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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썸녀가 뒷담화 하는 것을 알게 된 남자

by 무한 2014. 5. 7.

썸녀가 뒷담화 하는 것을 알게 된 남자

재성아 너는 쉐도잉(허공에 가상의 상대가 있다고 생각하며 주먹을 지르는 복싱 연습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난 그게 집이나 체육관, 또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단련을 하기 위해 하는 거라면 괜찮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지하철 플랫폼이나 강남역 사거리 같은 곳에서 쉐도잉을 하고 있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도 소개팅 상대가 옆에 서 있는데, 전철을 기다리거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면서 쉐도잉을 하는 건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전에 이런 사연이 있었거든.

 

"제가 쉐도잉을 하는 건 허세가 아닙니다.

언제 어느 방향에서든 주먹이 날아오는 걸 파악하기 위해

수시로 몸을 단련시키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쉐도잉을 합니다.

썸녀나 동기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와서도,

그 순간에 날아오는 주먹이 있다고 가정하며 쉐도잉을 하죠.

그런데 그들은 제 이런 모습을 보며 조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난 참 난감하더라. 저 사연을 보낸 독자분은, 그래도 나만은 자신을 이해해 주고 대변해 주리라 생각하면서 사연을 보낸 거거든. 그런데 내가 봤을 땐 저 '무분별한 쉐도잉'은 하지 말아야해. 거리를 지나다니며 예고도 없이 누군가의 주먹이 날아올 일, 정말 살면서 한 번도 겪기 힘든 일이잖아. 그러니 그걸 대비하겠다며 밥 잘 먹곤 식당 문 열고 나오자마자 원투를 내지를 필요 없는 거지. 그리고 사람들과 있을 땐 그 자리에 집중해야 하는 거잖아. 여하튼 난 이게 그가 5년 뒤에 돌아보면 이불에 하이킥을 찰 만한 흑역사라고 생각하거든. 저 독자분은 '사람들이 오해한다'고 했는데, 오해가 아니야. 진짜 이상해 보이니까 그런 거지.

 

 

1. 그녀는 왜 뒷담화를 했을까?

 

고교시절에 뒷담화의 대상이 되던 친구가 있었어. 그 친구는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 리듬을 타며 각기를 췄지. 댄스 동아리 뭐 그런 거냐고? 아니야.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어. 그 친구는 나름대로 소울을 느끼며 나라에서 허용하는 유일한 마약인 음악(응?)에 몸을 맡긴 거겠지. 수업시간에도 필기를 위해 필요한 오른손은 놔두고 왼손은 책상 밑으로 내린 채 각기를 연습하던 친구였어.

 

그 친구가 각기를 추기 시작하면 반 아이들은 얼른 저것 좀 보라며 서로를 툭툭 쳐댔지.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어설펐기에 더욱 웃겼던 것 같아. 쉬는 시간이면 그 친구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좀 더 큰 동작들을 했는데, 짓궂은 애들은 그 친구 바로 뒤에 앉아서 동작을 따라 하기도 했지. 아, 그 친구가 앞에 나가서 춤을 춘 적도 있어. 뭐 때문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수학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누구보고 노래를 하라고 시켰거든. 근데 지목받은 애가 자꾸 빼니까, 애들이 각기를 연습하는 그 친구를 추천했지.

 

"재규 춤 진짜 끝나요~"

"각기 황제!"

"재규 각기~"

 

하면서 말이야. 그 다음 일은 나도 잘 기억이 안 난다. 선생님이 지목하지도 않았는데 그 친구가 벌떡 일어나더니, '진짜 이거 자꾸 보여 달라고 해서 피곤하지만 이번 한 번은 너희를 위해 한다'는 표정으로 교탁 옆으로 가서는, '목부터 각기로 꺾기'를 시작했거든. 난 여기서부터 너무 웃겨서 눈물 흘리느라 잘 보질 못했어. 그 친구의 춤을 처음 본 수학선생님이 '뭐지? 이게 뭐지? 이거 춤인가? 이게 잘 하는 건가? 내가 지금 세대차이 느끼고 있는 건가?'하며 멘붕인 표정을 지었던 게 생각나네.

 

오해하지 말고 들어봐. 뒷담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동을 했으니 뒷담화를 당해도 싸다는 얘기가 아니야.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그럼 누구 잘못이냐?"라며 가해자와 피해자만 나누려는 분이 계시던데, 우린 지금 재발방지를 위해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재판을 하려는 게 아니잖아.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조금 4차원으로 보일 수 있는 제 행동들이 이상하게 보였나 싶기도 하고…."

 

라는 부분은 재성이 스스로 '남이 그런 행동을 한다면 난 어떻게 생각할까?'라고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네가 몰래 입수해서 보내준 썸녀와 다른 여자 분의 메신저 대화엔 그 지점들을 계속 지적하는 부분이 나오거든. 지금 재성이 넌 그녀들의 뒷담화에 분노한 까닭에

 

"상당부분 저도 인정합니다. 그런 제 모습이 재수 없어 보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기들끼리 사람을 모욕하고 기만하는 게

정당화 될 수 있는 건진 잘 모르겠습니다.

(중략)

사람 낙인찍고 인격살인을 저지른 데에 대한 대가는 치르게 할 겁니다."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하지만'이라는 말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나누는 것에만 너무 매달리지 말고 '하지만' 이전의 일들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그녀들이 자기들끼리 메신저에서 한 말들로 인해 재성이 네가 퇴사 후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하니 그 말들을 옮기진 않을게.

 

 

2. 권위, 그리고 앞과 뒤.

 

우선, 지난 달 발행한 매뉴얼 중 두 번의 주제가 된 것과 같은 부분을 또 말해야 할 것 같아. '선배놀이'하는 거. 그녀들이 재성이 너에 대해 한 이야기들엔

 

ⓐ가르쳐 주지도 않고 갈군다.

ⓑ잔소리 하면서 정작 자기는 일 똑바로 못 한다.

ⓒ자기가 무슨 대단하고 엄청난 자리에 있는 줄 안다.

 

라는 부분도 반복되거든. 그것에 대해 재성이 넌

 

"저는 평소에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에

꼭 무슨 일이든 아는 척, 잘난 척을 하거나 가르치려드는 짓을 많이 했어요.

그게 잘못이라는 건 압니다.

노멀로그에서도 그게 '여자들이 싫어하는 짓'으로 반복해서 나온 걸 많이 봤고요.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영영 묻혀 지내는 존재가 되는 게

그리고 좋게 다가올 인연도 스쳐갈 게 내심 너무 두려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지. 또,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하기도 해.

 

"원래 뒷담화란 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대화록에 있는 표현은 이미 도가 지나쳤습니다.

그건 저에 대해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녀들은 힘, 경험, 평판, 인지도 모든 면에서 저에게 밀리는데

뭘 믿고 이렇게 싸움을 걸려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봐봐. 저게 재성이 너의 평소 그녀들에 대한 인식이야. '힘, 경험, 평찬, 인지도 모든 면에서 밀리는 사람'이라는 거 말야. 난 너의 저런 인식 때문에 이 갈등이 더욱 심해졌다고 생각해. 그녀들은 너보다 입사가 조금 늦었을 뿐이지 모자란 사람들이 아니잖아. 게다가 썸녀는 너랑 동갑이야. 이런 와중에 넌 그들을 채점하려 빨간펜을 든 채 잔소리를 하니, 자연히 반감을 사게 되었다고 나는 생각해.

 

넌 일단 지적부터 했다가, 그녀들 중 하나가 "이거 그쪽이 하신 건데요?"라며 들고 일어나자 우물쭈물 넘어간 적도 있잖아. 아무리 네가 의식적으로 권위를 세워도, 이런 헛발질 한 번 하면 전부 무너져 내리는 거야. 여기에 대해 그녀들도 메신저로 자기들끼리 완전 웃기다는 식으로 말하잖아. 왜 자기가 잘못해 놓고 남에게 용서해주겠다고 하냐면서 말이야. 이래버리면 앞으로 너의 모든 행동이 희화화 될 수 있어. 평소에 권위를 내세우거나 지적질을 하지 않는 남자직원이 폰 케이스를 핑크로 바꾸면 "최팀장님 취향 진짜 완전 독특함ㅋㅋ"정도의 뒷담화가 오갈거야. 하지만 재성이 너와 같은 헛발질을 한 상황에서 폰 케이스를 핑크로 바꾸면 "진짜 가지가지 한다."라는 뒷담화가 오가겠지. 이미 넌 그녀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존재니까.

 

그리고 '도가 지나쳤습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선, 앞에서 웃던 썸녀가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 자체로 충격적이겠지만, 뒷담화가 다 이런 식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 내 주변에서 떠돌아다니는 뒷담화만 봐도, 앞에서는 "오늘 잘 먹었어. 다음에 내가 살게."라고 말하지만, 뒤에선 다른 친구들에겐 "만이천 원짜리 밥 사면서 생색을 얼마나 내던지. 먹다 체할 뻔 했다 아주."라는 이야기가 오가기도 하거든. 앞에서 "팀장님은 역시 커피까지 챙기시는 센스쟁이!"라고 말하면서, 뒤에서 "쟨 사달라면 집도 사줄 것 같은데? 한 번 사달래봐. ㅋㅋㅋ"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말야. 이런 거 말고 좀 더 약한 버전의 뒷담화가 따로 있는 거야?

 

'전쟁을 선포하는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라는 부분도 마찬가지야. 사실 그 전쟁이란 게, 재성이 네가 한 뒷담화를 썸녀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꾸미는 일이었잖아. 그래서 내가 무슨 얘기를 하기가 참 난감해. 재성이 넌 네가 한 뒷담화에 대해서는 '착한 뒷담화'로 여기고, 그녀들이 한 뒷담화에 대해선 '도를 넘은 뒷담화'라고 말하거든. 물론 그 내용을 파고 들어가면 차이가 나긴 하겠지. 그녀들은 뒷담화에 욕을 썼는데 넌 뒷담화에 욕을 안 썼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야. 그래서 네가

 

"그래도 이건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라는 이야기를 하는 걸 거고 말이야. 이것에 대해 난 더 말하지 않을게. 재성이 넌 그녀들의 뒷담화를 토씨 하나 빠짐없이 보냈지만 네가 한 뒷담화에 대해서는 딱 한 문장으로만 설명했고, 또 카톡대화 역시 삭제해서긴 하지만 여하튼 네가 생각나는 대로 다시 적어 보냈거든. 그래서 그것만 가지고는 "재성이가 한 건 좀 더 분발하자는 의미의 착한 뒷담화고, 그녀들이 한 건 인격살인이자 도를 넘은 뒷담화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 같아.

 

 

3. 복수는 나의 것?

 

난 사실 이 사연을 안 다루려고 했어. 그래서 어제도 쓰다가 지워버렸고 말이야. 재성이 너의 분노가 엄청나거든. 게다가 이미 체계적인 복수의 계획을 세운 듯 보이기도 해.

 

"생각날 때마다 불행하라고 빌고 있습니다."

"옆에서 타자치는 소리 하나하나가 저를 모욕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분노가 온 몸을 뒤덮어 땀이 나고 손이 떨렸습니다."

"우선 믿을만한 동기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두려고 합니다."

"그들은 언젠가 틈을 보이게 되어 있습니다."

"절 안 좋아했다고 복수하려는 유치한 마음은 아닙니다.

친한 사람으로서 기만과 조롱을 당한 것이 너무 화가 나서 하려는 복수입니다."

"화병에 공황증이 올 정도로…."

 

널 내 친동생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네가 말한 복수의 방법을 되짚어 볼게. 우선, 이 사건이 일어난 원인 중 하나가 네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썸녀가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었던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난 네가 '믿을만한 동기들'에게 이걸 말한다는 게 2차 멘붕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네가 너에 대한 뒷담화를 확인하게 된 건 그녀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몰래 그 자리로 가서 대화록을 다운 받은 거잖아. 넌 지금 분노에 휩쌓여 있으니 그게 문제가 될 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일과 관련이 없는 사람으로서 밖에서 보면, 네가 스토커 비슷하게 보일 수도 있어.

 

냉수마찰 한 번 하고 와서 천천히 생각해 봐봐. 지금 네 포지션이 '썸녀에게 퇴짜 맞은 남자'잖아. 네가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들의 실체를 알리기 시작하면, 그녀들은 그 행동 자체를 '고백했다가 퇴짜 맞으니 벌이는 유치한 복수극'이라고 말할 수 있어. 두 얘기를 모두 들은 사람들도 그녀들의 말에 더욱 기울겠지. 그들이 생각할 때에도 이제 퇴사해서 전혀 연관이 없어진 사람이 이렇게 폭로를 하고 다니니, 그건 퇴짜 맞은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하기 더 쉽잖아.

 

믿을만한 지인들이 네 말을 완벽히 믿는다고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질 건 없어. 이게 너에겐 네 일이지만, 남에겐 남의 일이잖아. '그런가보다'하고 말 확률이 더 커. 그녀들과 지인이 직접 관련되어 있는 사람도 아니니까. 평판이 좀 나빠지는 것 말고는 별 문제가 되지 않겠지. 그것마저도 그녀들이 일을 충실하게 해내고 사람들과 잘 지내면, 그녀들의 평판은 다시 좋아질 거고 말이야.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네가 있던 그 사무실 남자 동료에게 그녀들의 실상을 귀띔해 주는 건데, 그것도 할 수가 없어. 그녀들이 그를 욕한 건 아니거든. 게다가 그녀들이 쥐고 있는 건, 네가 그 동료에 대해 했던 뒷담화야. 잘못했다간 네가 이 모든 분란을 일으킨 원인이며 나와서도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원흉으로 몰릴 수 있어. 이미 퇴사한 마당에 평소 친하지도 않았던 그 동료를 불러내서 그녀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고 말이야.

 

재성이가 이 사연을 좀 더 일찍 보내줬다면, 난

 

"편견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평판은 업데이트가 가능합니다.

미운털 역시 뽑을 수 있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해줬을 것 같아. 재성이도 군대 다녀왔으니 알 거 아냐. 이등병일 때의 인간관계와 병장일 때의 인간관계가 달라지는 거 말이야. 이등병일 때 불편하고 싫던 고참과 말년에 의형제처럼 지내는 사람도 있고, 동반입대로 들어왔다가 서로의 단점을 본 까닭에 제대할 때쯤 가득한 증오만 품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잖아. 네가, 그녀들이 너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행동을 달리하면, 퇴근 후 셋이 뭉쳐서 치맥을 즐기는 관계가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지금의 뒷담화는 유효기간이 지나 사라지고, 그녀들은 다시 보게 된 너의 모습을 토대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되겠지.

 

그런 인식의 변화는 아주 사소한 사건으로도 일어날 수 있어. 내 경우를 예로 들면, 내가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에 대한 칭찬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것만으로 인식이 바뀌기도 하더라고. 시비 걸면 날카로운 말이나 하나 해줘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내가 소인배처럼 느껴지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 원래 열 번 중 아홉 번 못 해주다가 한 번 잘 해주면 그 한 번이 잊지 못할 정도로 인상 깊은 법이잖아. -재성이 넌 반대로 초반엔 웃는 얼굴만 보여주다가 점점 잔소리와 권위를 내세운 까닭에 더더욱 미운 털이 깊게 박힌 거고 말이야.- 이걸 잘 활용했다면 너 스스로도, 또 그녀들과의 관계에도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해.

 

그녀들이 참 얄밉고 괘씸하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수업료 지불했다 생각하고 얼른 툭툭 터는 게 가장 깔끔한 마무리 아닐까? 나도 남들이 나 같을 거라 생각하며 사람 잘 믿다가 영악한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은 적이 있거든.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었다면 내가 내 감정을 그에게 털어 놓고 그가 불편해 할 이야기들까지 하며 관계를 바로잡았겠지만, 그럴만한 에너지를 쏟고 싶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 이후로는 나도 그냥 겉으로 웃으면서 대하고 있어. 상대가 박쥐같은 사람이니 내 말 전할 여지를 조금도 남기지 않고 말이야. 오히려 그가 누구를 험담하며 미끼를 던지면, 난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뒷담화 주인공을 대변해주고 있지. 그러다보니 나 스스로도 말조심하게 되는 것 같고, 다른 사람이 생각 없이 흘리는 말들까지 보이게 되더라고.

 

난 그 뒤통수 맞았던 일을, '같이 누구 흉을 보며 일시적인 유대감을 느끼는 못된 행동'에서 벗어나는 수업료를 치른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재성이 너도 '하지만'이라며 자꾸 자기만을 정당화하는데 매달리지 말고, 이 일이 벌어진 원인과 이 일로 인해 깨닫게 된 것들을 한 번 돌아봐봐. 그럼 태도의 궤도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보일 거고, 그렇게 한 번 수정해 두면 다음에 똑같은 지점에서 또 사고 날 일이 없을 테니까.

 

 

재성아, 나도 매일 뒷담화의 대상이 되고 있어. 어느 날 블로그 유입경로를 보다가 낯선 사이트에서 유입이 많아서 가보면,

 

"저 블로그 주인이 벌레 같은 거 키우는 사람이죠? 좀 이상한 사람인듯 하던데."

"지인이 추천해서 저기 가본 적 있는데 글이 너무 길어서 닫아 버렸어요."

"저런 사이트를 뭐하러 들어가나요? 연애를 글로 배우러? 한심하네요."

"제 전여친과 현여친이 둘 다 저 사이트를 보더군요. 무한님이 어쩌고 하던데…. 짜증남."

"저도 추천 받고 가봤는데 대체 뭐가 재미있는지 모르겠더군요."

 

등의 댓글들이 달려있을 때가 있더라고. 어느 인터넷 서점엔 내 책에 대한 좋지 않은 리뷰가 적혀 있기도 하고 말이야. 물론 나랑 너랑은 상황이 다를 거야. 난 저 사람들이 날 잘 알지 못하면서 한 말이니까 그러려니 하며 넘기기가 쉬운데, 넌 거의 매일 얼굴 보며 같이 밥도 먹은 적 있는 썸녀가 그런 거잖아. 그렇기 때문에 나처럼 '그런가 보다'하며 두 다리 뻗고 자라는 얘기를 쉽게 하진 못 하겠어. 특히 네가

 

"옆에서 타자치는 소리 하나하나가 저를 모욕하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고 말한 걸 보면, 퇴사하기 전까지 하루에도 수백 번 폭주하고 싶은 걸 잘 참아냈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그러니까 100일만 더 참아보자. 그때까지 참으며 생각해 봐도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고, 오로지 이게 도를 넘은 뒷담화를 한 그녀들의 잘못이며 그녀들을 매장시켜야 분이 풀리겠다는 생각만 들면 다시 메일을 한 통 보내줘. 그럼 그때도 내가 너와 함께 복수에 대해 생각해 볼게. 알았지?

 

▲ 난 벌레를 키우는 게 아니라 곤충을 키우는 건데…. '사슴벌레'니까 벌레긴 벌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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