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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연애할 마음이 없어 보이는 그 남자, 대처법은?

by 무한 2013. 10. 3.
연애 할 마음이 없어보이는 그 남자, 대처법은?
문제를 하나 풀어보자.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잠시 지갑을 열었는데, 지갑에 대충 끼워 놓았던 오만 원짜리 네 장이 떨어졌다. 떨어진 돈은 바람을 타고 청계천에 빠졌다. 돈이 물살을 타고 떠내려간다. 그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① 돈 쫓아 살지 말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가던 길을 간다.
② 애초에 지갑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한다.
③ 속으로 누군가 건져주기를 기도하며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본다.
④ 돈을 쫓아가다 얕은 곳에서 건져 올린다.



평소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를 의식하며 쭈뼛거리는 일이 많은 사람도, 이 순간만큼은 적극적으로 자신이 떨어뜨린 돈을 쫓으리라 생각한다. 오만 원짜리 네 장이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거면서, 왜 일생일대에 한 번 만나기 힘들 수도 있는 괜찮은 남자는 그냥 흘려보내려고 하는가 L양이여!

떠내려가고 있는 그를 건져 올릴 몇 가지 대처법을 여기다 적어둘 테니, 내 얼굴만 바라보며 속으로 기도하는 건 그만두고 이번엔 능동적으로 쫓아 달려가 보길 바란다. 출발해 보자.


1. 진로변경을 생각하는 이십대 후반의 남자.


진로변경을 생각하는 이십대 후반 남자의 마음은, 고등학교 2학년 2학기에 자퇴를 생각하고 있는 수험생의 마음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불안과 혼돈과 두려움이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무언가를 더 넣을 자리가 없기도 하다.

"가까워지는 느낌이 안 들어요. 그가 연애 할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M양이 잘 본 거 맞다. 현재 그에게 연애란, 강남역 사거리에서 교통사고를 낸 뒤 경찰들에게 진술하고 있는데

"안녕하세요, 고객님. 폰 바꾸실 때 되셨죠? 최신 폰을 무료로 드리고 있습니다."


라는 전화가 걸려온 것과 비슷하다. 무료고 뭐고, 그는 지금 통화를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저 마음이 딱 정해져서 계속 유지되는 건 아니다. 본능적으로 마음은 자꾸 연애를 향해 가고, 머리는 '이럴 때가 아니야.'라고 각성시키는 갈등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이땐 자신이 처한 상황이 다급하면 다급할수록 머리가 이기는 경우가 많다.

"그건 다 변명 아닌가요? 그가 여자에게 반했다면 상황이 그래도 집중할 것 아녜요?"


남자가 외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이라든가, 아직 연애나 여자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그렇게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그가 연애에 자신을 올인 하는 것이 바보 같은 짓이라는 걸 알고 있기에' 그렇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인터넷을 10년쯤 한 사람이 "오늘만 공짜!"라는 광고배너를 누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L양은 이십대 초반의 연애만을 떠올리며

"그가 다른 남자들처럼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서 불안해요.
이러다 흐지부지 될까봐요. 사귀게 되어도 이럴까봐 두렵기도 하고."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십대 후반의 연애에선 '동반자'의 모습이 더 필요하다는 걸 기억하자. 이십대 초중반의 연애가 마음이 동하면 특별한 목적지 없이도 떠나는 여행이라면, 이십대 후반부터의 연애는 함께 계획한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여행과 같다. 


2.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자.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는 명절에 한 번 보는 친척들과도 나눌 수 있다.

"나? 월말이라 좀 바빴다가, 이제 좀 살만하지. 넌 어때?"


따위의 이야기들 말이다. L양과 썸남의 대화를 보면 알게 된 지 근 한 달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딱 저 정도의 대화만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L양 - 집은 알아 봤어요?
썸남 - 응 두 개 보고 왔는데, 하난 집이 좋고 다른 하나는 교통편이 좋아.
L양 - 으아 정말 고민되겠다. ㅠ.ㅠ
썸남 - 응 ㅠ.ㅠ
L양 - 잘 결정하세요~
썸남 - 계약하고 나면 집들이 할게.
L양 - ㅎㅎ 기다리고 있을게요~



며칠 전에 처음 본 사이라면 저런 대화가 이상한 게 아니지만, L양과 썸남은 꽤 가까워진 사이다. 그러면 한 발짝 더 다가가 대화를 나눠도 된다. 두 곳이 어딘지를 물은 뒤 거리뷰 등을 통해 외형을 본 후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집을 볼 때 뭘 제일 먼저 보는지를 물을 수도 있고, 어색하지 않은 사이라면 집을 같이 볼 수도 있다. "어, 그래. 알아서 잘 해. 화이팅!"의 뉘앙스로 대화를 하는 것 대신 말이다.

더 중요한 건, '어떻게 살고 있는지'보다 밀도가 높은 '어떤 생각을 하며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걸 준비 중이다'정도의 겉핥기 대화만 할 게 아니라, 진로를 바꾸려는 이유나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어릴 적 가지고 있던 장래희망이나 회사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은가. 평소 카톡대화로는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대화를 하더라도, 만났을 때는 "그거 맛있게 하는 식당 안다. 나중에 같이 먹으러 가자."보다 좀 더 밀도 높은 얘기들을 하길 권한다.

"오늘 A언니랑 치킨 먹었어요."
"저 내일 어디 가요."
"오빠 피곤하겠다. 화이팅."
"불금에 야근이라니…. 힘내요!"



지금 L양은 짬날 때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좋은 동생일 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새워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은 아니다. 그리고 둘 다 기독교 신자인 까닭에 대화하다 마땅히 할 말 없으면 "기도할게요~ 화이팅!"으로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 짓곤 하는데, 앞으로는 어중간하게 끊지 말고 끝까지 가보길 바란다.


3. 관찰은 그만 하고 다가가자.


우선, 전에도 한 번 한 적 있는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답장은 최대한 빨리 하자. L양이나 썸남이나 연락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땐 서로 대화하기 편한 시간에 대화하자. 점심시간이라든지 퇴근시간에 맞춰서 말이다. 지금 둘은

L양 - 12시 17분
썸남 - 13시 05분
L양 - 13시 32분
썸남 - 14시 55분
L양 - 15시 05분
썸남 - 17시 18분

(다음 날)
L양 - 22시 05분
썸남 - 23시 31분
L양 - 23시 59분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면 두 줄 이상의 메시지를 써서 보내는 장문대화라도 나누길 권해주고 싶다. 타이밍을 못 맞춰 안부 하나 제대로 물을 수 없는 저런 대화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다가가자.

"제가 그의 연락을 기다리고 신경을 써야 하는, 이런 관계가 힘들어요."


그건 감나무 아래 앉아서 입만 벌리고 있으니 힘든 것 아닌가. 위에서 말했듯 L양의 썸남은 본능 하나에 이끌려 마구 들이대는 꼬꼬마가 아니다. 그가 손을 반 내밀었으면 L양도 손을 반 내밀어 맞잡아야 하는데, 지금 L양은 그냥 그가 자신을 끌어당겨주길 기다리고 있다.

"만났을 때 나중에 **에 같이 가자는 얘기도 했었는데, 거기에 대해서 말이 없네요."


카톡대화만 보면 L양은 '**에 같이 가는 것'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 같다. 상대와의 대화를 즐겁다고 생각하는 사람 같지도 않고, 만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현재 내가 원고를 보내고 있는 모 잡지사의 담당자와 내가 나누는 대화가, L양이 썸남과 나누는 대화보다 두 배 정도 더 많다. 심지어 담당자가 L양보다 더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다정하기까지 하다.

"대화를 나누다 그가 한 말이 있는데, 그걸 보면 그는 냉정한 사람 같아요."


관찰은 그만 하고 다가가자. 지금 '썸남의 한살이'같은 걸 관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런 것 같아 보이는 거지 그런 거라는 걸 확인한 건 아니잖은가. 만나봤는데 '너는 너, 나는 나'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걱정은 그때 해도 좋다. 그러니 우선은 만나보자. 진로변경 때문에 썸남이 퇴근 후 학원에 다닌다고 했는데, 목표를 위해 얼마간 삶을 단조롭게 만든 채 살고 있는 그에게 삼계탕이라도 한 그릇 사 줘 보길 권한다. 오늘 같은 공휴일에 점심(혹은 저녁) 핑계로 만나 삼계탕 한 그릇 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M양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여자가 먼저 다가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서두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오만 원짜리 네 장이 떠내려가면 쫓아갈 거면서, 왜 괜찮은 남자는 그냥 흘려 보내냐고. 눈치 보느라 도도한 척 하다가 놓치지 말고, 과감하게 다가가자.




▲ 어제 보이차 얘기하시던데, 전 차가버섯 부수질 못해 못 먹고 있습니다. 추천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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