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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잘해주면 남자친구가 떠나갈까 봐 걱정하는 여자

by 무한 2013. 3. 21.
잘 해주면 남자친구가 떠나갈까봐 걱정하는 여자
노멀로그 원로독자 중 한 분이 연애를 시작했다. 3년 전 그녀가 처음으로 노멀로그를 찾았을 때, 그녀는 남자친구로부터

"몸이 너무 앞서 나가서 그런지, 마음이 식었다. 잘 지내라."


라는 말을 들은 뒤, 영혼을 쏟아내며 울고 있던 중이었다. 어찌나 슬프게 울었던지 그녀의 어머니도 우는 그녀를 보며 따라 우셨다. 버스를 봐도 눈물이 나고, 벤치를 봐도 눈물이 나고, 같이 갔던 콘서트 장에서 들었던 노래가 휴대폰 판매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면 또 눈물이 나고, 그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무 생각 하지 않으려 하면 또 참는 게 힘들어 눈물이 나고….

그러던 그녀가 노멀로그에서 매뉴얼을 읽으며 서서히 변했다. 혼자 붙들고 있던 '심장이 멎은 연애'의 손부터 놓았다. 밖으로는 해보고 싶었던 일로 눈을 돌렸고, 안으로는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어두운 방에 빛이 비춘 것처럼 외로움이 사라졌고, 행복했다.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다가 현재는 고도비만이 되어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는 건 훼이크고, 그녀는 그녀의 당차고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모습에 반한, 한 남자의 대시를 받게 되었다. 둘은 오늘로 '사귄지 2주째'라고 한다. 다른 부대원들은

"14박 15일의 커플체험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솔로부대로 복귀하세요."


라는 얘기를 하고 싶겠지만, 난 전역증을 발급하는 기분으로 그녀에게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해줄까 한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저를 곧 떠날까봐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하는 K양. 그녀가 적어 보낸 이야기를, 오늘 함께 살펴보자.


1. 그의 사랑을 의심하게 되고, 냉소적이게 되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러니까 이게, 온라인 커뮤니티 장터에서 거래하다가 한 번 사기 당한 사람이, 다음 번 거래를 할 때 의심부터 하게 되는 거랑 비슷한 거다. 그간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절대 용서치 않겠다!"


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살았기에 갖게 된, 부작용(혹은 반작용)이라 할 수 있다.

K양이 사연에 카톡대화를 첨부하지 않았기에, 정말 의심스러운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뭐라 해 줄 말이 없다. 다만, 그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말자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나도 현재 연애 중인데, 바로 지금 내가 현미경으로 공쥬님(여자친구)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면, 난 이 글을 작성할 여유도 없이 초조해 하고 있을 것이다.

'연락이 올 때가 됐는데, 점심 먹는다는 연락을 왜 안 하지?'
'어제 피곤하다며 바로 잤는데, 아침에 일어난 건 8시야.
평소보다 1시간 30분을 더 잤어. 뭔가 수상해.'



저런 생각으로 고통 받고 있을 거란 얘기다. 그렇게 '의심병'이 도지면 방법이 없다. 상대가 세 시간에 한 번 카톡을 보내도, 카톡이 오지 않는 나머지 '두 시간'에 괴로워하게 되고, 혼자서만 사랑하고 있다는 생각에 상대에게 이상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려 한다. 몇몇 대원들은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상황을 시궁창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여친 - 나 오늘 친구들이랑 술 마시려고.
남친 - 그래? 어디서?
여친 - 홍대.
남친 - 응. 알았어. 재미있게 놀아~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여친 - 술 많이 마실 건데?
남친 - 적당히 마셔야지~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여친 - 걱정되면 오빠가 와서 지켜주면 되잖아?
남친 - 응. 내가 지켜주는 건 지켜주는 건데, 자기가 취해서 연락 못 받을까봐~
여친 - 됐어. 평소에 연락도 잘 안하면서. 말만 잘하지.
남친 - 나한테 화난 거 있어?
여친 - 아니? 나 화 안 났는데?
남친 - 알았어. 재미있게 놀아~
여친 - 응. 얘기하느라 전화 못 받을 수도 있어~
남친 - 전화는 왜 안 받으려고?
여친 - 못 받는 거지. 시끄러우면 전화온줄 모를 수 있으니까.



A급 깐죽이다. 저게 이렇게 적어 놓으니까 그냥 개그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저러다가 훅 간 커플이 한 둘이 아니다. 저래놓고 나중에 "난 정말 전화 못 받을 수 있다는 걸 말하려고 한 거지, 일부러 안 받겠다고 한 게 아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는 여성대원들도 꽤 많다.

의심과 냉소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다가, 문제가 커지면 스스로를 정당화 하느라 상대를 바보로 만드는 짓. 그런 건 하지 말자. 그랬다간 차단당하는 거 시간문제다.


2.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오늘 다 주는 게 아니라 내일도 주려면, 사랑은 아껴야 한다. 늘 얘기하지만 들뜬 기분으로 전력질주 하면 얼마 못 가 지친다.

"지금 이런 기분이 드는 걸 남자친구와 상의해 보고,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절대 그래선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K양의 말대로라면, 남자친구에게

"난 과거에 이러이러한 연애를 해서 솥뚜껑만 봐도 놀라는 편이다."
"오빠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냉소하게 된다. 이런 나는 어쩌면 좋은가?"
"아낌없이 오빠에게 사랑을 주는 게 맞는 건지 고민된다."



따위의 얘기를 한다는 건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자. 남자친구가 과거 연애 이야기를 늘어놓고, K양에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지금은 연애에 발만 담그고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그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떨 거 같은가? 물론 앞에서야 다독이고, 달래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하겠지만, 집에 돌아와 자려고 누워서는 이불에 하이킥을 날릴 것 아닌가. 연애에 대한 회의감이 마음속에 꽉 찰 것이고 말이다.

혼자 답을 구할 수 있는 건 혼자 답을 구해야 한다. 이건 나중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앞으로 남자친구와 무얼 함께하든 '이건 내 스스로 판단해야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은 혼자 결정하길 권한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부분이다.

"나 부츠 신을까, 구두 신을까?"
"회사 늦게 끝날 것 같은데 오늘 늦게 볼 거야, 아니면 그냥 내일 볼 거야?"
"난 아무거나. 오빠가 골라."



별 것 아닌 질문이지만, 훈련되지 않은 남자에게 저런 질문은

"선택은 너에게 맡기겠다. 책임도 너의 몫이다."


라는 말처럼 들리게 된다. 가끔 가다가 한 번 묻는 건 애교로 넘길 수 있지만, 모든 상황을 남자에게 확인받으려 하진 말길 권한다. 정말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피로감이 축적되어 헤어지는 커플들도 적지 않다. "합정에서 볼 거야, 홍대에서 볼 거야?" 라는 물음 대신, "홍대 5번 출구에서 보자."라고 명확하게 말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해 주고 싶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아낌없는 사랑'같은 건 주려고 하지 말자.

"그러다가 만약 남자친구가 병이라도 걸려 죽게 되면, 나중에 후회 할 수 있잖아요?"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고 그러지 않는다. 아낌없이 주다가 죽기 전에 헤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말이다. 명심하자. 여운을 남길 줄 모르는 사람은 상대를 쉽게 질리도록 만든다.


3. 사랑하다 헤어지면, 저는 저를 또 잃어버릴까 무섭습니다.
  

타케 이테아시의 책 <멈추면 비로소 배고픈 것들>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하다 헤어질 것 같다고 염려하지 마세요.
염려하면 안 헤어질 것 같나요?

- Take iteasy, <멈추면 비로소 배고픈 것들> 중에서


웃자고 한 소리고. 잃어버리면, 다시 찾는 거 내가 도와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만나길 권한다. 헤어질까봐 본심과 달리 '착한여자' 연기를 하는 것, 그게 더 문제다. 칭찬은 시아버지가 문워크를 추게 만들기도 하지만, 상대가 자만심을 가지고 있을 경우 그를 더욱 오만하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K양처럼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여자의 경우, 이번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반 강제로 '착한여자' 코스프레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자연히 계속되는 호이가 상대를 둘리로 만들고,

+ 여기서 잠깐!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알아요."
라는 말은, 영화 <부당거래>의 명대사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알아요."의 패러디 입니다. 영화를 안 보신 독자 분들이 어디서 웃어야 할 지 몰라 "호이랑 둘리가 뭐죠?"라는 질문을 자꾸 하시는데, <둘리>도 안 보셨다면,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둘리가 "호이- 호이-"하는 것에서 따온 건데, 아무튼 잘 모를 땐 그냥, 남들 웃는 부분에서 같이 웃으시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그 생각이 "이 연애를 하기엔 내가 아까워."라는 결론까지 짓게 만든다. 자신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바로 '연애의 끝'이고 말이다. 문제를 풀어봐야 틀렸는지 맞았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공부는 충분히 했으니, 긴장하지 말고 풀어보길 바란다. 매뉴얼이 가득 펼쳐져 있는 오픈북 시험이니 겁낼 것 없다.


끝으로 사연을 주시는 분들께 한 마디!

"저희 커플의 나이 및 직업, 환경에 대해서는 철저히 각색해 주시길 바랍니다.
문자내용이나 싸우게 된 원인들은 공개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렇게 요청하시면 매뉴얼에서 할 말이 없답니다. 저건

<신데렐라>를 읽고, 줄거리가 포함되지 않은 독후감을 쓰시오.
단, 유리구두나 호박마차, 무도회 얘기가 나와서는 안 됨.



이라는 문제와 같답니다. 이 점 감안하시어 '대화문'이라도 가져다 쓸 수 있게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원본 하나와 각색본 하나를 보내주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공개가 꺼려지시는 부분을 미리 손 봐 주시는 게, 제가 짐작해서 고치는 것 보다 나을 테니 말입니다.

자 그럼, 후라이데이가 하루 남은 목요일, 오늘도 무사히 넘기시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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