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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 돌아와서 연락은 잘 하지만

by 무한 2013. 9. 2.
여행지에서 만난 남자, 돌아와서 연락은 잘 하지만
오늘 소개할 사연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여자가 여행을 가려고 준비하던 중, 마침 같은 지역으로 여행갈 사람 모집하는 글을 봄.
ⓑ 그 글을 올린 남자를 주축으로 그녀 포함 다섯 명이 여행을 떠남. 
-  공항에 도착해서도 그는 사연녀에게 계속 신경을 썼으나,
   또 다른 여자사람 A가 등장하자 태도가 돌변함. A에게 더 신경씀.

ⓒ 사연녀는 태도가 변한 그 사람에게서 마음을 접으려고 했는데, 여행 후 연락이 옴.
ⓓ 둘은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 중.
- 하지만 그가 만나주지 않음. 사연녀가 만나러 간다고 해도 거절.



이 사연엔, 전에 매뉴얼로 한 번씩 소개한 적 있는 여러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월요일 아침이니, 가볍게 복습한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살펴보자.


1.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다정한 남자.


K양의 썸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정하다. 내가 만약 그였다면, 여행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전화해선 계속 우유부단하게 굴고만 있는 K양에게

"그래서 가실 건가요, 안 가실 건가요? 그것부터 좀 확실하게 해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헝가리 여행자를 구하는 글을 보고 전화해선 "저 근데 홍콩이 더 가고 싶어서 지금 고민 중인데요.", "가까운 일본부터 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따위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에겐 짜증이 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K양의 지루하고, 짜증나고, 결론도 없는 얘기를 아빠 미소를 지으며 다 들어 주었다. 해당 여행지로 K양이 마음을 돌리도록 설득하고, 숙소 잡는 것을 도와주고, 돈이 많이 들지 않도록 절약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주었다. 이전 매뉴얼에서 소개한 적 있는 '이타적인 남자'의  결정체라 할 수 있겠다. 

K양에겐 그의 저런 태도가, K양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태도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K양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껴서라거나, K양이라는 사람과 꼭 여행을 함께 가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니다. 그 누가 연락을 했더라도 그는 저런 친절과 호의를 베풀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K양이 연락하기 전까진 여행을 가기로 한 구성원들이 모두 남자였던 까닭에 그가 더욱 K양을 붙잡으려 했다고 생각한다. 여행에 또 다른 여자사람인 A양이 합류했을 때, 그가 K양에게서 눈을 돌려 A양에게 집중했던 걸 보면 그가 'K양 이라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 친절과 호의를 베풀었던 게 아님을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또 난 그가 '착한남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행 이후 둘이 대화를 나눌 때, K양은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그에게 몇 번 실망한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K양의 화를 풀어주려 하거나 "그럼 앞으로 내가 연락하지 말까?"하며 피해버렸다.

상대가 '착한남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꼭 연애상대로 피해야 하는 건 아니다. 현명한 여자들은 모난 돌 다듬듯 상대를 다듬어, 그가 가진 잉여분의 헌신과 친절을 한 곳으로만 집중하게 만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K양 썸남의 경우 아래에서 이야기 할 '썸의 즐거움만 누리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위험하다. 아래에서 자세히 이야기 해 보자.


2. 썸의 즐거움만 누리는 남자.


관심이 있어서 연락 하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그는 K양이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우린 매일 이렇게 연락하고 그러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고…."


라며 떠보기 스킬을 사용하면,

"그럼 연락하지 말까? 네가 불편하다면 연락 안 할게. 그래도 난 괜찮으니까."


라며 빠져나간다. 평소엔 통화하다 K양이 이제 눕는 다고 하면 "일루와서 누워." 등의 말을 해 사람 헷갈리게 만들면서 말이다. 게다가 그는

"난 결혼 생각이 없다. 그냥 이대로 혼자 지내도 괜찮다."


라며 비상구를 만들어 놓은 상태다. 그렇게 비상구를 만들어 놓으면, 연애를 하다 빠져 나가고 싶을 때 언제든 그 비상구로 빠져 나갈 수 있다.

그런데 이걸 꼭, 그가 K양과 '썸만 타기 위해' 벌이는 일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여행을 함께 다녀온 다른 사람들과도 그가 연락하고 지낸다는 걸 고려했을 때, 그는 그냥 아는 여자가 생기면 썸을 타는 듯이 행동하는 게 몸에 밴 사람인 것 같다. 함께 여행하다 A양과 갈라지게 되었을 때 K양을 포함한 일행들과 있으면서 계속 A양과 카톡을 주고받은 것도 그렇고, 현재 K양과 연락하는 와중에 A양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는 걸 보면 그냥 그런 타입의 남자인 것으로 보인다.

좀 뜬금없는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난 이 둘이 조만간 사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K양이 현재 '사귀는 게 아니라면 이 관계를 정리 하겠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까닭에, 그는 선택을 해야 한다. 만약 그가 외롭고 심심한 상황이라면, K양처럼 자신의 팬클럽 활동을 하고 있는 여자와 사귀지 않는 건 바보짓이다. 얼굴 보겠다며 창원에서 대전까지 올라오겠다는 K양인데, 연인이라는 간판만 걸어 두면 손대지 않아도 알아서 착착 연애가 진행될 것 아닌가. 그래서 더 염려스럽다.


3. 들뜬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 여자.


사연을 읽다가, K양이 친구가 잘못 보낸 척 하며 상대를 떠보는 대목에서 난 스크롤을 올려 K양의 나이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거 요즘 대학생들도 안 하는 짓인데, 계란 한 판의 나이가 된 K양이 하고 있었다. 이래서 내가 담배를 못 끊고 있다.

솔직히 초반에

"와요, 밥 해 줄게요."
"내가 가서 오빠 챙겨줘야겠네~"



라는 이야기를 한 것부터 에러다.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부터 K양은 상대에게 저런 얘기를 했다. 여행을 마쳤으면 들뜬 마음을 좀 내려놓고 생활에 안착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K양은 여행지에서의 상태 그대로 혼자 들떠 앞뒤 가리지 않고 상대에게 들이댔다. 때문에 돌아온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오늘 오빠 연락 없어서 속상했어요. 오빠 너무 보고 싶다."


라는 말까지 하고 말았다. 돌아온 지 일주일째 되는 날에는

"우리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매일 연락하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고…."


라며 떠보기 스킬도 사용했다. 열흘쯤 지나서는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장난치듯 "자기, 여보"하며 좀 더 본격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했고 말이다. "넌 사귀자는 말만 해, 나머진 내가 다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듯한 기세다. 그렇게 들이대도 썸남이 선을 긋자, K양은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술자리에서 친구가 K양의 폰을 뺏어 대신 보내는 척 하며 벌인 연기에 대해서는, K양의 인생에 흑역사로 길이길이 남을 일이니 여기에 자세히 적지 않겠다.)

K양은 말한다.

"저도 알아요. 아직 완전히 제게 마음 줄 만큼 오빠가 절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걸."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조금이든 많이든 상대는 K양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연락하면 제일 잘 받아주는 게 K양이라 연락을 하는 거라 생각한다. 그는 함께 여행을 했던 다른 사람들에게도 꾸준히 연락하며 안부를 물을 정도로 다정한 사람이다. 때문에 K양에게도 그런 취지로 연락을 했는데, K양은 그걸 자신에 대한 호감이라 착각하곤 계속 들이댄 것이다. K양은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든 다 호응해 주고, 호감을 표시하기 위해 상대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상대의 입장에선 그게 또 싫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장난치듯 같이 놀긴 하는데,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때문에 결국 K양이 둘의 관계를 확실하게 못 박으려 하면 그는 로그아웃 하려는 제스쳐를 취한다.(상대가 K양에게 어느 정도 관심이 있다고 밝힌 건 카톡이 아니라 전화통화를 하다가 둘이 나눈 얘기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이렇게만 적어둔다. 카톡대화만 보면 둘은 그냥 함께 여행을 다녀온 수다친구처럼 보일 뿐, 썸을 타고 있는 관계로는 보이지 않는다.)


K양이 자존심 내려놓고 얼굴에 반했다는 글자 써 놓은 채 들이대도 상대가 밀어내는 상황이다. 난 K양이 억지로 이 관계를 연애로 잇진 않길 바란다. 위에서 말했듯 억지로 이으면 이어질 순 있을 것이다. 그건 마치 보증금과 월세 없이 그냥 몸만 가지고 들어와서 장사 하라는 제안과 같기에, 상대의 형편이 궁하기만 해도 그 제안을 거절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게 연애를 시작하면 당장은 즐겁겠지만 나중에 다친다. 상대는 이미 결혼 할 생각이 없다며 비상구를 만들어 둔 상태고, 거기다 K양이 떠보면 "그럼 연락 안 하겠다. 난 그래도 괜찮다."라며 금방 발을 빼버리지 않는가.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연인이라는 간판 걸고 연애를 시작하면, 문 닫는 건 시간문제가 된다. 그를 다정한 오빠 정도로 생각하며, 그의 친절과 호의는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길 권한다.

내가, 30분 이상 통화가 가능해야 고백이 가능할 정도로 가까워 진 것이라고 적은 까닭에 자꾸 이런 사연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저 얘기는 아직 전화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도 아니면서 일단 고백부터 하려는 대원들을 좀 진정시키려고 한 얘긴데, 저걸 절대적 수치라고 생각하며

"한 시간 반 통화한 적도 있어요. 30분은 그냥 넘어요."


라고 말하는 대원들이 있기에 안타깝다. 그래서 오늘은 기준을 하나 더 추가할까 한다. 앞으로는 30분 이상의 통화와 더불어 '한 주에 한 번 이상 사적으로 만나는 사이일 때'를 연인이 될 준비가 된 상태로 보자. 30분 이상 통화하지만 찾아 간다고 하면 오지 말라고 하고 만나자고 하면 나중에 보자고 하는 건, "너와 나는 서로의 외로움과 심심함을 달래주는 수다친구다."라는 뜻임을 기억해 두자.



A양이 나타나자 그가 바로 K양을 찬밥 취급하는 걸 보며 눈치 채셨어야죠.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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