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글모음/웹유적지성지순례

문화적 충격의 기록 <떡실신 시리즈, 미첨썰>

by 무한 2013. 4. 13.
문화적 충격의 기록 <떡실신 시리즈, 미첨썰>
문화적 충격이 스피노자의 사상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소위 '촌놈'이었던 스피노자는,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마을을 떠나 도시로 가게 되었는데, 도시에서 '익명'으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사상의 변화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길바닥에 엎어져 자고 있으면 반나절 만에 동네 사람들이 '누구네 집 누구가 길바닥에서 잔다'고 다 알게 되는 농촌과 달리, 도시에서는 길바닥에서 자든 말든 철저히 개인 위주의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도 지방을 돌아다니며 몇 차례 문화적 충격을 받긴 했는데, 안타깝게도 스피노자가 받았던 것과는 좀 다른 종류의 충격이었다. 순대를 쌈장에 찍어 먹는다든지, 오징어 튀김을 상추에 싸 먹는다든지, 콩국수에 소금 대신 설탕을 넣어 먹는다든지 하는 쪽에서 충격을 받았다. 난 아마 철학 보다는 요리 쪽으로 최적화가 된 남자인 것 같다.

여하튼 누군가가 느낀 문화적 충격을 듣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게 '외국인'이 '한국문화'를 경험하며 느낀 문화적 충격일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제임스, 김치가 뭐가 맵다고 그래. 한국에선 꼬마들도 김치를 먹어. 하하."


따위의 설명을 하며 은근한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이 신기해 할 때,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면 스스로가 좀 자랑스럽게 느껴지는 감정도 포함된다.)

오늘 소개할 <떡실신 시리즈>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난 썰들>은 널리 알려진 까닭에 이미 이야기를 알고 있는 독자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허무하지 않도록 '묻어가는 이야기들'도 좀 첨부 할 예정이니, 아는 얘기라고 너무 낙심하진 말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0. 마중글


이것 역시 널리 알려진 이야기긴 한데, 모르는 독자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해 소개한다.


ⓐ는 파인애플이다. 난 그간 파인애플이 야자수 같은 나무에 열릴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파인애플은 저렇게 옥수수처럼 열린다고 한다.

ⓑ는 호두다. 호두 역시 난 땅 속에서 자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땅콩처럼 흙을 파면 그 안에 딱딱한 껍데기를 가진 호두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호두는 저렇게 말랑말랑한 외피를 한 겹 더 가진 채 나무에서 열린다고 한다.

ⓒ는 거북이의 뼈 사진이다. 난 왜 거북이의 저 등딱지가 탈부착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등갑을 깨면 연약한 거북이의 본 모습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었는데, 등갑과 거북이는 한 몸이었다.

ⓓ는 바닐라다. 생각해 보면, 난 바닐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좋은 냄새가 나는 어떤 열매 같은 게 아닐까, 라고 막연히 여겨왔었다. 그러다 바닐라가 콩과 비슷한 종류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자체를 먹는 게 아니라 '바닐라 향'을 이용하는 거라는 것도 느즈막이 알게 되었다.

쓰고 보니 오늘 이야기와 별 관련이 없는 내용인 것 같긴 한데, 내가 처음 저 사실을 알았을 때의 '충격'을 경험할 독자 분들이 계실 것 같으니, 마중글로 남겨두도록 하겠다.


1. 두 가지 이야기.
 

열심히 찾았는데 원출처를 찾을 길이 없다. 아마 SNS에서 유행했던 유머 같은데, 교환학생과 관련된 글로 기억한다. 기억나는 대로만 적자면 아래와 같다.

(1)
학생식당에서 밥을 타던 외국인 학생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림.
사람들이 몰려들어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녀는
"오 마이, 저 귀여운 물고기를 어떻게 먹을 수 있어. ㅠ.ㅠ"
하면서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울었음.
멸치볶음 보고 우는 여자는 처음 봤음.

(2)
한 흑인 남학생이 식당에 들어와서는 비빔밥을 시켰음.
비빔밥이 나온 걸 보더니 양이 적은지 공깃밥 하나를 더 시킴.
밥을 비비지 않고, 비빔밥 위의 나물과 공깃밥을 먹는 걸 보면서
식성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음.
그런데 밥을 다 먹어갈 때쯤, 그가
"왓 더…."
하면서 멘붕에 빠짐. 나물 다 먹고 나니 아래에 밥이 있었던 것임.
결국 그는 맨밥을 꾸역꾸역 다 먹고 식당을 나갔음.


자, 맛보기는 요 정도만 하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2. 말 많고 탈 많았던 <떡실신 시리즈>


SLR클럽에서 '헤이KIN넛'이라는 닉네임을 쓰시는 분이 올린 글이다. 원문이 있던 링크를 따라가면 게시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뜬다. 다른 곳에 달린 댓글에는, 원글은 '짜깁기'과 '거짓말' 판정을 받아 작성자는 비난을 받고 게시물은 내려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짜깁기'와 '거짓말'이 포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읽으며 한 번 웃을 수 있는 내용이니, 픽션으로 생각하며 즐기길 권한다. 링크는 저 아래에다 적기로 하고, 여기다가는 몇 가지만 옮길까 한다. '유학생활 중 일어난 일들'이라는 설정이다.

N.
미국에서 일본인 유학생이 스시집에 아메리칸들과 나를 데려갔는데, 일본친구가 젓가락질을 가르치고 있었음. 그때 난 오른손에 수저 둘 다 잡고 국물과 스시를 번갈아 가며 먹고 있었음. 아메리칸들 나를 보고 떡실신.

N.
새콤달콤을 주머니에서 꺼내 나눠줬더니, 다들 신세계를 보았노라는 표정으로 사료먹듯 처묵처묵. 한국에 돌아왔을 때 외국인 친구 일곱 명이, Secom Dalcom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보냄.

N.
밥 문화권 애들이 냄비 갖고 푸석푸석한 밥을 지으며 부엌에서 안절부절 하며 있을 때, 난 녀석들을 데려와 쿠쿠를 보여준 후 취사 눌러 놓고 TV를 봄. 잠시 후 밥이 다 된 것을 보더니, 나보고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왔냐며 거품 물고 떡실신.

N.
전공이 미대다보니 쓸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색깔 샤프심을 구해갔음. 수업 시간에 이걸 꺼내 흔드는 샤프에 넣어 사용했는데, 교수님마저 날 지켜보며 그게 뭐냐고 물어봄. 난 흔들면 나오는 샤프에 색깔 있는 샤프심을 끼운 거라고 하자, 다들 날 신처럼 떠받들었음. 한국에 가면 샤프와 색깔 샤프심 꼭 보내달라고 한 친구도 있었음.

N.
동기들이 다들 미대생이라 연필과 지우개가 많았음. 하루는 카페에서 과제를 하기 위해 여학우들 기다리는 데 늦게 온다고 연락이 옴. 나는 윌스미스 뺨치게 생긴 흑인 간지남 동기와 카페에 앉아 있었는데, 할 것도 없고 해서 내가 지우개 따먹기를 전파함. 몇 판 하더니 윌스미스가 에디머피로 변하며 박장대소 눈물콧물 다 빼면서 눈에 불을 켜고 지우개 따먹기에 빠짐.



이 시리즈가 알려지자, 여러 분야에서 '떡실신 시리즈'가 유행했다. 그 중 씁쓸함을 개그로 승화시킨 <개발자 외국인 떡실신 시리즈>가 돋보인다. DEVPIA라는 곳의 nlsng라는 분이 작성한 글이다. 그 중 몇 개만 소개할까 한다.

N.
미국 경력 5년 차에 나름 고급 개발자와 일하게 되었는데, 나 혼자서 DB, CS로직, HTML, 심지어 포토샵으로 이미지까지 편집하는 것을 보고 내게 "당신의 정체는 뭔가? 우리 회사 전체가 하는 일을 혼자서 다 하고 있다."라며 떡실신.

N.
독일에 임베디드 개발자와 같이 H/W 펌웨어 개발을 하는데, 독일 개발자가 나름 장인정신으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개발함. 나는 옆에서 MP3듣고 웹서핑 하고 업무 전화 통화까지 하면서 개발함. 독일 개발자 나를 보고 떡실신.

N.
실리콘 밸리에 업체에 있는 외국인 개발자가, 한국개발자가 웹사이트, 윈도우 어플리케이션 DB,FLEX 심지어 포토샵까지 다루는 걸 보고 대체 당신의 연봉은 얼마냐고 물어봄. 그 질문에 현재 환율로 2만 불도 안 된다고 하자 떡실신.



역시 링크는 저 아래에 적어두겠다.


3. 유학 간 초등학교 4학년생의 이야기 <미첨썰>


이건 양방향 컬처쇼크와 '미국생활 적응기'가 포함된 이야기다. 작성자는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서 chiffon이라는 닉을 쓰는 분이다. 몇 가지만 맛보자. 내용은 '미국 초등학교에 입학한 4학년 한국 여학생이 겪은 일'이다.

N.
내 동생은 초등학교 1학년으로 나보다 더 어렸는데,
영어를 더 못 하고 낯을 엄청 가려서 매일 내가 통역을 해줘야 했음.
어느 날 보건실에서 나를 급하게 찾아서 달려감.
동생은 엉엉 울고 있고, 선생님은 당황해서 나보고 통역해 달라고 했음.
그래서 내가 "야, 왜 울어? 배 아파?" 그러니까,
동생이 "언니야 나 똥마려운데 화장실을 안 보내준다."하면서 울었음.
근데 문제는 나도 화장실 가야 한다는 걸 영어로 못해서 결국 엄마 부름.
엄마가 학교에 왔는데, 엄마도 영어를 못해서 결국 조퇴하고 집에 가서 똥 쌈.

N.
(앞부분 생략 및 내용 편집)
리코더를 부는 음악시간이었음.
난 한국에 있을 때 리코더로 아리랑까지 마스터했기 때문에 너무 지루해서 가만히 있었음.
그러자 선생님은 내가 왕따라도 당하는 줄 알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진지하게 물어옴.
당황한 나는, 난 리코더를 잘 불기 때문에 지루한 거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영어로 그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름.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 리코더를 입에 물고 아리랑을 불기 시작했음.
선생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두 손을 입에 갖다 댄 채 나를 바라보심.
다음 수업 시간에 선생님은 금줄을 내 리코더에 매달아 주시곤
애들 앞에서 아리랑을 부르게 시켰음.
당시 리코더로 도레미파솔라시도 연습하던 애들은 떡실신.
선생님은 날 교장실까지 데리고 가서, 교장선생님 앞에서 리코더를 불게 시킴.
교장선생님은 내 아리랑 연주를 듣더니 상장 주심.
WORLD'S BEST STUDENT. 세계 최고 학생상.


작성자는 영어로 '북'과 '남'이 헷갈린 까닭에 "북한에서 왔다."고 대답했다가, 가족 전체가 탈북자로 몰릴 뻔 한 경험도 가지고 있다.


4. 유적지 링크


구미가 당기시는 분은 아래의 링크를 따라 방문하시기 바란다. <떡실신 시리즈>의 경우, 원문이 삭제된 관계로 다른 커뮤니티에 옮겨져 있는 곳을 대신 링크 건다는 것을 밝혀둔다.

떡실신 시리즈 ◀ 클릭
개발자 떡실신 시리즈 ◀ 클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썰들 1부 ◀ 클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썰들 2부 ◀ 클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썰들 3부 ◀ 클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썰들 4부 ◀ 클릭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일어났던 썰들 5부 ◀ 클릭

이 외에 재미있는 '컬쳐쇼크'이야기를 알고 계시거나 경험하신 독자 분들이 계시면, 댓글로 소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노멀로그가 3일째 '접속 불안정' 상태다. 공지로 적어서 따로 올려두겠지만, 현재도 접속이 되었다가 안 되었다가 하는 일이 잦으니,

http://normalog.com
http://www.normalog.com

두 주소로 접속이 불가능 할 때에는,

http://normalog.tistory.com
http://normalog.net

으로 접속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전 주소에서 .com 대신 .net 으로만 바꿔도 접속이 가능하게 설정해 두었으니, 언제든 .com 으로 접속이 어려울 때에는 .net으로 바꾸면 된다는 걸 기억해 두시길 권한다.

그리고 이전에 발행한 <웹에서 빛나는 노익장>과 관련해 NaOH님께서 손수 2ch의 번역글을 찾아 보내주셨다. 해당 링크는 사라진 상태고, RSS를 긁어 워드 파일로 보내주셨는데, 원 번역자 분께 연락을 드려 본 뒤 공개해도 괜찮다는 대답을 받으면, 해당 페이지에 파일로 올려 두도록 하겠다. 감동의 피드백을 주신 NaOH님께 감사드린다. 그 많은 RSS 글을 뒤적여 찾아 보내주시다니, 근성가이라는 애칭을 붙여 드리고 싶다.

자 그럼, 노멀로그 주말반 독자 분들의 행복한 주말을 기원하며!



▲ 링크 타고 유적지로 가시느라 의리의 추천을 안 하시는 분들, 미워할 겁니다. 추천은 의리!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