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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소개팅 상대에게 답답하게 보이는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7. 1.

소개팅 상대에게 답답하게 보이는 여자 외 1편

오늘은 뜬금없이 군대 얘기로 시작해 보자. 군대에서 선임들에게 사랑 받는 후임이 되기 위해서는 '3S'에 뛰어나야 한다. 

 

-SPEED

-SOUND

-SENSE

 

빠릿빠릿하게 행동하고, 크고 신속하게 대답하며, 눈치껏 처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셋 다 잘 할 필요 없이, 저것 중 하나만 잘 해도 군대생활엔 큰 문제가 없다. 다들 하기 싫어하는 작업병을 뽑을 때 손을 들고 먼저 지원하면 그만큼의 대우가 돌아오고, 크고 분명한 소리로 대답을 잘 하면 말을 잘 이해하고 능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센스는, 고참이 빗자루질을 하고 있으면 주워 담을 통을 찾아 가져올 줄 아는 눈치, 또는 고참이 무거운 걸 들고 오면 같이 들겠다고 나설 줄 아는 상황파악능력을 말한다. 그리고 역시 센스가 있는 병사들은 선후임을 막론하고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다.

 

난 저게 군대 선후임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처세술이라 생각한다.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먼저 능동적으로 나설 줄 알고, 상대에게 연락이 오면 반가움을 앞세워 맞을 줄 알며, 상대가 무슨 얘기를 꺼내면 거기에 리액션을 할 줄 아는 것. 이렇게만 지내도 누군가에게 '대화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 늘 얘기하지만, 내가 일 년 간 아무에게도 생일축하 메시지를 안 보냈다면, 내 생일에 아무에게도 연락이 없는 건 당연한 거다. 그걸 두고 그저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하고 있으면 곤란하다. 이걸 기억하며 출발해 보자.

 

 

1. 소개팅 상대에게 답답하게 보이는 여자.

 

K양은 자신과 정말 친하고 편한 사람들과만 잘 지내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만 거다. 좁고 깊은 대인관계 자체가 문제될 건 없지만, 낯선 사람을 대할 때 인사 할 타이밍도 잡지 못한다는 건 문제가 된다. 이쪽에선 무슨 얘기를 해야 좋을지도 모르고, 또 상대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모르며, 말을 걸긴 했지만 이 대화 자체가 낯설어 얼른 대화를 끝내고 싶어 하기에 상대는 '뭐지?'하는 생각만 하게 될 수 있다.

 

카톡대화에 있는 K양의 멘트를 몇 개 보자.

 

"힘내세요."

"잘 다녀오세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저 멘트들이 끝인사로 사용되었다면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K양은 저 멘트를 첫 인사로 사용한다. 이전에 매뉴얼에서 이야기 한 적 있는 '자체 종결형 대화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K양과 소개팅을 한 어떤 남자가

 

"점심시간이네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라는 메시지를 보낸다면, K양 역시 저 말에 "네, 종현씨도 점심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는 대답밖에 할 말이 없지 않을까?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선 내 얘기를 하거나 상대의 얘기를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K양은 '첫인사-할 말-끝인사'가 전부 포함된 메시지를 보내버리니, 상대도 그와 비슷한 형태의 답장을 보낼 수밖에 없다. 카톡대화를 보면 상대는 대화를 좀 더 하고 싶어 자기 얘기를 꺼내기도 하는데, 그러면 K양은 한 번 더 그것에 대한 행운을 빌며 대화를 마쳐 버린다. 각색한 대화를 옮겨보자면 아래와 같다.

 

상대 - 출근 잘 하셨어요? 저는 수원으로 출장 가는 중이에요.

K양 - 야근하시고 바로 출장을…. 피곤하시겠어요.

상대 - 기차 타고 가니까 기차에서 자면 돼요. 오히려 차 끌고 갈 때보다 나아요.

K양 - 네. 푹 주무시고 출장 잘 다녀오세요 ^^

상대 - 네 ^^ K씨도 사무실에만 있기 답답하시면 A랑 B도 다녀오세요~

K양 - (답 없음.)

 

불편한 직장상사랑 대화하는 것도 아니고 소개팅남이랑 대화하는 건데, 상대에게 마음이 있으면서도 저렇게 밖에 리액션을 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 좀 놀랍기도 하다. 출장 갔다가 언제 오는지, 만약 자고 온다면 어디서 묵는지, 출장을 자주 가는지, 또는 아침은 먹고 가는 건지 등을 물을 수도 있는 건데, K양은 그냥 다 몽땅 묶어서 "잘 다녀오세요."라며 끝내고 만다.

 

상대의 말에 대답을 제대로 안 하는 부분도 마찬가지다. 위의 대화에서는 상대가 말함 A와 B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서 할 수도 있는 건데, K양은 '저건 상대가 내게 권유한 거니까 알았다는 의미로 그냥 대답 안 해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지, 침묵하고 만다. 대화를 하나 더 보자.

 

상대(오후3시) - 오늘 저녁식사 함께해요. 어떠세요?

K양(오후3시 30분) - 야식이요? ㅎㅎㅎ

상대(오후 4시 30분) - ㅎㅎ 저녁식사요. 야식은 살찌니까;

K양(오후 6시) - 오늘은 일찍 끝나시나봐요.

 

저녁 약속 잡기가 이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을까? 저런 대화를 하다 결국 둘은 그날 저녁을 먹지 못 했다. 상대가 저녁 먹을 수 있냐고 두 번을 물어봤는데도 K양이 그것에 대한 대답은 안 하고, 한참 지나서야 이상한 대답만 하니 상대는 대화를 포기한 듯 보인다.

 

바로바로 대답을 하자. 상대가 "오늘 저녁식사 함께해요. 어떠세요?"라고 물었으면, YES나 NO로 대답하면 되는 거다. 저때 그냥 "그럴까요? 전에 말한 부대찌개 먹으러 갈까요?"했으면 라면사리도 하나 넣어서 부대찌개 함께 먹을 수 있었을 것 아닌가. K양은 일부러 저렇게 시간차를 두고 답한 건 아니고 사정이 있어서 늦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는데, 그러면 오히려 이럴 때 위에서 말한 K양의 '몰아서 전부 말하기' 스킬을 사용하자. "야근 때문에 야식하게 되는 거 아니에요? ㅎㅎ 아, 오늘은 일찍 끝나시나요? 저는 6시쯤 끝날 것 같은데, 그러면 6시에 전에 말한 부대찌개 먹으러 갈까요?" 라고 보내놓으면 된다. 그러지 말아야 할 땐 그러면서 정작 그래야 할 땐 안 그러는, K양은 청개구리…. 오늘부터는 SPEED, SOUND, SENSE 세 가지를 장착하고 다시 시도해 보길 권한다.

 

 

2. 내 친구에게 관심이 더 많은 남친.

 

영주씨, 이렇게 각색을 많이 해 달라고 하면 글을 쓸 수가 없는 거야. 영주씨가 남친이 다른 여자와 카톡한 내용을 보고 뭔가를 알게 되었는데 그걸 말하지 말고 사연을 써 달라고 하면 내가 뭐라 할 말이 없잖아. 그걸 내가 뭐라고 말해? 카톡을 봐서 알게 된 게 아니라, 남자친구와 관련 있는 그 여자가 영주씨에게 이실직고 했다고 각색을 해야 하는 거야? 잠깐만, 그러면 되겠네. 아, 그러면 될 걸 내가 괜히 흥분해서 이렇게 글을 적었구나. 미안해. 그래도 어쨌든 이거 내가 간략컨셉으로 쓰기로 마음먹은 거니까 간략하게 적도록 할게. 초등학생도 할 줄 아는 더하기 빼기로 살펴보자고.

 

A. 남자친구가 영주씨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데,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면 영주씨는 접어두고 영주씨 친구랑만 논다. (-100점)

 

B. 남자친구가 직장 내 다른 여자에게 데이트 하자며 치근덕거렸다. (-300점)

 

C. 그러면서 남자친구는 "넌 날 못 믿는 거냐."라고 말한다. (-50점)

 

D. 남자친구가 여자에게 소개팅 부탁을 하고 있다. (-300점)

 

E. 남자친구가 말하길, 영주씨 친구들과 더욱 친해지려는 건

훗날 영주씨와 문제가 있을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고 했다. (-50점)

 

결론은 100점 만점에-800점. 빡! 끝!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이걸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야. 이런 남자와 아직까지 사귀고 있는 이유가 뭔지 난 궁금해. 연애 초반엔 그가 정말 공주 모시듯, 영주씨 친구들도 모두 부러워 할 정도로 영주씨를 모셔줬으니까?

 

딱 봐봐. 남친이 초반에 목돈 받아서 연애에 다 쏟아 부었지? 그 다음엔? 직장 못 구해서 영주씨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서 살았잖아. 전체를 봐. 영주씨가 친구들에게 "우리 오빠 퇴직금 받은 걸로 우리 여행도 다녀왔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니까 친구들은 그런 줄로만 알고 부러워한 거지. 그 이후 남친이 직장도 안 구하고 영주씨에게 한동안 기대 살았다는 이야기까지 다 했어봐. 그래도 친구들은 부러워했을까?

 

말 보다 행동을 보라고 내가 지겹도록 말했잖아. 직장 내 남자친구도 있는 여자에게 데이트 하자며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게 영주씨 남친이야. 그러다 안 되니까 그 여자에게 소개팅 좀 시켜달라는 얘기를 하고 있고 말이야.

 

"무한님이 남자로서 제 남친의 행동을 어떻게 보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보고 말고 할 게 없다니까. 이건 막 그런 걸 살펴볼 만한 이야기가 아니야. 넘치는 바람기를 어찌 할 수 없어서 직장에서 추파 던지고, 영주씨를 디딤돌로 삼아 영주씨 친구에게 수작 부리는 남자에 대한 얘기잖아.

 

"남친이 친구도 없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그럴 수도…."

 

그럼 이렇게 해봐. 남친이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술 마시는 거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 하면, 영주씨 아버님과 술자리를 마련하거나, 친척 오빠 불러서 술 마셔봐. 내가 보기엔 술자리에 영주씨 이성친구들만 와도 남친이 더 이상 끼지 않으려 할 게 분명하거든. 남자친구 변호는 잠시 접어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자고. 친구 없고 외로움 많이 타는 성격이면 여자친구 있는데도 소개팅 시켜달라고 여자들에게 부탁해도 괜찮은 거야? 영주씨는 나중에 남친이

 

"난 부모님께 스킨십을 못 받고 자라서 많은 사람들의 스킨십이 필요해.

그러니까 그 점은 네가 이해를 좀 해줘. 내가 다른 여자랑 스킨십을 해도…."

 

라고 말해도 그를 변호할 거야? 영주씨가 이 부분을 지적하면 "너 나 못 믿는 거냐."라고 실망과 섭섭함을 가득 드러내는 그가, 다른 여자에겐 소개팅 부탁하고 있잖아. 영주씨, 정신차려.

 

 

중국에서 물건을 하나 사려고 하는데, 배터리가 포함된 제품이라 한국까지의 배송이 어렵다고 해 난감해 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파는 물건이긴 한데 가격이 여섯 배 정도 한다. 이쯤 되면 그냥 여행 겸 중국에 나가서 사가지고 돌아오는 게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느 날 갑자기 노멀로그의 새 글이 올라오지 않으면, 중국에 나간 걸로….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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