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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금사모] 잊을만 하면 연락하는 구남친 외 1편

by 무한 2013. 6. 21.
[금사모] 잊을만 하면 연락하는 구남친 외 1편
썸을 타는 상대나 연인과 외국어로 대화한다면, 되도록 한국어로 해석해서 카톡대화를 보내주길 바란다. 난 영어를 대만에서 살다 온 친구에게 배운 까닭에 좀 서툴다.(내게 영어를 가르쳐준 그 친구도, 3형식 이상의 문장이 나오면 힘들어 했다.) 그래서 영어로 된 사연은 번역기를 돌리는데, 그 결과가 대략 아래와 같다.

"나는 한 가지 다른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공정하게 합니다.
당신이 나에게 도달하는 것은 내가 있을거야 보다 용감.
그렇게 느끼지 않으면, 나는 이해합니다."



뭔 소린진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문장이 긴 걸 보니까 거절이다. 만약 이쪽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거라면 그렇게 주절주절 길게 얘기를 할 일이 없다.

여기까진 웃자고 한 소리고, 금요사연모음 출발해 보자.


1. 연못녀 골드미스.


사연을 보낸 Y양에겐,

'자상하며 배려가 깊고,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깔끔하고 젠틀하기만 한 남자'


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Y양이 스물넷이라면 좀 더 환상 속에 살도록 내버려 두겠지만, 서른넷이다. Y양은 그간의 연애를 '키다리 아저씨'같은 남자, 그리고 '애완동물 같은 연하남'과 해 왔는데, 그것 때문에 환상이 깨질 틈이 없었다. '연못녀 골드미스' 중엔 Y양과 같은 여성대원들이 많다. 다 맞춰주는 남자, 다 받아주는 남자와 만나다 마음 식어 흐지부지 되는 관계만을 경험했기에, 조율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볼 기회도 갖지 못한 대원들. 

그런 연애를 하며 20대를 보냈다면, 30대가 되어서도 계속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게 된다. '나는 보통 이상의 외모를 가졌고, 동안이라는 소리 자주 듣고, 연락처를 묻는 연하남이 있을 정도로 아직 죽지 않았고….'라고 생각하는 골드미스만 모아도 '구(區)'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렇게 혼자 정신승리 하며 왕자님 기다리는 건 그만하고, 이젠 좀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Y양의 사연을 토대로 살펴보자. 우선,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남자가 주저리주저리 '묻지 않은 얘기'를 털어 놓는 건, 상대가 낯가리지 않으며 그냥 좀 수다스럽기만 해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게 꼭 이쪽을 특별하게 생각해서 털어놓는 얘기가 아니다. Y양은 "어색하고 불편할 수 있는 자리를 그가 부드럽게 만들어 줬어요."라고 말하는데, 사람들이 다 Y양처럼 낯가리고 숫기 없는 게 아니다. 대인관계에 익숙하고 활발하기만 해도 먼저 말 걸 수 있고, 불편한 점이 없는지 챙길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전혀 마음이 없어도 스킨십은 할 수 있다. 걷기 힘들 정도로 둘은 술에 취해 있었고, 상대가 몸을 밀착해도 Y양은 거부하지 않았다. 거기다 친구네 집이긴 했지만 여하튼 둘은 같은 이불 위에 누워 잠을 자게 되었다. 이건 뭐랄까. 기름통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불을 내려고 일부러 기름통 옆에 간 것은 아니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이 붙을 수 있단 얘기다.

업어 준다고 하면 업히고, 입을 맞춰도 가만히 있고, 팔베개를 해주면 베고 눕는 여자. Y양은 "전 절대 그런 여자가 아닌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지, 저 그렇게 쉽게 살지 않았어요."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안다. 하지만 상대는 모른다. 그는 Y양을 전에 한 번 봤을 뿐이고, 서로 남남처럼 살다가 이번에 두 번째로 보게 된 것이다. 상대는 Y양의 생일도, 전화번호도, 사는 곳이 어딘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뭘 하든 Y양은 다 받아주니, '그런 여자'로 보일 수밖에 없는 거다. 

그 일 이후 Y양은 상대의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했고, 상대가 형식적인 답장만 하자 혼자 애를 태우다 고백했다. 그 고백에 상대는 '좋은 친구'로 지내자고 대답을 했다. Y양은 이걸 두고 "제가 진흙탕을 만든 건가요?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라고 말하는데, 둘은 '관계'랄 것 까지도 없는 사이다. 그냥 지인의 지인을, 집들이 가서 만난 사이일 뿐이다. 거기서 붙임성 있는 그를 보게 되었고, 술 마시고 정신의 끈을 놓은 그가 본능에 충실했던 것이다. 다시 보자. 아직도 그가

'자상하며 배려가 깊고, 차분하고 부드러우며, 깔끔하고 젠틀하기만 한 남자'


로 보이는가? 또 Y양은 '그가 도망갔다'고 표현하는데, 그는 Y양 옆에 있었던 적도 없다. Y양은 그의 친절을 경험한 후 그걸 토대로 그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 이미지에 구애했을 뿐이다. "네, 다음에 같이 보죠."라는 그의 립서비스 부여잡고 기다리는 망부석이 되진 말길 권한다.


2. 구남친을 계속 받아주는 여자.


사연을 보낸 K양이 말했다.

"오빠가 저에게 연락하는 게, 잊을만하면 톡을 보내는 게
미안해서인지, 외로워서인지, 그리워서인지 모르겠네요."



낭만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답을 구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 차가운 머리로 생각해보면 그 답이 '다 받아주니까'라는 걸 알 수 있다. K양과 같은 여자는 흔치 않다. '살아있는 보살'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K양은 상대의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한다.

상대는 K양과 사귀던 중 '구여친'과 연락하며 지냈다. 상대가 구여친과 헤어진 것은 여기에 다 적기 힘들 정도로 굴곡진 일들이 있었기 때문인데, 그게 무엇이든간에 어쨌든 상대는 K양을 기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양은,

"나도 우울증으로 고생해 봐서, 오빠 구여친이 힘들어 할 걸 이해한다."
"나도 긴 연애를 끝낸 후 구남친이 연락해왔는데, 차마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오빠 마음 안다."
"오빠가 '다른 여자'가 아닌 '구여친'과의 문제라 흔들리는 거 안다.
이 시기가 지나고 확고하게 정리하겠다고 말하면, 나도 이해할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저건 제 3자인 내가 해야 어울리는 말이지, 당사자인 여자친구가 할 말이 아니다. 여하튼 K양이 저렇게까지 호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는 '난 연애할 자격이 없는 남자다.'라며 헤어지자고 했다.

더 길게 설명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니, 간단하게 요점만 말할까 한다. 둘의 카톡대화를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K양은 상대의 마음을 원하고, 상대는 K양의 몸을 원한다."


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현재 가장 원하고 있는 건 '책임 없이 즐길 수 있는 관계'다. 그리고 K양은 그 관계에 딱 어울리는 여자다. "오빠가 자꾸 오라고 하면, 나 정말 오빠 집에 갈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예전 여친. 이보다 더 쉬운 조건이 어딨겠는가.

K양이 보낸 사연에선 '상처 때문에 다시 사랑하는 걸 힘겨워 하는 남자'가 보이는데, 카톡대화에선 '농담인 척 들이대다가, 상대가 명확하게 나오면 자기비하하며 도망가는 남자'가 보인다.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면 그는 열정적으로 들이대는데, 그때 K양이 둘의 관계에 대한 정의를 요구하면, 그는 스스로를 모욕하며 슬그머니 발을 뺀다. 이거 참 치사하고 더러운 짓인데, 안타깝게도 K양은 '자기비하'하고 있는 그를 위로한다. 자폭하지 말고 꿈꾸는 남자가 되라고 토닥이는 것이다.

그에게 K양은 '다 받아주는 좋은 상담사'다. 드립을 치면 웃어주고, 아직 좋아하고 있는 듯한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형편없이 굴어도 그걸 다 낭만적으로 해석해서 이해해 준다. 내가 뭐라고 말해봐야 소용없을 것 같고, K양 마음 가는대로 하길 권한다. 어차피 이 만남은 상대의 '구여친'이 돌아오는 순간 끝장나게 되어 있다. 이미 한 번 경험한 것 같은데, K양의 연락에 화를 내며 전화 끊어 버리는 그를 다시 한 번 경험하고 나면, K양의 마음은 저절로 정리되리라 생각한다. 얼마 후 두 번째 버려짐을 경험할 K양에게 미리 위로의 말을 전해둔다. 힘내시길.


정리하자. Y양에겐 "만남에서의 분위기가 어쨌든 간에, 이후 아무런 반응도 없다면 '무반응'이 그의 마음을 증명하는 겁니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전화번호도 묻지 않았으면 뻔한 것 아닌가. 그의 '대외적 모습'만 보고 백마 탄 왕자로 착각하지 말자.

K양에겐 "착하고 다정한 여자 좋습니다. 그런데 그걸 바라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그러고 있으면 바보 되는 건 시간문제 입니다."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소시오패스'를 동정하던 사람들이 모두 바보가 된 일이 있다. "자살이 답인 것 같다."며 신세한탄을 하는 회원에게 사람들이 돈을 보냈다. 어느 사람은 그를 만나 밥을 사고 돈까지 주기도 했다. 돈을 받고 돌아온 그 회원은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겼다.

"걱정해주는 척 엄청 하데. 돈이나 더 주지."


저런 남자를 만나면 K양은 평생 '호갱님'의 역할을 담당하며 살게 될 수 있다. 정신 차리자. K양이, 구남친의 인생에 굴곡이 많다며 동정하고 있을 처지가 아니다. 그는 두 여자 놔두고 왔다갔다하며 즐겁게 살고 있다.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자 그럼, 다들 블링블링한 후라이데이 보내시기 바라며!



"노멀님, 제 사연은 왜 소개 안 해주시죠?"  질문에 답이 있네요. 노멀님께 물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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