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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연애 못하는 20대 초반 남자들의 특징 2부

by 무한 2012. 10. 8.
연애 못하는 20대 초반 남자들의 특징 2부
지난 매뉴얼을 발행하고 난 뒤 수많은 이십대 초반의 '연못남(연애 못하는 남자)'들이 사연을 보냈다. 참 신기한 게, 그들의 90% 정도는 이미 고백을 했다 퇴짜를 맞은 상황이었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질문을 하고 있었다.

"(사연 설명 후) 이 정도면 이제 희망은 없는 건가요?
그녀와 연애하지 않더라도, 그냥 아는 사이로라도 지내는 게 제 목표인데
정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건가요?
그녀를 위해서라면 제가 포기하는 게 맞는 걸 텐데, 어렵네요.
다시는 못 보게 될 수도 있지만, 마지막으로 고백해 보려는데, 어떤가요?"



저 얘기를 하는 남성대원들은 현재 'Creep'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You're so very special
넌 정말이지 끝내주게 특별해.
But I'm a creep, I'm a weirdo
하지만 난 별 볼 일 없는 놈이야, 그저 이상한 놈이지.

- Radiohead, <Creep> 중에서


이런 마인드로 상대에게 대시하는 건 '고백'이 아니라 '구걸'이다. 제발 내게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징징 거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바닥에 엎드려 상대에게 쩔쩔 매면, 절대 상대와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오늘 이야기는 이 '구걸모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부터 시작해 보자.


1. 너의 사랑이 아니라도?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와 연애하고 싶으면 그 마음 지키면서 상대와 친해져야지

너의 사랑이 아니라도
네가 나를 찾으면 너의 곁에
키를 낮춰 눕겠다고
잊혀지지 않음으로 널
그저 사랑하겠다고

- 서지원, <내 눈물 모아> 중에서


이런 노래를 부르며 숨어들면 어쩌자는 건가. 상대에게 허락을 받아야만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 속 꼬꼬마를 몰아내자. 굽신굽신 하지 않아도 충분히 친해질 수 있다. 

만약 그대의 마음에 구멍이 있는 까닭에 그대가 '구걸모드'를 애용하는 거라면 그 구멍부터 메꿔야 한다. 스스로를 루저, 혹은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구걸모드'를 벗어날 수 없다. 누구를 만나든 '상대는 A급, 나는 C급'이라는 생각으로 출발하게 되니 말이다. 이에 대해 가볍게 참고할 만한 것으론 영화 <내겐 너무 과분한 그녀>가 있고,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대원들은 알랭 드 보통의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이라는 책을 읽길 권한다.(개정판은 제목이 <철학의 위안>으로 변경되었다.)

상대에게 연락하는 것이 '폐를 끼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방법이 없다. 그런 대원들을 데려다가 국밥이라도 한 그릇 사 먹이며

"긴장하지 말고, 그냥 국밥집 들어올 때처럼 하란 말야.
들어올 때 들어와도 되냐고 물어보고 들어왔어? 아니잖아.
그리고 죄 지은 것도 아닌데 왜 구석자리로 숨어 들어가.
한 가운데 앉아서 딱 외치란 말야. 여기 국밥 두 개요!"



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먼저 인사를 하면 이상할까요?"


갑빠 뒀다가 어디에 쓰려고 그렇게 움츠려 드는가. 어깨 딱 펴고 배꼽인사.


2. 호감 찾아 삼만리


내가 한창 자전거에 빠져 있을 때 자전거 커뮤니티를 자주 갔는데, 한 달 정도 질문만 하는 회원을 본 적이 있다. 그 회원은 자전거를 산 뒤 열심히 연습해 장거리 라이딩을 갈 예정이라며, 어떤 자전거를 구입해야 하는지부터 물어봤다. 그의 질문 변천사를 잠깐 옮기면 아래와 같다.

ⓐ 장거리 라이딩을 위해 어떤 자전거를 구입해야 하는지?
ⓑ 추천 받은 자전거는 비싸던데, 일반 자전거로는 장거리 라이딩을 할 수 없는지?
ⓒ 일반 자전거를 산다면 장거리 라이딩을 위해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
ⓓ 처음 자전거를 타면 엉덩이가 아프다고 하던데,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 패드 들어간 쫄쫄이 바지를 사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민망해도 구입해야 하는지?
ⓖ 클릿페달이 힘 전달력이 좋다는데, 그걸로 사서 바꿔야 하는지?
ⓗ MTB말고 로드로 사라던데, 로드로 구입하는 것이 정말 좋은지?



저 질문을 하는 동안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봄날씨는 다 지나갔고, 더워서 라이딩이 어려운 여름이 되었다. 결국 저 회원은 가을이 되면 자전거를 구입해서 연습한 후 라이딩을 가겠다고 했는데, 얼마 전 잠깐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장갑과 헬멧, 자전거 경량화, 정비장비 구입 등에 대한 질문만 잔뜩 올리고 있었다. 아마 그 회원이 '입 라이딩(입으로 자전거 타기)'을 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전국투어를 두 번쯤 끝냈을 것이다.

이십대 초반의 몇몇 남성대원들도 연애에서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 상대와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얼마든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자신에게 호감을 가졌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려 하다가 관계를 망치는 것이다. 그들은 상대에게 "추석 어떻게 보내고 있어?"라고 물어야 하는 시점에, 

"집으로는 언제 올라 와? 개천절엔 뭐해? 시간있어?"


따위의 질문만 한다. 상대와 영화라도 보게 되면, 그들은 영화를 보고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뒤로 미뤄주고, '손잡으려 할 때 피하나 안 피하나'에만 신경을 곤두세운다. 상대를 세워둔 채 계속 찔러만 보는 거다. 카톡으로 대화를 하다가도 혼자 분위기에 달아올라 "만약 내가 너한테 고백하면 어떻게 할 거야?"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가 거절의 뉘앙스가 풍기는 답을 하면, 장난이었다는 식으로 답하거나

"그렇구나. 앞으로는 내 마음을 좀 줄여야겠네. 연락도 자제해야지."


따위의 공갈협박을 하기도 한다. 겁먹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것이다. 호감을 확인하느라 틈만 나면 이런 식으로 상대를 찔러 질리게 만들어 놓곤, "이번엔 정식으로 고백 해 보려 합니다."라니. 토익 모의고사 다섯 번을 봐 전부 400점 이하의 점수가 나왔는데, 이번엔 토익 본시험에선 900점을 기대한다는 얘긴가?

응시만 하지 말고 제발 공부를 좀 하자. 그래야 성적이 잘 나올 것 아닌가. 


3. 아는 여자 멸종 위기


한 달에 한 번도 '아는 여자'와 사적으로 연락을 하지 않는다거나, 반년에 한 번도 '아는 여자'와 식사를 하지 않는다면 이거 좀 상황이 곤란한 거다. 모태솔로라 여자사람과 아예 접점이 없어 그런 거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물 불 가리지 않고 들이대다 스스로 '아는 여자'를 멸종시킨 거라면 큰 문제다. '아는 여자'의 수가 줄어갈수록 위기감을 느껴, '새로 알게 되는 여자'에게 더욱 과격하게 들이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는 여자'를 멸종시켜가는 루트는 대표적으로 세 가지 정도가 있다.

① 서로 잘 알게 되기도 전에 일단 고백해서 멸종.
② 이성을 모두 '연애의 대상'으로 보는 까닭에 들이대다 멸종.
③ 이성에게 이성을 소개해 달라고 징징거리다 멸종.



개인적으로 가장 날 가슴 아프게 하는 대원은, 저 세 방법을 모두 사용해 '아는 여자'를 멸종시킨 대원이다. 대표적으로 2년 째 연애사연을 보내고 있는 Y군이 있는데, 그는 작년까지만 해도 '아는 여자 멸종위기 1급'인 상황으로 근근이 연락하고 지내는 '학교 후배'가 있었지만, 올해 초 그 후배의 미니홈피 사진첩을 보며 소개팅을 시켜달라고 징진댄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그는 학교에서 선배 누나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가, 동기에게 관심이 있다고 했다가, 나중에 후배가 들어오니 후배에게 관심이 있다고 한 까닭에 여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된 채 휴학을 했다. 친구에게 부탁해 '여자친구의 친구'를 소개받기도 했는데,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해결해 달라고 보채다가 관계를 엎질렀다. 그 후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거기서도 이성이 자신에게 친절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연애하려고 달려들다가 망치고 말았다. 두 번쯤 그런 일을 저질러 커뮤니티에서도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이성이 안부 문자만 보내도 '뭐야? 나한테 관심 있나? 그럼 얼른 나랑 연애하자!'라며 들이대다가 연락이 끊겼고, 위에서 말한 '학교 후배'와 '아는 오빠동생'으로 지내다가 

"사진의 왼쪽 친구는? 그래? 그럼 오른쪽은? 나 소개시켜줘."
"언제 자리 마련할 거야?"
"어허~ 왜 대답을 안 하는냐! 무엄하도다!"
"쳇 잘 되면 맛난 거 사주려고 했는데, 소개 안 시켜 줄 거야?"
"뭐해?"
"지영아~ 뭐하니~"
"지영양 대답하시오~"
"똑똑똑~"



이런 식으로 서서히 인연이 끊겼다. Y군은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해 '가까운 거리에 사는 이성을 소개시켜주는 어플'을 깔았다고 하는데,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법이다. '아는 여자'를 멸종시켰던 방법을 계속 고수한다면 '새로 알게 되는 여자'들을 멸종시키는 것도 시간문제다. '연애 할 여자'를 찾는 건 그만 두고, '친하게 지낼 여자'를 찾길 바란다. 그럼 더 이상 이성이 지금처럼 '수단'으로만 보이진 않을 테니 말이다.


위와 같은 일들을 벌였다고 세상 끝나는 거 아니다. 어느 분야든 처음엔 왕성한 호기심과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이 있기에 '오버'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무서운 건 서른, 마흔이 되어서도 저게 문제인 걸 모르는 거지, 이십대 초반에야 저런 흑역사를 좀 남겨도 괜찮다.

3부에서는 '다정한데 연애 못하는 남자'를 비롯한 '2% 부족한 연못남' 들의 사연이 소개될 예정이니, 얼른 다음 이야기를 읽고 싶은 대원들은 아래의 손가락 버튼과 추천버튼을 눌러주길 바란다. "난 멀쩡한데, 왜 연애를 못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은 normalog@naver.com 으로 긴급사연을 보내주기 바란다. 자 그럼, 월요일을 삼켜버릴 기세로 한 주 시작해 보자!



"(사진) 저 이병헌 닮았다는 소리 좀 듣는데요." 이건 보급형(응?) 이병헌 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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