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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여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궤변남 구별법

by 무한 2012. 9. 14.
여자라면 꼭 알아둬야 할 궤변남 구별법
백과사전에 적힌 '궤변'의 정의는 이렇다.

궤변은 얼른 들으면 옳은 것 같지만 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말을 억지로 둘러대어 합리화시키려는 허위적인 변론을 일컫는 말이다. 상대를 속여 참을 거짓으로, 거짓을 참으로 잘못 생각하게 하거나, 또는 거짓인줄 알면서도 상대방이 쉽게 반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사상적 혼란과 감정이나 자부심 등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궤변은 처음부터 어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 두산백과, '궤변'에 관한 설명 중


사실 궤변도 어느 정도 머리가 돌아가지 않으면 사용하기 어렵다. 그럴듯하게 끼워 맞추지 못하면 듣는 쪽에서 횡설수설이나 억지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으니 말이다. 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는 어느 소개팅남의

"여자는 서른다섯이 넘으면 생식능력이 떨어지니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튕기지 말고, 우리 얼른 날짜 잡죠."



라는 말은, 듣자마자 '궤변' 보다는 '개변'같은 소리라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아직 주관이 뚜렷하게 서지 않은 꼬꼬마 대원들, 상대에게 호감을 가진 까닭에 그의 말을 필터링 하지 않는 대원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마땅한 반론을 떠올리지 못해 상대에게 말려든 대원들이 '궤변남'에게 휘둘린다.

궤변은 길게 놓고 보면 보이는데다가, 궤변남들에겐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기에 그걸 지켜보란 얘기를 매뉴얼을 통해 지겹도록 했다. 하지만 이미 한 번 휘둘리기 시작한 대원들은 멈춰 서서 돌아볼 여유도 없이 계속 휘둘리고 있기에 안타깝다. 그 대원들이 땅에 발 딛고 차분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오늘은 궤변남들의 '궤변'에 대해 살펴볼까 한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미안하게 만들기


한 궤변남이 꼬꼬마 여성대원을 휘두르는 레퍼토리를 잠시 보자.

ⓐ "보고 싶다.", "넌 나 안 보고 싶어?" 라는 말로 만남 유도.
ⓑ 보고 싶다고 하니(?) 직접 집 앞까지 찾아가겠다는 말을 함.
-> 먼저 보고 싶다고 한 건 궤변남 쪽인데, 
보고 싶다는 대답을 들은 뒤 상대가 만남을 요청한 것처럼 이야기 하네?
ⓒ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면서 술을 마심. 이즈음 대중교통이 끊김.
ⓓ 차가 끊겨서 돌아갈 수 없어진 상황. 몸이 더 좋지 않다며 커피숍을 가자고 함.
-> 몸이 좋지 않으면 약속을 미뤘어도 되는 거였는데
왜 찾아와서는 대책 없이 계속 시간을 계속 보내지?
ⓔ 문 연 커피숍이 없자 커피를 사서 모텔에 들어가 얘기하자고 함.
-> 얼마나 중요한 얘기기에 커피를 사가지고 모텔까지 가서 해야 할까?
ⓕ 여자가 거부하자, 안 좋은 몸 이끌고 이렇게 왔는데 내치는 거냐며 따짐.
-> 안 좋은 몸이든 좋은 몸이든 얼굴 보고 얘기 다 했으면, 혼자 쉬면되잖아?
ⓖ 남자에게 호감도 있는데다가 미안해지기까지 한 여자가 승낙. 빰빠밤.
-> 컨디션 안 좋다며? 그건 컨디션과 별개의 문제인 것인가? 꾸러기네.
ⓗ 다음 날, 여자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고 생각. 다정하고 긴 연락을 주고받음.
-> 김칫국이라도 마셨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자. 다정하고 긴 연락이라도 했으니까. 뭐.
ⓘ 연락두절. 여자의 폭풍카톡. 남자는 집에 큰일이 났다며 연락 자제하라고 함.
-> 꼭 이러더라. 한참 잠수 하다가 뒤늦게 고개만 내밀곤 적반하장.



위의 레퍼토리에서 아주 약간씩의 변형만 있는 사연이 수두룩하다. 장소가 모텔에서 건물 옥상이나 자가용으로 바뀌거나 핑계가 집의 큰일에서 친구의 사고나 누군가의 장례식 등으로 바뀐 사연들 말이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당하는 여성대원이 바보 같아 보이겠지만, 실제 사연에선 ⓐ와 ⓑ 사이의 이야기가 전체의 8할을 차지한다. 상대는 여자의 건강, 식습관, 날씨, 기분, 학업, 가족, 출퇴근, 스트레스까지 챙겨가며 '더 없이 좋은 남자'의 역할을 충실히 실행한다. 그의 관심과 립서비스를 받는 여자는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좋아하지만, 그걸 다 받은 까닭에 훗날 상대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어 진다.

"난 한 시간 보려고 두 시간 거리를 가는 거잖아.
그런데 밖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자고?
꼭 밖에서 만나야만 한다면 네가 이쪽으로 와.
정말 너무한다. 친구들도 너희 집 놀러 와서 놀고 그런다며.
그런데 너 보려고 두 시간이나 차타고 간 나는 문전박대하고."



대략 위와 같은 식의 이야기로 미리 '자취방 예약'을 하는 남자도 있었다. 저 얘기를 지금처럼 멀리서 보면 "내가 거기까지 가는 대신 네 자취방에 들여보내줘. 안 들여보내 줄 거면 네가 직접 여기로 와." 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만난다는 설렘에 들뜬 상황에서 카톡으로 저런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려들어 결국 승낙하는 경우가 많다. 어머니가 아프시다며 잠수 탄 상대를 3주 째 기다리고 있는 한 여성대원에게 김칫국 국그릇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2. 별 거 아닌 것처럼 만들기


뭔가를 구입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갈등을 해 본 적 있을 것이다.

'이걸 살 돈에 조금만 더 보태면 저걸 살 수 있는데.'


경차를 사려고 했던 한 회사원이 동료들의 말에 이끌려 외제차 카달로그를 보게 되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지 않은가.

"경차가 이점이 있긴 한데, 그래도 사고엔 취약하지. 소형차로 알아봐."
"소형차나 중형차나 별로 가격차이 없어. 풀옵 소형차 사느니 노멀 중형차로 사."
"소형 중형을 떠나서, 차는 국산이란 외제랑 엄청 차이나는 거 알지? 수입차로 사."



저런 부추김을 '부채질'이라 한다면, 궤변남들은 부채질의 달인이다. 위에서 소개한 레퍼토리에서만 보더라도

"친구들도 네 자취방에 놀러 가는데 난 왜 안돼?"
"커피숍에서 커피 마시는 거랑 커피 사서 모텔에서 마시나 뭐가 달라?"



라는 부채질이 등장한다. 남자를 자취방에 들인다는 거나 모텔에 간다는 건 엄연히 다른 일인데, 별 생각 없이 저 얘기를 듣고 있다 보면 그럴듯한 까닭에, 많은 여성대원들이 상대의 제안을 승낙한다. 부채질은 그 승낙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 다른 제안을 내 놓으며 또 시작된다.

"난 찜질방에 가서 잘 수도 있지만, 거기서 자나 여기서 자나 똑같은 거다."
"사귀어야만 그걸 할 수 있다는 건 사회적 고정관념이다. 틀에 갇히지 말자."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건 스스로를 속이는 거다. 지금 너의 감정은 어떤가?"



정말이지, 디오게네스도 울고 갈 정도의 엄청난 철학이다. 물건을 살 때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건 사회적 고정관념이고, 탐나는 남의 것을 훔치지 않는 것은 스스로를 속이는 거고 뭐 그런 건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여성대원들이 저 순간, 저 말에 넘어가고 만다. 물론 시간이 흐른 뒤엔 다시 정신을 차린다. 상대가 보여주는 행동들이 저 말이 '궤변'이었다는 걸 증명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또 남은 미련과 약간의 기대를 붙잡은 채 방황한다. 아래에서 설명할 -궤변남들의 특기인- '여지 남기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3. 변명하기와 여지 남기기


위에서 궤변남들이 '부채질의 달인'이라고 말했는데, 변명에 관해서 그들은 황제에 가깝다. 특히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그건 내 진심이다."
"너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게 오해였다면 내 잘못이다."
"내가 정말 그런 거라면 난 쓰레기다."



변명 3단 콤보는 멀쩡한 사람을 바보 만드는 데 기가 막히게 쓰인다. 저걸 사용해 연애와 관련 없는 아무 대화를 한 번 만들어 보자. A가 궤변남, B가 궤변남의 친구이며,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B가 중고차를 산 것이 화제로 떠 오른 상황이다.

A - 야, 딴 얘기해. 똥차 산 거 가지고 몇 시간을 떠들어. 새 차 산 것도 아니고.
B - 뭐? 똥차?
A - 웃자고 한 소리에 왜 발끈하고 그래?
B - 웃자고 할 소리라도 말은 좀 가려서 해야 한다는 생각 안 드냐?
A - 친구끼리 그런 말도 못 하냐?
B - 친구는 친구고, 네가 차 샀는데 누가 똥차라 그러면 좋겠냐?
A - 내가 진짜 똥차라고 생각해서 그런 건 아니잖아.
     난 네가 차 산 거 축하해. 부럽기도 하고. 그게 내 진심이다.
B - 넌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처음 꺼낸 말이 '똥차'니까 듣는 난 화가 나지.
A - 난 내가 그렇게 농담을 해도 네가 받아 넘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농담에 개의치 않을 아량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해였다면 내 잘못인 것 같다.
B - ……
A - 내가 악의를 가지고 똥차 얘길 꺼낸 거라면, 정말 내가 쓰레기다.
     정말 그런 거 아니다. 아까 축하한다고 말한 게 내 진심이다.

 

저 대화에서 묘하게 논점이 변해가는 것이 보이는가? 친구가 산 중고차를 '똥차'라고 한 것이 최초 논점이었는데, 궤변남의 말들로 인해 점점 '농담을 농담으로 못 받아들이는 네가 소인배.''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내 진심을 오해한 네가 잘못한 것'으로 논점이 옮겨간다. 

"내가 말실수를 한 것 같다. 돌이켜보니 농담이 과했다. 미안하다."


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궤변남 대부분이 대화 시 저런 식의 변명 콤보를 사용해 상대를 '이상한 여자'로 만든다. 

"내가 연락을 안 해서 날 오해한 것 같은데,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일이 있었다. 
난 네가 날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오해였다면 내 잘못인 것 같다.
내가 너와 함께 그날 밤을 보낸 뒤에 안 만나려고 한 거라면 난 쓰레기다. 
그날 말했던 너에 대한 내 감정은 진심이다. 지금은 일 때문에 정신이 없다."



대단하지 않은가? 저런 식으로 변명하며 여지를 남겨둔다. 멍청해서 저기에 당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믿어보려다가 당하는 거다. 양다리가 걸려도 당당하게 "네가 날 양다리나 걸치는 남자로 오해할 줄 몰랐다. 넌 전에 내가 말한 진심을 의심한 거다."라며 변명콤보를 사용해 빠져나가는 남자. 남은 믿음까지 쥐고 흔드는 이 궤변남들에게 더는 당하는 여성대원들이 없길 바란다.


아직 할 얘기가 무수히 남았지만, 나도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준비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얘기하고 마칠까 한다. 

"내가 단순히 여자가 필요했던 거였다면 너 말고도 얼마든지 있다. 
내 주변에 계속 나한테 연락해 오는 여자들도 있고,
전에 사귄 적 있는 여자 연예인도 나한테 만나자는 얘기를 한다. 
여자가 아쉬워서 너에게 이러는 게 아니다. 
왜 내 진심을 의심하고 내 얘기를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냐."



라며 쉬다 가자는 얘기를 하는 남자에겐 "가서 걔네들이랑 놀아. 난 네가 꾸러기라는 걸 알고 있어."라고 말해주기 바란다. 저건 하다하다 안 되니까 '나 이렇게 대단한 남자니까 튕기지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라는 본심까지 드러낸 거다. 

궤변남은 외롭고 심심하면 다시 돌아온다. 돌아와선 '네가 나를 좋아했던 그때의 감정'을 쿡쿡 찌르며 온갖 의미를 부여해 다시 흔들기 시작한다. 생각이 난다느니, 보고 싶다느니, 풀지 못한 오해를 풀고 싶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그럴 땐 웃으면서 조용히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주기 바란다. 두 번 먹으라는 얘기와 함께. 



▲ '간단하게 커피 한 잔'은 절대 간단하지 않답니다. 불금을 원하시는 분은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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