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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바람둥이에게 휘둘리는 여자, 그녀가 모르는 것은?

by 무한 2013. 4. 1.
바람둥이에게 휘둘리는 여자, 그녀가 모르는 것은?
다들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사연을 보내온다. 사연의 레퍼토리는 아래와 같다.

ⓐ 난 배울 만큼 배웠고 알만큼 아는 여자다. 쉽거나 가벼운 여자 아니다.
ⓑ 남자를 하나 만났는데 처음엔 찝쩍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 그런데 알아가다 보니 그런 남자는 아닌 것 같고, 그저 장난기가 많은 것 같다.
ⓓ 진도가 너무 빠르다. 빨라서 무섭긴 한데 싫진 않고… 모르겠다.
ⓔ 이 남자가 나쁜 남자는 아닌 것 같은데, 진지하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쩜 이렇게 진부하고 재미없을까. 참신한 사연이 좀 도착하면 읽는 나도 즐거울 텐데, 바람둥이와 관련된 사연을 보내는 여성대원들이 다 똑같은 말만 하고 있으니 지겹다.

"매뉴얼을 다 읽었는데도 모르겠어요.
그 남자의 행동과 비슷한 부분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전에도 한 번 소개했지만, 내 지인이 중고나라에서 사기를 당했을 때, 그 사기꾼은 처음에 "죄송합니다. 이미 사신다고 한 분이 있어서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다 삼십여 분 지난 다음에 "거래가 취소되었는데 아직 구입하실 의사가 있으신가요?"라며 다시 접근해 왔다. 사기꾼이 거래를 거절할 리 없다고 생각한 지인은 저게 사기일 거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감사인사 까지 했다.

요즘은 사기도 저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시켜서 친다. 바람둥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 경험이 없는 꼬꼬마들이나 혼자 불타올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이대지,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습득한 녀석들은 '그런 남자처럼 보이지 않는 법'도 잘 알고 있다. 관계의 쉼표를 찍을 줄 알고, 또 아예 관계를 '놓는 척' 하면서 완급조절도 할 줄 아는 것이다. 여기에 휘둘리고 있는 대원들을 위해 오늘 매뉴얼을 준비했다. 출발해 보자.


1. 나한테 들이대는 여자도 많다. 하지만 안 만난다.


바람둥이들이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며, 실제로 가장 큰 효과를 나타내는 멘트이기도 하다.

"만나달라고 하는 여자 지금도 많다. 하지만 난 걔들은 안 만난다."
"그냥 욕구 때문이라면 만날 여자는 많다. 그러나 난 그런 만남은 싫다."
"엔조이로라도 만나달라는 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거절했다."



저 말들은 '특별해 지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자극한다. 이렇게 밝은 곳에 적어 놓으면 얼룩말 뒷다리 긁는 멘트처럼 우스워 보이지만, 달달한 썸의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저런 얘기를 하면, 여성대원들은 '난 이 남자에게 특별한 여자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에게 매달린다는 다른 여자들과 달리, 이런 이야기들까지 모두 들어가며 그의 구애를 받는 상황. 여기에 은근한 승리감까지 느끼는 여성대원들이 있는데, 좋아할 것 없다. 몇 주 후엔 그대 역시

'만나달라고 하는 여자'


로 다른 여자에게 소개되고 있을 테니 말이다. 바람둥이에게 휘둘린 수많은 선배대원들이 그 길을 걸었다. 어느 대원은 뻔히 보이는,

"지금의 여자친구에게도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없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여자친구가 자살할 것 같아서 그 말은 당장 못 하고,
조만간 정리하겠다. 넌 정말 특별하다. 태어나서 이런 감정 처음이다."



따위의 말에 넘어가기도 했다. 그녀가 멍청해서가 아니다. 호감 가는 남자가 보고 싶다며 새벽에 달려와, 손을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대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상황에서 '아, 이 좌식 이거 지금 약 파네.'라고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정상적이고 건강한 관계에선 저런 말이 나올 일이 거의 없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꼭 바람둥이가 아니더라도 허세를 부리고자 저런 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있긴 한데, 자신을 향한 남의 마음을 예로 들어 자신을 증명하려는 남자는 '오만한 남자'일 가능성이 많다고 적어두겠다. 둘 모두 결코 믿음직스러운 남자는 아니다.


2. 신뢰할 수 있게 확인시켜 주겠다.


사기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 그들 중 신뢰가 없는데 투자를 한 사람은 없다. 한두 번 정도는 통장으로 돈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며 완전히 마음을 놓는다. 보물선 관련 사기를 당한 사람의 사례를 보면, 인양사업 설명회에 가서 '배에서 1차로 건져낸 보물들'을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전쟁 중 금괴를 싣고 항해하다가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침몰한 배 이야기를 하며 금괴를 보여주면, 누구라도 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네가 너무 좋아서 그런 거다. 너니까 하고 싶다."


저건 그냥 혼자 달아오른 꼬꼬마들이나 하는 멘트다. 이십대 중반을 지난 바람둥이라면, 저런 저렴하고 진부한 멘트는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최신화가 되어 있지 않은 여성대원들은, 저런 이야기를 해야만 바람둥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방식으로 들이대는 남자가 있으면 아예 의심을 하지 않는다.

"네가 원한다면 정말 손만 잡고 있을 수 있다."
-> 실제로 손만 잡고 보내 신뢰 획득.
"욕구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킨십을 절대 하지 않겠다."
-> 따로 떨어져서 걷는 데이트를 한 뒤 신뢰 획득.
"정말 너랑 같이 여행을 가고 싶어서일 뿐이라는 걸 확인시켜줄 수 있도록 여행만 하겠다."
-> 여행 중 아무 일도 벌이지 않는 것으로 신뢰 획득.



이렇게 얘기 하면 또 저것만 달달 외우는 대원들이 있는데, 꼭 저 모습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변형된 모습으로 들이대는 게 가능하다. 예컨대 아래와 같은 식이다.

여자 - 정말 내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같이 있겠다.
남자 - 그런 약속 못 한다. 못 지킬 거 뻔한 약속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정말 널 어떻게 한 번 해보려는 거였으면, 쉽게 약속 하고 어겼을 거다.
         하지만 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고, 너에게 솔직하고 싶기에 이런 말 하는 거다.
여자 - …….



도착하는 사연들을 보면, 최근 경향은 저런 '솔직함'을 앞세운 들이댐과 "넌 너무 보수적이다."라며 가치관을 살짝 흔드는 들이댐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들이댐의 방법이 뭐든 간에, 제대로 된 연애를 할 땐 저런 상황에 놓일 일이 없다는 것만 기억하자. 일반적인 연애에선 그간 상대의 행동을 통해 증명된 신뢰가 있기에, 저런 상황까지 갈 일이 없다. 바람둥이들은 서너 번 데이트 한 뒤 진도를 끝까지 빼려 하기에 '말'을 통해서 신뢰를 주려 애쓰는 것이다.

그리고 미안한 얘기지만, 그래도 되는 여자라는 생각하니까 상대가 그런 일을 벌이는 거다. 멀티방이든 룸카페든 DVD방이든 가서 진도를 나가면 이쪽에서도 별 저항 없이 맞춰서 나가고, 술 좀 마시면 키스까지도 어렵지 않게 진도를 뺄 수 있는 여자는, 조금만 더 툭툭 치면 금방 넘어올 여자로 보인다. 그에게 자신이 어떤 여자로 보였을지 천천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바람둥이와 관련된 사연을 보낸 대원들은, 대개 상대에게 '그래도 되는 여자'로 보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3. 연애라곤 안 해도 이게 연애지 뭐냐.


이 부분은 워낙 다양하게 응용되는 까닭에 설명하기가 어렵다. 사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어느 부분이 여기에 속하는지 집어낼 수 있지만, 유형을 말해보라고 하면 그 범위가 너무 넓은 까닭에 하나하나 설명할 수가 없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유형 세 개만 살펴보자.

ⓐ 난 사귄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럽다.
가장 흔한 유형이다.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면 연락, 만남 등의 일이 의무처럼 느껴진다고 말하며, 그냥 지금처럼 지내다보면 자연히 연인이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부터 사귀는 거다, 오늘부터 연애 시작이다." 이런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말은 몇 주 후 "우리가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 않냐."로 바뀐다.

ⓑ 사회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사랑하자.
몽상가 유형의 바람둥이들이 자주 쓰는 멘트다. 뭔가 세속적인 것을 초월한 사랑을 하는 듯 달콤하게 말하지만, 훗날 만남이 종료되고 돌아보면, 그냥 '뜬구름 잡는 얘기'인 경우가 많다. 달아올라 들이댈 때에는 정말 뭔가가 있는 듯 말하지만, 감정이 식고 나면 "너랑 난 아닌갑다."하면서 퇴장한다.

ⓒ 소울메이트! 소울메이트!
제일 지저분한 유형이다. 다른 바람둥이들은 마음이 식고 나면 관계를 접는 깔끔함이라도 있는데, 이 유형에 속하는 바람둥이들은 '친구'라든가 '소울메이트'라는 간판을 달아놓고, 자기가 심심할 때면 찾아온다. "연인은 아니지만, 언제든 필요할 땐 날 찾아." 등의 말로 여지는 남기는 까닭에, 여기에 한 번 잘못 빠진 여성대원들은, 골드미스가 되어서도 이 남자에게 휘둘리곤 한다. 자신이 연애를 시작하면 그 연애의 은밀한 부분까지 다 보고하거나, "얘랑 사귀곤 있지만 마음은 너에게 있다."라는 식의 약을 파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사귀는 사이와 뭐가 다르냐."라는 말로 안심시킨 뒤, 연인사이에 느낄 수 있는 즐거운 감정들만을 갈취해 간다. 그가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을 땐 남남처럼 지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 상대는 부담이 없는 관계인 까닭에 어느 방향으로든지 관계를 이끌어 가는데, 그게 정상적인 연애를 하는 남자들과 달리 자유분방하고 자극적인 까닭에 휘둘리는 여자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바보라서 당하는 게 아니다. 수많은 여자와 만나며 축적한 그들의 노하우는, 눈 뜨고 있는 여자의 코를 벨 수 있을 정도다. 적극적인 태도와 가치관을 뒤흔들 정도로 현란한 말솜씨, 거기다가 "네가 못 믿겠다니, 그러면 연락하지 않을게."라며 완급조절도 할 줄 아는 남자에게 버틸 여자는 많지 않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걸 그대로 상대에게 들이밀며 대답을 요구하는 대원들이 있는데, 그러지 말길 바란다. 내가 바람둥이라면, 저 위에서 한 말은 약간의 궤변으로도 다 부정할 수 있다. 그대가 듣고 싶어 하는 것 역시 상대의 "그런 게 아니야."라는 말인 까닭에, 상대가 저 말에 약간의 부정만 해도 그대는 구원의 약속을 받은 듯 생각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그들이 부정할 때 사용하는 궤변까지 공개하고 싶지만, 그걸 악용하는 남성대원들이 생길 수 있기에 적진 않겠다.)

연애가 그대를 괴롭게 한다면 언제든 망설이지 말고 공지 참조 후 normalog@naver.com 으로 사연을 보내주길 바라며, 월요일, 삼켜버릴 기세로 한 주 시작하길!



"이 사람, 제 사소한 것까지 다 챙겨주는데…." 아마 디테일'만' 훌륭할 걸요?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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