒤 30만원을 갚아나가란 얘기다. 그러니까, 실제로 62요금제를 썼을 때 할인 받는 522,400원에 30만원을 더해, 할부원금은 822,400원이 된다. 지금 그대의 할부원금을 확인해 보기 바란다. 내 지인 중에는 휴대폰 출고가 93만원을 할부원금으로 달고 있는 사람도 있다.


3. 위약금이라는 것도 있다.


간혹 몇몇 대리점에서는 이 '위약금'을 할부원금인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위약금은 할부원금과 별도로 약정을 못 지켰을 때 물어야 하는 돈이다. 그러니까

약정 24개월, 할부원금 70만원, 위약금 15만원.


이라는 휴대폰이 있으면, 70만원은 혜택 받아가며 30개월 동안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고, 위약금은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24등분해서 채우지 못한 개월 수만큼 갚아야 하는 돈이다. 때문에 판매점에 가서

"그럼 이거 약정을 못 채우면 위약금 얼마 내야 해요?"


라고 물으면, 대충

"위약금은 15만원 설정되어 있어요."


라고 답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은 대략 1년쯤 쓴 뒤 기기변경을 할 때 75,000원만 내면 되는 줄로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1년이 지나 다른 기계로 변경하려 할 때, 그는 자신이 물어야 하는 돈이 425,000원 이라는 걸 확인하곤 멘붕을 경험한다.

이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까닭에, 최근에는 판매점에서도 의무적으로 할부원금에 대해 고지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개념을 모르면 대충 흘려듣다가 코를 베이기 쉽다. 나름 머리를 쓴다고 "할부원금이 얼마에요?"라고 확인은 했지만, 위약금을 묻지 않아 곤란을 겪는 사람도 있다. 할부원금을 낮게 잡는 대신 위약금을 높게 잡는 방법을 사용하는 곳도 있으니, 두 가지 모두를 잘 확인하길 권한다.


4. 비싸게 파는 데는 뭐고, 싸게 파는 데는 뭐야?


휴대폰 판매를 위해 통신사들은 정책을 내놓는데, 그게 길게는 며칠에 한 번, 짧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은 판매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일반 도매와 온라인 판매점, 그리고 직접 판매하는 사원들에 정책이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가격차가 한 번 발생한다.

또, 같은 오프라인 판매점이라고 하더라도 하루에 한 대를 파는 곳과 하루에 열 대를 파는 곳은 입장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같은 리베이트(판매수당)를 받더라도 그것을 조절해서 팔 수 있는 능력이 갈리게 된다. 쉽게 말해, 한 대 팔면 50만원이 남는데 그걸 자기들이 50먹고 소비자에게 50에 팔 거냐, 또는 20만 먹고 소비자에게 30에 팔 거냐로 갈린단 얘기다. 여기서 두 번째 가격차가 발생한다.

"아니, 무슨 휴대폰 파는데 리베이트가 50이나 떨어져요?
좀 현실성 있게 얘기해 주세요. 50 남으면, 하루에 한 대씩만 팔아도
한 달이면 천오백인데, 그럼 대한민국 사람 다 휴대폰 팔지 누가 회사 다녀요?"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겐 휴대폰 관련 커뮤니티를 한 번 들어가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거기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리베이트가 얼마쯤인지 이미 다 알고 있다. 위에서 말한 N제품의 경우, 며칠 전 한 판매자가 공개한 리베이트가 70만원이었다. 잘 모르는 고객에게 출고가로 폰을 한 대 팔면, 70만원이 남는 것이다. 왜 동네에 편의점보다 휴대폰 매장이 더 많아 졌는지 이제 이해가 좀 될 거라 생각한다.

물론, 저걸 다 먹고 판매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리베이트를 전부 다 먹는 판매사는 없을 겁니다.
다른 가게랑 경쟁도 해야 하고, 
비싸게 팔면 소문을 통해 고객들이 먼저 알게 되니까
며칠 장사하고 뜰 생각이 아니라면 리베이트를 몽땅 다 먹진 않죠.
2년간 일하면서 리베이트 다 먹어본 적 딱 한 번 있습니다.
옛날엔 그랬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힘들어요."



한 판매자가 휴대폰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5. 그럼 어떻게 해야 싸게 살 수 있나?


나도 이걸 확, 공개하고 싶은데 그러면 일이 커진다. 먼저, 특정 사이트의 홍보로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스나(스나이퍼. 저격수라는 뜻으로 정책을 위반해가며 싸게 파는 곳을 신고하는 사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판매자들은 위에서 말한 '하루에 한 대, 하루에 열 대'가 아닌, 하루에 백 대를 팔기도 한다.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팔기 때문에 위에서 정한 정책을 위반하기도 하는데 그게 걸리면 그들은 영업정지를 당하게 된다.

또, 버스(버스요금 정도로 폰을 파는 판매자)가 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공개하기 힘든 점 가운데 하나다. 버스는 순식간에 왔다가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폰을 싸게 사려면 버스가 다니는 곳으로 가 매복을 해야 한다. 경험해 봐서 아는데, 이건 사람을 정말 피폐하게 만든다. 때문에 누구에게 권하고 싶지 않다.

이런 거 다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동네에 있는 판매점에 가서 마음 편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지금까지 나온 폰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왔으며 출고가가 가장 비싼 폰을 구입하는 게 그나마 손해를 덜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가장 싼 곳에서 50만원에 파는 폰을 판매점에서 90만원에 사는 것이, 3만원에 파는 폰을 90만원에 사는 것보다 손해를 덜 보는 것일 테니 말이다.

고가의 폰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으로 현재 자신이 사려는 제품의 중고가를 알아보고 난 뒤, 그 중고가 이하로 가격(할부원금+약정금)을 맞춰 주는 곳에서 구입하면 된다. 위에서 말한 N제품의 중고가가 현재 45만원 정도인 걸로 아는데, 할부원금과 약정금을 합쳐 그 정도 가격에 샀다면 잘 산 편이라고 할 수 있다.(단, 번호이동에만 한해서다. 신규가입이나 기기변경은 정책이 별로 없어 중고가 이상이 될 수 있다.)


할부원금 3만원에 약정금 없이, 3무(가입비 無, 유심비 無, 부가서비스 無)로 살 수 있는 폰을 할부원금 60만원에 사 온 지인을 보고 답답해서 이 글을 적게 되었다. 폰을 알아봐 달라는 다른 지인의 부탁을 받고 알아봐 주니 "근데 너 이렇게 폰 구해주면 얼마 받아?"라는 이야기나 듣는 것도 황당하고 해서 말이다.

끝으로 한 휴대폰 커뮤니티의 집단지성이 남긴 몇 가지 이야기들을 적어둘까 한다. 그들에게는 '십계명'과 같은 이야기인데, 일반인들이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니 다섯 가지만 적겠다.

1. 본인과 가족, 여자친구 외에는 버스를 태우지 말라.
-> 어느 회원은 "버스는 오로지 너 자신만 타라."라고 말하기도 한다.
'해주고 욕먹은' 경험을 한 많은 회원들이 제 1계명으로 세운 말이다.

2. 이웃의 휴대폰 구입에는 "핸드폰 바꾸신 거 축하드려요."라고만 말하라.
-> 할부원금의 개념을 알려주면 이웃이 멘붕에 빠지니,
좋은 게 좋은 거라며 그냥 넘어가라는 뜻이다.

3. 보증은 설지언정 6만원 이상 요금제, 3유는 타지 말라.
-> 비슷한 얘기로 "가입비는 내는 게 아니다.",
"할부원금 20만원 이상의 폰은 타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4. 별(현금) 주는 데는 타는 게 아니다.
-> 현금을 받기로 약속 했다가 못 받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현금을 받느니 차라리 그만큼 할부원금 할인 받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비슷한 말로 "대납(판매점에서 대신 납부)은 타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5. 휴대폰은 월초, 월말에 사는 거다.
-> 판매정책이 월초와 월말에 좋아지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월 중반이었던 최근 일주일간은 '빙하기'로 좋은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노파심에서 하나만 더 추가 하자면, 조금이라도 더 싼 조건만 찾으려다간 유심비(9,900원)에도 목숨을 거는 웃지 못 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술 한 번 안 먹는다 생각하고, 필요한 폰을 필요할 때 사는 게 가장 좋다. 혹 '할부원금의 노예'에서 '최저가의 노예'가 될까봐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 자 그럼, 후라이데이가 하루 남은 오늘. 힘내서 무사히 넘겨보자.



▲ 열 네 살짜리 꼬마가 62요금제에 N제품을 사용한다는 말에 멘붕. 휴대폰의 노스패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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