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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3)

늘 집착하는 남자만 만나는 여자, 문제는?

by 무한 2012. 12. 17.
늘 집착하는 남자만 만나는 여자, 문제는?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연을 보낼 필요는 없다. 그대가

"잘 헤어졌다고 말해주세요."


라고 말하는 듯한 사연을 보내고, 난 그 사연을 가지고 "이러이러한 나쁜 놈이 있습니다, 여러분!" 이라는 얘기를 하는 건 쓸데없는 감정소모며 전파낭비 아닌가.

여하튼 남자친구의 행동에선 충분한 이별사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별의 책임이 모두 상대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J양이니 말이다. 그런데 J양은 그건 쏙 빼놓고, 나중에 상대가 벌인 행위들만을 이야기 한다. 일부러 그랬다기 보다는 몰라서 그러는 것 같기에, 오늘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과거를 다 말하는 여자, 그게 멋져?


"그간 몇 명의 남자와 사귀었고, 어떤 관계였으며, 그 남자들과 이러이러한 일들까지 해봤다."라는 걸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있을까? 인기 많았다는 것에 대한 증거로, 클럽에 다니던 일과 클럽에서 만난 남자들의 얘기를 꼭 꺼내 놓아야 했을까? "구남친에겐 이러이러한 짓까지 해봤다. 그때는 내가 미쳤었지."라는 얘기가, 현재 남친에게 '웃자고 한 말'로 들릴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잖아요."
"숨기는 거 없이 진솔하게 다 말하려고 한 거예요."



내가 잘못 본 거라면 미안하지만, J양은 저런 이야기로 남자친구를 자극한 뒤, 남자친구가 불안해하거나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면 은근히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J양 - 또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구!
남친 - 그 남자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상상이 안돼?
J양 - 자기가 상상하는 그런 일 없었으니까 내가 말 한 거겠지.
남친 - 같이 여행도 갔었다며? 그것도 자기가 가자고 해서.
J양 - 그만!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니까! 믿음이 있어야지!
남친 - 아니, 자기가 너무 무서운 얘기들을 털어 놓으니까….
J양 - 뭐가 무서워? 나 무서워하지도 않으면서. 오버는 그만!



저런 식의 대화가 J양에겐 그저 유희일지 모르지만, 상대에겐 쉽게 낫지 않는 상처를 만든다. 철없던 시절 연애를 하며 자신이 모든 경비를 다 내 여행 다녀왔다는 얘기. J양은 '그땐 미쳐서 그런 짓까지 해봤다.'는 것을 알리려고 한 말이지만, 그 말은 남자친구의 마음속에 '질투'를 싹트게 만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이 나눈 대화를 보자.

남친 - 전엔 경비까지 다 내고 여행 다녀왔다면서, 내 여행계획에는 소극적이네.
J양 - 소극적인 게 아니라 요즘 바빠서 그렇지.
남친 - 여행 가고 싶은 건 맞아?
J양 - 가고 싶으니까 간다고 한 거지. 왜? 돈이 부족해? 내가 예약할까?
남친 - 아니. 돈 문제가 아니라, 예전엔 그랬다면서 지금은 좀….
J양 - 그 얘기 그만 하기로 했잖아. 나 진짜 화날라 그래.



J양은 저 상황을 두고 "남자친구가 자기 기분 안 좋을 때마다 예전 기억 뒤져내서 시비를 걸고…."라는 식으로 말한다. 그게 남자친구가 소심한 복수를 하려고 하는 게 맞긴 한데, 과거 얘기를 다 풀어 놓지 않았더라면 그런 복수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것도 생각해 보길 권한다. 만약 내가 J양 남자친구인데,

"내 구여친이 간호사였거든. 그래서 수액도 막 놔주고 그랬어.
진짜 그때는 내가 걔한테 미쳐가지고 가방이랑 구두, 막 다 사주고 그랬는데…."



라는 얘기를 한다. 그러고는 J양의 생일에 케이크와 귀걸이를 하나 사준다. J양의 기분은 어떨 것 같은가? 자연히 그 선물을 과거에 들었던 이야기 속 선물과 비교하지 않을까? 케이크와 귀걸이가 작고 보잘 것 없는 선물은 아니지만, 구여친에게 했다는 선물에 비하면 한 없이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래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진솔한 게 제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2. 말로만 여자친구? 뭘 하는데?
 

친구관계라고 해보자. 그대에게 급한 일이 생겨서 친구에게 조언을 좀 구하고 싶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간략한 사정을 설명하고 만날 수 있냐고 묻자, 친구는

"나 좀 있다가 드라마 봐야 하는데, 그거 끝나고 보고 만나면 안 될까?"


라고 답한다. 그냥 딱 봐도 알겠지만, 저 친구는 베스트가 될 수 없다. 베스트라면 드라마 따위는 접어두고서라도 당장 달려 나왔을 테니 말이다. 저 친구가 자기 입으로 누누이 "우리는 베스트."라고 말하고, 그간 우정에 관한 장황한 이야기를 했다 하더라도, 저런 행동을 한 까닭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J양이 남자친구를 대하는 태도가 저 '드라마 본다는 친구'의 태도와 비슷하다. 내 할 일, 내 상황을 다 챙기고 난 다음에 남는 관심을 남자친구에게 준다. J양은 남자친구와 나눈 대화에선 "그렇지 않아. 나도 우리 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거든."이라고 말하는데, 거짓말이다. 혹, 거짓말이 아닌데 그와 같은 모습으로 연애를 하고 있다면 문제가 심각한 거다. J양의 모습은 상대에게 아무런 신뢰도 줄 수 없을 테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접촉사고를 냈던 날의 이야기를 보자. 차가 정비소에 들어갈 정도로 꽤 큰 사고였는데, J양은 점심시간 쯤 그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퇴근 후 직장동료와 수다를 떠느라 남자친구에게 전화도 하지 않았다. 결혼을 앞둔 직장동료가 심란해 하고 있었기 때문에 J양은 위로를 해 준 것이다. 나름 그런 이유가 있어서 연락을 못 했던 거라고 J양은 당당하게 말하는데, 솔직히 좀 많이 당황스럽다.

반대의 상황이라면 J양의 기분은 어땠을까? J양이 접촉사고를 당했는데, 남자친구가 저녁까지 연락을 하지 않았다면? 왜 연락이 없었냐고 물으니까 직장동료 상담해 줄 게 있어서 못 했다고 한다면?

'그런 바쁜 사정이 있었구나.
그래. 직장동료 상담해주느라 연락 못 할 수도 있는 거지.'



라며 유쾌하게 웃어넘길 수 있을까?

여기다가 자세히 밝힐 수 없는 몇몇 가지 상황에서, J양은 남자친구를 '2순위'로 밀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상대가 바보가 아닌 이상, 그 누구라도 자신이 밀렸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J양이 왜 그런 모습을 보인지 모르는 건 아니다. 그건 J양이 사연에 적은 글에 잘 나타나 있다.

"남자친구는 저와 결혼할 거라고 말하지만, 실은 확신이 없는 게 보이거든요."


마음에 보호필름 붙여두고 만나는 중인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상처받지 않겠다며 한 발짝 떨어져서 상대를 만나고 있으니, 그 속마음은 행동에서 드러나게 된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철저히 '나'라는 것을 구별시켜 두고 있다. 그 필름을 떼지 않는 한 누구를 만나도 늘 미지근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를 추구하는 상대를 집착하게 만들 것이고 말이다.


3. 억울한 남자의 기형적 분노 분출.


이게 참 안타까운 부분이다. 화가 나고 억울한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명확하게 끄집어 내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좋은데, J양의 남자친구는 그런 대화에 소질이 없다. 때문에 빈정거리는 태도로 J양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거나,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어떻게든 J양을 굴복시키려 한다.

"남자친구, 그러니까 나라는 사람을 좀 더 배려해 줄 순 없는 건가?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들 말고, 나를 먼저 좀 더 배려해 주면 안 되나?"



남자친구가 비명처럼 지른 말이다. 내가 남자친구였다면, 차가 정비소에 들어갈 만큼 사고가 났는데 하루 종일 연락도 안 해줬던 것에 대해 정말 서운하고 섭섭했다고 말할 것 같다. 이 대화가 잘잘못을 따지자는 목적으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그저 내가 참 서운하게 느꼈던 것들에 대한 토로라는 식으로 너무 무겁지 않게 털어 놓았을 것 같다.

하지만 J양의 남자친구는 좀 막연한 이야기를, 상대를 탓하는 듯한 뉘앙스로 꺼내놓았다. 그 말을 들은 J양은 혼나는 듯한 기분이 들어,

"나도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면서, 널 위해 배려 해왔다."
"느끼는 것의 차이다. 난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데 넌 부족하다고 느낀다."
"네가 지금 이렇게 말하는 것도 날 배려하는 게 아니다. 너도 배려심이 없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그냥 난장판이 되었다.

J양의 남자친구는 분명 속상하고 억울한데, 그걸 열심히 말해 봐도 통하지 않는다. 돌아오는 답이라고는 "속상해하고 억울해 하는 네가 이상한 거야."라는 답일 뿐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다시 표현을 하고자 최악의 방법을 사용하고 만다. 꼬투리 잡기와 비꼬기다.

"난 전에 일 미루고 너 만나러 갔지, 그런데 넌 그런 적 있어?"
"예전 남자친구랑은 뭐뭐 했다고 했지, 그런데 넌 나한테 그런 적 있어?"
"직장동료는 중요하고 나는 안 중요해?"



사람이 유치해진다. 저런 표현은 하면 할수록 쪼잔해 보이고, 상대에겐 집착 쩌는 남자로 느껴질 뿐이다. 그런데 J양의 남자친구는 저런 방법으로 밖에 표현을 할 줄 모르기에 결국 저 방법을 택해 버렸다. 뭐, 방법이야 어떻든 J양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성공이긴 한데, 그것도 실패하고 말았다. J양은 사연의 첫 머리를 이렇게 시작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자친구가, 제가 본인을 배려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집착하고 절 괴롭힙니다."


하아, 완전한 실패다.


이후 저 둘의 상처를 내기 위한 공방전은 계속 이어진다.

"그게 잘못한 거라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은데?"
"네 얘기만 들으면 참 내가 나쁜 여자인 것 같다."
"그래. 이제야 진심을 말하는 것 같네."



그렇게 떨어져 있으면 불안하니 한 발짝 더 다가오라는 남자, 그리고 남자가 잡아끌자 놀라서 뒤로 더 물러서는 여자. 그러다 결국 여자는 영영 물러서 버리기를 작정하고, 남자는 이럴 줄 알았다며 여자를 비난한다. 그 비난을 들은 여자는,

"저는 왜 늘 이런 이상한 사람만 만날까요?"


라며 내게 질문을 한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것이다. 그녀는 똥 밟았다고 얘기해주길 바란 것이겠지만, 상대를 똥으로 만든 것은 본인이었다는 것을 알기 바라는 마음에 오늘 매뉴얼을 적었다. 다음번에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똑같이 행동하면 그 사람 역시 '똥'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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