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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헤어질 기색도 보이지 않다가 이별통보 한 남친

by 무한 2013. 10. 15.
헤어질 기색도 보여주지 않다가 이별통보 한 남친, 왜?
은주야, 내가 여자라고 가정해 보자. 우리 둘은 룸메이트야. 처음 같이 살 땐 좋았어. 서로를 배려해가며 지냈고, 밤마다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심심하지 않게 지냈으니까. 그런데 은주가 취직을 했어.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회사야. 툭하면 야근이라 은주는 피로에 쩔어있지. 마침 그때 은주를 향한 내 잔소리가 시작돼.
 
"바빠도 늦을 것 같으면 카톡을 보내주고, 언제 들어온다고도 말해줘라."
"나만 집안일을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네 빨래도 내가 개는 일이 많다."
"주말에 같이 장 봐야 하고, 월요일에 대청소 할 거다."
"같이 지내면서 우린 대화가 너무 없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얘기 좀 하자."
"오늘 또 야근이냐. 그럼 나 혼자 저녁 먹을 텐데 괜히 밥 2인분 했다."



내가 저러면 은주는 나가서 따로 살고 싶지 않을까? 그런 태도를 은주가 연애에서 취했기 때문에 헤어진 거야. 수치로 나타내자면 8 : 2 정도로 은주가 잘못했다고 나는 생각해. 냉정하게 말해달라고 했으니 냉정하게 말해줄게. 복근에 힘 꽉 주고 읽어봐.


1. 표현을 안 한 건 너야.


아래의 대화를 봐봐.

(만나기로 했는데 여자가 약속시간을 두 시간 넘길 때까지 잔 상황)
여자 - 어디야?
남자 - 나 도서관 들어와 있어.
여자 - 왜 전화 안 했어?
남자 - 너 깰까봐 카톡 보내놨는데. 일어나면 전화하라고 ^^
여자 - 전화해서 깨우지 왜 안 깨웠어?
남자 - 좀 더 자고 일어나서 보면 되잖아.
여자 - 자는 게 아니고 무슨 일이 있어서 연락이 안 된 걸 수도 있잖아?
남자 - 잔다고 하고 연락이 없으니까 자는 거라고 생각했지.
여자 - 난 이해가 안 된다. 그런 상황에서 왜 전화를 안 하는지.
남자 - 음.... 미안해.



저 상황이 반대였으면, 은주가 남자친구 머리카락 다 뽑아버릴 기세로 달려들었을 것 같은데 내 생각이 틀린 건가?

왜 그랬는지를 몰라서 하는 말이 아냐. 약속시간 넘게 자서 미안한데다가 남자친구가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 미안해서 오히려 마음과 반대로 행동했던 거 알아. 그런데 그게 서로 오래 만나 잘 아는 사이라거나 상대가 그것까지 헤아릴 수 있을 때에나 이해될 수 있는거지, 그게 아니라면 상대는 자신이 이해해주고도 사과를 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말 거야.

"누구 잘못이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건 아닌, 저렇게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뭔 소리야? 잘못한 건 은주 너야. 그냥 아주 간단히 생각해 봐. 너랑 나랑 오늘 두 시에 만나기로 했어. 그런데 내가 네 시 까지 잤어. 누구 잘못이야? 내 잘못이잖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너에게 "넌 왜 전화를 안 해? 만약 내가 자는 게 아니라 일이 생긴 거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마냥 기다리려고?" 따위의 소리를 하면 기분이 어떨 것 같아?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랑한다고 말하고 하트 찍어 보낸다고 그게 표현의 전부가 아니야. 그런 표현하기 이전에, 고마우면 고맙다 미안하면 미안하다 얘기를 하는 게 먼저야. 이건 정말 중요한 거니까, 꼭 기억해 두길 바라.  


2. 뭘 더 어떻게 하라고?


은주야, 읽는 내가 다 벅차. 그 상황을 작년 11월부터 얼마 전까지 버텨온 은주 남자친구가 보살로 보일 정도야. 은주 남자친구에게 답답한 점도 있어. 여자친구가 그 정도로 목을 조여 오면 갑갑하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거든.

"아니야 은주야, 그렇지 않아. 나도 은주 보고 싶어~"
"통화하려고 여기까지 나와서 전화 거는 거야!"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 뭐든 다 부족해 보이잖아. 난 네 옆에 있어 은주야!"



저 정도의 멘트를 해서라도 안심시켜주면 될 걸 가지고, 남자친구는 미안하단 얘기만 하고 말아. 더불어 "앞으론 표현 많이 할게."따위의 얘기만 하니까, 의미가 꼭 '할 수 있었지만 그동안 노력 안 했다. 미안하다.'로 읽히거든. 자기가 다 받아주고 감당하려고만 드는 게 읽는 내내 난 답답하더라고.

여하튼 은주야, 넌 국가대표 불만족녀라고 할 수 있어.

"너에게 내가 여자친구로서의 존재감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표현하면 넌 그 표현을 그냥 흡수하는 것 같다."
"난 지금 외톨이가 된 기분을 느끼고 있어."
"정말 날 죽을 만큼 사랑한 적이 있기는 해?"
"난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하는 스킨십이 좋은 거지 스킨십 자체가 좋은 게 아니야."
"내 말을 네가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다."
"어제 넌 그냥 (데이트 마치고)일찍 들어가고 싶었던 거 아니야?"
"나에 대해 궁금한 건 없는지, 목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지…."
"네가 감흥 있어 하는 게 뭘까? 내가 뭔가를 해도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고…."
"넌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네 답장을 보면, 나랑 대화하는 걸 귀찮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요새 우리사이 좀 루즈해 진 것 같아."
"네가 생각하는 연애는 뭔지…."
"전화도 안 하고, 만나자는 말도 없네…."
"넌 정말…."



대화의 절반 이상이, 은주의 저런 불만 받아주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상대가 헤어질 생각을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닐까?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가 채워줘야 할 몫이 있고, 가족이 채워줘야 할 몫이 있으며, 같은 직장에 있거나 모임에 속해있는 사람들이 채워줘야 할 몫이 있는 거야. 그런 거 다 제쳐두고 연인만 바라보고 있으면 십중팔구 "더더더더."만 외치게 돼. 그러다 사랑한다는 상대의 말에 '저 말은 그냥 의무적으로 하는 말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그땐 진짜 방법이 없는 거야. 


3. 불공평한 판결과 처벌.


위에서 말한 이유들만으로도 충분히 이별사유가 돼. 연애에 의무밖에 남지 않거든. 남자 입장에선 '나만 더 잘해야 하는 상황'으로 느껴지니까.

은주 너 폰 어디다 놔두고 와서 하루 동안 연락 안 되었을 때 남자친구가 난리쳤어? 안 그랬잖아. 남자친구가 톡 보냈을 때, 은주가 몇 시간 넘게 대답 안 해도 남자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갔고 말야. 은주는 자신에겐 엄청 관대한 것 같아. 본인이 잘못하면 '미안해'하고 넘기는 일을, 남자친구가 잘못하면 무릎부터 꿇게 만들려고 해. 은주가 대답하지 못할 때 남자친구는 카톡 여러 번 보내놓고 기다려도 되는 사람이야? 반대의 상황이라면 "넌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라며 따져야 하는 거고?

이 이상한 논리를 기반으로 벌어진 은주의 처벌방식도 한 번 보자.

ⓐ각자의 시간 갖기.
ⓑ쳐다보지 않고 대답하기.
ⓒ손잡지 않고 남남처럼 걷기.
ⓓ말로 비꼬기, 비난하기.



내게 저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난 그를 친구로라도 만나기 싫을 것 같은데 은주는 어떻게 생각해? 전에도 한 번 말했지만, 남자친구는 강철로 만들어진 사람이 아냐. 남자친구도 상처를 받고, 실망을 하며, 화를 낼 수 있어. 남자친구가 참 둔해서 그걸 그때그때 말하지 못하고 혼자 더 잘 하려고 하고 더 맞춰 보려고 하다가, 결국 이렇게 되어 버렸기에 난 좀 아쉽다.

은주야. 넌 딱 네 마음대로 틀을 정해놓고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잖아. 애초에 '남자친구는 나를 죽을 만큼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정해두곤, 끝까지 그 태도로 남자친구를 대해. 남자친구가 견디다 못해 이별을 말했을 때, 네가 한 말을 봐봐.

"응, 네 마음 잘 알겠어. 모든 게 그냥 맘이 떠나서 좋게 말한 핑계라고는 생각 안 할게.
나도 고마웠어. 잘 지내고 건강 잘 챙겨."



꼭 그렇게 마지막까지도 가시로 상대를 찔러야 속이 시원해?


다시 서두의 룸메이트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룸메이트인 내 불만으로 인해 은주가 나가서 살게 되었어. 그런 은주에게 난 카톡을 보내.

"내가 또 뭐라고 할까봐 무서워서 더는 같이 못 살겠다고 했지?
미안해. 내가 부린 심술들에 상처 받았을 너를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파.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어. 상처 준 거 진심으로 사과할게.
난 반성하고 있을게. 답장 안 해도 돼. 마음이 안정되면 답장은 그때 보내줘."



저 카톡에 은주가 대답을 해. 은주 역시 나에게 미안한 점들이 있고,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었기에 후회하진 않는다고. 다시 돌아갈 순 없을 것 같고, 잘 지내라고. 항상 행복하라고.

그 대답을 듣고 난 또 카톡을 보내.

"응, 네 마음 잘 알겠어. 모든 게 그냥 맘이 떠나서 좋게 말한 핑계라고는 생각 안 할게.
나도 고마웠어. 잘 지내고 건강 잘 챙겨."



이제 헤어지는 순간에 남자친구가 어떤 느낌을 느꼈을지 좀 알 것 같지 않아? 여기서 마무리 짓자 은주야. 뭘 더 제안하고 서로 노력하는 것으로 재회하기엔 너무 멀리까지 와 버렸어.

"막장으로 끝난 것도 아니고 너무 아쉬운데…."


은주야 막장은 전치 12주, 중환자실 입원 뭐 그런 거거든. 그런데 이건 불만에 의한 질식사야. 이제 상대는  미동조차 하지 않잖아. 한 달 넘게 앉아 있었으니, 이제 그만 일어나서 또 걸어보자 은주야.



▲ 그러니까 사연은 묵히지 말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을 때 보내주세요. 추천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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