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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고백을 준비 중인 30대 모태솔로남, 문제는?

by 무한 2013. 6. 4.
고백을 준비 중인 30대 모태솔로남, 문제는?
고백에 대해서는 이미 노멀로그에서 명확한 기준을 세워둔 바 있다.

- 상대와 30분 이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러니 먼저, 고백하겠다는 P씨의 생각은 넣어두길 권한다.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P씨와 그녀는 '친한 직장 동료'라고 하기엔 어색하고 데면데면한 관계다. P씨가 군인출신이라고 하니 군대에 비유하자면, 둘은 현재 서로에게 '타 중대원'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P씨는 그녀와 4년간 알고 지냈지만, 그녀가 커피를 못 마신다는 걸 며칠 전에야 안 것 아닌가. 그건 누가 봐도 '친한 직장 동료'가 아니다. 그러니 지금은 그녀를 '같은 회사에 몸담고 있는 여자사람'정도로 정의해 두자.

가능성이 보이면 누구보다 빠르게-혹은 적극적으로- 그 관계를 향해 달려들며, 상대에게 온 신경을 집중시키는 건 모태솔로부대원들의 흔한 특징이다. P씨 역시 '모태솔로 경력 34년'을 자랑하는 까닭에 이미 조급증 3기에 접어들었으며, 김칫국은 두 그릇 원샷했다. 오늘은 P씨 사연에 가득한 문제들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1. 이다슬과 다슬기.


어느 모임에 '이다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 기존 회원 중 한 명은 꼭

"이름이 다슬이에요? 별명은 다슬기? 하하하."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부장님 개그', 혹은 '산악회 유모어'의 명맥을 잇는 사람이라고 할까.

부장님 - 북한 애들이 왜 남한에 못 쳐들어오는지 알아?
김대리 - 아뇨.
부장님 - 집집마다 핵가족, 술자리엔 폭탄주, 밤에는 총알택시. 허허허.
김대리 - …….



P씨가 이 부류에 속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미안하지만, P씨는 진부함의 대명사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재미없다. P씨의 말에 상대가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도의 리액션을 예의상 해주면, P씨는 상대를 웃겼다고 생각해 '두 번째 클리쉐'를 선사한다. 그러면 상대는,

"네, 암튼 정보 감사합니다.ㅋ."


라고 답하며 대화를 마치려고 한다. 저 말은, "알았으니까 대화 그만 합시다. 재미없네요."의 '직장상사 대응용 버전일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P씨에게 호의를 보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라는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다. 지금 P씨가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예의상'이라도 '듣기 싫은 소리'를 하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P씨가 '부장님 개그'를 해도 대충 웃으며 넘어가거나, 화제를 돌리는 것으로 어색함을 감출 것이다. 그런 관계만 이곳저곳에서 맺다 보면, P씨 스스로의 문제점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립서비스와 형식적인 리액션이 가득한 곳에선 자신이 변해야 할 필요도 못 느낄 것이고 말이다.

"A팀 이부장님하고 B팀 최대리하고 이름이 똑같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이부장님 옆에 가서 최대리 부르는 척 하면서, 이름만 부르죠.ㅋㅋㅋ"



사내 메신저로 상대와 대화를 나누며 P씨가 한 말이다.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다. 상대는 P씨의 듬직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고 친해지려 했는데, 사내 메신저로 P씨가 '부장님 개그'만 해대니, 더는 다가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사실, 학창시절이나 사회 초년생일 때, 가깝게 지내는 이성친구가 "아 뭐야, 재미없어." 따위의 직설적인 말을 해가며 다듬어 줬어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P씨에겐 그럴 계기가 없었기에, 그냥 나오는 대로 일단 다 뱉어 보는-'개그 폭투'라고 할 수 있는- 원초적인 스타일이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2. 베푼 것에 생색내거나, 엎드려 절 받으려 하지 말자.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P씨가 아닌 어느 남자가 소개팅을 하기로 했다. 소개팅 전 날 그가 상대와 나눈 대화는 아래와 같다.

남자 - 제가 내일 저녁 사고,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다 드리죠. ㅋ
여자 - 앗, 그러면 저야 감사하지만, 용인에서 너무 먼 거 아닌가요?
남자 - 친구 일산 살 때 자주 갔는데요 뭐. ㅋ



저렇게 미리 생색을 내 버리면, 막상 현장에서 느껴야 할 감동은 절반으로 줄어 버린다. 그저 '하기로 한 것들 이행하는 것' 정도의 의미로 축소될 수 있단 얘기다.

직장에서 상대를 도와준 뒤 '고맙다는 말'을 들으려 운을 띄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P씨의 대화를 보자.

상대 - 그 부서에는 저랑 친한 사람이 없어서.
P씨 - 친한 사람이 없다니….
         내가 '이러이러한 일들'을 하며 다슬씨를 도와줬건만, 친한 사람이 없다니….

상대 - 아, P팀장님 말고 친한 사람 없다는 뜻이었어요.
P씨 - 섭섭할 뻔 했음ㅋㅋㅋㅋ
상대 - 실수할 뻔 했네요. 절 엄청 도와주시는 P팀장님을 섭섭하게 할 뻔…. ㅋ



저렇게 강제로 '친한 사람'이라는 말 백 번 듣는다고 관계가 좋아지는 게 아니다. 상대의 저 말은 누가 봐도 "P씨랑 저는 안 친하잖아요."라는 말이 아니잖은가. 역시 재미도 감동도 없는 저 말이 오간 직후, 상대는 또 대화를 서둘러 마치려고 한다.

상대에게 확인 받을 필요 없다고 질리도록 말하지 않았는가. 도움은 상대에게 주는 즉시 잊길 바란다. 도와줘 놓고 상대에게 고맙다는 소리 들으려 운을 띄우는 건, 도움의 감동을 그 자리에서 정산해 버리는 것과 같다. P씨의 호의는 립서비스 보답 받는 것으로 퉁 쳐진단 얘기다.

문제 하나 풀고 부모님께 쪼르르 달려가 칭찬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이, P씨에게 아직 남아 있다.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그러다 보면 기대한 만큼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실망할 수 있고, 칭찬 받으려 했다가 꾸중 받을 경우 마음이 반대 방향으로 전력질주 할 위험도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작은 일 하나에 일희일비 하지 않도록, 마음의 추를 좀 더 무겁게 해두길 권한다.


3. 그밖의 몇 가지 이야기들.


P씨의 상대는 '강철로 된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는 얘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때문에 마음과는 반대로-혹은 본심을 숨기며- 대답하거나 행동하는 일이 꽤 많은 텐데, 거기에 너무 마음 쓰지 말길 권한다. 오히려 그럴 땐 P씨의 주장대로 밀어붙이면 된다. 지금처럼 술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해 놓고 '상대는 지나가는 말처럼 약속한 것 같다'며 시무룩해 할 필요 없다. P씨가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워 제시하면, 상대는 별 거부감 없이 그 말에 따를 것이다.

"제가 예전에 그렇게 성급하게 들이대다가 망친 경험이 많은데…."


사람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같은 꽃이라고 해도 물을 자주 줘야 하는 꽃이 있는 반면, 겉 흙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줘야 하는 꽃이 있지 않은가. 마음을 표현한다거나 고백하는 것을 미뤄둔다면, 자주 연락하고 밖에서 따로 만나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상대는 그런 만남에 목말라 있는 상태다.

만났을 때, P씨는 친구나 지인 얘기, 회사 얘기만 안 하면 성공한다. 특히 친구나 지인들의 얘기는 최소화 하자. '스승님'으로 모시는 인생의 멘토가 있다는 거, 솔직히 P씨 본인 빼고는 아무도 관심이 없을 것이다. 꼭 그 얘기를 해야겠다면, 노멀하게 말하자. "내게 이러이러한 도움을 주신 까닭에 은사님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정도면 충분하다. 거기서 더 나가면, 오버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지 말자. 너무 비싼 밥 사는 거 아니냐는 상대의 물음에, "여자친구 없으니 돈 쓸 데도 없는데요. 뭐." 따위의 대답은 둘의 관계에 1g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괜찮아요. 집에 라면 사 뒀으니까요." 정도의 농담으로 넘기거나, "여기 밥은 안 나오는데…. 스테이크랑 샐러드만 나오는데…."정도의 말꼬리 개그로 넘기자.

앞으로는 우선, 연락의 분량을 좀 더 늘리길 권한다. 주말 잘 보내라는 말로 끝내지 말고, 주말에 뭐 하는지를 묻거나 만날 약속을 잡자. 그간 이성에게 퇴짜 맞은 기억 때문에 현재 P씨는 필요 이상으로 조심스럽다. 그렇게 되면 멀리서 상대 마음만 훔쳐보다가 기회를 놓칠 수 있으니,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길 권한다. 부서이동 때문에 상대가 혼란스러워 하는 지금이 적기다. 상대가 말을 걸면, P씨는 되도록 질문을 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란다. 지금처럼 말 걸어오는 상대에게 '부장님 개그'하면 절대 안 된다. 그리고 군인 출신답게 상대의 이야기에 '결론'을 내 전달하려 하는데, 그러지 말자. 결론은 상대가 내는 거다. P씨는 잘 들어주면 된다.

"그래도 어느 정도의 조언은 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직장 선배이기도 한데…."


하지 말자. 상대도 회사 하루 이틀 다닌 거 아니고, 그 바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거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불평불만 및 갈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상황이 짜증난다는 얘기지, 뭘 모르겠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니 들어주자. "그 팀 사람들과는 그럼 앞으로 문서로만 대화하고, 책임자가 명확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못 박아놔."라는 말 보다, "경우가 없는 사람들이네. 다슬씨 엄청 황당했겠다."라는 말이 2만 배는 더욱 효과적이다. 잊지 말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가능성만 좇을 나이는 이제 지났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이젠 처음부터 끝까지 P씨의 힘으로 그림을 그려가야 한다. 꼬꼬마들 색칠공부하듯, 밑그림 다 그려있는 상대를 만나 색만 채워 나가는 게 아니란 얘기다.

이렇게 좀 가까워지다가 상대가 소개팅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하거나, 친구가 누굴 소개시켜준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과거처럼 팍 상심해 관계를 팽개치지 말길 바란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녀 역시 연애를 어려워하는 게 분명하다. 그러니 상대를 신격화 해 '그녀의 판정이 우리 관계의 모든 것을 결정하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이 관계엔 P씨 역시 50%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떠올리기 바란다.

하나 더. 절대 "친구들 거의 다 결혼했죠?"라든가 "다슬씨는 연애 안 해요?" 같은 질문은 꺼내지 말길 바란다. 그 말은 그녀 속에 살고 있는 악마를 깨울 것이다. '그녀는 그녀가 디자인 한 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자. 함께 있으면 편하고, '내 편'인 사람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뒤로 미루고, 지금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알아가 보자.



"그럼 그녀가 길을 못 찾아 헤맬 때도 그냥 위로만 해야 하나요?" 어후, 답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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