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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난 너에게 모자란 여자 같다며 떠난 여친 외 1편

by 무한 2014. 4. 4.
난 너에게 모자란 여자 같다며 떠난 여친 외 1편
현수씨, TV에서 동물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본 적 있어? 난 전에 큰 동물원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본 적 있는데, 촬영 때문에 더 신경 쓴 건지 모르겠지만 그곳 동물들은 극진한 보살핌을 받더라. 최적의 온도 습도를 맞추는 건 기본이고, 먹이를 줄 때 영양까지 다 신경 써서 주더라고. 또 조금이라도 다치면 격리해서 치료를 해주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동물이 있으면 그 동물에게 맞는 처방을 하면서 보살피더라. 야생에 있었으면 다른 동물의 저녁식삿감으로 생을 마감했을 수 있는 동물도, 동물원에서는 치료와 보호를 통해 생을 이어가더라고.

그런데 과연 저 동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치료와 보호를 받는 부분에서는 녀석들이 야생의 동물들, 나아가 웬만한 사람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게 분명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녀석들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거라고도 볼 수 있거든. 숨이 멎을 때까지 그 우리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거야. 또, 숨어 있어야만 마음의 안정을 느끼는 녀석들도 관람을 위해 유리벽이 있는 사육장으로 내몰리고, 정글을 누비며 나무를 타고 놀아야 하는 녀석들도 겨우 정글짐 같은 곳에 매달려 살아야 하지. 실제로 난 동물원에서 같은 공간을 계속 돌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호랑이를 본 적 있는데,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게 행동장애라고 하더라고. 관람객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야 하니, 스트레스로 인해 장애가 생기게 된 거지.

"나는 너와 만나면서 한 마리 동물이 된 기분이었어."


현수씨가 재회를 요청할 때 그녀가 한 말이야. 내가 위에 쓴 동물원 얘기와 연결시켜서 생각해 보면, 이제 그 의미를 좀 알 것 같지 않아? 현수씨가 특별히 그녀에게 '못 해준 것'은 없어. 현수씨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이것도 못 해주고, 저것도 못 해줬다고 생각하는데,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냐.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녀가 하고 있는 생각과 그녀가 원하는 것에 대해서 귀를 기울이는 거였어.


1. 난 너에게 모자란 여자 같다며 떠난 여친.
 

내가 전에 '돼지고기 형벌'이라는 이야기를 소개한 적 있는데, 혹시 기억해? 당나라 종실 후예 이재인의 대한 이야기야. 그는 돼지고기를 싫어했거든. 그래서 수하 병졸 두 사람이 다투는 걸 보고는, 그 둘에게 돼지고기를 먹는 형벌을 내려. 먹을 것도 별로 없던 마당에 이게 웬 떡이냐 싶어서 그 둘은 급하게 돼지고기를 먹지. 그러다 한 병졸이 트림을 하자, 이재인은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띠며

"이놈들! 앞으로 또 다시 싸움질을 하면,
그땐 기름이 잔뜩 붙은 돼지고기 찜을 통째로 먹일 테다."



라고 말해. 이 이야기에 붙은 부연설명도 있는데, 그 설명은 아래와 같아.

"살다보면 제 싫어하는 것이 남 좋아하는 것일 수 있고,
제 좋아하는 것이 또한 남 싫어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항상 주관에 빠져 있으면 만사를 그르친다."



현수씨의 사연은 저 이야기를 살짝 뒤집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 현수씨가 그랬지.

"저는 상대를 믿어도 좋다고 생각되는 순간,
상대에게 제 모든 것을 열어버립니다.
내가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더욱 더 사랑하고 맞춰주고 인내합니다.
그래서 이 사람에게도 자꾸만 뭔가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현수씨가 주려고 한 것, 또는 해주려고 한 것이 정말 그녀도 원하는 것인지를 봐야 해. 난 요즘 돈을 빌려주겠다는 문자를 자주 받거든. 조건 없이 얼마를 대출해주겠다는 문자인데,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솔깃한 정보겠지만, 난 현재 돈을 빌릴 필요가 없기에 그 문자는 내게 그냥 스팸일 뿐이야. 폰과 관련해서도 무슨무슨 대상자라고 하면서 폰 구입 시 보조를 해준다는 문자가 오는데, 역시 난 현재 폰을 구입할 생각이 없기에 그 문자가 기쁘지도, 반갑지도 않아. 그냥 '그런가보다' 할 뿐이지.

현수씨 본인의 행동이라 잘 모르겠다면, 남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 볼 테니 한 번 봐봐. 내 친구 중에 쪼들리는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새벽에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그 장거리를 택시를 타고 여자친구를 만나러 간 친구가 있어. 둘이 사귄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말이야. 그의 여자친구는 오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 자신은 화장도 다 지운 상태고, 자려고 누운 상태인데다가, 그 시간에 부모님께 둘러대고 나갈 핑계가 없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결국 그녀는 안 나왔어. 내 친구는 대단히 실망했지. 그는 계속 "정말 네가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잠깐 나와서 얼굴이라도 봤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만 반복했어.

저 친구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물론 그 친구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어. 정말 사랑한다면 부모님의 꾸중 따위를 감수하고서라도 나왔을 텐데, 그녀는 나오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 이전에 벌어진 일들을 봐봐. 몇 번이나 그녀는 오지 말라고 말했거든. 요새 집안 분위기도 좋지 않아서 지금 나가면 불똥이 튈 수 있으니 내일 보자고 말했고 말이야. 그런데 친구는 그녀의 이야기들은 귀담아 듣지 않고,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 거야. 바로 이 지점에서 현수씨도 뜨끔해야 해. 현수씨도 내 친구처럼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거든. 그래 놓고는

'난 이렇게까지 했는데, 쟤는 이걸 알아주기는커녕 부담스럽다며 밀어내는구나.'


하며 혼자 상심했지. 그러다 보니 상대의 사랑에 대한 의문을 품으며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일도 벌어지고 말아. 이 지점이 바로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눈물과 후회의 이별특별시입니다."


라는 이정표를 지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면 돼. 여기서부터 내적으로는 상대에게 더 내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되고, 외적으로는 상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찾게 되거든.

이 지점을 지나면서부터는, 현수씨가 너무 '멋진 남자'가 되려고 했던 것 같아. 이것에 대해 현수씨는

"무한님도 남자니까 아시겠지만,
남자로서의 책임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기분."



라고 말했는데, 내 생각은 좀 달라. 난 공쥬님(여자친구)에게 내 약한 모습들에 대해서 털어놓거든. 책임감이 없어서가 아니야. 책임도 내가 져. 내가 공쥬님에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나 혼자 다 결정하고 판단한 뒤 결론만 통보하는 건 기만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공쥬님도 나와 똑같은 하나의 인간이잖아. 나만큼의 판단력을 가지고 있고, 나만큼 생각할 수 있으며, 나만큼 어떤 문제에 대해 고민할 줄 알아. 그렇기 때문에 '상의'를 하는 거야. 나 혼자 끙끙 앓으면서 공쥬님에게 "네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데, 그걸 말할 수는 없고, 여하튼 넌 나한테 잘 해야 해."라고 말하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아. 내 여자고, 내 친구고, 나와 같이 평생을 걸을 사람이잖아. 나 혼자 다 감당하려고 공쥬님을 외롭게 만들지도 않아. 힘들 땐 나 좀 안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고.

그게 '같이 살아가는 것' 아닐까? 난 나 혼자 공쥬님의 가방까지 메고 산을 오르다 지쳐서 퍼지고 싶지 않아. 공쥬님이 힘들어 하면 내가 잠깐 메주는 거고, 내가 힘들면 공쥬님이 잠깐 메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런데 현수씨는 이게 다 혼자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자친구의 가방을 메고 올라온 것 같아. 여자친구가 "그냥 나 줘. 내 가방은 내가 멜게."라고 말해도 듣지 않고서는, 그녀에게 내가 네 가방까지 메고 있으니 넌 언제나 내 옆에서 웃으며 함께 산을 올라야 한다고 말했던 것 같아. 그렇게 현수씨는 지쳐갔고, 여자친구는 그걸 보며 더 부담스러워했지. 여기까지가 내가 찾은 현수씨 연애의 '오답'이야.


2. 내가 널 외롭게 만드는 것 같다며 이별통보 한 남자친구.


제 친구 어머니께서 살짝 이상한 증상을 보이십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보이시던 증상인데, 친구의 친구나 친구의 아내인 며느리에게 질투를 하는 증상입니다.

2년 전의 일로 기억합니다. 친구의 아내가 공쥬님에게 전화를 걸어 화정으로 좀 데리러 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오후 열한 시 쯤으로 기억하는데, 더는 그 집에서 남자친구 부모님을 모시고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이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녀를 공쥬님의 집으로 데리고 와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어머니가 자신을 '아들 뺏어간 여자'로 생각하며 괴롭힌다고 했습니다.

효심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편은 둘 중 어느 것도 소홀히 여길 수 없었기에 갈팡질팡 했다고 합니다. 그녀에게 "어머니께서 이해하실 수 있도록 잘 설득하겠다."라고 말하며 강하게 나간 적도 있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흐지부지 예전의 상황으로 돌아왔고 말입니다. 그 갈등이라는 게, 무슨 대단한 건 아닙니다. 친구 내외가 주말에 둘이 밥을 먹으러 나가면, 친구의 어머니께서

"너희 둘이서만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냐?"


라며 날 선 말을 던지시는 것 정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 말을 들은 친구는 자신의 부모님을 두고 밖에 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하루 종일 얼굴에 그늘이 져 있고, 그의 아내는 이후 불어 닥칠 시어머니의 후폭풍이 걱정되어 걱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 내외가 부모님을 따돌리듯 둘이서만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밖에서 봐도 그 둘은, 그 또래의 신혼부부가 하는 것의 세 배 이상으로 부모님을 챙겼습니다. 오히려 제가 생각하기엔, 처음부터 그렇게 모시고 돌아다니던 것이 습관이 된 까닭에 이후 친구의 부모님이 더 서운하고 섭섭하게 생각한 게 아닐까 할 정도로, 부모님과 '세트로' 움직이는 일이 많았습니다.

명절이 되어 친척들이 모였을 때,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예전엔 우리 진수가 퇴근하고 들어와서 나랑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퇴근하고 지들 방으로 들어가 속닥속닥 거린다.
날 무슨 뒷방 늙은이 취급하면서 없는 사람처럼 여기는데,
내가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그렇게 쟤를 키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며 눈물을 쏟으신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눈앞에서 그런 일들을 경험하게 되시니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아내를 팽개치고 뭐든 엄마와 이야기하는 것도 이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어디 나갈 때마다 늘 모시고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내와 함께 치맥 한 잔 하며 이야기를 나눠야 할 순간에마저 부모님을 옆에 모실 수도 없는 것이고 말입니다.

친구 내외가 제주도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그 때에도 친구 어머니께서는 수시로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으셨다고 합니다. 제주도에 도착한 첫날부터 "언제 오냐?"라는 질문을 하셨고, 이틀째 되는 날 친구 내외가 생선회를 안주삼아 술을 많이 마셔 안부 전화 없이 잠들었을 때에도 부재중 9통의 기록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연락이 없으니 무슨 일이 생겼을 까봐 걱정되어 계속 전화를 하신 거라고 하셨는데, 그런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가 친구 내외-특히 친구의 아내-에게는 어머니의 전화번호만 폰에 떠도 스트레스를 받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친구 어머니는 늘 '섭섭하고 서운한 점'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시고, 무언가를 해 드렸을 때 고마워하시기보다는 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계셨으니 말입니다.

L양의 사연에 대해선, L양이 바로 보신 게 맞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들을 살펴보니,
지금의 제 모습과 많이 달랐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때는 제가 서로의 시간을 존중해주고,
각자 자기 할 일도 하며 꽤나 당차고 독립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연애가 진행됨에 따라
그에게 많이 의지하고 의존하는 제가 된 것 같네요."



하지만 저는, L양이 그에 대해 변호한 것에 대해선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그를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보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L양이 화를 내며 관심을 호소하면 그가 좀 더 많은 부분을 L양에게 할애했을지 모르겠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결국 그는 연애 이외의 다른 것들에도 다시 많은 에너지를 쏟습니다. 동아리 모임, 동기 모임, 동창 모임, 회사 모임, 종교 모임, 운동 모임, 친구 모임 등에 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L양이 위기감을 느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L양과 만났을 때에는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있다가 9시까지 집에 들여보냈지만, 그 후 누군가의 호출로 모임에 가서는 새벽 2시까지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L양은 제게 화를 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새벽 2시까지 있었던 것에는 사정이 있어서 그랬던 건데,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쏙 빼놓고 저렇게 나쁜 사람처럼 적어 놓았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전 그 '핑계와 이유'들 보다 '행동과 결과'를 중점으로 사연을 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가 진중한 사람이든, 아니면 그 무엇보다 L양이 중요하다고 선언했든 뭐든, 그가 그런 건 그런 것입니다.  

그가 한 행동에 대해서는 핑계와 이유, 변명 들을 가지고 모두 정당화 하면서 제게 사연을 보내시면 사실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혹시 강아지를 키우는 집은 강아지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펴야 하는 것 때문에 쉽게 집을 비우지 못한다는 것 아십니까? 때문에 멀리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강아지를 함께 데리고 가거나, 아니면 여행 동안 강아지를 맡아줄 수 있는 곳에 맡겨야 합니다. 그게 책임입니다. 그 여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따위가, 강아지를 그냥 방치해둔 채 며칠씩 집을 비우는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때문에 제가 L양의 남자친구에 대해 고개를 가로젓는 것입니다. 전 L양이 그를 변호하는 것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이유도 없고, L양이 그를 세상 누구보다 진실 된 사람이라 말하면 '그런가 보다'하고 말면 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긴 글을 적는 건, L양을 집착의 늪으로 인도한 것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진중한 사람이니 그렇지 않다고 L양이 말하면, 이건 그저 L양 혼자 나 사랑한다고 말해달라며 설레발치다가 차인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내세운 부분 역시 저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또는 아는 선배와 만나서, 아니면 회사를 그만 두는 직원의 송별회에 가서는 새벽 몇 시까지 놀아도 상관없는 사람이, 유독 연애에 대해서만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피곤하다'는 게 저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저는 내 가장 가깝고 친한 사람에게 양보와 이해를 부탁하면서, 오히려 먼 사람들에게는 다 퍼주고 있는 모습으로 봅니다. 전에 소개한 적 있는 '남의 딸 교복 맞춰 주면서, 내 딸은 학원비 없어 학원 못 보내는 남자'처럼 말입니다. 그가 얼마나 괜찮은 사람이든 뭐든, 이렇듯 순서 없이 삶을 꾸려 가면 필연적으로 가장 가까운 사람의 목이 조여 올 것입니다. 

변호와 관련된 제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드신다면, 그 이전의 '시어머니' 부분까지만 보시면 됩니다. 제 생각이 궁금하신 거라면, 전 그가 다정하고 진지하긴 하지만 책임감은 없는 남자로 보인다는 얘기를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어쨌든 그는 연애가 아닌 자신의 생활을 택했습니다.

"대화만 보면, 남자가 착한 척하려고
이별을 고할 때 내뱉는 그런 말들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제가 이 사람을 만나면서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느꼈던 것들입니다.
매사 진실 됐던 사람이라, 서로가 서로의 말을 100% 믿었고,
정말 내뱉은 말들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은 의심 없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의심 없이 봐도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진실 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이야기로 이별을 통보합니다.

"내가 당구장에서 당구를 칠 때마다,
그리고 친구들과 PC방에서 게임을 할 때마다
넌 외로워하며 날 기다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사귀는 건 너에게 상처만 주는 것 같아서 난 널 떠나려고 한다.
여전히 넌 내게 예쁘고, 너 만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렇게 헤어지고 많은 후회를 할 수 있지만,
널 더 이상 외롭게 두고 싶지 않다. 그동안 고마웠고, 정말 특별했다.
이렇게 된 게 나도 너무 안타깝고 아쉽다."



저 말을 이해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무슨 진실 된 이야기를 갖다 붙이든, 어쨌든 결론은 "난 친구들이랑 당구 치는 것과 PC방에서 노는 게 좋다. 그런데 그렇게 놀면 넌 외로워하니까, 그럴 때마다 연애가 걸림돌처럼 느껴진다."라는 겁니다. 이게 '행동과 결과'에 초점을 두고 낸 제 결론입니다. 그가 지금 후회하고 있다기 보다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는 게 제 예상이고 말입니다. L양이 제 여동생이라면, "착한 유기? 착한 유기는 없어."라고 직구를 던지겠지만, 그게 아니니 이렇게만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불금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십니까. 오늘 첫 번째 사연에 소개한 현수씨는 다음 주에 큰 수술을 받게 됩니다. 목숨이 달려 있는 수술입니다. 이 바보 같은 친구가 그걸 여자친구에게 숨기는 게 멋있는 일인 줄 알고 픽픽 쓰러지면서도 혼자 다 감당하려다 헤어지고 말았는데, 그건 이미 벌어진 일이니 지금 당장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잠시나마 현수씨를 위해서 기도해 주셨으면 합니다. 다음 주 금사모에서 현수씨의 댓글을 볼 수 있기를 저도 기도하겠습니다.



▲ 주말에 너구리 탐사를 나갈 예정입니다. 물려서 병원 갈 일 없게 절 위해서도 기도를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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