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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반항아 외국인 남친을 사귀는 유학생, 문제는?

by 무한 2013. 5. 28.
반항아 외국인 남친을 사귀는 유학생, 문제는?
구절마다 상대에 대한 애틋함이 배어있는, 이런 사연이 제일 어렵다. 게다가 K양은, 본인도 어느 지점이 문제인지 잘 알고 있는 까닭에, 그 지점마다 바리케이트를 세워두었다. 아래와 같은 식으로 말이다. 

"남자친구가 벌점 과다로 면허 정지 상태에서 차를 몰아, 경찰에게….
그런데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첫 번째는 정말 운이 나쁘게 과속 단속에….
두 번째는 면허 정지 상태에서 평소 경찰이 없는 집 근처 마트에 차를 몰고 가다가….
세 번째는 선팅이 너무 어둡다고 경찰이 벌점 먹이려다가 면허 정지인 거 적발….
운도 지지리 없는 이런 일들이 겹쳐서 남자친구에겐 범죄 기록이….
남자친구는 자긴 왜 그렇게 운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하다고 우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울다가 잠든 남친의 부은 눈을 보니…."



저건 '여자친구의 마음'이라기보다는 '엄마의 마음'에 가깝다. 둘의 생활방식 역시 K양의 집에 상대가 얹혀살고 있으며, 상대가 주급을 받으면 얼마씩 K양에게 주는 형태다.(물론, 상대에게 돈 들어가는 일이 많은 까닭에 받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말만 '동거'지, 명확하게 표현하면 K양이 상대를 양육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K양은 묻는다. "제가 이 아이를 끝까지 보듬고 가면 나아질 수 있을까요? 저와 지내면서 상황이 오히려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아이와의 헤어짐을 생각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 


1. 남자친구의 문제-1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이, 무식하며 용감한 사람이다. 내 지인 중엔 저런 사람이 둘 있는데, 그들과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들은 타고난 반항심을 가진 까닭에 '남의 의견'이라면 일단 무시부터 하고 보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펴면서도 당당하다.

나 - 내일 같이 낚시하기 어렵겠다. 비 온다고 하던데.
상대 - 기상청은 믿을 게 못 돼. 올지 안 올지 알 수 없어.
나 - 일단은 예보에 강수확률 80% 떴으니까, 못 갈 수 있다고 생각하자.
상대 - 강수확률 높다고 다 비오는 거 아니야.
나 - 그건 아는데, 비가 올 수 있다고 하니 대비는 해야지.
상대 - 전에도 강수확률 높았는데 해만 쨍쨍한 적 있어.



저런 모습이 K양의 남친에게서도 보인다. 둘의 대화를 보자.

남친 - 지금은 20세기니까….
K양 - 지금은 21세기지.
남친 - 무슨 소리야?
K양 - 1세기가 100년이니까, 지금은 21세기지.
남친 - 한국에서는 그렇게 세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선 아니야.
K양 - 아니, 세기는 세계 공통단위인데 한국만 다를 리가 없잖아.
남친 - 세는 방식이 다른 거야. 지금은 20세기가 맞아.
(잠시 후)
K양 - (웹에서 확인한 후) 봐봐. 21세기가 맞지?
남친 - ('그러거나 말거나'의 투로)어. 21세기 맞네.



K양도 이미 눈치를 챈 것 같은데, 위와 같은 사람들은 학교수업도 주관적으로 해석해서 듣는 경우가 많다.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지구와 달의 중력이 같다고 우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골치 아프다. 게다가 그들에게 '확실한 자료'를 내밀며 이쪽의 말이 맞다고 증명하려 하면, 그들은 쉽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며 인정한다. 그런데 그 인정하는 태도가 '내가 잘못 알았네, 미안해.'가 아니라 '그러거나 말거나, 그래서 뭐?'라는 식이다.

저런 단점이 있다고 해서 그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그들은 정의롭고, 자신의 곧은 신념대로 행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위에서 말한 내 두 지인 역시 그런 정의감과 용기를 가지고 있다. 둘 모두 순수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위기에 처한 사람을 그냥 두고만 볼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 

K양의 남자친구에게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는 동생이 학교의 다른 무리와 시비가 붙자, K양의 남자친구는 그 동생이 불리하다고 생각해 싸움에 뛰어들었다. 그러던 중 경찰이 왔고, 다른 무리는 도망갔다. K양의 남자친구는 싸우다가 뺏은 무기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불법무기 소지'라는 전과가 남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남의 밥그릇'을 챙겨 주는 것에 헌신하지만, '내 밥그릇'을 챙기는 것에는 무감각하다는 점이다. 본인은 기름 값 걱정하는 처지면서도, 친구가 결혼한다고 하면 자신의 차로 웨딩카를 해주겠다고 호기를 부리는 타입이랄까. 친구 입장에서는 둘도 없이 좋은 친구다. 하지만 저런 남자를 남편으로 뒀다면 어떨까? 빠듯한 생활에 허리가 휘는 상황에서, 남편이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 내가 TV 해 주기로 했어. 일생에 딱 한 번 있는 결혼식인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라고 말하면, 그대는 웃을 수 있을까? 
 

2. 남자친구의 문제-2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남자가 낭만적으로 보일 순 있다.

"지금 당장의 일, 오늘 행복할 것만 생각하자."


인생을 하루 단위로 끊어서 살며, 그 하루에 충실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K양의 남친은 저 말을 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한 저 말은, "골치 아프거나 심각하게 '내일 일' 걱정 안 하고, 그냥 닥치는 일만 처리하면서 살고 싶다."는 뜻에 더 가깝다. 이 부분에 대해 K양은 아래와 같은 말을 한다.

"전 버는 돈 다 쓰면서 사는 타입이 아니고,
계획을 세우고 대비책을 만들어 놓아야 안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저축도 해야 하고, 보험도 들어 두어야 하는….
그런데 그 아이는 제게 "당장의 일만 생각하며 편하게 좀 살아라."라고 말해요.
그게 저한테는 큰 울림이었어요. 
'내가 이런 점이 부족해서 좀 너그럽게 살라고 하늘이 내게 이 아이를 보낸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당장의 일'만 생각하며 사는, 남친의 삶을 천천히 살펴보길 바란다. 집에 경찰이 찾아온 건 누구 때문인가? 차가 견인된 건 누구 때문인가? 자긴 운이 없다며 울며 잠든 사람은 누구인가? 사회제도가 잘못 되어 있다며 세상을 탓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집에서 컴퓨터로 게임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저 말에 큰 울림을 느끼며 함께 '막' 살다가 보면, 둘 다 침몰하게 될 것이다. 되는대로 사는 사람들의 심경변화는 아래와 같다. 

세상 탓 -> 상대 탓 -> 자신 탓


아직은 상대가 '세상 탓'만 하고 있으니 큰 문제가 없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악화될수록 상대의 화살은 K양을 향하게 될 것이다. K양과 비슷한 길을 걸었던 대원들은 아래와 같은 말을 듣기도 했다. 

"넌 왜 그때 날 말리지 않았어?
내 선택이 잘못된 거라고 왜 말하지 않았어?"



현재 남친이 벌인 일을 K양이 수습하며, K양이 맹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친을 이해하고 있는 까닭에 '상대 탓'의 부분을 건너 뛸 수도 있다. 상대에게 양심이 있다면, '은인'에 가까운 K양을 탓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남친은 아직 어리고, 또래의 친구들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다. 때문에 아직은 위기감이 들지 않겠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나 격차가 벌어지고 나면 남친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모욕할 위험이 있다. 남친이 바란다는 '강아지 키우고 살 정도의 집'이나 '타고 싶은 차'는, '오늘 하루만 사는 생활'을 하면서 가지기 힘들 테니 말이다.  


3. K양에게.



함께 지내면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 같다는 말에 대해선, 상대가 온 몸으로 겪어야 할 고난들을 K양이 분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해주고 싶다. 누구든 '믿는 구석'이 있으면 긴장이 풀어지기 마련이다. 남자친구는 자신에게 닥친 일들에 대해 '운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일들은 사실 조금만 주의했어도 예방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둘의 속사정을 모르는 지인이나, K양과 별로 친하지 않은 외국인 친구들의 조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사정을 모르는 지인들은 K양 커플의 문제를 '외국인과 사귄다는 것'으로 볼 것이다. 때문에 자연히 "외국인 남친이 뭐 어떠냐, 난 찬성!"이라고 말하는데, 사실 문제는 그게 아니잖은가. 외국인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도 자세한 내막을 모르니 "둘만 좋으면 되는 거지 뭐가 문제냐."라고 말한다.
현지에서 친해진 두 유학생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그녀들이 둘의 연애를 결사반대 한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반대사유에 '학력, 경제력'등이 포함되어 있는 까닭에 K양은 그 반대가 속물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을 접어두고서도 문제가 많다. 남자친구의 허풍과 고집만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가. 그렇게 모난 부분은, 주변 사람들을 하나 둘 잃어가며 외로워지는 과정을 통해 완만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K양은 거의 맹목적으로 상대를 이해해주니, 상대의 모난 모습을 수정할 '계기'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남친에 대한 K양의 마음은 8할이 모성애다. K양은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안쓰러움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상대에게 어머니가 없는 점, 아버지와는 연을 끊고 혼자 타지에 나와 있는 점, 친구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겉도는 점 등을 K양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정신 차리자. 지금 K양의 처지는 누굴 안타까워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자세한 상황을 여기다가 다 적을 순 없지만, 여기서 보기엔 K양의 처지가 훨씬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건 참고 견뎌야 할 '연애의 시련'같은 게 아니다. K양이 '엄마'가 되어 상대를 키우고 있으니 벌어지는 문제일 뿐이다. K양이 상대에 대해 표현할 땐 정말 애틋하고, 상대를 진심으로 걱정한다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하지만 상대가 K양에게 하는 행동과 말을 보면, 편모를 대하는 사춘기 청소년의 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
K양은 그래도 되는 여자인가? 그래야 하는 여자인가? 그럴 수밖에 없는 여자인가? 사랑 받고 존중 받으며 연애하는 여자들도 많은데, 왜 K양은 거기서 "이제 제가 얘기해도 얘가 광분하는 일은 줄어들었어요.", "제가 어디 가자고 해도 거절 안 해요."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가? 가슴이 아프다, 진짜.


K양은 그와 헤어지면 못 살 것 같다고 하니, 뭐라고 마무리를 지어야 할 지 모르겠다. 그건 아직 걸음마 못 하는 아이, 넘어질까봐 땅에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헤어지지 않고서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따로 사는 것이다. 지금은 상대가 주급을 받아도 생활비로 쓰기 보다는, 당장 사고 싶은 것을 사거나 돈 들어갈 곳에 쓴다. K양이 버는 돈으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으니 위에서 말했듯 '먹고 사는 것'에 대한 위기감이 없는 것이다. 벌금 역시 자신이 감당하지 못하면 K양이 도와줄 게 분명하니, 긴장하지 않는다. '믿는 구석'이 없다면, 상대처럼 차를 아무 곳에나 세워 견인이 되게 만들거나 몇 번씩 딱지를 떼이진 않을 것이다. 

"만약 헤어지면, 그 아이 역시 못 살 것 같다. 내가 잡아주지 않으면 그 아이가 망가질 것 같다."는 얘기는 완벽한 착각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그렇게 엄한 걱정하는 사람 꽤 많은데, 막상 헤어지면 '망가질 것 같았던 상대'는 정신 차리고 잘 사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다음 사람에는 훨씬 잘 하고, 철이 들어 연애를 리드하기도 한다. '엄마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건 그만하고, 오늘부터라도 상대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거리를 두길 권한다.



"제가 여동생이라면 어떤 조언을…." 오늘 밤 비행기로 뉴질랜드 가서, 손목 붙잡고 강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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