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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4)

대접받는 연애만 하다가 바보가 되고 만 여자 외 1편

by 무한 2014. 10. 29.

대접받는 연애만 하다가 바보가 되고 만 여자 외 1편

내 지인 중엔 '대접받는 연애'만 해오다가 대인관계 문제가 생긴 여자가 한 명 있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인기가 많았던 까닭에, 이성 뿐만 아니라 동성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에도 자연스레 '상하관계'를 형성했다. 친구들과 같이 펜션을 빌려 파자마파티를 한다고 했을 때,

 

'지현이가 장을 볼 순 있겠지만,

걔가 고기를 굽거나 설거지를 한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야.'

 

라는 생각이 드는, 뭐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남들이 음식 준비하고 고기 구울 때 수다를 떨거나 젓가락 들고 그저 알짱거리다, 상이 다 차려지면 마치 혼자만 손님인 양 앉아서 먹는 그런 사람. 그래서 지금은 이성뿐만 아니라 동성친구도 없다.

 

몇 년 전 어느 날인가는, 그녀가 내게 자신의 생일인데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다며 징징거리는 소리를 하길래, 난 그녀에게

 

"넌 일 년 동안 몇 명의 생일을 챙겼는데?"

 

라는 질문을 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내 친구들 생일은 거의 내 생일 뒤야. 그래서 아직 연락 안 했지."

 

라는 대답을 했다. 내 질문을 제대로 못 알아들은 것인지 그녀가 엉뚱한 대답을 하길래, 난 다시 '작년 생일부터 올해 생일까지 타인의 생일을 챙긴 횟수'를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몰라. 암튼 올해는 마음에 안 들어. 되는 일도 없고."

 

라고 답했다. 솔직히 난 그녀의 사고방식에 살짝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들이 들러리인 것처럼 행동했으며, 대화를 하는 방식에도 큰 결함이 있었다. 그녀는 내게 연애 이야기를 할 때, 자신과 헤어진 남자들이 대부분 마음이 변해서 떠난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난 그녀와 대화를 하며 왜 남자들이 떠났는지를 알 것 같았다.

 

 

1. 대접받는 연애만 하다가 바보가 된 여자.

 

내가 그녀와 대화를 할 때 느꼈던 그녀 대화법의 결함을, 사연을 보낸 N양의 카톡대화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과거의 영광을 말하는 여자'들에게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결함인데, 먼저 말을 하나 툭 던지고는

 

'자, 내가 말을 걸어 줬으니 이제 나에게 관심을 보여봐.'

 

라는 듯 인터뷰 당할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그런 화법이 '날 좋아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에는 별 문제가 없겠지만, 상대가 자신과 동등한 관계거나 이쪽에서 좋아하는 관계일 경우엔 문제가 발생한다. 내 지인의 경우는 그렇게 떡밥을 툭 던지는 문제와 더불어 '말 시켜놓고 대답하면 확인 제때 안 하기'라는 문제도 가지고 있었는데, 난 그게 괘씸해서

 

"모든 사람이 너에게 관심 있는 네 팬클럽 회원이 아니잖아.

널 좋아해서 너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네가 "뭐해?"라고 인사만 한 번 해줘도 영광이겠지만,

난 아니야.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는 거야.

그런데 네가 나와의 관계에까지 이런 성의 없는 태도를 보인다면,

난 너랑 대화하고 싶지 않아. 우정을 그렇게 함부로 다루면 잃게 될 거야"

 

라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저 말이 얼마간은 효과를 발휘해 그녀가 나와 대화를 나눌 때면 바짝 다가앉아서 긴장감을 가진 채 대화를 나눴으나, 안타깝게도 몸에 밴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긴 어려운 것인지 시간이 지나자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이후로는 그녀와 똑같은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그녀의 떡밥을 팬클럽이 되어 받아주지 않으면, 아래와 같은 대화가 될 뿐이다. (창작한 대화긴 하지만, 날짜와 시간을 유심히 보자.)

 

2014년 10월 11일 오후 3:50, 그녀 : 머해?

2014년 10월 11일 오후 3:51, 회원님 : 책 보고 있어. 넌 뭐해?

2014년 10월 11일 오후 7:40, 그녀 : 친구 결혼식 다녀왔어. 아 피곤하다.

2014년 10월 12일 오전 8:50, 회원님 : 푹 쉬어.

2014년 10월 12일 오후 1:25, 그녀 : 우리 언제 한 번 봐야지~

2014년 10월 12일 오후 4:50, 회원님 : 그래 언제 한 번 봐야지.

 

영혼 없는 안부인사가 오가는 게 보이지 않는가? 다행히 N양의 경우는 저 정도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알맹이 없는 겉핥기식 대화'가 되고 마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안부를 묻고, 농담 좀 하다가, 언제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대화의 전부다. 둘 사이에 오간 말이나 구체적인 대화를 여기다 옮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 까닭에 예로 들 순 없는데, 위의 대화에서 "ㅋㅋㅋㅋㅋㅋㅋ" 정도가 더 추가된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N양이 '대접받은 연애를 하던 여자'라면, N양이 현재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는 '여자들에게 인기 많은 남자'다. 때문에 그는 N양이 '만나자'는 떡밥을 던져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N양이 자존심을 세우고자 한 '소개팅 남'의 이야기에 대해 "어 그래, 잘 해봐." 정도의 리액션을 할 뿐이다.

 

난 사실 N양에게

 

"심남이와의 지금 이 관계가 문제가 아니라,

N양이 누군가와 교감하는 능력이 거의 퇴화 된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연애가 문제가 아니에요. 누군가와 친해지지 못 하는 것이 문제지."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N양은 누군가에게 인간적인 관심을 갖거나 상대에 대해 궁금해 하질 않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것보다는 상대가 내게 호감이 있느냐에 더 관심이 있고, 상대가 날 만날 생각이 있느냐를 더 궁금해 한다. 따지고 보면 현재 심남이에게 N양이 마음을 둔 이유도,

 

- 처음에 그가 날 계속 칭찬하고 내게 완전 매너 있게 대해서,

  그게 호감인 줄 알았기 때문에.

 

라는 것이다. 난 그게 그의 매너가 많은 여자들을 대하다보니 몸에 밴 것이고, 또 N양을 띄워준 것 역시 그저 '립서비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면, N양이 그를 만날 때 함께 만난 '그의 친구 A씨'에게 어필했던 것처럼, 그 역시 그냥 별 마음이나 생각 없이 N양에게 상냥하게 대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친구 A씨가 N양의 '어필'을 관심으로 받아들여 N양에게 집중하게 된 것처럼, N양 역시 그에게 집중하게 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N양이 A씨에게 한 건 '그냥 한 어필', 심남이가 N양에게 한 건 '내게 호감이 있어서 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진 말자. 여기서 보기엔 그 둘이 다를 게 없다.

 

상황이 N양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자, N양은 이제 그에게 "나 소개팅 안 할 건데? 난 오빠가 제일 좋은데?"와 비슷한 뉘앙스의 '대형 떡밥'을 던지고 있다. 이러지 말자. 이런 떡밥까지 던지는데 상대에게서 반응 없다고 화나서는 대화방 나갔다가, 그래도 다시 한 번 던져보겠다며 또 떡밥을 준비해 던지는 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다. 그리고 상대가 이미 N양에게 "솔직히 네 연락이 귀찮다."라는 말까지 한 상황이라면 그 관계는 염까지 다 끝난 상황이니, '그가 나에게 사귀자는 말을 하는 것'을 목표로 둔 채 포즈를 취하는 건 그만 두자. 염까지 끝났는데 이제 와서 심폐소생술을 하거나 호흡기를 씌워봐야 소용없는 것 아닌가. 이 와중에

 

'내 연락이 귀찮았다고 솔직하게 말해주네? 이 사람은 진솔한 남자야.'

 

하고 있다가는 정말 답이 없어질 수 없으니, 이쯤에서 각성하고 다른 이성과 '내 팬클럽'이 아닌 '친구'부터 시작해 보자.

 

 

2. 혀…혀…현규야.

 

현규야, 너에게는 108가지의 문제가 있어.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모르겠고, 이거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어쨌든 포기할 순 없잖아. 굵직한 것들만 짧게 짧게 끊어 치면서 가볼게.

 

우선 현규 너에겐 나르시시즘과 더불어 '중2병'이라는 큰 병이 있어. 지금은 현실을 마주하며 나르시시즘은 조금씩 깨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게 중2병을 만나서

 

- 나르시시즘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걸 자각하며 갖게 되는 나르시시즘.

 

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어. 사자성어로 말하자면, 설상가상이라고 할까.(응?) 아무리 봐도 뭔가 이상해. 일단 현규 네가 적은 문장을 가져와 볼게.

 

"저는 연애을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는 큰 착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키, 얼굴에 연애를 그렇게밖에 못 하냐고 들을 정도가 됐습니다.

(중략)

전 제가 착한남자일 뿐 매력적인 남자는 아니라고 느껴지네요.

저는 좀 다 맞춰주고 평소에도 긍정적인 YES맨으로 생활하거든요."

 

난 당황하거나 긴장했을 때 침을 삼키곤 하는데, 나 지금 침 삼켰어. 현규 너의 말은 뭐랄까, 거침없이 느끼하면서 앞뒤가 안 맞아. 특히 네가 성격에 관한 설명을 하는 부분에, 그 앞뒤가 안 맞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표현이 있어. 가져와 볼게.

 

"전 혈액형을 믿지는 않지만,

(중략)

그 친구는 전형적인 O형입니다."

 

현규 너의 저런 특징은, 상대와 대화를 할 때에도 그대로 드러나. 봐봐.

 

A.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그냥 편하게 천천히 만났으면 좋겠다."

B. "난 그냥 솔직하게 좋아하는 거 안 숨기고 표현하고…."

 

A와 B의 의미는 완전히 다른 거잖아. 그런데 넌 그런 거 아니라고 하면서도 나중엔 결국 그 말을 뒤집어 버리거든. 게다가 넌 '부담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대에게 부담을 줘. 역시 문장을 하나 가져와 볼게.

 

"몸 생각해서 컨디션 관리 잘 해~ 몸이 아프면 나를 못 만나잖아? ㅋㅋ

나는 꽤 끈기도 있는 편이어서 네가 편할 때 만나주면 돼.

길게 보면서 만나지 뭐. 이런 말도 부담이 되려나? ㅋ"

 

나 또 침 삼켰어. 현규야, 저거 하나도 안 멋있어. 그냥 무서워. 영화에 저런 대사가 등장한다면, 그 대사를 하는 건 그 영화에서 스토커 역할을 맡은 사람일 거야. 뿐만 아니라 현규 넌 너보다 두 살 어린 상대에게 자꾸 조언을 하며 '오빠 노릇'을 하려고 드는데, 네가 하는 조언 역시 충격과 공포의 조언들이야.

 

"가장 불행한 것은 너무 늦게 사랑을 깨우치는 것이다."

"책을 보니, 당당함과 솔직함을 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너에게 표현한다."

 

내가 보기에 저런 말들은, 현규 네가 어떻게든 상대를 연애로 이끌어 보려고 뭐든 다 갖다 붙이는 표현일 뿐이거든. 상대가 보기에도 분명 그럴 거고 말이야.

 

현규야, 형이 이 밑으로도 글을 길게 썼다가 전부 지웠어. 현규 네가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너무 착한 까닭에 매력 없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멋진 남자'인데, 내가 현규 너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들은 네가 가지고 있는 '부담 기능장', '느끼멘트 산업기사' 등의 자격증에 대한 내용들이거든. 그래서 실제로는 여린 마음을 지닌 현규 네가 큰 충격을 받을까봐, 남은 100여개의 문제점들은 네가 어느 정도 절대안정을 취한 후에 이어서 더 이야기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하나 더 얘기해 주고 싶은 건, 현규 넌

 

"그런데 제 전화를 받지 않고, 결국 제가 부담스럽다고 카톡을 보내더군요.

저도 멘탈이 나갔지만 깔끔하게 연락처, SNS를 정리해줬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 후에도 또 연락했다 정리하고 다시 연락했다 정리하는 행동을 반복했잖아. 넌 상대가 아프다고 했을 때, 그걸 두고 '나랑 만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건가보네. 끝이다.'라며 아주 단순한 생각밖에 하질 않아. 네가 상대와 만나서 데이트를 하고 싶을 때 상대가 다쳐서 병원에 간다고 하면, 넌 상대가 아픈 것보다는 데이트를 거절당했다는 것에 실망해선 상대와의 연락을 끊는 사람이라고.

 

"제가 생각하기에 전 저를 제대로 어필하지 못 했고…."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상품판매에 비유하자면 홍보가 부족한 게 아니라 물건이 안 좋은 거야. 그래서 안 사는 거라고. 평소에 기프티콘으로 음료수 하나 주고 생색내면 뭐 해. 아프다고 하니 그럼 못 만나는 거냐며 연락을 끊어버리는데.

 

그렇게 쉽게 금방금방 마음 정리했다가 다시 연락할 거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데, 내가 이 말을 했다가 현규 네가 상대의 거절도 무시하고 들이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까봐 그렇게 말은 못 할 것 같아. 그러니까 결론은, 우선 상대의 말을 들어. 상대의 템포에 맞춰서 만나봐. 닭다리 줄 테니 만나서 닭 먹자고 네가 제안했는데, 상대가 닭다리 싫어한다고 답했어. 그럼 날개 준다고 하면 되는 거야. 거기까진 해봐야 할 거 아냐. 근데 넌 '얘가 나 만나기 싫어서 저런 말 하는 구나. 끝났어.'라면서 또 잠수 탈 준비 하거든. 그러지 말고 상대가 좋아하는 걸 알아간다 생각하며 대화를 해봐. 상대가 좋아하지도 않는 걸 들이밀고는 상대가 싫다고 하면 '나한테 마음이 없는 거네.'하며 광속으로 실망하며 잠수타지 말고 말이야. 알았지?

 

 

오늘은 두 번째 사연을 두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까닭에 진이 다 빠져버렸다. 에너지를 충전해야 하니 배웅글은 생략하고, 완충 한 후 내일 매뉴얼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자. 편안한 수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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