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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친에게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말해버린 여자.

by 무한 2014. 8. 14.

남친에게 말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말해버린 여자.

바다씨 안녕. 나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지인의 여자친구를 무의식중에 깔보게 된 적이 있어. 지인이 여자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늘 내게 연락해서 흉을 봤거든.

 

- 내 여친은 작은 일만 생겨도 폭주한다.

- 분노하면 패닉증상을 보이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 의지하는 게 너무 심해서 별 걸 다 나에게 물어본다.

- 그 집 식구들 전체가 좀 이상하다. 부모는 자식을 방목한다.

- 여친이 우울증 문제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 있다.

- 남들의 시선을 엄청 의식하며, 피해의식이 심하다.

- 자랑을 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일을 해봤다고 거짓말 한다.

- 넉넉한 편이 아닌데 꿀리지 않으려고 돈을 쓰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난 지인에게 '그럴 수 있다'는 뉘앙스의 조언을 해줬어. 다행히 지인 역시 잘 받아들여서 그녀와의 갈등을 풀곤 다시 사귀었고 말이야. 그런데 어느 날 지인과 지인의 여자친구를 함께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간 들었던 얘기 때문인지 난 그녀가 무슨 '환자'인 것처럼 보이더라고. 그 날 식당에서 먹은 걸 그녀가 계산했어. 그 자리에서 내가 가장 연장자였던 까닭에 내가 내려고 했는데, 그녀가 자리가 파하기도 한참 전에 화장실 가는 길에 계산을 해버렸더라고. 그때 난 덕분에 맛있는 거 잘 먹었다는 생각보다도, 오히려 

 

- 넉넉한 편이 아닌데 꿀리지 않으려고 돈을 쓰기도 한다.

 

라는 말이 딱 떠오르더라고. 식사 도중 대화를 할 때 그녀가 했던 말들에 대해서도

 

- 자랑을 하기 위해 하지도 않은 일을 해봤다고 거짓말 한다.  

 

라는 말이 떠올랐었고 말이야. 지인이 내게 씌워준 색안경을 통해 그녀를 보게 되었던 거지.

 

 

1. 내 가족 험담.

 

연애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두 사람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어. 직장, 친구, 가족, 모임 등의 사람들 얘기를 많이 하게 되지. 그런데 바다씨가 내게 속상할 때 사연을 보낸 것처럼, 그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남친에게 하게 되는 것 역시 속상한 순간일 때가 많거든. 엄마랑 아무 문제없이 하루를 보냈다면 상대에게 할 말이 없지만, 엄마가 갑자기 '안티 활동'을 시작하며 "넌 정말 애가 왜 그러냐?"라고 말하면 서운함과 분노, 그리고 억울한 마음에 엄마에 대한 불평을 남친에게 할 수 있잖아.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과거에 있었던 일 중 지금과 비슷한 일들까지 모두 발굴해서 남친에게 하게 돼.

 

- 학창시절에도 엄마는 내게 이러이러한 안티활동을 했다.

- 엄마의 그런 행동 때문에 아빠도 엄마를 싫어한다.

- 그 성격을 내 여동생도 똑같이 물려받았다. 그래서 여동생 성격도 이상하다.

- 집에서 아빠와 내가 한 편, 엄마와 여동생이 한 편이다.

 

위와 같은 식으로 말이야. 물론 저런 이야기를 하면 그 순간엔 남친이 위로를 해주겠지. 그러면 그 위로를 받아 이쪽에서도 다시 힘을 내고, 분노의 감정이 사그라지면 다시 평온한 시기가 찾아와 엄마와도 예전처럼 잘 지낼 테고 말이야.

 

하지만 그 얘기들을 들었던 남친은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98.72% 이상이야. 자신이 직접 겪은 일이 아니니 감정이 남아있진 않겠지만, 그때 들었던 말들은 선입견으로 남게 되거든. 잘 생각해 봐. 내가 바다씨에게 내 지인을 소개하며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소질이 있었고, 여러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으며,

지금은 미대 졸업 후 개인적으로 미술활동을 하고 있는 지인."

 

이라고 말하는 것과,

 

"돈 안 되는 순수미술 하겠다고 고집부리며

먹고 살 형편도 안 되는 마당에 알바도 안 하는 대책없는 지인."

 

이라고 말하는 것은 느낌이 완전히 다르잖아. 앞의 소개를 듣고 나서 바다씨가 내 지인을 만나면 그가 이상한 모자를 쓰고 나와도 '역시 예술가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뒤의 소개를 들었다면 '패션까지도 대책이 없는 사람이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지점에서 바다씨가 큰 실수를 했던 것 같아. 내 가족의 험담을 하는 것은 어차피 내 얼굴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은 행위인데, 당장 화가 나서 험담을 할 때는 속도 시원하고 남친이 토닥토닥까지 해주니,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남친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말해버린 것. 그게 치명적이었다고 나는 생각해. 겉으로는 그가 위로와 응원을 해주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저 가족 사이에 껴서 힘들고 불행해질 것 같다.'

'저런 사람들이랑 평생 봐야 한다는 게 짐이 될 것 같다.'

 

라고 생각한 거지. 실제로 그가 저 이야기들을 바다씨와 싸울 때 '이별사유'로 내밀기도 했었고 말이야.

 

 

2. 너희 가족 험담.

 

상대가 이쪽의 가족 이야기로 불을 지르면, 결국 이쪽에서도

 

"너 지금 우리 가족 욕 하냐? 너희 가족은 괜찮은 줄 아냐?"

 

라며 맞불을 놓을 때가 많거든. 물론 그게 '나도 할 말 많다'는 걸 말해주려고 꺼내는 얘기긴 한데, 그래버리면 서로 상처만 남는 싸움을 하게 될 수 있어. 특히

 

"내가 지금까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너희 가족은 정말…."

 

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와 버리면, 상대는 반성을 하기 보다는 이쪽의 폭로로 인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고, '얘가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던 무서운 애구나'하는 생각까지도 할 수 있지.

 

- 오빠 어머니도 나 앉혀 놓고 그런 소리 하시는 거 아니다.

- 오빠 동생 사고만 치는데 그런 집안은 괜찮은 집안이냐.

- 오빠 아버지가 집을 나가신 게 현명한 판단이실 수 있다.

- 우리 엄마가 그거 듣고 헤어지라고 하신 거, 난 오빠 생각하며 참았던 거다.

 

바다씨가 바라는 대로, 저 이야기를 남친이 들은 후

 

'아, 내가 내 눈의 뭐는 못 보고 남의 눈의 뭐만 봐왔구나….'

 

하며 반성을 하면 다행이겠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이 그러기가 힘든 법이거든. 저런 이야기를 듣자마자 남친의 선긋기가 바로 튀어나와 버리잖아.

 

"우리 가족 문제는 말 그대로 가족 문제다. 가족 내에서 해결한다.

우리 가족 문제로 너한테까지 연락간 적 있냐? 너흰 그렇지만 우린 아니다."

"내 동생 문제로 너한테 뭐 해달라고 요구한 적 있냐? 없지 않냐.

그런데 난 네 동생 문제로 책임감과 부담감까지 떠안아야 했다."

"넌 우리 집에 와서도 밥 잘 먹고 잘 놀다 가지만 난 너희 집에서 그러지 못 한다.

너희 가족들이 무섭고, 불편하며, 이해 안 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승자가 없는 진흙탕 싸움인 거야. 서로의 감정만 감정대로 상하는 거고, 어쨌든 둘 다 자기 입장에서만 말하는 이야기들로 인해 좋을 때는 '우리'였던 두 사람이, 이 다툼으로 인해 '너는 너, 나는 나'라는 걸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거지.

 

내가 가장 씁쓸하게 생각하는 건, 바다씨와 남친이 저런 폭로전을 거듭하며 다신 안 볼 것처럼 연락을 끊었다가, 바다씨가

 

"오빠, 내가 불쌍해. 불쌍한 나 좀 봐줘. 날 좀 잡아줘."

 

라며 기대는 걸로 다시 엮였다는 거야. 결국은 또 이 연애가, 바다씨가 남친에게 신세를 지는 형태로 지속되게 된 것이거든. 이건 남친 입장에선 불쌍한 바다씨와 이해할 수 없는 바다씨의 가족들을 남친이 조금 더 떠맡게 된 거지, 결코 정상적인 연인으로 돌아온 게 아니야. 그래서 난 이 관계에 '시한부 연애'라고 적어둘까 해.

 

 

3. 남아있는 문제들.

 

바다씨, 반드시 남자친구와 헤어져야 해. 왜 헤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항목별로 아래에서 이야기 해줄게.

 

ⓐ독재자.

 

바다씨 남친은 독재자 타입이야. 그가 한 멘트 중엔

 

"그만 하자는 말이 말 같이 안 들리나봐?"

"이 병신아."

"다시 한 번 쳐 읽어봐."

"뭐 하는 짓거리냐? 니 빙신이냐?"

 

라는 말들이 있는데, 이 정도면 그간 내게 도착한 사연 중 '여자친구에게 막말하는 남자 순위'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을 정도야. 그는 쉽게 폭발하고, 폭발하면 막말과 욕을 해. 보통의 연애에선 그냥 좀 삐치고 말 일에도 그는 욕을 하며 이별로 협박을 해. 바다씨를 1g이라도 존중한다면 절대 꺼낼 수 없는 말들까지도 쉽게 꺼내지. 그래놓고 나중에 "오빠가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까닭에, 바다씨는 사과하는 그의 모습이 본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통계를 내봐. 그의 모습 중 화내고 막말하는 게 8할이면, 난 그게 그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니까.

 

ⓑ부모님의 그늘.

 

이건 가족사가 많이 포함된 까닭에 자세히 적지 않을게. 다만, 부모님이 그렇게까지 아들의 연애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경우엔 바다씨 피눈물 흘릴 일이 많다는 증거이며, 그가 '엄마는 내 가족, 여친은 남'이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선 결코 행복할 수 없다고 적어둘게. 그리고 바다씨 이전에 그의 옆 자리에 있던 사람이 그의 어머니로 인해 헤어졌다면, 바다씨 역시 그 문제를 피하긴 힘들 거라는 것도 적어둘게.

 

 

ⓒ술 문제.

 

술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건 심각한 문제야. 너무 힘든 일이 있어 잠깐 술로 잊어보려 하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면 여러 분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거야. 술 마시고 죽겠다며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협박하는 것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야. 남친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게 한두 번이 아니잖아. 그것 때문에 바다씨는 오들오들 떨며 그에게 애원하는데, 그는 오히려 갈등이 생기면

 

"그럴 거라고? 알았어.

그럼 나도 지금 술 마시러 나갈 거니까 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라며 반대로 협박하는 모습까지 보이지. 내 주변에도 이런 남자와 결혼해 애 때문에, 또는 죽지 못 해 사는 사람이 둘이나 있어. 더불어 여자 나오는 술집과 관련해 다투다가도

 

"며칠 전에도 내가 가고 싶으면 갔겠지. 근데 안 갔잖아. 그치?"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정말 심각한 거야. 그는 '갈 수 있는 걸 안 갔으니 너는 고마워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이건 마치 "널 속이고 클럽에 간 건 미안하지만, 클럽에서 원나잇 할 기회가 있었는데 안 했으니 너는 고마워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잖아. 이런 사고를 하는 사람과는 분명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어.

 

ⓓ비판적 사고.

 

바다씨가 기대고 있는 그 부분이, 그의 편견과 아집이라고 나는 말해주고 싶어. 이건 얼핏 보면 확고하고 냉철한 시각이라 착각할 수 있는데,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는 그냥 불만이 가득하며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거든.

 

그가 누군가를 칭찬한 적 있는지 봐봐. 이게 정말 중요해. 내가 보기엔 그가 모두를 자신보다 아래로 있는 사람들로 여기며 비판만 하는 것 같거든. 얘도 병신, 쟤도 병신, 걔도 병신, 이라는 식으로 말이야. 바다씨가 속상한 일 있을 때 그가 같이 "어 그래? 그럼 걔도 병신." 해주면 바다씨 기분이야 좋겠지. 그런데 결국은 그 화살이 바다씨를 향하기도 하거든. "너도 병신."이라면서 말이야. 이건 굳은 신념을 가진 채 굽히지 않으며 냉정하게 사고하는 게 아니야. 그냥 다 까는 거지. 여기에 기대고 있다간 결국 바다씨도 까이게 될 거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몇 번 경험해 봤으니 바다씨가 더 잘 알겠지만 말이야.

 

 

바다씨는 여기까지 읽으면서

 

'왜 궁합 얘기는 안 나오지? 내가 사연을 보낸 건 그것 때문인데….'

 

라고 생각했을 거야. 나도 사연 주제가 '궁합'이기 때문에 처음엔 그 부분을 중심으로 사연을 봤는데, 읽다 보니까 이건 '궁합'이 문제가 아니더라고. 여러 번 봐도 좋지 않은 궁합 때문에 그가 이별을 통보 했던 일, 바다씨가 잡자 "그럼 결혼하지 말고 이렇게 지내자."라는 뉘앙스로 답했던 일들도 보통의 연애에서라면 휘청휘청할 만한 일인데, 여기선 백 번 양보해 그걸 접어놓고 봐도 위와 같은 문제들이 있어.

 

솔직히 난 '이렇게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기도 참 힘들지 않나?' 싶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갈등을 봉합하려 했던 바다씨가 참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마음 기댈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었더라면 이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같은 남친에게는 안 기댔을 텐데, 여기 말고는 기댈 곳이 없었기에 무너져 내리는 걸 온 몸으로 견뎌가면서도 자리를 지킨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가족도 가족 같지 않고, 친척도 친척 같지 않고, 열 살 차이 나는 남친도 남친 같지 않고, 남친의 가족들도 남친의 가족 같지 않고, 그들과 몸은 함께 있지만 마음은 바다씨 혼자네. 그래서 이런 처참한 사연에도

 

"남자친구와 헤어질 생각은 없어요."

 

라고 쓸 수밖에 없는 바다씨의 말이 비명처럼 들려. 이런 와중에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이별을 권해주는 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미안해.

 

+ 제가 정신줄을 놨는지, 마지막 부분에 실명을 적는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밖에 있다가 발견했는데, 당황한 마음에 폰으로 로그인해서 고치려다 비밀번호를 수 회 잘못 써서 로그인이 불가한 상황이 잠시 벌어졌습니다.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해당 부분은 수정하였고, 수정 후 공개댓글로 알려주신 독자 분들의 댓글을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적어주신 댓글 지우게 되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즐거운 목요일 저녁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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