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한 달 된 연애, 답답하다는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4. 3. 27.
한 달 된 연애, 답답하다는 남친 외 2편
어제 자전거 체인을 갈고 왔다. 오르막에서 기어를 1단에 놓으면 자꾸 헛돌거나 체인이 빠지는 까닭에 정비를 받으러 갔다가,

"체인이 많이 늘어났네요. 갈아야 해요."


하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늘어난 체인 때문에 스프라켓도 많이 마모가 되었고, 뒷드레일러도 손상을 입었으며, 체인과 프레임이 닿는 부분도 문제가 좀 생겼다고 했다. 나머지 부분은 추후 정비를 받기를 하고 우선 체인을 교체했다.

이전의 체인이 목 늘어난 티셔츠 같았다면, 새 체인은 새 티셔츠 같았다. 무엇보다 힘차게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었고, 다른 부품들에게 화이팅을 외치고 있는 듯 열의에 넘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체인 교체 후 변속을 해보니, 이전엔 '드드르륵'하면서 바뀌던 변속음이 '드륵'으로 바뀌어 있었다. 겨우 체인 하나 바꿨을 뿐인데, 구동계 전부가 고장 날 뻔 한 위험에서 벗어난 것이다.


1. 한 달 된 연애, 답답하다는 남친.


Y양의 이번 연애에서는, 미안하지만 바로 남자친구가 '늘어난 체인'과 같다는 얘기를 해줘야 할 것 같다. 그가 한

"예전 여자친구가 너 같이 답답했다, 그래서 걔랑 안 좋게 헤어졌다."


라는 말만 봐도, 이 관계는 바로 정리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Y양은 남자친구에 대해 직설적이고, 호기심이 많고, 표현이 적극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건 정말 좋게 봤을 때 그렇다는 거고, 보통의 시각에서 Y양의 남친을 보면 무례하고, 저질스럽고, 마초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다 옮겨 적을 수는 없지만, 둘이 밤을 보낸 뒤 그가 했다는 말엔 나 역시 놀랐다. 그가 아무리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처음 함께 보낸 밤에 그런 얘기를 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Y양 남자친구는 기본적으로

'내가 Y양과 사귀어주는 건, Y양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잔소리와 지적, 그리고 훈계를 늘어놓았으며, 공갈협박 비슷한 것으로 Y양을 자꾸 자신 앞에 무릎 꿇게 만들려는 것 같다.

"내가 고민이 하나 있는데, 이걸 네게 말할 순 있지만 말하면 네가 화낼까봐 말 안 한다."
"힌트만 하나 주자면,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너를 잃을 수도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아둬라."
"너랑 사귄 것도, 내가 마음 흔들리지 않으려고 더 밀어붙여서 사귀게 된 거다."



이건 입 아프게 더 말할 것도 없이, 그냥 분명 이상한 거다. Y양이

"이러이러한 갈등이 있었는데, 그건 전화해서 긴 대화 한 뒤 풀었어요."


라고 한 문제도 보자. 그 갈등은, 남자가 동거하듯 Y양 자취방에 드나들겠다고 한 걸 Y양이 거절해서 벌어졌다. 사귄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Y양의 남친은 저런 말을 했고, 거절하는 Y양에게 "넌 특이하게 생각을 한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을 왜 거절하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Y양의 남자친구가 Y양에게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건, 적극적인 태도와 리액션, 그리고 열정적인 애정표현과 자신(남자친구)에 대해 궁금해 하는 모습이다. 물론 저런 모습들이 Y양에게 필요하긴 한데, Y양의 남자친구가 얼른 저런 모습을 보이라며 Y양에게 윽박지를 자격은 없는 것 같다. 뭔가 좀 믿을만한 구석이 있어야 믿는 거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어야 사랑할 수 있는 법 아닌가. Y양 남자친구의 저 요구는, 마치 중고나라에서 제품 사진도 보지 말고, 운송장 번호 알려달라는 말도 하지 말며, 무조건 믿고 선입금부터 하라는 판매자의 말과 같다.

난 Y양에게 헤어지길 권해주고 싶다. 그는 자신이 정상이고 Y양이 비정상이라는 뉘앙스의 말을 하며, Y양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둘은 헤어지게 될 것이라는 암시도 한다. 이런 협박을 당하면서까지 그의 옆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보면, 자기 하자는 대로 하지 않을 경우 같이 안 놀겠다는 것 아닌가. 그는 이미 안 놀 생각하고 약속 취소하며 연락도 성의 없이 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매달리지 말고 이 관계는 그만 놓아두길 권한다. 사귄지 한 달,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떠나갈 거라며 액션 취하고 있는 남자는, 떠나가게 두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2. 1년을 만나도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아 헤어진….


예전에 살던 동네에서, 같은 동네 아주머니가 까미(슈나우져, 2살)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아주머니는 까미를 데리고 나갔을 때 까미가 아주머니보다 주변 환경에 더 관심을 두는 것에 질투했다. 그래서 까미가 한눈을 팔고 있을 때, 까미가 따라오든 말든 뒤도 보지 않고 공원 밖으로 걸어갔다. 잠시 후, 뒤를 돌아봤을 때 까미는 없었다. 까미는 까미 나름대로, 한눈을 팔고 있다가 눈을 들었을 때 아주머니가 안 보이니, 아주머니를 찾아서 무작정 달려가 버린 것이었다.

한 시간 넘게 공원에서 까미 이름을 불러도 까미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주머니는 울다 지쳐 집에 돌아갔는데, 집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까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눈물의 상봉에 대해 아주머니가 동네에 소문을 내고, 또 집까지 찾아오는 기특한 녀석이라고 자랑했지만, 난 만약 까미가 공원에서 나와 길을 건너다 차에라도 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아주머니가 괜한 실험을 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까미가 다른 것에 한눈을 팔고 있을 때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말해주고, 잘 따라와야 한다는 걸 가르쳐줬으면 어땠을까. 훈련의 일부로 그런 행동을 한 거라고 해도, 정말 위험해 질 수 있는 거리까지 멀리 가서야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니라, 까미와 약간 떨어졌을 때 뒤를 돌아 확인하며 걸었으면 어땠을까. 일부로 까미를 곤란하게 만들려 꺾인 길에서까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지 않고, 그 부근쯤에서 기다렸다가 까미를 체크했으면 어땠을까.

S양의 사연을 읽으며 난 저 사건을 들었을 때 했던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했다. 자존심을 세우려 만나자는 남친의 말에 거절하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남자친구가 전화하지 않는다고 "너도 한 번 당해봐라."하며 침묵만 지키고 있지 말고 전화를 걸었으면 어땠을까. S양은 먼저 만나자고 말하면 아쉬운 사람처럼 보일까봐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감췄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가 보이는 호의나 그가 하는 헌신을 사랑의 척도라고 생각하며 재려고만 하지 않고, 그냥 S양이 먼저 좀 줘봤으면 어땠을까. 미안하다는 말을 하나 안 하나 그것만 지켜보지 말고, 그가 당황해서 변명을 할 때 "그럴 땐 미안하다고 하면 돼."라고 가르쳐줬으면 어땠을까.

고백하자면 나도 한 친구와 현재 그런 관계를 맺고 있다. 몇 년 전엔가 그 친구가 약속을 해놓고 마음대로 취소한 적이 있었다. 자기가 먼저 만나자고 해서 약속을 잡아놓고 그렇게 취소하는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까닭에, 나도 그 이후로는 그 친구가 만나자고 해도 일부러 "다음에 시간 나면 보자."라는 식으로 냉랭하게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도 언제부턴가 "요즘 바빠서. 나중에 한가해지면 보자."라고 말했고, 그 태도에 나 역시

'나도 너 못 만나서 아쉬운 사람 아니거든.'


하는 마음으로 대응했다. 지금 손가락을 꼽아보니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우린 지금도 가끔 카톡만 주고받을 뿐, 절대 먼저 만나자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둘 다 서로를 괘씸하게 여기며

'쟤 안 만난다고 내가 아쉬울 거 없지.'


라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을 뿐이다. 서로가 아는 친구 생일에 얼굴을 보긴 하는데, 그때에도 서로의 감정을 최대한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척' 대하고 있다. 잠깐만, 이거 생각해 보니까 걔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 혼자 여린마음동호회 회장답게 소심한 마음으로 이러고 있는 거 아니야? 뭐지 이거?

물론 농담이고. 그 친구와는 이렇게 그냥 멀어질 것 같다. "어 그래. 다음에 보자. 연락해." 또는 "연락할게."라고 말은 하지만, 연락을 안 하는 사이. 지금이라도 연락을 해서 "네가 그러는 게 난 서운했다. 그래서 나도 일부러 연락을 안 했던 거고, 네가 만나자고 했을 때에도 바쁜 척 했던 거다."라고 말하면 풀 수는 있겠지만, 별로 그러고 싶지는 않다. 매번 챙기던 서로의 생일에 연락을 안 했던 것도 그렇고, 서로에게 삐쳐있던 상태로 지내다보니 실망과 배신감과 미움 등이 켜켜이 쌓인 것 같다.(이거 S양 사연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내 고백을 하고 있으니 큰일났네….)

S양 커플도 400일 가까운 시간동안 저렇게 자존심 싸움을 했고, 그 기간 동안 미움, 실망, 배신감 등의 감정들이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카톡대화에서 둘은 웃고 있지만, 겉핥기식의 대화를 하고 있으면서도 둘 모두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느라 애쓰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남친이 다시 잘해보자고 하면 다시 노력해 볼 맘은 있는데,
제가 헤어짐을 통보해도 붙잡질 않는 걸 보니 얘도 그걸 바라왔던 게 아닌가 싶구요."



남친 입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보고 있을 거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은 '얘도 그걸 바라왔던 것 같다'고 했는데, 남친은 S양에 대해 '헤어질 생각을 계속 하고 있다가 이제야 통보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거 그냥 자존심 싸움 그만하고 툭 털어 놓으면 안 되는 거냐고 묻고 싶다. 만약 헤어지게 되더라도, 연애하는 내내 서로를 견제하던 것에서 벗어나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좀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건지도 묻고 싶다. "나는 여린 사람이야. 그러니까 네가 날 아무 말 없이 안아줄 때도 있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면 될 걸, "난 아무렇지 않거든? 나도 아쉽지 않아."라고 말하다가 결국 이렇게 된 것 아닌가. 내가 아팠고, 상처 받은 적도 있다는 걸 그에게 털어놔 보길 권한다. 그런 일들이 있었으니 상대를 비난하는 거라는 뉘앙스 말고, 이런 내게 토닥토닥을 좀 해달라는 부탁을 해보자.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 간단하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를, 둘 다 자기 탓 아니라며 팽개쳐 둬 더 꼬이게 하지 말고 말이다.


오늘은 날이 좋아 간디(애완견, 애프리푸들)와 나가서 놀아야 하니 매뉴얼을 좀 일찍 마무리하도록 하자. 간디는 요즘 옆 단지에 살고 있는 연하 초코푸들과 친해졌는데, 상사병에 걸렸는지 안 데리고 나가면 내 방에 들어와 턱을 괸 채 한숨을 쉰다. 아, 하지만 그 초코푸들은 간디의 이런 마음도 모른 채 8단지 사는 회색 푸들과만 노는데….



▲ 우리 집에 와서 사료 먹고 가겠냐고 왜 묻지를 못하니 간디야. 냄새만 맡는 가여운 간디….





<연관글>

미적미적 미루다가 돌아서면 잡는 남자, 정체는?
2년 전 썸남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Y양에게
동료 여직원에 대한 친절일까? 아님 관심이 있어서?
철없는 남자와 연애하면 경험하게 되는 끔찍한 일들
연애경험 없는 여자들을 위한 다가감의 방법

<추천글>

유부남과 '진짜사랑'한다던 동네 누나
엄마가 신뢰하는 박사님과 냉장고 이야기
공원에서 돈 뺏긴 동생을 위한 형의 복수
새벽 5시, 여자에게 "나야..."라는 전화를 받다
컴팩트 디카를 산 사람들이 DSLR로 가는 이유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