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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이전 남친과 계속 연락하겠다는 여친, 어떡해?

by 무한 2014. 6. 12.

이전 남친과 계속 연락하겠다는 여친, 어떡해?

어제 사실 이 사연을 가지고 계속 고민을 하다가 매뉴얼 발행이 늦어졌었다. 다른 사연에 비해 정말 짧은 사연이고, 신청서를 보낸 C군 역시

 

"제 사연의 갈등이랄지, 구성이랄지,

그런 게 다른 사연에 비해 임팩트가 심하게 부족해서

과연 이 사연이 매뉴얼로 다뤄질지는 의문이네요."

 

라는 이야기를 했을 정도로 간단한 사연인데,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어제 매뉴얼을 세 번 썼다 지웠다 했는데, 오늘은 어떻게 되든 이 사연의 끝장을 볼까 한다. 출발해 보자.

 

 

1. 싫으면 그냥 싫다고 말하자.

 

몇 년 전 한 배우의 트위터 화법이 유머게시글로 돌아다닌 적 있다. 그 게시물의 제작자는 배우의 화법을 흉내 내어,

 

"엄마가 치킨 안 시켜줘서 화난다."

 

라는 단순한 문장을,

 

"한 가정의 재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여성이란 주체가

단지 흔한 조류로 만든 음식을

자식이 섭취할 권리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이 허무함과 절망감을 누가 안다고 말할 수 있는가.

모성애가 뭐 이래."

 

라는 문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난 C군과 C군 여자친구의 대화를 읽으며

 

'아오 답답해. 얘들은 대화를 하는 거야 토론을 하는 거야?

싫으면 싫다고 그냥 말하면 되는 걸,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으며 돌아가네.'

 

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친구가 이전 남친과 계속 연락하는 게 싫으면,

 

"넌 그에게 아무 감정이 없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고 말하지만,

난 그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들고,

너에게 들었던 그와의 과거 연애사가 계속 떠오르기도 한다.

입장을 바꿔 내가 너에게 내 과거 연애사를 모두 털어 놓은 상황에서,

이전 여자친구와 계속 연락하며 '아무 감정 없으니 괜찮다'고만 말한다면

너 역시 답답하고 화가 나며, 불안함과 질투가 섞인 감정을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한다."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런데 C군은

 

"나는 네가 그와 재결합할까봐 질투하거나 불안해하는 게 아니다."

"나의 질투가 어른스럽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순수한 질투이기 때문이다."

"너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까봐 불안해서 하는 질투라면, 그건 불순물이 섞인 질투다."

"생떼라고도 할 수 있고 철부지스런 감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라며 빙빙 돌리기 바쁘다. 어른스러운 질투는 무엇이고, 순수한 질투는 무엇이며, 또 불순물이 섞인 질투는 무엇인가? 내 연인이 이전에 사귀던 사람과 영상통화 하는 걸 보며 "좋은 우정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C군이 질투와 불안함, 그리고 서운함과 배신감이 느껴지는 건 사람으로서 당연한 일이니, 이상한 대인배 흉내나 쿨한 남자 코스프레 하지 말고 단도직입 하자.

 

 

2. 기대는 하지만 강요할 순 없다는 생각을 말하자.

 

순수한 질투 어쩌고 하는 얘기 대신, 질투가 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관계를 빌미로 상대에게 무언가를 강요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여자친구가

 

"구남친과 난 연정을 초월한 친구 사이다.

그냥 정말 아무 감정 없이 친구로 지내는 건데,

그것도 이해해주기 힘든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렇다고 답하자. 좀 더 다각도로 생각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이었다고 확실하게 말하자. C군은 여자친구의 저 말에

 

"나는 나에게 드는 이 감정이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인으로서 섭섭함을 표할 수 있는 부분임이 분명하다.

나를 좀 더 배려해 줄 순 없겠나?"

 

라고 답하는데, 그러지 말고 C군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전부 털어 놓자. 그게 속 좁아 보이는 이유여도 좋고, C군의 불안과 염려에 근거한 이유여도 좋다. 단, 그렇게 이야기 한 후

 

"하지만 너에게 그러니 뭘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

여기까지 내가 한 얘기는, 내가 네게 바라는 기대에 대한 부분이다."

 

라는 이야기로 대화의 끝을 맺자. 선택권을 그녀에게 주고, 그것에 대한 책임도 그녀가 지도록 하면 된다. 서로 상대에게만 이해나 배려를 요구하며 끝없는 대화를 하는 것보단, 이 방법이 나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C군에게 위의 방법을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녀가 C군과의 관계보다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 맺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난 그녀가 C군과 사귀게 된 것도 그녀의 '사람을 가리지 않고 베푸는 호의'가 큰 작용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며칠 전에 발행한 매뉴얼에서 말한 '마음의 집에 안방이 없는 여자'의 모습과 닮아있다. 남자친구도 그녀에겐 많은 '객' 중의 하나인 것과 같다고 할까.

 

연인의 얕고 넓은 대인관계에 남자친구인 내가 들어가 있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것도 없다. 그러니 연애를 시작했다고 무작정 결혼부터 생각하며 상대를 내 방식대로 최적화 하려하지 말고, 정말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사귀는 동안 그녀를 겪으며 생각해 보길 바란다.

 

 

3. 전혀 다른 두 결론.

 

내가 어제 계속 고민을 한 이유가, 도출해 낸 전혀 다른 두 결론이 전부 그럴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남자의 본능에 근거하면 B가 더 유력하고, 둘의 대화와 여자친구의 태도에 근거하면 A가 더 유력하다. 때문에 난 이틀간 고민을 하다가, 오래 전 TV에서 하던 <인생극장>이란 프로그램에서처럼 A안과 B안을 모두 적어두기로 했다.

 

 

[A안 - 충분한 변화의 가능성]

 

C군의 여자친구는 순수하다. 그래서 구남친과 영상통화를 한 것까지도 전부 C군에게 숨김없이 이야기 했고, 앞으로 C군이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와 통화를 할 때 아무 감정이 들지 않았다는 말도 했고, 그렇게 만들어 준 C군에게 고맙다는 말도 했다. 자신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 일을 숨기고 있다간 괜히 죄를 지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이렇게 솔직히 털어 놓는 거라고도 말했다. 덧붙여 C군이 기분 나쁘며 그와의 인연을 끊으라고 한다면, 아쉽긴 하겠지만 그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때문에 난 앞으로 충분히 조율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이 문제를 제외하면 둘의 관계엔 깨가 쏟아지고 있으니, 이걸 잘 수습하고 넘어가면 이건 하나의 에피소드 정도로 기억 될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C군도 빙빙 돌아가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넌 내게 두 가지 선택 중 이해하는 쪽을 택해 달라고 하는데,

그럼 너에겐 그 친구랑 이제 연락을 안 하겠다는 선택도 있는 것인가?"

 

라며 핵심을 찌를 때도 있기에 냉가슴만 앓으며 질질 끌려갈 일은 없어 보인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충분한 가능성'에 무게를 둔 A안이다.

 

 

[B안 -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C군의 여자친구는 순수하다. 그래서 하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까지를 전부 C군에게 하고 말았다. 솔직함이 좋은 덕목이 되기 위해선 책임감도 필요하고, 또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털어 놓는 센스도 필요한 법인데,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그 부분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그녀의 솔직함은 '맹목적 솔직함'이 되고 말았다.

 

우선, 그녀가 자신의 과거 연애사를 전부 세밀하게 털어 놓은 뒤, 구남친과 연락하고 지내겠다는 이야기를 C군에게 한 것이 그렇다. 내가 C군의 입장에 있다 하더라도, 그녀가 구남친과 얼마나 사랑했었는지를 전부 들은 상황에서 그녀가 구남친과 연락하며 지내겠다고 말한 걸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말만 한 것이 아니라 그게 싫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나 어제 걔랑 영상통화 했어. 숨기면 괜히 죄 짓는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자친구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 같다. 열심히 부탁을 해도 결국 마음대로 행동한 뒤 그걸 통보하는 형태에 화도 좀 날 것 같고 말이다.

 

그 다음으로는, 여자친구가 순수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실감 없음의 문제' 때문에 C군이 정서적으로 표류하는 날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 같다. C군의 여자친구는

 

"어제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왔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온 거야.

그런데 난 강아지를 싫어하기 때문에, 우리 집 밖에다가 묶어두라고 했어.

그랬더니 화를 내며 그냥 가버리더라고. 난 그 친구를 쫓아내려는 게 아니라

정말 강아지가 싫어서 그랬던 건데…. 내가 잘못한 건가?"

 

라는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여자다. C군이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봐. 넌 강아지를 싫어하니까 강아지의 비유는 들 수 없고, 네가 친구들이랑 여행갈 때 차에서 들으려고 좋아하는 외국 가수 음반을 몇 개 가지고 갔는데, 차 주인인 친구가 자기는 팝송 싫으니 그거 틀지 말라고 하면 너도 섭섭하고 기운 빠질 수 있잖아."라는 이야기를 하면 어느 정도 설득은 할 수 있겠지만, 그 과정을 전부 C군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예로 든 저 멘트는 '친구'의 얘기니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실제 현실에선 친구가 아니라 C군이 대상이 될 테니 말이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남자의 본능'에 무게를 둔 B안이다.

 

 

이게 첫 연애라는 C군에게, 난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라 서운함과 섭섭함도 있는 이런 관계가 바로 연애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내다 보면 비도 오고, 천둥도 치고, 또 그러다 개면 무지개도 뜨고 하는 것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갈등과 문제가 찾아올 수 있음을 미리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갈등과 문제가 생긴다고 해서 극단적인 선택지만 만들지 말고, 둘이서는 처음 해보는 연애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현재 C군의 여자친구는 C군을 안심시키고 또 진정시키기 위해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털어 놓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C군이 혼자 비뚤어진 마음으로 부정적인 증거만 찾고 있으면 이별은 필연적이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야

 

'아…, 얘는 그때 날 안심시키려 이런 얘기까지 했었는데,

난 그때 이런 얘기는 듣지도 않고 끝까지 몰아세우기만 했구나.

그때 난 왜 오로지 미워하는 감정만으로 그녀를 대하면서

입으로만 날 더 사랑해 달라고 말했던 걸까….'

 

하는 늦은 후회를 하는 대원들이 수두룩하니, C군은 그 전철을 밟지 말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글이나 말로 잘 표현하는 사람은, 어려운 말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금방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기억해두자.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나도 운전을 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들었던

 

"운전을 잘 하는 사람은,

어려운 길을 빠르게 주행하거나 좁은 곳에 주차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옆에 탄 사람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운전하는 사람이야."

 

라는 말을 늘 기억하며 여유 있는 방어운전을 하곤 한다. 목적지에는 빨리 가는 것보다 안전하게 가는 게 제일이라는 걸 C군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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