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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생활과여행/자전거샤방샤방라이딩

[장인어른과국토종주-1부] 아버지, 조금만 더 천천히….

by 무한 2014. 9. 30.

 

2014년 9월 22일 새벽 다섯 시 이십 분, 경의선 운정역으로 향하는 길. 고요한 그 길에 자전거를 탄 두 남자의 콧물 훌쩍이는 소리가 교대로 울려 퍼진다. 장인어른과 사위, 비염환자인 두 남자는 이른 가을의 찬 새벽공기 때문에 주체할 수 없이 콧물을 흘려댔다.

 

장인어른과 나의 국토종주 첫 날 계획은, 팔당역까지 점프(자전거를 대중교통 수단에 실어 타고 가는 것)한 뒤 팔당역에서부터 국토종주를 떠나는 것이었다. 한강 자전거 길은 연습 삼아 몇 번씩 돌며 인증을 받아 놨으니, 그 다음 인증센터인 능내역에서 부터 출발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내 처음 계획은 운정역에서 한 컷, 운정역에서 공덕역까지 간 뒤 한 컷, 공덕역에서 용산역까지 간 뒤 한 컷, 용산역에서 자전거 전용열차를 탄 뒤 팔당역에 도착하기 전까지 몇 컷, 팔당역에 도착해서 한 컷, 뭐 그런 식으로 차곡차곡 여정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차 시간을 맞추기가 벅찰 정도로 빠듯했다. 경의선과 중앙선은 평일에도 열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긴 하지만, 오전7시~오전10시까지는 출근시간으로 자전거 휴대승차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용산역에서 자전거 전용역차를 놓치면 출근시간이 다 지날 때까지 팔당으로 갈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경의선을 타고 공덕역까지 갈 때에는, 열차에 자전거 거치대가 없었던 까닭에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도록 붙잡고 서 있어야 했다.

 

공덕역에 내려 중앙선으로 갈아타고자 용산역으로 갈 때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장인어른과 나 둘 모두 자전거를 타고 공덕역에서 용산역까지 가 본 적이 없었기에, 길을 검색하며 가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겼다. 집에서 그저 포털사이트의 지도만 봐가며 계산할 때에는 시간이 넉넉했는데, 막상 역들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찾고 길을 물어가며 가다보니 다음 차로 갈아타기도 빠듯할 정도였다. 뭐 그래도 여하튼 우리는 무사히 팔당역에 도착했고, 5박 6일로 계획했던 자전거 국토종주를 떠날 수 있었다.

 

 

 

▲ 옆에서 달리는 열차와 경쟁하고 계신 장인어른.jpg

 

국토종주로 인한 휴재예고 글에서 이야기 했듯 장인어른께서는 해병대 출신의 상남자시며, 극한의 고통을 인내하며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신다. 낚시도 그냥 한 자리에 앉아서 하는 민물낚시 보다는 스릴 있는 갯바위 바다낚시를 좋아하시며, 등산도 완만한 산책로를 걷기만 하는 등산보다는 깎아지듯 험한 길에서 바위를 타는 등산을 좋아하신다.

 

그러한 모습은 장인어른께서 자전거를 타실 때에도 나타난다. 나처럼 시속 17~20킬로 정도로 샤방샤방 돌아다니는 동네 마실 라이딩이 아니라, 시속 27~30킬로 이상으로 달리는 전투 라이딩을 하시는 것이다. 몸에서 땀이 한 번 쫙 빠지고 후끈후끈해져야 자전거를 좀 탄 것 같다고 하시는데, 난 그 속도로 장인어른과 맞춰서 달리고 나면 심장이 머리로 옮겨 온 듯 맥박이 뛰는 게 머리에서 느껴지며 시간이 지날수록 발바닥에 감각이 없어져 온다.

 

이번 국토종주를 계획하면서도 가장 걱정했던 게 바로 그 부분이다. 동네에서 잠깐 자전거를 타는 거야 대략 서로의 속도를 맞춰가며 탈 수 있지만, 장거리를 하루 종일 타야 하는 라이딩의 경우는 지친 까닭에 예민해 질 수 있고, 체력이 떨어지는 뒷사람을 기다려 주다 보면 앞 사람은 짜증이 나기 마련이다.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길을 상대가 못 타겠다며 끌고 간다고 하면 시간낭비를 하는 것 같고, 질주할 수 있는 내리막에서 상대가 무섭다며 천천히 내려오면 내리막의 즐거움이 반감되어 지루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의 국토종주 후기에 등장하는

 

"뒤에서 짐만 되는 것 같은 친구를 버리고 싶었다."

"이틀째부터 말도 하지 않았다. 뭐, 마지막엔 우정드라마를 찍긴 했지만."

"짐까지 내가 다 들어줘도 동행자가 아프다며 엄살을 부려 짜증났다."

 

등의 이야기들을 봐도 '서로의 라이딩 스타일이 다르거나 체력의 차이가 날 경우, 사이가 멀어지게 되는 것'에 대해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난 '장인어른을 모델로 사진 찍어 드리기'라는 카드를 꺼냈다. 장인어른의 질주본능이 깨어나 훅훅 치고 나가시면 난,

 

"아버지, 여기서 사진 한 장 찍어드릴게요. 풍경이 예뻐요."

 

라며 장인어른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장인어른께서는 '달리다가 자전거에 앉아서 쉬면되는데 뭐하러 내려서 쉬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까닭에 무정차 라이딩을 하시는데, 그것 역시 난

 

1. 아버지, 여긴 내려서 사진 한 장 찍어야겠는데요. 구름이 아주 그냥 좋아요.

2. 아버지, 내린 김에 물도 좀 마시고 담배 하나 피우고 갈까요.

3. 아버지, 잠시만요. 저 여기 길 좀 검색해 볼게요.

 

라는 이야기들을 하며 시간을 벌어 해결했다.(그래서 이번 여행사진엔 풍경사진이 없고 거의 전부 장인어른을 모델로 한 사진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풍경사진을 기대하셨을 독자 분들께 양해를 구한다.)

 

 

 

 

능내역에서 도장을 찍고 양평으로 향할 때, 자전거를 타고 달리시는 두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 중 한 분은 발차기를 하듯 무릎을 양 바깥으로 높게까지 뻗어 패달링을 하셨다.

 

'저렇게 타시면 무릎 나갈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 눈가에 바른 선크림으로 인해 눈물이 계속 나오는 까닭에 누구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눈물을 짜듯이 계속 흘려보내며 달렸다. 아, 가는 길에 터널이 많았는데 그 중 한 터널에서 할아버지 두 분이 나누신 대화가 인상 깊었다.

 

할아버지A - 커너리 찬 딜어.

할어버지B - 뭐?

할아버지A - 질어.

할아버지B - 뭐?

할아버지A - 빌다고.

할아버지B - 뭐?

할아버지A - 길어, 길어.

할아버지B - 길다고?

할아버지A - 어.

 

긴 터널이었는데, 터널 도입부에서 시작된 저 대화는 터널이 끝날 때쯤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며 마무리 되었다. 발차기 자세로 자전거를 타시는 할아버지께서 휴대용 라디오를 틀어 두셨는데, 그것 때문에 두 분의 의사소통이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나와 마찬가지로 눈가에 선크림을 바른 장인어른께서도, 울고 계셨다. 날이 밝았는데도 비염증상이 나아지질 않아 눈물과 콧물이 계속 흘러내렸고,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코를 훌쩍이고 눈물을 짜내며 달렸다.

 

장인어른께서는 얼른 다음 인증센터에 도착해 코도 풀고 눈가의 선크림도 씻어내야겠다며 속도를 내셨다. 난 숨쉬기가 편치 않아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드리겠다며 뒤에서

 

"아버지, 조금만 천천히 가주세요. 뒤에서 사진 좀 찍을게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고는 자전거 핸들 뒤에 달린 가방에서 폰을 꺼낸 뒤, 카메라 어플을 작동시키곤 장인어른을 찍으려 하던 찰나

 

"어? 어어어."

 

하며 왼손으로 급브레이크를 잡곤 공중으로 붕 떴다. 내가 폰을 꺼내는 사이 장인어른께서는 속도를 완전히 줄여 내 바로 앞에 계셨던 것이다. 오른손에 폰을 들고 있던 나는 장인어른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핸들을 잡고 있던 왼손으로 브레이크를 잡았다. 왼쪽 브레이크가 앞바퀴 브레이크인 까닭에 뒷바퀴가 높게 들렸다.

 

그렇게 넘어지면 뒤에 실린 짐이나 앞에 달린 카메라가 모두 깨질 수 있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오른발로 착지해 중심을 잡으려 했다. 오른발과 땅이 닿는 순간 자전거가 내 오른쪽 허벅지 쪽으로 기울었고, 동시에 안장코가 내 소중한 부위들을 강하게 긁는 것이 느껴졌다. 그 아픔에도 불구하고 난, 오로지 자전거가 내팽개쳐지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왼쪽으로 튕겨 나가는 자전거를 붙잡으며 쓰러졌다. 다행히 떨어뜨린 폰도 깨지지 않았고, 자전거도 완만한 속도로 넘어진 까닭에 깨진 물건도 없었다. 그저 체인이 빠졌을 뿐이었다.

 

아니, '체인이 빠졌을 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체인을 끼워도 자전거는 굴러가지 않았다. 뒷바퀴가 브레이크 패드에 꽉 끼어 돌지 않았던 것이다. 출발 전 익힌 자전거 정비 기술을 사용해 패드 간격을 조절했는데도 뒷바퀴가 패드에 닿았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어 바퀴를 억지로 굴려보았을 때,

 

'헉! 휘…휠이 휘었어!'

 

휠이 S자로 휘어버렸다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자전거 무게에 뒤에 실린 짐 무게, 그걸 비스듬하게 받아낸 뒷바퀴가 휘고 만 것이다.

 

'이대로 국토종주가 끝나는 것인가. 다음에 다시 도전해야 하나.'

'바퀴가 휘어서 당장 움직일 수가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타이어도 터져보고, 페달도 부러져 봤지만, 바퀴가 휠 줄은….'

 

여러 생각을 하며 검색을 했고, 근처에 있는 샵에 들르면 휠 교정을 받거나 교체를 받을 수 있다는 글을 보게 되었다. 뒷브레이크를 풀어 패드가 휠에 닿지 않게 하곤 아주 천천히 샵을 향해 나아갔다.

 

 

 

▲ 뒷바퀴 교체 중인 내 자전거.jpg

 

샵에서 '교정 불가. 교체해야 함'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자전거 수리하시는 분이

 

"대체 가방에 뭘 이렇게 많이 넣으신 거예요?

이 자전거만 해도 국토종주 하기에 무거운 자전거인데,

짐 무게가 어마어마하네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난 가방에 초코바 16개와 인스턴트 커피 한 봉, DSLR 배터리 4개와 렌즈, 배터리 충전기 여섯 개, 보조 외장배터리, 태양광충전 외장배터리, 베이비파우더, 여벌 여름옷 한 벌, 여벌 가을옷 한 벌, 멀티탭, 우비, 속옷, 콤팩트 카메라, 스프레이파스, 연고, 선크림, 재생크림, 자전거 수리도구, 예비튜브 두 개 등이 들었다고 말하기가 귀찮아

 

"그냥 뭐, 이것저것 들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또 수리하시는 분은 내 자전거 안장이 보통 안장과 다르게 엄청 크고 무겁다며 놀라셨다. 난 편하다는 많은 안장을 써봤지만, 15시간 이상 타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은 안장은 바로 저 '전립선 특대 안장' 하나뿐이었다. 크고 아름다운 안장이다. 단점은 크고 푹신한 까닭에 금방 땀이 찬다는 것인데, 그걸 해결하고자 이번 국토종주에는 베이비파우더를 한 통 사가지고 갔다.

 

파우더를 발라도 어느 정도 타면 팬티가 배기는 시점이 오는데, 그럴 땐 화장실에 가서 파우더를 한 번 바르고 나면 다시 괜찮아 진다. 문제는 파우더로 인한 마찰열 때문인지 뭐라고 밝히기 어려운 깊은 부위에 쓸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인데, 이건 종주 3일째부터는 적응이 되었는지 자연히 해결 되었다. 더불어 종주 4일차부터는 파우더를 바르지 않아도 엉덩이가 튼튼해져 버틸 수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사고로 인해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난 자전거를 수리하고 난 후에야 긴장이 어느 정도 풀어졌는데, 그때부터 발목과 허벅지가 아파왔다. 달리다 허벅지가 자꾸 아파서 보니, 넘어지며 자전거가 강타한 부분엔 주먹만 한 멍이 들어 있었다. 다친 부분들이 부어오른 까닭에 이때부터 진통제를 먹고 파스를 뿌렸다.

 

 

 

 

'이포보' 도착 직전, 양평에서 여주로 바뀌는 길목에서 찍은 사진이다. 저 멀리 이포보가 보인다. 이때부터 마음이 좀 급해졌다. 계획대로라면 저 시간 쯤 다음 보인 '여주보'는 물론이고 다다음 보인 '강천보'를 지나고 있어야 했는데, 그림자가 꽤 길어진 시간에도 겨우 '여주보' 밖에 못 왔던 것이다.

 

사실 출발 전에는, 보마다 들러 쉴 때 보의 풍경들을 담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형편이 되어 잠깐 앉아 물 마시곤 바로 출발했다. 동네에서 자전거를 탈 때에는 파주 출판단지까지 15km를 4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는데, 국토종주길은 초행인데다가 실린 짐이 많아 한 시간에 15km를 겨우 갈 수 있었다. 또 동네에서 탈 때에는 한창 뜨거울 낮 시간을 피해서 탄 까닭에 컨디션이 괜찮았는데, 국토종주 중에는 그 볕을 그대로 받으며 계속 달려야 하니 금방 힘들어 졌다.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뒤에서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면 장인어른의 등근육들이 쫙쫙 갈라지는 걸 볼 수 있다. 메모리 카드의 공간이 부족할까봐 동영상은 찍지 않았는데, 그게 실수인 것 같다. 애초에 DSLR과 똑딱이로 사진 찍는 걸 계획한 까닭에 SD카드만 구입했는데, 국종 출발 직전에 델코리아의 L님께서 대용량 배터리를 지원해 주신 까닭에 폰으로 찍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난 DSLR로 찍던 사진의 용량만 생각해 16기가 폰 메모리로는 부족할 거라 생각했는데, 종주를 다녀와서 확인하니 메모리 카드의 공간이 남아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동영상을 찍는 건데….

 

아, 똑딱이를 가져가지 않은 건, 확인해 본 결과 폰으로 찍은 사진이 더 잘 나왔기 때문이다. 둘 다 비슷한 결과물을 뽑아준다 하더라도 '폰+폰충전기+폰예비배터리+카메라+카메라예비배터리+카메라배터리충전기' 조합보다는 '폰+폰충전기+대용량외장배터리' 조합이 낫다고 생각한다.

 

 

 

 

이포보에서 여주보로 가는 길목에 있던 활공장으로 기억한다. 난 '활공장'이라고 해서 활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글라이더가 이착륙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활공'장이었다.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문경활공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도 활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이착륙에 사용하는 활공장이라고 한다. 나는

 

'오! 활공장! 은하수가 선명한 궁수자리와 활공장, 뭔가 어울리는데!'

 

라고 생각했는데…. 꿈보다 해몽이었던 것 같다.

 

 

 

 

강천섬의 풍경이 이국적이라는 소문이 있어 그곳에서 일몰 전에 사진을 좀 찍으려고 했는데, 위에서 말한 사고로 시간이 지체된 까닭에 해가 거의 다 질 때쯤에야 강천섬에 들어섰다. 또, 국토종주길로 내려갈수록 야간라이딩이 위험하다 하여, 깜깜해지기 전에 서둘러 떠나느라 마음껏 사진은 찍지 못 했다. 구름 예쁜 날 낙엽 덮인 잔디밭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날엔 장인어른께 당신의 유년기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강원도에서 사셨는데, 그곳에서 잠자리, 도마뱀, 개구리, 물방개 등을 잡으셨던 이야기, 산길을 돌아가기 싫어 기차 터널로 지나가는데 그럴 때 기차가 오면 부리나케 뛰었던 이야기 등이었다. 사람도 배고프고 물고기도 배고프던 시절이라, 옷핀에 보리밥알을 매달아도 물고기가 물고 나오던 이야기도 해주셨다. 야생동물 보호단체에서 들으면 경악할 만한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그건 나만 알고 있기로 하자.

 

 

 

 

▲ 야간라이딩 시 안전을 위해 자전거에 설치한 요란한 등들.

 

노면상태가 좋지 않았던 충주에 진입했을 때, 완전히 깜깜해졌다. 장인어른과 난 그간 동네에서 야간라이딩 시 안전을 위해 구입했던 여러 조명들을 모두 켰다. 바퀴살(스포크)에 매단 등은 돌아갈 때 원을 그리며 빛나고, 맨 뒤에 단 후미등에서는 레이저가 뿜어 나온다. 요란한 듯 보이기도 하지만, 야간에 차량 운전자나 자전거 운전자에게 이쪽의 존재를 확실히 알리기엔 좋은 방법이다.

 

충주에 들어서면서부터 자전거 도로로 나와 있는 뱀도 많이 보였고, 야생동물들의 소리도 가깝게 들렸다. 우리의 첫날 목적지는 충주시내였지만,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했을 땐 몸도 피곤하고 충주시내까지도 멀었기에 앙성 온천지구에 있는 모텔에서 묵기로 했다.

 

 

 

 

앙성 온천지구 근처엔 모텔도 별로 없을 뿐더러, 있는 모텔도 다른 지역에 비하면 비싸다. 배가 고파서 뭔갈 시켜먹으려고 했는데, 열 시 반이면 거의 모든 가게가 문을 닫는다고 해서 먹지 못했다. 숙소에 도착해 긴장이 풀리니 허벅지와 발목의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리에는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까닭에 다리가 다 타서 쓰라렸다. 샤워할 때 뜨거운 물이 다리에 닿으면 아팠고, 누워서 이불을 덮으면 이불의 질감이 다리에 느껴졌다.

 

장인어른께서는 숙소가 마음에 안 드시는지 숙소 이곳저곳을 보시고는 한숨을 쉬셨다. 선풍기 날에 두껍게 쌓인 먼지라든가, 화장실에 핀 곰팡이, 벽지의 얼룩, 모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을 끈 후 5분도 안 되어 코를 고셨다. 난 좋지 않은 몸 상태로 다음 날 넘어야 할 소조령과 이화령을 생각하니 잠이 잘 오질 않았다. 몸에서 열이 계속 나는지 이불과 베개가 땀에 젖어 축축해졌고, 그게 불쾌해 또 뒤척이다 결국은 숙소 밖으로 나가 밤하늘을 보며 담배를 하나 피웠다. 페가수스자리의 사각형이 천정에 걸려 있었고, 마차부자리의 카펠라와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이 동쪽에서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다.

 

'장인어른께서는 소조령과 이화령

자전거에서 내려 끌지 않고 탄 채로 넘으시려 할 텐데,

나도 무정차로 오를 수 있을까….'

 

다시 숙소에 들어와 누웠다. 역시 또 한참을 궁싯거리다, 오리온자리가 올라올 때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전혀 몰랐다. 다음 날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란 걸….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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