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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처음엔 호감을 보이다가 갈수록 간만 보는 남자, 왜?

by 무한 2013. 8. 6.
친해질수록 간만 보는 남자, 왜 그렇게 되었을까?
아직 누군가에게 한 번도 이런 얘기를 못 들었다면, 오늘 듣기 바란다.

M양은 좀 이상하다.


미안하지만 상처를 받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주변 사람들이 '좋게좋게' 지내기 위해 M양에겐 4중 필터로 거른 듯한 얘기만 해주는 것 같은데, 여기선 필터 떼고 얘기하자. 누군가에게 한번쯤은 솔직한 얘기를 들어야 M양도 자신의 상황이 계속 엉망으로 변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 아닌가. M양의 연애는 '미운 네 살'의 수준이다.

M양의 얘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대학교 다닐 때 본 적 있는 타과의 여학생 '잠옷소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잠옷을 입고 학교에 오던 여학생.


처음 그녀를 봤을 때 난,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약간의 문제가 있는 줄 알았다. 그녀는 잠옷을 입은 채 캠퍼스 잔디밭에 들어가 음악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맨발로.

하지만 알고 보니 그녀는 타과의 대학생이었고, 우수한 성적으로 해당 학과에서 인정받는 모범생이라고 했다. 타과생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해당 학과에서 속옷을 입지 않는 여자로 더 유명하다고 했다. 속옷이 몸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아예 입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잠옷'인 줄 알았던 그 너풀거리는 옷 역시, 몸을 옷의 압박에서 자유롭게 풀어주기 위해 입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에겐 '벤치 귀신'이라는 별명도 있었다. 그녀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냈는데,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다가 감정이 격해지면, 도서관 뒤 벤치로 가서 혼자 울었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난 이후,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흐느낌 소리에 벤치 쪽을 돌아본 학생들은 대부분 기겁했다. 잠옷 같은 걸 입은 여자가 흐느끼며 그곳에서 울고 있으니 어찌 무섭지 않겠는가.

이렇게 적어두면 그녀가 '아웃사이더'로 보일 수 있는데, 그건 또 아니었다. 해당 학과가 '남탕'같은 곳이라, 그녀는 늘 '오빠'들과 밥을 먹는 듯 보였다. 앞서 말했던 '잔디밭' 이야기만 하더라도, 맨발로 잔디밭에 들어가 있는 그녀를 발견하면, 같은 학과 남자들이 옆에 가서 말을 걸거나 손을 흔들며 알은체를 했다.

나 역시 그녀를 자꾸 보다보니, 처음에 느꼈던 위화감은 사라지고 점점 그녀를 하나의 '스타일'로 인정하게 되었다. 물론 그녀에게 말을 걸거나 친해지려는 시도 같은 건 하지 않았다. 낚시하러 가서 고라니를 본 느낌이랄까. 그냥 좀 특별한 여자라는 생각만 있었지, 애써 '아는 사이'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타과생들 역시, 그녀를 '독특한 후배'라고 생각하며 어울리는 거지 '여자'로 생각해 어울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2. M양에게 발견되는 이상한 모습.


사연을 읽으며 내가 살짝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 M양의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모습'을 봤을 때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하기 어려워 할 말을 M양은 거침없이 하고, 업무시간에 속상한 일이 생기면 회사에서 울기도 한다. 특히 심남이가 사내 메신저로 농담을 했을 때 M양이 그 말에 기분이 상해 울었던 사건은,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 심남이가 메신저로 M양에게 농담을 했고, M양은 그게 기분 나빠 움.
ⓑ 회사 사람들이 왜 우냐고 묻자, M양은 심남이가 농담을 해서라고 말함.
ⓒ 둘과 연관된 직장사람들이 그 일을 다 알게 되고 심남이는 혼남.
ⓓ 심남이 부서의 회식날, M양이 초대되어 심남이와의 화해가 시도됨.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하다. 초등학생도 아닌데 둘이 사적인 얘기 주고받다가 회사 사람들에게 오픈해 버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고, 다른 부서의 회식까지 따라가 '관계회복 서비스'를 받으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그 이후 M양이 심남이에게 좀 더 들이댔을 때, 심남이는 M양이 자신에게 들이댄다는 걸 다른 동기에게 말했고, 그 소식은 M양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 일에 대해 M양은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제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눈치 챘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저 혼자만 좋아하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나더군요."



딱 그 부분만 놓고 보면 남자가 비겁해 보이는 게 맞다. 이쪽의 호의와 관심을 은근히 즐기며 그걸 타인에게 자랑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전의 일들까지 종합해서 살펴보면, M양의 들이댐 이후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상황설명'을 타인에게 해 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과거에 M양은 일이 생겼을 때, 전후사정 다 생략하고 사람들에게 '내가 피해를 입은 부분'만을 강조해 그를 궁지로 몬 적이 있으니 말이다.

분명 뭔가 이상하다는 내 심증은, 최근 심남이가 M양에게 한 말로 인해 보다 확실한 증거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다 그 말을 그대로 옮겨 적진 않겠다. M양은 그 말의 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가 M양에게 한 말의 뜻은,

"넌 세상물정을 모르는데다,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어.
그걸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바보 같다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하튼 평범한 사람들처럼 좀 행동해봐."



라는 의미다. 저 말은 "넌 4차원 소녀야. 독특해."라는 긍정의 뜻이 아니라, 지켜보기 답답하며 불안불안한 마음이 든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게 맞다.


3. 이 위험한 얘기를 한 까닭은?


내가 이 위험한 얘기를 한 까닭은, M양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의 거의 모든 남자가 다 '이상한 남자'나 '간만 보는 남자'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가 저에게 공주라고 한 적도 했는데요?"


한 번 봤을 땐 모른다. 소개팅남은 그저 자신이 느낀 M양의 첫인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썸남 역시 마찬가지다. 썸남은 최초에 M양을 '차도녀'나 '여우'정도로 생각했다. 자신만의 패션철학이 있는 듯한 옷차림, 남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모습 등을 보고 M양이 팜므파탈의 여인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M양은 허당이었다. M양이 썸남에게 한 말을 보자.

"오빠 저 민수오빠랑 저녁 먹을 건데, 오빠도 올래요?"
"소개팅 하고 왔어요. 만나보니까 별로더라구요. 저한테 관심은 보이시지만…."
"형규오빠가 자꾸 소개팅 시켜달라고 해서 미치겠어요. 여자친구도 있으면서."



알고 보니 M양은 그냥 오빠들에게 귀여움 받으며(때론 소개팅 티켓으로 이용당하며) 지내는 순진녀 였던 것이다. 아무에게나 자신이 가진 패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걸 가지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조언을 받기도 한다. '연애상담'이라는 구실로 M양은 심남이에게 자신의 '현재 진행 중인 소개팅'까지 생중계했다.

M양의 방식으로 이성을 대하면 아래와 같은 레퍼토리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 호감이 있는 이성이 M양과 가까워짐. M양은 자신의 모든 카드를 다 보여줌.
ⓑ 남자 대 실망. 어리숙한 M양과 오빠동생 정도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함.
ⓒ M양은 그의 '오빠로서의 호의'를 이성으로서의 호의라고 착각하며 기대를 함.
ⓓ M양 대 실망. 하지만 이미 그에게 의지하기 시작한 까닭에 그에게 계속 의지함.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진지한 연애를 고려하고 있던 남자라면 ⓑ단계에서 모두 만세를 부를 것이다. M양이 아직 자신의 본래모습을 하나도 오픈하지 않은 초기라면 모르겠지만, M양이 미주알고주알 일상보고, 업무보고, 연애보고까지 하는 모습을 본 후엔 M양을 '연애상대'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판을 엎어버리려고 하는 모습,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타인에게 털어놓고 상담 받으려 하는 M양의 모습을 보곤 인연을 끊을 수도 있다.


M양은 물었다.

"이 남자, 절 좋아하기는 하는 건가요? 왜 자꾸 간 보는 듯이 구는 거죠?"


썸남이 M양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이 없다는 것에 내 국민은행 통장을 걸 수 있다. 절대 아니다. 그는 그저 '좋은 오빠'로서 M양을 대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제가 일주일 넘게 연락하지 않자 연락해 온 거는요? 그건 관심 아닌가요?"


그건 관심이라기보다는 '정'이라고 보는 게 맞다. 매일 연락해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털어 놓던 M양이 갑자기 연락을 끊으니, 그도 궁금하거나 걱정되었을 수 있다. 또 M양은 그에게 기대는 대신 선물을 챙겨줘 가며 맹목적인 신뢰를 보였으니, 그런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진 그에겐 허전함이 느껴졌을 수도 있다.

난 솔직히 M양이 자신의 '계획'이라며 말한 부분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썸남이 이젠 정 떨어지는 말도 하는데, 확 고백해 버리고 자폭할까요?"


이십대 중반이 아니라 십대 중반인 여자가 한 말 같다.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저건 남들이 돌리면 돌리는 대로 돌아가는 팽이 같은 연애 아닌가. 남들이 돌리지 않으면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팽이 말이다.

의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로 뭐든 다 털어 놓는 여자는, 남자를 권태롭게 만들고 만다. M양에겐 '의존남 갈아타기'를 그만두고, 오늘부터라도 '비밀을 지닌 여자',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하는 여자'로 살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 너무 늦은 건 아니니 좌절하지 마세요. 삼십대 중반에 그런 분도 있습니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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