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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남자유형 2부

by 무한 2012. 8. 3.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남자
이거 하나만 먼저 얘기하고 시작하자. 그대뿐만 아니라 사연을 보내는 모든 대원들이 90% 이상의 심증을 가지고 있다.

- 내가 말 했던 거 기억해서 나중에 말하거나 선물하는 남자.
- 다른 사람보다 나를 더 특별하게 챙기는 남자.
- 실제로 통화를 하며 내 마음을 떠보는 듯한 멘트를 날린 적 있는 남자.



다들 저런 남자들과 말랑말랑한 에피소드 몇 개씩 가지고 있으니까 잠 못 이루며 고민하는 거지, 남들은 특별히 멍청해서 헛물켜는 게 아니다. 저렇게 심증은 있는데 눈에 보이는 물증이 없으니,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에 우울한 기운만 발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가 연애 경험이 없어서 다가오질 못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여성대원들도 있는데, 그 대원들에겐 "그럴 리 없습니다."라고 답해주고 싶다. 내 경험과 그간 받았던 사연을 근거로 말하자면, 오히려 연애 경험이 없는 남자는 더 열정적이기 마련이었다. 미안하지만 '연애 경험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반하지 않아서'라는 게 정답에 가깝다.

욕심을 부려 가지를 많이 뻗은 나무는 그만큼 힘들기 마련이다. 가지마다 영양을 공급해야 하니 가지에 달리는 과실도 상태가 좋지 않다. 그대의 연애도 마찬가지다. 심증만으로 둘의 관계를 구축해 나가다간 물증 부족으로 결핍에 시달리게 되고, 상대의 작은 행동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는 안타까운 실수를 하게 된다. 매뉴얼을 읽곤 'GO냐 STOP이냐.'의 결정만 내려달라는 대원들이 있는데, 난 무조건 GO를 권한다. 단, 솎아 낼 건 솎아 내고 가자. 버릴 건 버리고 가야지, GO라고 해서 연애에 올인 하며 들이대면 나중에 쪽박을 차기 쉽다. 자, 솎아 내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 오늘 좀 더 해보자.


4. 심문남

 
다들 경찰이나 국가기관이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범죄자를 심문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많이 봤을 것이다. 상대에게 겁을 주거나, 달래거나, 불기만 하면 달콤한 보상을 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걸며 대화하는 모습 말이다. 그들은 그런 심문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고 난 후, 더 이상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듣고 싶은 얘기는 다 들었으니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 없는 것이다.

'심문남'들이 바로 위와 같은 모습으로 이성에게 다가간다. 그들은 상대에게 열정적으로 들이대며 "제발 이 말을 해 줘."라고 요청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난 후엔 심문을 마친 형사와 같은 태도로 상대를 대한다.

"뭐? 내가 그랬었나?"


요따위 태도로 말이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촉이 무딘 몇몇 대원들이 또 뭔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항의메일을 보낼 수 있으니, 사연에 등장한 실제 멘트들을 몇 가지 적어두겠다.

"남자친구가 왜 없어? 나 있잖아."
"난 머리 묶은 여자를 좋아해. 그러니까 내일 머리 묶고 와."
"내가 만약 휴가 같이 가자고 한다면, 뭐라고 대답할래? 너 가고 싶다는 남해로."



저 멘트들은 일반적인 '썸남썸녀' 사이에서 오갈 수 있는 멘트다. 그런데 '심문남'이 한 저 멘트의 문제는, 실제로 그럴 생각이 없이 저 말을 한다는 데 있다. 마지막 멘트를 예로 들어, 저 말에 상대가 "응. 좋아. 가자."라고 답하면 심문남은 그냥 그것으로 만족한다.

때문에 심문남과 엮인 여성대원은 '마음은 들키고 진전은 없는' 상태에 빠진다. 겨우 마음을 다잡았을 때쯤엔 심문남이 다시 찾아와 심문을 하고 돌아간다. "내가 만약 뭐 하자고 하면, 넌 할 거야?" 식으로 그녀의 마음만 확인하곤, 긍정적인 대답에 만족해하며 또 가 버리는 것이다.

상대가 심문남임을 확인했다면 스팸차단과 번호변경 등을 해서라도 연을 끊는 것이 가장 좋다. 심문남은 케이크 위에 있는 초콜릿 장식만 빼 먹는 친구와 같다. 팥빙수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만 골라 먹는 친구, 피자 위에 있는 치즈와 페퍼로니만 골라 먹는 친구, 치킨 먹을 때 다리랑 날개만 골라 먹는 친구, 노래방에 가서 자기 노래 우선예약만 하는 친구. 심문남이 친구라면 지금 무슨 짓 하는 거냐며 한 마디 해줄 수 있겠지만, 그와 연애를 하려는 대원들은 혹 한 마디 했다가 그가 멀어 질까봐 말도 못하고 혼자 애만 태운다.

심문남과 연을 끊기가 너무 어렵다면, 최소한 그가 원하는 대답이라도 쉽게 하지 말길 권한다. 그대의 마음이 손쉽게 볼 수 있는 해답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 그대는 뒷장만 펴도 쉽게 답을 알 수 있는 해답지다. 앞으로는 노력을 해 풀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문제'가 되길 권한다. "내가 사귀자고 하면, 넌 뭐라고 말할 거야?"라는 말에 쉽게 넘어가지 말고, "너 외롭구나? 땀 많이 흘렸을 텐데 씻고 자라."라고 가볍게 쳐내길 바란다.


5. 깨인남


"내가 지금 연애 할 상황이 아니다." 또는 "연애보다 일(혹은 돈, 성공, 공부)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남자들이 '깨인남'에 속한다. 좋게 말하면 소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7막 7장'류의 이야기에 세뇌되었다고 할 수 있다.(7막 7장에서 저자가 유학을 가기 전 여자후배가 자신에게 준 편지를 찢어 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뭔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편지 찢고 유학 간다고 다 하버드 수석 졸업을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여하튼 이건 삶을 대하는 태도나 삶의 방식과 관련된 이야기니 가타부타 하진 말기로 하자. 어쨌든 우린 이런 남자들을 '깨인남'이라고 부르기로 하고, '깨인남'에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를 살펴보면 된다.
 
먼저 관계에 대한 '결정권'이 상대에게 있기 때문에, 그대가 상대의 결정을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는 걸 알아두자.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이 '결정권'을 가져오는 것이지, 상대의 생각을 돌리거나 소신을 부수는 게 아니다. "왜 병행할 수 없는데?",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연애를 할 수 있는 거잖아.", "친구 만나듯 그렇게 지낼 수도 있잖아?" 등의 이야기로 '끼워 넣기'를 시도해 봐야 상대에게 부담만 줄 뿐이다.

한 대원의 사연을 보자.

"그 오빠가 바쁘긴 정말 바빠요. 이것저것 배워야 한다면서 학원도 등록했고,
자격증도 두 개나 준비하고 있고. 사교성 좋아서 친구들과도 자주 만나요.
어제도 친구들이랑 만나서 밤늦게까지 놀다가, 새벽에 연락 하더라고요.
이제 들어가는 길이라고. 그러면서 제 일과 물어보더라고요. 남자친구가 하는 것처럼.
그래서 다 말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가 전화를 끊고 잤어요.
아침에 연락했더니, 오늘은 또 공부 때문에 바쁘니 저녁에 통화 하자고 하네요.
이렇게 바쁜 남자는 어떻게 해야 하죠? 당장 연애를 할 생각이 없어 보이긴 한데,
만약 저랑 연애를 시작하더라도 계속 이런 생활이 이어질까요? 아 정말 머리 아파요…."



그대라면, '맞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쫓을 순 없지.'라며 한 마리 토끼를 쫓는데, 다른 한 마리가 뒤에서 따라오면 어떡하겠는가? 쫓아오는 토끼는 쫓아오도록 두고, 저 멀리 도망가는 토끼를 쫓을 것 아닌가. '깨인남'이 바로 그와 같은 생각으로 지금 달리고 있는 중이다. 성공이나 공부를 향해 달리는데, 그대가 알아서 쫓아오니 쫓아오도록 두는 거다. 상대에게 그대는, 학원 끝나고 친구들하고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전화를 걸어도 통화할 수 있는 존재다. 바쁠 때면 '일시정지' 해 두었다가 나중에 한가해지면 다시 말 걸어도 아무 문재 없는 존재.

우선 처음엔 그렇게 쫓아가도 된다.(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상대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를 들을 정도로 친해지기 전까진 그래도 된다.) 상대에게 "돌아서서 날 좀 봐줘."라며 매달리지 말고 발걸음 맞춰 쫓아가는 거다. 그러다가 상대가 남자친구 행세를 시작할 때쯤에 딱, 멈춰 서는 거다. 계속 쫓아가고 싶은 마음이 그대를 유혹하겠지만 이를 악 물고 참아야 한다. 상대에게 형편없는 모습만 보인 게 아니라면, 분명 상대가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온다. 그냥 이대로 가면 그대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드는 것이다.
 
그대가 할 일은 저 시기가 찾아오기 전까지 '놓치면 안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이에 대해선 '놓쳐도 될 것 같은 여자, 놓칠 수 없는 여자' 정도의 제목으로 매뉴얼을 한 번 발행하도록 하겠다.) 그리고 저 시기가 찾아왔을 땐 상대를 부르거나, 상대에게 매달리거나, 상대가 돌아본다고 해서 다시 쫓아가는 일만 하지 않으면 된다. 다시 그대를 부르는 상대에게

"난 특별한 연애를 바라는 게 아니야.
하루의 시작을 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위안과 격려가 될 수 있는 정도의 연애.
그 정도가 내가 바라는 거야.
여유가 될 땐 같이 놀러가기도 하는, 뭐 그런 관계.
그러니까 일과 연애를 너무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따위의 말을 하는 건, 다시 상대를 쫓아가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역시, 넌 믿음직해."


정도의 얘기를 건네며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악마가 입는다는 프라다. 그 프라다 매장의 직원들이 왜 동대문 시장에서처럼 손님을 잡아끄는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다른 유형의 남자들에 대해서는 3부에서 더 살펴보기로 하자. '연인처럼 지내는데 사귀자는 말 없는 남자'와 관련된 사연은 normalog@naver.com 으로 보내면 되는데,

- 둘 사이에 미묘한 느낌이 있는 것 같은데 사귀자고는 안 하는 남자.
- 밥 사준 적 있고 집까지 태워다준 적도 있는데 사귀자고는 안 하는 남자.
- 소개팅에서 만나 간간히 연락을 하는데 사귀자고는 안 하는 남자.



등의 이야기를 보내면 좀 곤란하다. '연인처럼 지내는데'라는 건, 올 초에 스키장 한 번 같이 다녀 온 후로 지금까지 만난 적 없는 관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니 말이다. 상대와 최소 3일 이내 연락, 7일 이내 만남이 있었던 대원들만 사연을 보내주길 바란다.

자 그럼 불금(불타는 금요일), 다들 마음껏 즐기길 바라며!



▲ 오늘의 추천 브금(BGM)은 정턱과 쾌남들의 <메리어스는 내 흑인 친구>입니다. 뮤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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