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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가치관이 달라 헤어졌다는 커플, 진짜 문제는?

by 무한 2013. 8. 12.
가치관이 달라 헤어졌다는 커플, 진짜 문제는?
축하드립니다. 김형은 2013년 노멀로그 '최고로 이상한 남자'에 뽑히셨습니다. 매뉴얼을 꾸준히 읽어 오셨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는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을 정도로 엉망입니다. 만약 김형의 여자친구분이 사연을 보내셨다면 저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헤어지세요."


라고 권했을 겁니다. 여전히 김형은 '진짜 문제'가 뭔지 모르시고 계신 것 같은데,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오늘 함께 살펴봤으면 합니다. 갈 길이 머니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1. 너와 만나기 전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친구는 이상한 여자?


제목을 이상하게 적게 되는 것만 봐도 이게 좀 이상한 얘기라는 걸 알 것 같지 않으십니까? 이건 김형도 깨닫고 계신 부분입니다만, 현여친에게 구여친의 친구 얘기를 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에러입니다.

"여자친구에게, 구여친의 친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그 부분을 놓고 구여친과 다툰 적이 있었는데,
말다툼을 해도 결론이 나지 않아 제가 차버렸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여친에게 구여친을 차버린 얘기를 한 건, 멋있어 보이려고 한 얘기입니까? 아니면 너도 까불면 내가 차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입니까? 아래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제가 생각했을 땐 김형이 구여친 친구의 잘못된 점을 말하며 현여친에게 '그러니 너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의하기 바란다'라는 뜻을 흘리려고 하신 것 같은데, 결론은 헛소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저 얘기를 듣고 유쾌해 할 여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김형은 질투가 많은 데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데, 만약 여자친구가 구남친과 구남친 친구의 이야기를 꺼냈다면 어떤 표정을 지으셨을 지가 궁금합니다. 그랬다면, 그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계속해서 여자친구를 괴롭히지 않았을까요? 회사에서 다른 남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마저 단속할 정도의 김형이, 여친의 과거 연애 이야기를 듣고 쿨하게 넘기진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김형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성매매 하다가 이혼당한 '구여친 친구 남편'을 왜 변호해?


김형은 이것을 가치관의 차이라고 말합니다. 

"남편이 성매매를 했다고 바로 이혼하는 건, 여자에게도 잘못이 있는 거다."


멋있어 보입니까? 저 말을 들은 여자친구가 

"우와 오빠 짱! 판사 같아요! 오빠는 공정하고 정의롭고 객관적인 사람!"


이라며 환호할 것이라 생각하셨습니까? 김형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저도 알 것 같습니다. 상대의 '실수' 하나만 가지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그건 그런 선택을 한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하시려 한 것 같은데.

저 사례를 가지고 그 뜻을 전달하려 했던 건 최악의 선택입니다. 제가 알기론 성매매를 한 경우 법원에서도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사유'라고 판단하는데, 왜 김형은 거기서 혼자 양비론-또는, 궤변-을 펴고 있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제 지인 중에도 양비론을 펴거나 궤변을 늘어놓으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사람인 듯 착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했던 얘기 중에 하나를 옮기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차를 몰다가 사망사고를 냈다고, 꼭 피해자를 찾아가서 용서를 빌어야 하는 건 아니지.
솔직히, 가서 용서를 빈다고 해서 피해자 유족들이 용서해 주겠어?
그리고 보상은 보험사에서 다 해주잖아. 잘못에 대한 벌은 법을 통해 받을 거고. 
(TV에 나온 피해자 인터뷰를 보며)가해자가 얼굴도 안 비쳤다고 저럴 필요는 없지.
잘못을 한 건 맞지만, 가해자도 괴로울 거 아냐. 사람을 죽였는데 마음 편하겠어?
저건,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으니 이제 가해자를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이야."



그가 이야기를 할 때면 대개 자리에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그에게 반론을 펴기 마련인데, 그러면 그는 "너희와 난 가치관이 다른 거야. 틀렸다고 말할 게 아니라, 다르다고 받아들여야지."라는 이야기로 삼팔선을 그어 놓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가치관'이란 말에 묶여 더 이상 주장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은밀히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해 더 아슬아슬한 주장을 펴기도 하고 말입니다.

김형은 저런 행동을 여자친구에게 한 것입니다. 하아, 그래도 착한 김형의 여친은 "오빠가 저런 말을 하는 게, 꼭 나중에 벌일 외도를 정당화하기 위해 포석을 깔아두는 것 같다."라며 염려할 뿐이었습니다만, 거기다 대고 김형은 "너와 난 가치관이 다른 거다. 틀렸다고 생각하지 말고, 다르다는 걸 인정하자. 내가 성매매하겠다는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런 결론을 짓는 건 비약이다."라는 얘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이거, 답이 안 나오지 않습니까?


3. 가슴이 찡하네요 정말로


김형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며 '가치관이 다른 거다'라는 주장을 편 까닭에, 여자친구는 생각할 시간을 갖자고 말하며 웁니다. 여하튼 그날은 그렇게 보냈고, 그 다음 날 김형은 이게 사랑싸움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후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겁니다. 여기서 그냥

"내가 어제 안 지려고 헛소리 한 거다.
자존심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상한 주장들을 막 갖다 붙였다.
미안하다. 즐거워야 할 데이트에서 황당한 소리들이나 하고…."



라고 사과했으면 그마나 좀 화해의 실마리가 보였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김형은 자기주장만 다시 하며 '다르다는 것'에 대한 그레이트한 헛소리만 하고 맙니다. 확인사살을 당한 여자친구는 아마 이쯤에서 김형에게 학을 떼었을 겁니다.

뒤늦게야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한 김형은 여자친구를 찾아가 대화를 시도합니다. 그렇다고 사과를 한 건 아닙니다. '내가 왜 그런 얘기들을 한 것인가'에 대한 변명만 했을 뿐입니다. 여기서 완전히 끝난 겁니다. 여자친구가 더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한 태도만 보였다는 것만 봐도 끝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후 김형은 장문의 카톡을 보내기 시작하는데, 그 내용이 가관입니다.

- 우린 알아가는 사이다. 성급하게 단정 짓지 마라.
- 내가 한 말들이 내 가치관이거나 성격의 바탕은 아니다.
- 가치관이 같은 것보다, 가치관이 다를 때 조화로울 수 있다.
- 내가 흥분해서 한 헛소리들을 가지고 이별이란 판결을 내리면 안 된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급하니까 그냥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일단 막 내뱉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르다가 달랬다가 화냈다가 애원했다가…. 저 글을 읽은 김형의 여자친구는 헤어지기로 한 건 잘 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했을 겁니다. 진정성이 없는 말들은 상대에게 가서 닿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로 하여금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게 만드는 법이니 말입니다. 가슴이 찡 합니다. 정말로.  


4. 논리입니까, 놀리는 겁니까?


김형이 하는 말들, 논리적인 게 아니라 사람 놀리는 겁니다.

"사귈 때 둘 모두 동의해서 사귄 것처럼, 헤어질 때도 그렇게 하자.
끝내더라도 서로 납득하고 끝낼 수 있게 노력하자.
어차피 우린 같은 사무실에서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잖아.
내가 널 좋아한 게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니고."



이건 뭐 "들어올 땐 마음대로였지만, 나갈 땐 아니란다."의 연인버전입니까? 저건 달리 보면 협박으로도 읽힐 수 있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김형은 끝까지 자기주장을 위해 말도 안 되는 근거를 갖다 붙이고 있는데, 마지막 말을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내가 널 좋아한 게 그렇게 큰 잘못도 아니고."


저건 지금 이 문제와 아무 관련이 없는 이야기 입니다. 김형의 여자친구는 김형의 강압적인 태도와 궤변, 오로지 자신의 감정만 생각하며 마음대로 해 버리는 그 태도에 학을 뗀 겁니다. 이별한 지금도 김형은 계속 같은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좋은 오빠동생으로 남기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도 해줘. 내가 정리할 수 있게.
끝까지 너 힘들게 해서 미안한데, 네가 그렇게 해주면 나도 너 열심히 잊어볼게."



왓 더…. 여자친구가 장기판의 말입니까? 김형의 기분에 따라 여자친구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해야 합니까? 정말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김형이 지금 해야 할 건 사과와 자숙입니다. 서툴고 모난 모습으로 인해 여자친구에게 상처를 주고 엉망으로 굴었다면,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며 미안함으로 그녀를 대해야 합니다.

그런데 김형은 "이건 내 요구사항이다. 어렵더라도 들어줘라. 그럼 나도 헤어지는 것에 동의하겠다." 따위의 말만 하고 있습니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아 "사랑한 게 죄냐?"라며 비련의 주인공 코스프레 하고 있고 말입니다.


김형도 아시겠지만, 위에 적은 문제점들은 '한 사건'에서 보인 김형의 문제점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여기다 옮겨 적진 않겠지만 '다른 사건'을 가져오면 또 다른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요구와 욕구, 구속과 구걸의 문제들 말입니다.

김형.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아니, 그런 식으론 강아지를 대해도 강아지가 김형을 싫어할 겁니다.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며, 계속 김형 눈치만 볼 겁니다. 김형 옆에 있다가도, 다른 사람이 오면 얼른 달려가 안길 것이고 말입니다. 

지금은 헤어졌더라도 앞으로 다시 좋은 모습 보여 재회하려는 생각에 지금 김형이 조르고 있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그거 성공할 가능성이, 저희 집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가 말을 할 가능성 보다 적습니다. 절 신뢰하신다면, 김형이 앞으로 그녀에게 깔짝깔짝 안부인사 같은 걸 보내다가 다시 고백을 해 화내고, 어르고, 달래고, 애원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거라는 말도 신뢰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중요한 건 '좋은 오빠동생'같은 관계를 약속 받아 창구를 열어두는 게 아닙니다. 그녀는 이미 김형에게 인간적인 '실격 판정'을 내렸는데, 지극정성으로 대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겠습니까?

상대에게는 순수하게 미안한 감정만을 전달해야 하고, 김형 스스로는 위에서 말한 문제들을 생각하며 '타인에겐 저런 내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합니다. 반성하고 있다는 걸 상대에게 계속 전하라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한 2주 반성하다 '아 이제 반성 다 했다. 그녀에게 내가 달라졌다고 말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대원들이 많아 제가 담배를 못 끊고 있습니다. 꽁꽁 언 그녀의 마음이 녹을 때까지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 그게 최선입니다.



▲ 다급한 마음으로 수를 두면 악수만 두게 됩니다. 숨이라도 좀 돌리세요. 추천은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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