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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글모음/노멀로그다이어리

문부사시사 - 윤선도 <어부사시사>를 흉내내어

by 무한 2009. 6. 19.
문부사시사(文夫四時詞)

                                                -무한(無限)


춘사(春詞)

뜨댜가 생갹하가 생갹하궈 뜨숩가
이어라 이어라
古言(고언) 닐땨보니 걀피가 나락들락
햇댤리 햇댤리 딥어춰
망가한 생궈 탐숴 년필 쟙궈 푸릴리다

<현대어 해석>

쓰다가 생각할까 생각하고 쓸까
계속 써라 계속 써라
옛 책들을 읽다보니 갈피가 들락날락 하는구나 (갈피잡기 힘들구나)
헷갈린다 헷갈린다 집어치워라
많은 생각(다상량)과 탐서(다독) 연필을 잡아야 풀린다(다작)



하사(夏詞)

뗜 마는 붐호만가 훠이훠딕 댜량말아
말 댤려랴 말 댤려랴
디귬 번인 샵딜텨렴 글 뜨단만 
남추해 댓달해 금방콱  
냐중 되바락 내 좃난가 쟤 좃난가

<현대어 해석>

돈 많은 부모만나 호의호식 자랑마라
말 달려라 말달려라 (경마로 너는 끝)
지금 나는 삽질처럼 글 쓰지만
남들이 추천하고 댓글달아 금방 간다
나중되면 내가 쟤를 좇아갈까, 쟤가 나를 좇아올까



추사(秋詞)

닌셰로 산흔일이 문부생애 아니러냐
쩐 닌셰야 쩐 닌셰야
글 뜨단간 뱃댜둑 댤라부트니리
구궈아 구궈아 댠갸돔
구궈 숩효 됴착시 닙에 풀치래

<현대어 해석>

인세로 사는 것이 글쓰는 사내의 생애 아니겠는냐
쩌는 인세야 쩌는 인세야
글 써서 먹고 살다간 뱃가죽이 달라붙겠구나
구글아 구글아 단가돔 (올려줘라)
구글 수표 도착해야 입에 풀칠 하는구나



동사(冬詞)

댜음 텻장 가야 댤쓴다 말했더야
군듕심 군듕심
내댝문 어찌햐 숫댜로 판갸르니
탸다댝 타다댝 타타타
문부생애 댜판소리 벗삼야 올냐잇

<현대어 해석>

다음 메인에 올라야 잘쓴다 말하는구나
군중심리 군중심리
내가 쓴 글이 어찌하여 숫자로 판가름 되는가
타다닥 타다닥 탁탁탁 (자판 두드리는 소리)
글 쓰는 사내의 생애는 자판소리를 벗삼아 밤새는구나



[창작배경]

작자가 글을 쓰겠다며 문밖 출입을 삼가고 열심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지만, 광고 수입이나 블로그를 통한 수입은 미미해 점점 전업작가의 꿈에서 멀어지는 듯 하다.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 전화를 보니, 서른이 가까운 나이에도 집에서 주는 돈을 받아가며 별 걱정없이 밤에 술이나 마신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지금은 돈 걱정없어서 좋겠지만, 나이들면 쪽팔린 일이 될거야' 라고 생각하지만, 그 친구네 집은 파주에 땅이 삼만평 있으며 외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매일 벌건 눈에 잠까지 줄여가며 글을 올리지만, 댓글에 답글을 다 달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자신을 무시한다느니, 건방져 졌다느니 하는 말에 상심한다. 답글을 다 달지 못할것 같아 댓글을 막아버리려고도 생각했으나, 그러면 또 소통하지 않는다며 자다가도 몽둥이 들고 일어나 몰려올까 그러지도 못한다.

성급한 일반화라느니,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느니, 논지에서 벗어났다느니, 연애를 매뉴얼화 하는 것은 위험하다느니, 웃기지도 않은 글인데 뭐하러 올리냐느니, 평가할건 다 하면서 광고 클릭 한 번을 안하는 악플러에게 지쳐 어느 날은 헛고생 집어치우고 문학동네 신인상이나 준비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된다.

귀여울 정도로 작은 월급마저도 지금 당장 글 써서 그만큼 벌 재간이 없다는 사실에 현실이 슬퍼진다. 서점에서 '이거 내가 쓰면 더 재미있게 쓸 수 있어' 라고 백번 생각하지만, 호랑이가 담배피다가 폐암으로 죽은 이후, 대한민국 인터넷에선 더이상 긴 글을 읽지 않게 되었다.

몇십억 벌었다는 귀여니처럼 닉을 무하니로 바꿔서 <일진 오빠와의 첫사랑> 이런 글을 묻지마 블로그에 연재할까 싶다가도 몇 년도 가지않아 부끄러워질 글은 쓰지 않겠다고 다짐한 처음 마음을 살펴보게 된다. 그래도 뭐, <해리포터> 정도는 아니더라도 <핼리콥터와 마법사의 돈>같은 판타지를 쓴다는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종종하게된다. 친구들은 건배를 하며, "땡스투에 내 이름 넣어줘" 같은 눈물겨운 부탁을 한다.

그래도 밤 새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와 벗하며 아직도 뜨거운 열정 하나로 글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에 글 쓰는 사내의 모습을 한 폭의 동양화 처럼 담은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1. 갈래 : 막시조 - 춘, 하, 추, 동 의 4단 구성
2. 형식 : 패러디
3. 성격 : 현실은 시궁창, 좋다가도 좋지않다.
4. 어조 : 안습적, 소주회상적
5. 연대 : 명박 이년(2년) (2009) 무한의 나이 27세 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에 은거하며 지음
6. 내용 :
◎ 춘사 : 문학청년의 고뇌를 심도있게 표현
◎ 하사 :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
◎ 추사 : 블로그에 글을 올려 수입을 얻는것에 대한 솔직한 표현
◎ 동사 :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갈 길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7. 주제 : 글을 좋아하던 소년이 커감에 따라 느끼는 것들과 열정의 확인


이 글에 추천을 하는 대신, '장래희망'과 '지금의 나'는 얼마나 간격이 벌어졌나, 회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길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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