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두 번이나 남자친구의 잠수로 이별한 여자, 문제는?

by 무한 2013. 4. 8.
두 번이나 남자친구의 잠수로 이별한 여자, 문제는?
매뉴얼을 시작하기 전에 이 얘기부터 좀 하자. 사연을 보낼 때에는 되도록 맨정신에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

"저는 31세 남자입니다. 여자는 29세 남자이고요.
(중략)
지금 제가 좀 취한 상태라 횡설수설 한 것 같은데,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라며 메일을 보내면, 읽는 나도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내가 알고 싶은 건 '왜 헤어지게 되었나'지, '어떻게 헤어졌다'는 게 아니다. 헤어질 때 한 날 선 대화만 가득 적어 보내는 독자들이 많은데, 그것보다는 그대와 상대가 어떤 사람이고, 얼마나 만났으며, 어떤 연애를 했는지를 적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헤어지고 집 앞에 찾아갔는데 상대가 만나주지도 않아서 슬펐다, 따위의 얘기만 길게 늘어놓으면 내가 알 수 있는 게 없다. 어떤 연애를 했는지 알아야 왜 헤어졌나를 알 수 있으니, 사연을 보낼 땐 그 부분에 집중해 주시길 바란다.

저걸 다 적으면, 아무리 짧게 요약해도 사연 분량이 A4용지 다섯 장은 넘어갈 것이다. 그 정도는 되어야 사연이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 폰으로 꾹꾹 눌러 쓰다가 "폰으로 쓰는 거라 자세하게는 못 적겠네요."라며 대충 사연을 보내면, 나도 해 줄 말이 없다. 하나 더. 통화하거나 만나서 나눈 얘기들은, 카톡 중간에 "이 부분에서는 무슨무슨 이야기를 나눴음." 혹은, "이 얘기는 뭐뭐 때문에 나왔음."라고 설명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설명이 없으면 내가 추측해서 공백을 채워야 하는 까닭에 이야기가 틀어질 수 있다. 카톡대화를 읽을 때 둘이 대화를 나눈 시간, 답장이 오기까지의 시차까지 체크하며 읽고 있으니, 조금만 도와주시길 부탁드린다.

자 그럼, 출발해 보자.


1. 평범한 남자, 튀는 여자.


직업과 관련된 얘기라 굉장히 조심스러운데, N양의 생각이 맞다. N양의 직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직업은 아니지만, 솔직히 그 직업을 가진 여자를 결혼상대로 생각할 '평범한 남자'는 많지 않다.  

만약 그게 남의 이야기라면,

"그래! 하고 싶은 거 해야지! 남의 눈치 보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멋있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만약 자신의 여자친구나 친누나, 혹은 여동생이 그 직업을 갖겠다고 말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그건 취미로도 할 수 있는 거잖아. 꼭 그래야겠어?"


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N양이 추측한대로, 나 역시 이 '직업변경'이 상대를 흔들어 놓았으리라 생각한다. 직업의 유형도 그렇고, 그 특성도 그렇다.

물론 나는 N양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나 역시 N양과 같은 과라, 씨앗호떡 제조법을 배워 아르헨티나에 가서 씨앗호떡을 팔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이게 우리처럼 꾸러기 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일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저 얘기를 하면 그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평범하며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N양의 직업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연애 할 때에야 별 문제가 안 되지만, 결혼까지 생각한다면 사람들이

"뭐 하는 여자야?"


라고 물었을 때, 그가 자신 있게 말하긴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N양 스스로 그 직업에 확신이 있고, 누가 뭐라든 그 길을 걷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보기엔 N양에겐 확신이 없고, 도전에 큰 의미를 두고 있을 뿐 결과에 대한 믿음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난 둘 중 하나를 택하길 권해주고 싶다. 남들 말처럼 그건 취미로 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든가, 아니면 바닥까지 치겠다는 기세로 울면서라도 달리든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사람에겐 남들 역시 불안함만 느낄 뿐이다.


2. 극단적인 모습.


성격과 관련된 부분인데, 내 연애에서도 초반에는 N양 커플과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 공쥬님(여자친구)은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가 이물질이 나오면 바로 항의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안동 장(張)씨 특유의 온순함으로,

'허허, 아주머니가 바쁘셨나 보네. 순댓국에 초록색 빗자루 털이 들어가 있네.'


라며 빼 놓고 먹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한 번은 공쥬님이 돈가스를 먹다가 돈가스 안에 비닐이 들어 있어서 항의 했을 때, 좀 난감해 했던 적이 있다. 그런 문제로 주변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은 농촌 남자 특유의 소심함이 발동했다고 보면 되겠다.

지금은 서로 조율이 된 까닭에,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먼저 앞장서서 해결하려 하고, 공쥬님은 '기분 팍 상하는' 태도를 완화시킨 상태다. 이런 변화가 가능했던 건, 내가 내 성향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공쥬님의 성향 역시 이해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N양 커플은 그 과정을 생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라 생각한 까닭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사님이 라디오를 크게 틀자, N양은 심하게 짜증을 내며 기사님께 가서 항의하겠다고 했고, 남자친구는 말렸다.

말리는 남자친구가 못 마땅한 까닭에 N양은 그 화를 남자친구에게 풀었고, 남자친구는 입을 닫아 버렸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N양은 화가 난 상태였고, 남자친구는 그런 N양을 그냥 둔 채 저벅저벅 앞서서 걸어가 버렸다. 이 일 한 번 때문이 아니라, 이전부터 쌓인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저것만 놓고 보면 남자친구가 이상한 게 맞다. 당연히 가서 볼륨 좀 줄여달라고 할 수 있는 건데, 그런 여자친구에게 곧 내릴 거니 소란스럽게 만들지 말자고 한 건, 여자 입장에선 남자친구가 '버스기사 편'을 들어준 것과 비슷해 보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전에 발생한 일들까지 종합해서 보자면, N양은 좀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정치 얘기가 나왔을 때 남자친구에게 "무슨무슨 책을 읽은 다음에나 그런 얘길 해라."라고 말한 건, 남자친구를 짓밟아 버린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런 극단적인 모습을 많이 봐온 남자친구는, 버스에서의 일도 그 일의 연장선에 있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 권리를 주장하지 못 하냐."라는 말을, "내 말만 맞다."로 받아들였을 거란 얘기다.

온순한 남자에게, 극단적인 성향이 강한 N양은 시한폭탄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같이 있으면 언제 터질지 몰라 불안한 것이다. 이번 연애에서는 상대가 연하였던 까닭에 N양의 그런 모습이 더욱 부각되었던 것 같다. 약간의 갈등만 생겨도 N양이 '내 입장, 내 생각'을 완강히 주장한 까닭에, 남자친구는 N양을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대로 직업에 대해서도 불안하고, 성격에 대해서도 불안하니 남자는 자연히 이별을 생각했을 것이고 말이다.


3. 이상한 방향으로 불만 표출하기.


N양이 어떤 사람인지는, N양이 그간 한 말과 행동의 총합으로 증명된다. 이건 매뉴얼을 통해 질리도록 이야기 한 까닭에 길게 적진 않겠다. '마음에도 없는 말'이나 '진심이 아닌 이야기'들을 자꾸 하면, 상대에겐 그게 N양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독자 분이 적어 주신 댓글이 있다.

그쵸.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한두 번 하기 시작하면 그게 버릇되고,
나중엔 그 이미지를 벗어나기 힘들어져요.

- 아사님의 댓글 중.


N양도 결혼에 대해 뚜렷한 이야기가 없는 상황에 지친 나머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말았다.

"우리 그냥, 결혼하지 말고 평생 이렇게 연애 할까?"


N양은 서른이 지나고 떡국도 두 번이나 더 먹은 시점이라 불안했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스스로를 재고품 땡처리 하는 듯한 뉘앙스로 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리의 미래에 대해 상대는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어도 되는 걸, 혼자 결론을 낸 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상대를 떠보는 것은 좋지 않다.

N양이 좀 일찍 사연을 보냈다면, 난 명절에 상대의 부모님께 선물을 한 번 보내라고 권해줬을 것 같다. "우리 그냥 평생 연애만 할까?"라고 묻는 것보다, 선물 한 번 보내는 게 상대의 마음을 알아보기 훨씬 쉬운 방법이다. 그건 상대에게도 만남의 밀도를 느끼게 해주고 책임감을 심어주며, 그것에 대한 대처로 상대의 마음을 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부모님들이 어떻게 살든 말든, 그냥 둘만 만나고 수다나 떨면서 지내는 시간은, 빨래집게 하나로만 집어 널어 둔 이불처럼 위태롭다. 


집에서 같이 영화나 다운 받아 보며 뒹굴뒹굴 하는 데이트, 거기에 길들여지면 열에 아홉은 반드시 헤어진다. 그대를 만날 때 입으려고 준비한 옷이 없다는 것, 그게 긴장이 풀어졌다는 첫 신호다. 최소한의 긴장감도 없는 관계, 그런 관계는 대부분 되는 대로 연애 하고, 상황에 즉흥적으로만 대처하다가 끝이 난다.

몇 년을 사귀었다는 숫자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 기간 동안 수다만 떨고, 신변잡기만 늘어 놓았다면 내일 헤어져도 이상할 게 없는 관계일 뿐이다. 삼 년을 만났는데 상대 신발 사이즈도 모르는 관계, 그건 남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저 서로의 외로움만 애무하는 연애를 하는 독자가 또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최소한의 긴장감을 유지하길 권한다. 정장을 입고 만나는 것과, 팬티만 입고 만나는 건 분명 그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대의 연애는 어디에 속하는가? 



▲ 제가 궁금했던 떡은 '팥단지'였고, 추천하려고 했던 찹쌀떡은 '이낙근왕찹쌀떡'입니다.
'오메기떡'도 추천 받았습니다. 다른 떡집도 괜춘한 곳 있으면 댓글로 추천해 주세요~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