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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여자친구 놔두고 친누나와 콘서트 보러 가는 남자

by 무한 2013. 3. 19.
여자친구 놔두고 친누나와 콘서트 보러 가는 남자
이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전적으로 J씨의 잘못이라는 얘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J씨는 마마보이이자 시스터보이다. 여자친구가 테레사 수녀급의 자비로움을 지녔으니 지금까지 버틴 거지, 일반적인 여자였으면 진작 J씨는 따귀를 맞았을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는 사연이라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지만, 나까지 이 사연을 팽개치면 J씨는 10년 후 마흔이 되어서도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하며 지낼 가능성이 높기에, 그것만은 막아보고자 이렇게 글을 적는다.


1. 정상적인 남매관계를 벗어난 부분들.


우선, 누나에게 연애를 생중계 하는 습관부터 버리길 권한다. 둘의 사소한 다툼까지 다 파악하고 있는 남자친구의 누나는, 여자친구에겐 재앙이다. J씨의 누나가, 여자친구와의 첫 대면에서 한 멘트들을 가져와 보자.

"야, 너 그런데 J한테 자꾸 헤어지자고 한다며? 왜 자꾸 내 동생한테 헤어지재?"
"너 나 싫지? 내 친구들이 나 같은 누나 있으면 남동생 여친이 싫어할 거라 그러던데? 히히."



소름이 돋는다. 저걸 "여자친구는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더라고요."라고 말하는 J씨의 머릿속이 난 궁금하다. 저 소름 돋는 분위기에 질려 여자친구가 집에 갔을 때, J씨는 누나와 함께 술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것 역시 경악스럽다.

J씨는 "전 누나에게 말해도 되는 선 까지 말했을 뿐인데…."라고 말하는데, 여자친구의 직장, 학력, 과거 연애사, 호불호까지 누나에게 말했으면, 말해도 되는 선이고 뭐고 다 말한 거다. 저거 빼고 말 안 한 거 달랑 하나 있지 않은가. 그것까지 말했으면, 이건 노멀로그가 아니라 일산 백병원 2층으로 가야 하는 사연이 된다.

누나 친구 커플들과 만나는 것도 '정상적인 남매관계'라고 보기 어렵다.

- J씨, J씨 여자친구, 누나, 누나 친구 A, A의 남자친구
- J씨, J씨 여자친구, 누나, 누나 친구 B, B의 남자친구


아무리 봐도 저건 정상적인 그림이 아니다. 저런 모임을 가진 후에 통금 있는 여자친구 택시 태워 보내고, 나머지 넷이 어울린 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연애 하기 전에 그렇게 살아왔다는 괴상한 소리는 그만 하자. 괴상한 소리 계속 할 거면, 떠난 여자친구 마음 돌릴 생각 하지 말고 자유롭게 예전처럼 누나와 더블데이트 하며 살든가.

"누나가 혼자 집에 있으면, 제가 빨리 들어가 봐야 하거든요. 집에 남자가 저 뿐이라서.
누나가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해서, 저보고 언제 들어 오냐고 계속 전화하기도 하고…."



왜 그러니 진짜. 누나 나이 서른둘이잖아. 나 너랑 너희 누나 무서워질라 그래.


2. 아아…, 어머니.


이게 매우 조심스러운 부분인데, 난 절대 J씨의 어머니를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먼저 밝힌다. 어머님의 입장에서는 그러실 수 있다. 팔은 언제나 안으로 굽는 까닭에, '내 아들'이 정말 귀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J씨에게 말하고 싶은 건, J씨만 '귀한 아들'이 아니라는 거다. 여자친구 역시, 그녀의 집에서는 '귀한 딸'이다. 이걸 깨닫는다면, J씨 어머니께서

(J씨의 여자친구가 J씨 집에 왔다가 돌아갈 때)
어머니 - (J씨에게)어디까지 나가려고?
             날이 이렇게 추우면 서로 이해해야지. 추운데 무슨 배웅이야.


(J씨 커플이 어머님과 외식을 하고 난 후)
어머니 - (J씨에게)얼른 들여보내고, 일찍 들어와.
             밖에서 있어 봐야 돈만 쓰지.



라는 얘기를 하셨을 때, 왜 J씨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는 J씨에게)가족들 놔두고 또 나가? 만나서 뭐 하려고?"


아아…, 어머니.


3. 고립된 가족이 될 위험이 크다.


현재 J씨가 겪는 일이 아주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해체된 가정이 꽤 많은 현 시대에, 일찍 가장의 역할을 맡게 된 남자들이 주로 J씨와 비슷한 일을 겪는다. 구성원이 모두 있는 가족 중에서는, '가족의 기대를 온 몸으로 받고 있는 자녀'들이 같은 일을 겪는다. 구성원들이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차라리 회초리를 잡은 채 J씨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기를 강요하고 있는 거라면 도피할 생각이라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약한 모습을 앞세워 J씨 스스로 그 자리에 서도록 만드는 까닭에, 거기서 도피하면 '죄'가 되어버린다는 생각이 들고 만다.

"넌 엄마가 아프다는데, 나가서 여자친구랑 놀고 있구나."
"가족한테 그렇게 한 번 잘 해봐라. 가족한테."
"누나한텐 영화 한 번 보자고 안 하더니, 여자친구랑은 매일 놀러 다니네?"



저 말에 가끔 자극을 받는 것 정도는 괜찮지만, 늘 저 말을 염두에 두곤 어머니와 누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려 하다가는, 가족 모두가 고립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당장 J씨의 누나만 보더라도, 지금처럼 J씨와 둘이 영화 보고, 콘서트 가고, 술 마시고, 밥 먹다 보면 계속 그 생활만 유지하게 된다. 자신의 동반자와 함께 해야 할 일을 J씨와 함께 해 버리면, J씨의 인생에 부하를 거는 것은 둘째 치고서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추려가기 어려워진단 얘기다.

계속 지금처럼 살면, 10년 후엔 어쩔지를 상상해 보자. 어머니(예비 시어머니)께 불청객 취급을 받으면서 J씨 옆자리를 지킬 여자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엔 없다. 남자친구 대신 자신의 남동생과 데이트 하는 누나(예비 시누이)를 견뎌 낼 여자 역시 없고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J씨의 여자친구가 효도르 정도의 맷집을 가지고 있는 특별한 여자인 까닭에 지금까지라도 옆에서 버텼던 거다.

"그럼 내가 누나랑 쌩까고 지낼까? 누나랑 아예 말도 하지 마?
누나는 이성이 아니야. 난, 이상하게 보는 네가 더 이상해.
엄마랑 누나는 내가 맞춰줘야 해. 알잖아. 나 아버지 안 계신 거."



저런 얘기를 들어가며 지금까지 버틴 건, 정말 오래 버틴 거다. 툭하면

"나 누나 맞춰주러 집에 가야겠다."
"나 엄마 맞춰주러 집에 가야겠다."



라며 데이트 하다 말고 집으로 돌아가는 J씨. 농담이 아니라, 진짜 나 무서워지려고 한다니까?


이별을 말하고 떠난 J씨의 여자친구가 돌아올 확률은, 로또 1등 당첨 될 확률보다 낮다. J씨가 여자친구에게 사과 한다며 꺼낸 첫 마디가,

"누나랑 상의해 봤는데, 내가 잘못한 것 같아."


라는 말 아닌가. 저 말을 들은 여자친구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건 당연한 거다. 이미 누나랑 보려고 예매를 해서 어쩔 수 없다는 그 콘서트는, 누나랑 잘 보고, 다음 사람 만나기 전까진 여자친구의 빈자리 느끼며 깊게 반성하길 권한다.



"여친에게 허락 받지 않고 예매한 건 제 잘못…." 알았으니까 그냥 보세요. 두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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