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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28년 모태솔로 인생을 산 여자, 호감남 발견

by 무한 2013. 7. 22.
28년 모태솔로 인생을 산 여자, 호감남 발견
우선, Y양은 좀 진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일주일간 수련회에서 함께 지내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또 밥을 먹을 땐 같은 전공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한 사이면, 상대가 Y양을 기억하는 게 당연하다.

"그분이 저를 기억하실지 어떨지 몰라 걱정하면서 카톡을 했는데…."


저런 '당연한 일'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날 기억하는 걸 보니, 그 사람도 나에게 관심이 있었던 거야.'라며 착각하거나, '이제 내가 호감만 표시하면 사귈 수 있는 건가?'라며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상대가 성실하게 대답까지 해주니 Y양은 지금

"여자가 호감을 먼저 표시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혼자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다. Y양 힘 빠지라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세상에 '그 사람과 나'의 관계밖에 없다고 착각하며 혼자 기대를 하다간 필연적으로 실망하게 될 수 있기에 하는 얘기다. Y양은 모태솔로부대원이니 이성관계가 '그 사람과 나'밖에 없을 수 있지만, 상대에겐 '아는 누나, 아는 여동생, 여자사람 친구'등 다양한 이성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상대에게서 성실한 카톡답장 받은 것 하나로 너무 기대는 하지 말자.

기대감을 너무 팽팽히 당기고 있으면, 작은 충격에도 끊어져 실망하게 된다. 위의 이야기로 기대감이 어느 정도 느슨해졌으면,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아래의 글을 읽으며 마음가짐을 달리 가져보길 권한다. 출발해 보자.


1. '어른과 아이'의 구도에서 벗어나기.


Y양은 스물여덟이다. 대학생 과외선생님 좋아하는 꼬꼬마 여중생처럼 굴지 말자. 짝사랑 하다가 끝낼 거라면 애처럼 굴어도 상관없지만, 그게 아니라면 '어른스러운 모습'을 어느 정도 상대에게 어필해야 한다. 지금처럼 느낌표 네 개씩 써가며 환호하는 건, "나 오빠 팬클럽이에요!!!!"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으니 주의하자.

'어른과 아이'의 구도가 되어버리는 것의 또 다른 문제점은, 상대는 계속 설교나 조언만 하고 Y양은 듣고 리액션만 하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Y양은 현재 매뉴얼에서 권한 '부탁 작전'을 사용해 상대의 친절하고 성실한 답변을 받고 있다. 잘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Y양이 먼저 상대에게 무언가를 베풀거나 알려주는 일도 조금씩 늘리길 바란다. 예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현재의 대화 모습]
Y양 - 오빠, A가 뭔가요?
상대 - A는 이러이러한 거야.
Y양 - 우와 오빠 짱!!!! 대단하세요.
상대 - 응. 모르는 거 있으면 또 물어봐.
Y양 - 네!!!!

(며칠 후)
Y양 - 오빠, B는 뭔가요?
상대 - B는 이러이러한 거야.


[권하는 대화 모습]
Y양 - 오빠, A가 뭔가요?
상대 - A는 이러이러한 거야.
Y양 - 아하! 오빠는 차근차근 설명해 주시는 것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아요.
상대 - 모르는 거 있으면 또 물어봐.
Y양 - 네. 감사합니다.

(며칠 후)
Y양 - 오빠가 전에 설명해 주셨던 거, 여기에서 또 나왔어요.
상대 - 아 그래? 블라블라….



빙수라도 한 그릇 사 은혜를 갚겠다는 방법도 괜찮지만, 현재 Y양과 상대 사이엔 '물리적인 거리 차이'라는 장애물이 있으니 '칭찬으로 내 안목 드러내기'라는 방법을 사용하길 권한다. 상대의 호의에 대해 막연히 칭찬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이 좋다고 콕 찝어서 얘기하는 거다. 예컨대 노래에 대해 칭찬을 하더라도 "오빠 노래 정말 잘 하시는 것 같아요!"라는 칭찬과 "오빠는 클라이막스에서 박자 살짝 늦춰서 부르던데, 그러니까 더 감미로워요!"라는 칭찬에는 차이가 있다.

부탁 역시, 계속 '부탁 - 감사인사 - 부탁 - 감사인사'로만 이어가지 말길 권한다. 내가 '부탁 작전'을 소개한 건, 계기가 없을 때 운을 띄우기 위해 사용하라는 거였지 계속 그것만 하라고 소개한 게 아니다. 부탁으로 운을 띄웠으면, 그걸 소재로 대화를 이어가도록 하자. 상대에게서 미드 '하우스'를 추천 받았으면, 다 보고 난 뒤 또 다른 미드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니라, 지금 모 사이트에서 하우스 머그컵 공동구매 한다는 정보 등을 알려주는 거다. 계속 수동적인 태도로 부탁만 하면 상대에게 귀찮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잊지 말자.


2. 구체적으로 말하기.


아래의 대화를 먼저 보자.

남자 - 요즘은 뭐 하고 있어?
여자 - 그냥 좀 게으르게 지내고 있어요.
남자 - 밥은 먹었어?
여자 - 네. 좀 아까 먹었어요.
남자 - 그렇구나. 잘 지내나 해서 연락해봤어.
여자 - 감사해요. 절 생각해 주시는 건 오빠밖에 없네요. ㅠ.ㅠ 
         나중에 이쪽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제가 밥이라도 한 끼….

남자 - 정말이지? 나중에 진짜 연락해야지. ㅎ 그럼 잘 지내고~
여자 - 네. 오빠도 건강하세요~



좀 더 오픈해야 한다. '호감이 있으면서도 이성과의 대화에 익숙치 않아 단답형의 대화를 하는 여자'와는 오래 대화하기가 힘들다. 위의 대화에서 첫 번째 물음에 대한 대답을 좀 구체적으로 했다면, 상황은 분명 바뀌었을 것이다.

남자 - 요즘은 뭐 하고 있어?
여자 - 공부해야 하는데, 공부는 안 하고 미드 보고 있어요. '언더 더 돔'에 빠져서….
남자 - 언더 더 돔? 어떤 장르야?
여자 - 스티븐 킹 원작을 미드로 만든 거예요. 한 마을에 어느 날….
남자 - Y양 그런 장르 좋아하는구나!
여자 - 꼭 그런 건 아니고 수사물도 좋아하긴 하는데, 오빠는요?
남자 - 난 블라블라….



구체적인 대답으로, 이어갈 만한 소재를 좀 늘어놔 줘야 대화하기가 편하다. 썸을 연애로 이어가는 데 성공한 대부분의 여자사람들은 저런 대화를 할 줄 안다. 노래 얘기를 하다가 '좋아하던 90년대 가수'이야기를 꺼내 자연스레 이어가기도 하고, 시골에 살았다는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귀신 얘기'로 옮겨가기도 한다. 그런 대화를 통해 서로의 추억이나 살아온 이야기들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되고 말이다.

더불어 리액션을 하더라도 "아 그래요? 오빠는 잘 하실 거예요!"라며 너무 빨리 마무리하지 말자. 여기서 봤을 때 그 얘기는 "C요? 그거 어렵다고 하던데. C는 뭐뭐를 위해서 취득하시려 하는 거예요?"라며 30분 넘게 대화할 수 있는 소재다. C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뭔지, C를 취득한 후에는 뭘 할 예정인지, 공부해 보니 C는 어떤지, 나는 B를 택할 예정인데 B와 C를 비교한다면 어떨지 등.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많이 묻는 게 아니냐고 지레 겁을 먹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성이 내게 관심을 보이며 이것저것 묻는 걸 싫어할 남자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 사람이 바쁘거나 대답하기 귀찮은데 제가 말 거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 정도의 눈치는 다들 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바쁘고 대답하기 귀찮으면 늦은 답이나 짧은 답이 올 거고, 그건 상대에게 "혹시 바쁘신데 제가 방해한 건가요?"라고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Y양도 상대에게 자신이 방해한 건 아닌지 묻던데, 그런 질문은 굳이 하지 말길 권한다. 설령 방해가 되었다 하더라도 상대가 "응, 네가 방해해서 일을 못 했네."라고 답하겠는가? 일에 지장이 있더라도 대화가 즐거우면 일 따위는 자연히 뒤로 미루게 되니, 걱정하지 말고 대화하길 바란다.(단, 대화를 하기 전 상대가 바쁠 시간이 아닌지를 체크해 보는 건 기본이다. 어느 대원들은 그냥 자기 마음이 동하면 무조건 썸남에게 말을 걸던데, 시간과 상대의 상황을 좀 봐 가면서 말을 걸도록 하자.)


3. 그밖의 이야기들.


Y양의 사연에서 나 역시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물리적인 거리 차이'다. Y양은 이 부분을 극복할 방법이 있을지를 내게 물었는데, '극복할 방법'은 두 사람이 만들어야 하는 거지, 미리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여행을 가 '친척의 지인'에게 가이드를 받던 여자사람이 그와 결혼한 사례가 있다. 둘이 연애를 하기 전, 여자는 가족과 친구들을 한국에 둔 채 미국에서 살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다. 썸을 탈 때 그녀는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받기도 했는데, 친구들은 모두 '남자가 한국에 들어와서 살 가능성이 희박함'이라는 얘기만 했다. 그녀 역시 그때까지는 그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오로지 '남자가 한국에 들어와서 살 생각이 있는가'에만 초점을 맞춰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년 반의 교제기간 동안 그녀의 생각은 변했고, 남자가 제시한 비전을 따라 미국으로 가서 식을 올렸다.

Y양 역시 생각이 변해 그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될 거란 얘기를 하는 건 아니다. 아직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모르며, 애정이 뿌리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걸 다 파악하고 대비하려 들지는 말자는 거다. 만나봐야 안다. 지금 상황에서 Y양이 그가 있는 지역으로 가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해도, 사내연애의 어려움에 봉착하면 그 해결책은 어차피 소용이 없어진다. 매뉴얼에 몇 번 소개한 적 있는 소설가 양귀자의 말도 있지 않은가.

"인생은 탐구하며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가며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지금은 상대가 내일 당장 다른 여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아직 서로의 생일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거리 차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상대 페북이나 카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아는 여자가 꽤 있는 것 같은데 어쩌죠?" 따위의 성급한 질문만 하지 말고, 일단 알아가 보자. 별 걸 다 걱정하기 시작하면, 별 게 다 문제가 된다.

하나 더. 말 걸어주기만 기다리지 말고 직접 말을 걸자. 호감 있다는 걸 표시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으면서 왜 말은 먼저 못 거는가. 대화를 끝낼 때에

"네, 나중에 뭐뭐하시면 제가 뭐뭐 할게요~"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라며 끝내지 말고, 기간을 '오늘 저녁'이나 '한 사건' 정도로 축소해서 말하자. 즐거운 저녁시간 보내라고 인사하면 내일 아침에 인사하기 쉽지 않은가. 그런데 Y양은 너무 긴 기간의 인사를 미리 해 버리니, 다시 말 걸기가 힘들어진다. 만약 상대가 다음 달에 볼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오늘도 열공!"정도로 마무리 하잔 얘기다. 이걸 "시험 잘 보세요!"라며 인사해 버리면, 시험 끝날 때 까지는 말 안 걸겠다는, 혹은 말 걸지 말라는 듯한 느낌이 든다. Y양이 친구에게 가을쯤 여행 간다고 얘기했더니, 친구가 "응, 잘 다녀와."라고 말하면 여행 얘기 또 하기가 좀 그럴 것 같지 않은가? 다시 말 걸기도 좀 뻘줌하고 말이다.

Y양은 모태솔로부대원인 까닭에 "어떻게 남자랑 매일 연락을 하죠? 매일 연락한다고 해도,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거죠?"라고 말할 것 같은데, 걱정은 이제 그만 접어두고 일단 말을 걸어보길 바란다.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될 지는 Y양도, 상대도, 나도 알 수 없다. 실수를 해도 괜찮으니 시도해 보자. 문제도 일단 풀어봐야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 수 있는 법 아닌가.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도 알 수 있는 거고 말이다. 소심하게 철벽 치는 일은 그만하고, 가랑비처럼 스며들어 보길 권한다.


끝으로 Y양에게, Y양은 부담스럽지 않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Y양이 상대에게 연락하는 건 별로 친하지 않은 학교 후배도 할 수 있을 정도의 연락이고, Y양이 '모쏠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는 큰 키도 사실 그닥 부담스러운 키는 아니다. 자꾸 자신이 모쏠인 이유를 찾아내 그것에 부정적인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흘러가 보자. 그러다 막히면 돌아가면 되고, 걸림돌을 만나면 넘어가면 된다. 길이 아니다 싶으면 돌아 나오면 되는 거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과 사귈 수 있을까?'보다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마음으로 다가가 보자. 아직 전화통화도 한 번 한 적 없는 상황에서 호감표시를 하는 건, 볍씨를 그냥 논에 심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걸 잊지 말길 바라며, 지금은 일단 관계의 뿌리를 내리는 것에 좀 더 집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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