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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도 되는지 걱정하는 여자

by 무한 2013. 6. 10.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도 되는지 걱정하는 여자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한유는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사람이란 곤경에 처했을 때라야 비로소 절의가 나타나는 법이다. 평소 평온하게 살아갈 때는 서로 그리워하고 기뻐하며 때로는 놀이나 술자리를 마련하여 부르곤 한다. 또 흰소리를 치기도 하고 지나친 우스갯소리도 하지만 서로 양보하고 손을 맞잡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서로 간과 쓸개를 꺼내 보이며 해를 가리켜 눈물짓고 살든 죽든 서로 배신하지 말자고 맹세한다.
말은 제법 그럴듯하지만 일단 털끝만큼이라도 이해관계가 생기는 날에는 눈을 부릅뜨고 언제 봤냐는 듯 안면을 바꾼다. 더욱이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쳐 구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이 빠뜨리고 위에서 돌까지 던지는 인간이 이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다."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연을 보낸 K양은 남자친구가 '착하고 긍정적'이라고 했는데, 아직 100일도 함께 지내보지 않은 채 상대를 파악했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전에도 한 번 이야기 했지만, 3개월 정도는 호르몬의 도움을 받아 맹목적인 헌신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상대가 정말 괜찮은 남자인지는, 최소 6개월 정도 만나다 보면 자연히 파악하게 될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줄거리가 파악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남자라면 속 탈 걱정 없고, 충분히 믿어도 될 것 같은데요."


지내봐야 아는 일이다. 그건 그렇고, '남자친구 검증'보다 더 큰 문제가 K양 사연에서 보이기에, 오늘은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손 위에 올려둘 수 있는 남자?


K양이 내 동생이라면, 난 K양에게

"왜 그렇게 쉬워 보이는 남자만 찾아? 
넌 '여자가 아깝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연애를 하려고 하잖아.
네가 그 남자에 대해서 설명해 놓은 걸 보면, 눈곱만큼의 애정도 보이질 않아.
세상물정 잘 모르는 듯 순수하고, 눈치 없고, 말 많은 남자.
그런 남자니까, 결혼해도 속 썩을 일 없이 사랑만 받고 살 것 같다고?
네가 지금 누굴 만나고 있든, 넌 그 사람의 1/10만 보고 있는 거야. 잊지 마."



라는 이야기를 해줄 것 같다.

고학력이거나 고소득의 직업을 가진 여자, 혹은 나이가 찬 까닭에 '결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연애하려 하는 여자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려는 신중함으로도 볼 수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이쪽에선 손톱만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첫 만남이 재미있진 않았습니다. 그분이 말을 많이 하시긴 했는데 재미없었고,
외모도 제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절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일반적인 여자라면 저런 상황에서 'NO'라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K양은 아래와 같은 속마음을 가지고 있던 까닭에 그와 몇 번 더 만났고, 현재는 연인이 되어 있다.

"사실 이제 저는 완벽한 사랑이 나타날 거라 믿지 않아요.
예전엔 인연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안 믿어요.
주위를 봐도 그렇게 대충 조건 맞고 서로 편하면 결혼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떤 연애관을 갖든 자유지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최소한 '조건이 맞는' 사람과 결혼을 계획하길 권한다. K양이 판단하기에 K양만큼 사고할 수 있고, K양만큼 눈치가 있으며, K양만큼 세상물정을 아는 남자 말이다. 현재 K양은 그가 K양에게 호의적이고 헌신적이라는 것 때문에 연애를 이어가고 있는데, 그건 호르몬의 도움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게 다 사라지고 나면 K양은 '내가 아까운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결국 헤어지게 될 것이다. 이 연애는 그저 잠깐의 '연인 코스프레'가 되고 만단 얘기다.

시작부터 '내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연애는 오래갈 수 없다. 게다가 K양은 상대에게 별로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건 어떻게든 밖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데이트에 임하면 어느 순간엔가 의무적인 표정이 분명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남자들은 그 표정을 감지할 수 있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남자는 K양의 말이나 행동에서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을 발견할 것이고, 그것 때문에 집착하거나 K양을 떠나게 될 것이다.


2. 숨기거나 둘러대거나.


상대에게 이렇다 할 매력은 못 느꼈지만 연애는 해야 하다 보니, K양에겐 또 다른 자아가 발달했다. '연애용 가면'이라고 할 수 있는 수다쟁이의 모습인데, 말 그대로 상대와 열심히 수다를 떨 때 필요한 모습이다. 관심이 없어도 일단 리액션을 해주고, 별로 궁금하지 않아도 물어봐 주는 모습이 발달해 있다.(통신회사 고객센터 상담원이 고객과 통화할 때 보이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K양은 이 관계에 온전히 뛰어들지 못하고 발만 담그고 있는 것이다. 상대는 'K양의 아바타'와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인데, 그 아바타는 K양이 '상대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인에게 마이너스가 될 것 같은 모습이나 이야기에 대해서는 K양이 함구하고 있는 까닭에, 상대는 K양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다. 반면, K양은 상대에 대한 분석을 거의 마쳤을 정도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자신에 대해 숨기거나 둘러대는 것이 많은 관계에선 나눌 수 있는 얘기가 뻔하다. '수다' 뿐이다. 일어났는지, 밥 먹었는지, 친구 잘 만났는지, 집에 들어갔는지, 다음 주에 언제 쉬는지….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두 사람 대화의 전부다. 이건 이전 남자친구와의 대화에서도 똑같이 드러나는 문제점이다.

"잘 잤어?"
"배고파."
"배불러."
"힘내요!"
"퇴근했어?"
"주말에 뭐 하지?"
"잘 자."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저런 패턴의 대화가 이어질 뿐이다. 저러다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회사 얘기 조금 더해지고, 스킨십 진도가 나가면 입술을 깨물겠다느니 하는 얘기들이 등장하고, 그냥 그게 전부다.

K양이 "그런데 이러이러한 것들을 남자친구에게 언제 말해야 하죠? 결혼하기 직전에 말하면 되는 건가요?"라고 한 부분들, 그런 걸 조금씩 풀어 놓으며 남자친구와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K양 마음의 근심거리, 혹은 고민거리들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한 채, 왜 TV프로그램 얘기만 하고 있는가? 상대는 그런 부분들을 꺼내놓으며 K양에게 자신을 알리고 있는데, K양은 그걸 듣기만 하며 자신의 얘기는 숨기거나 둘러대고 만다. 이런 태도로는 그 누구와 연애하든 그 관계를 '구경'만 하게 될 수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3. 남자들이 K양을 떠나는 이유.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하면, 혼자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었을 때 그걸 사다가 연인에게도 주고 싶어지는 법이다. 함께 보고 싶고, 함께 먹고 싶고, 함께 경험하고 싶은 것들. 그런 것들을 함께 할 때 사랑하고 있다는 걸, 또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애정 없는 연애를 할 땐 위와 같은 감정을 느끼기 힘들다. 물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야 쫓아할 수 있겠지만, 대개 그 정도의 노력까지 하지 않아도 연애가 알아서 잘 돌아가기에 애써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애에서 '내 기쁨'을 찾으려 하지, '상대의 기쁨'이 되려고 하진 않으니 말이다. K양 역시 연애에서 '상대의 기쁨'이 되기보다는 '내 기쁨'을 찾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진심 어린 애정'이 느껴지는 말이나 행동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K양은 둘의 관계에서 약간의 갈등도 만들지 않으려 한다. 서운해 해야 할 순간에 괜찮은 척 하며 넘기고 하고, 화를 내야 할 순간에도 이해하는 척 하며 넘긴다. 아니, 다시 말하자. 정확히 하자면 '서운하지 않고, 화가 나지도 않는다'고 해야겠다. 상대에게 마음을 휘둘릴만한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뭘 해도 그냥 무덤덤한 거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래? 많이 다쳤대? 어쩌다 그랬대. 안 됐네."


라며 넘어가는 것 정도의 표면적인 반응만 하듯, K양은 남자친구에게 저것과 비슷한 정도의 반응만 하고 만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진심으로 날 걱정해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카톡 답장 길게 하기가 귀찮을 정도면, 사실 더 볼 것도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상대가 약속을 정하면 K양이 성실하게 따르긴 하지만, K양이 먼저 상대와 뭘 하고 싶다고 말하는 법은 없다. 그렇다고 완벽하게 수동적으로 연애에 임하는 건 또 아니다. 자존심이 강한 까닭에 6:4 정도로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려 애쓴다.(그걸 전부 다 기록해서 "제가 낸 것은 빨간 색으로 동그라미를 쳤습니다."라고 말한다는 게 좀 충격적이긴 하다.)

K양이 구남친과 사귈 때의 심정을 보자.

"딱히 생각나거나 막 보고 싶다거나 하진 않았어요.
한 달이 지나니 딱히 할 말도 없고…."



그렇게 다 드러나는 법이다. 리액션은 잘 해주지만 애정이 느껴지지 않는 여자를, 누가 길게 옆에 두고 싶겠는가. K양은 "한 번도 싸운 적은 없어요."라고 말했는데, 꼭 사이가 좋아서가 아니라, 애정이 없어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남의 집 애가 공부를 하든 말든 K양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것처럼, 남자친구가 뭘 하든 말든 K양은 그저 '그러려니'하며 넘길 테니 말이다.


헤어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K양의 말대로 '처음부터 사랑이 가득해 시작하는 커플 말고, 사귀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자라나는 커플'도 있을 수 있다. 단, 상대에 대해선 K양이 해답지를 쥐고 있는 양 행동하면서 K양 자신의 답은 숨기거나 둘러댄다면, 둘의 관계는 '뿌리 없는 나무'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다.

난 매뉴얼을 통해 남자에게 '책임감'과 '존중'이 있는지를 꼭 보라고 말해 왔는데, 그게 상대에게서만 책임감과 존중을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만약 상대는 '결혼상대로 참 괜찮은 남자'가 분명한데, K양이 '결혼하기엔 너무 애 같은 여자'라면 어쩔 생각인가?(실제로 K양은 자신이 만든 '아바타'를 내세워 카톡대화를 하는 까닭에, 카톡대화만 놓고 보면 가벼운 얘기만 늘어놓는 '별 생각 없는 여자'로 보인다.)

"오빠가 TV에 나오는 연예인들 보면서, 저런 애들은 별로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거 보면, 여자 문제로 속 앓게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요."



푸웁. 아, 이건 웃은 게 아니고 기침한 거다. 여하튼 아직 상대 이름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한님이 보시기에, 결혼상대로 괜찮은 남자인가요?" 따위의 점쟁이스러운 질문만 하지 말고, 이번 주말에 함께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본 후 상대에게 함께 하자고 말하길 권한다. '우리'가 되지 못한 채 이전처럼 개인플레이만 하다보면 이별은 또 필연적으로 찾아올 테니, 늘 주의하길 바란다.



"저거 기침한 게 아니라 웃은 거 같은데요?" 티 많이 났나?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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