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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결혼얘기 나오자 헤어진 연상연하 커플

by 무한 2014. 11. 14.

결혼얘기 나오자 헤어진 연상연하 커플

사연을 잘못 골랐다. 오늘은 금요일이라 금요사연모음을 써야 하는 날인데, 이 사연으로 매뉴얼을 쓰다 보니 도저히 한 꼭지로만으론 해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여러 사연을 다루는 대신 이 사연에 나타난 세 가지 문제를 다룰 예정이니, 이 부분에 대한 양해를 먼저 구한다.

 

사연을 보낸 손하씨에게는,

 

"이건 단순히 '결혼얘기'가 나와서 벌어진 이별이 아닙니다.

결혼얘기는 표면적으로 드러나 보이는 이별사유일 뿐,

실제로는 연애에 임하는 손하씨의 부적절한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먼저 해주고 싶다. 그 '부적절한 태도'가 무엇이었는지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남친은 '고마운 사람', 손하씨는 '바라는 사람'.

 

이게 둘의 이별을 부른 가장 결정적인 문제다. 남친은 손하씨에게 헌신했고, 손하씨는 남친의 그 헌신을 당연하게, 혹은 그저 고맙게만 생각했다. 손하씨가 사연에 적은

 

"제 친구들도 제 남친 마음이 예쁘고 헌신적인 것 같다고 했어요."

 

라는 말을 보자. 거기엔 나도 동의한다. 신청서와 카톡대화에서의 손하씨 남친은, 같은 남자가 봐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남자였다. 때문에 그와 헤어진 지금 손하씨는

 

"헤어졌다는 사실에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가 정말 좋아한 사람이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이 사람과는 얼굴만 봐도 좋고, 편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 말에 잘못된 부분이 하나 있다. 좋고, 편하고, 위로가 된 건 맞는데, 그게 '서로에게'는 아니었다. 손하씨에게 좋고, 편하고, 위로가 되었던 것이지, 그에게는 이 연애가

 

- 만나면 또 여친의 짜증을 받아주고 풀어줘야 하는 관계.

- 여친이 화를 내며 관계의 단절을 의미하는 행동들을 해서 괴로운 관계.

- 한다고 하는데도 여친은 서운하고 섭섭한 점들이 많다고 하는 관계.

-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 여친은 마음이 식은 거 아니냐고 묻는 관계.

 

였다. 

 

연애 중 각자가 털어 놓은 고민과 그것에 대한 서로의 대응방법이 어땠는지를 보길 바란다. 남친은 현 직장에서의 갈등과 진로문제에 대해 고민했는데, 손하씨는 그것에 대해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남친 직장의 직원들이 물갈이 되어 고참급인 남친이 여러 명의 일을 떠맡아 바빠졌을 때, 손하씨는 화를 냈다.

 

"남친이 출근하자마자 일을 하게 되어 바쁜 건 알았지만,

그래도 제 옆 직원에게는 남친 전화가 오는 걸 보고는 그게 부러워서,

남친에게 왜 전화를 안 하냐고 화를 냈어요."

 

반면 남친은 어땠는가? 그는 손하씨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 '딱히 실체도 없는 고민'을 이야기 했을 때에도 그걸 전부 들어줬고, 이후에도 계속 손하씨가 불안해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

 

고마운 사람이 있으면 그를 소중히 생각하며, 이쪽에서도 그에게 보답하려 노력을 해야 한다.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가 맛있는 음식을 내어다 대접해 주면, 이쪽에선 최소한 뒷정리를 돕고 설거지를 하려는 모습 정도는 보여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튀김이 너무 기름지다느니, 잡채가 덜 익었다느니 하는 소리를 하며 음료수도 좀 가져오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다음부터는 그런 대접을 못 받게 된다.

 

"생선과 손님은 사흘이 지나면 냄새를 풍긴다."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손하씨는 남친과 사귀며 남친의 마음이 변해가는 것 같아 불안했다고 하는데, 그건 그에게 '손님'과 같았던 손하씨가 그의 헌신을 받고 또 그에게 의지하고 있으면서, 그에겐 힘도 기쁨도 되어 주지 못했기 때문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2. 남친은 결혼할 사람이 아니다? 신뢰의 부재.

 

'미쳐야(狂) 미친다(及).'는 말이 있다. 손하씨의 사연에 대입해서 말하자면, 손하씨가 그에게 미치지(狂)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에게 미치지(及) 못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남친과 사귈 때 손하씨가 가지고 있던 마음, 그리고 손하씨가 털어 놓은 이야기를 듣고 주변사람들이 한 말을 보자.

 

'난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 할 텐데, 남친과 계속 만나는 게 맞는 걸까?'

"걘 고졸이고, 진로에 대한 뚜렷한 목표도 없잖아. 불안정해."

 

'이런 사람 또 없어.'라는 마음으로 만나도 사귀다 보면 헤어질 수 연애다. 그런데 손하씨는 상대를 신뢰하지 못 했고, 그와의 미래에 대한 비전에도 의심을 품었다. '하면 된다'와 '되면 한다'의 차이라고 할까. 손하씨는 '되면 한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건 자연히 연애 중 손하씨의 태도에서도 드러나게 되었다.

 

난 현재 공쥬님(여자친구)이 모든 걸 다 접고 어딘가에 내려가 농사를 짓자고 해도 지을 수 있고, 나가서 같이 붕어빵을 팔자고 해도 팔 수 있다. 어디서 뭘 하든 둘이 같이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란 자신이 있고, 또 즐겁고 행복할 거란 믿음이 있으니까. 반대로 내가 공쥬님에게 그런 제안을 해도 공쥬님이 받아들일 거란 확신이 있다. 물론 난 시골에 내려가 산다고 해도 주변에 대형 마트가 있었으면 좋겠는데 여하튼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고, 우린 마음의 보호필름을 떼고 만나기 때문에 같은 배를 탄 우리의 운명이 당연히 같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손하씨는, 남친과 둘이 같은 시간에 같은 항로에 있긴 했지만 서로 각자의 배를 타고 있었다. 때문에 '남친의 운명은 남친의 운명, 내 운명은 내 운명'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같이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배를 돌려야 하는데, 지금 너무 멀리까지 같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우리 사이에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헤어져야 한다는,

그런 암묵적인 금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친구가 이렇게 말했어요.

'서로 알면서 외면해 온 끝이었잖아.'

이 한 마디가 그동안의 저희 관계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할 것 없이, 그냥

 

"안타깝네요. 남자친구 분이 자리를 다 잡은 후에 만났다면 좋았을 것을….

살다 보면 마음이 간절해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있는 거니까,

그저 힘내라는 말씀만 드리고 싶습니다."

 

라는 말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이별에서 아무 것도 배우거나 깨닫는 것 없이 그저 '운이 나빠서'정도로 여겨버리면, 다음 번 연애에서도 이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 뿐더러 손하씨의 나쁜 습관들은 다음번 상대에게도 상처를 줄 수 있다.

 

난 손하씨의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주변사람들에게 남자친구에 대한 존중을 생략한 채 이야기 하는 것'이라는 걸 꼭 말해주고 싶다. 전에 발행한 매뉴얼에서도 한 번 말했지만, 남친을 직접 본 적 없는 지인들이 이쪽의 연인에 대해 평가하는 건 대개 이쪽의 말에 근거한다. 내 지인의 경우를 예로 들어 이야기 한 적 있지 않은가. 지인이 자신의 여자친구에 대해 애정결핍과 우울증의 문제가 있으며, 그녀의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가끔 분노조절장애 같은 모습을 보인다고 내게 말했기에, 난 그녀를 만나기도 전에 그녀에 대한 '환자'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서로 알면서 외면해 온 끝? 그건 손하씨가 지인들에게 자신의 연애를 '끝내야 할지 아니면 계속 사귀어도 될지 모르겠는 사이'로 말했기에 그려진 그림이고, 남자친구에 대해 '믿고 함께 하기엔 비전이 안 보여서 불안한 남자'로 설명했기에 만들어진 이미지다. 만약 손하씨가 지인들에게 자신이 발견한 남친의 장점과 그의 비전에 대해 말하고, 그에게서 배우고 싶은 모습이나 존경스러운 태도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 지인들의 현재 반응은 다르지 않았을까? 훗날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할 땐, 그의 약점과 허물을 지인들에게 알리지 말길 권한다. 그래버리면 헤어졌을 때 지인들이 '어차피 헤어질 관계', '헤어진 게 잘 된 일'이라고 말해주어 슬픔을 털어내긴 쉽겠지만, 매번 그렇게 누군가와 만났다 헤어지고 슬픔을 털어내는 일만 반복하게 될 수 있다.

 

 

3. 하지 말길 권했던 것을 전부….

 

노멀로그 독자라면, 매뉴얼에서 늘 강조하는 '연애 시작 후 꼭 지켜야 할 세 가지'를 알 것이다.

 

A. 아무리 화가 나도 상대를 혼자 두고 가버리지 말기.

B. 무슨 일이 있어도 연락의 창구는 열어두기.

C. 다퉈야 할 일이 벌어지면 손을 잡고 말하기.

 

지겹게 한 이야기라 생략하고 싶지만, 여전히 손하씨처럼 모르는 독자 분들이 있기에 다시 짧게만 적어둘까 한다.

 

위에 적어둔 것 중 A와 B를 지키지 않을 경우, 그건 둘에게 '이별 선행학습'이 되고 만다. 손하씨의 경우는 손하씨가 A와 B를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남친이

 

"네가 그러는 거 이젠 정말 힘들다.

우리, 생각할 시간을 갖자."

 

라고 하자 엄청난 상처를 받았으며 그것으로 인해 '얘는 언제 다시 나에게 시간을 갖자고 할지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하는데, 바로 그 감정을 남친도 느꼈던 것이다. 언제? 손하씨가 남친을 두고 집에 가 버리거나, 잠수를 탔을 때.

 

손하씨 남친의 자리에 어떤 남자를 갖다 두든, 손하씨가 그런 태도를 보이면 모든 남자가 결국 마음을 닫게 될 것이다. 당장이야 손하씨가 저러더라도 만나서 얼굴 보면 풀어질 수 있겠지만, 그 일로 인한 피로는 계속 축적된다. 게다가 그 행동들은 '헤어지자는 바디랭귀지'인 까닭에 상대에겐 그게 '이별 리허설'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그러는 동안 점점 헤어지는 것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 손하씨가 남친의 말로 인해 지워지지 않는 불안함을 갖게 되었듯, 상대 역시 손하씨의 행동으로 인해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해가 좀 쉬울 것 같다. 손하씨가 열두 살짜리 꼬마인데, 집에서 잘못을 저지른 까닭에 이 추위에 현관문 밖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그런데 손하씨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문을 두드려도 부모님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신다. 네 시간이 지나고, 여덟 시간이 지나도 문은 계속 닫혀 있는 것이다. 그렇게 24시간이 지난다면 손하씨의 마음은 어떨까?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후회할까, 아니면 자포자기 하며 그 기한이 평생일 수도 있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을 만들어내게 될까?

 

하나 더. 손하씨는

 

"전날부터 데이트 계획을 늘 저만 짜는 것 같다고 남친에게 불만을 말했음.

남친이 사과해서 넘겼지만, 다음 날 만났을 때도 여전히 내 기분은 풀리지 않음.

그래서 같이 영화 보면서도 계속 말없이 있다가…."

 

라며 연애 할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 했는데, 저런 태도를 보이는 여자와 길게 만날 생각을 하는 남자는 없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심술이 나면 침묵으로 고문하는 사람과 뭐하러 연애를 하겠는가. 손하씨가 그러는 동안, 남자는 벽 보고 서 있는 벌을 받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앞으론 그 누구에게도 그 '침묵의 고문'을 사용하지 말자.

 

 

씁쓸한 결론이지만, 나도 손하씨 남친이 한 말대로 손하씨가 이 이별을 받아들였으면 한다. 손하씨가 재회를 원하는 이유는

 

- 최근에 만났던 그 어떤 사람보다도 정말 좋아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 주변에서도 내가 사랑에 빠진 걸 느낄 정도의 연애였기 때문에.

 

라는 건데, 저 재회해야 하는 이유에서도 여전히 '남친'을 생각하는 마음은 찾기 힘들다. 손하씨가

 

"저도 남친을 챙긴다고 챙겼지만 남친의 마음까진 못 챙긴 것 같아서…."

"진정으로 남친의 마음을 이해하고 사랑하진 못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라는 이야기도 하긴 했지만, 그건 손하씨가 그와의 연애에서 고비가 올 때마다 늘 말로만 반성했던 부분이다. 때문에 이번에 아무리 진심을 담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해도, 그건 그에게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손하씨가 이 괜찮은 남자를 놓치지 않길 바라지만, 손하씨가 닫아버린 현관문 밖에서 밤새 오들오들 떨다가 자포자기 했을 그의 마음을, 이제 다신 돌릴 순 없을 것 같다. 미안하다.

 

새벽에 첫눈까지 내린 이 불금에, 나도 이런 결론이 나는 사연을 다루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이미 납골당에 들어간 연애를 두고

 

"이 고비를 어떻게 넘겨야 하는 건지 알려 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손하씨를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또 이 좋은 불금에 어딘가에서 손하씨와 똑같은 헛발질을 하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를 말리고 싶었다. 혹 긴장의 끈이 느슨해진 연애를 하고 계신 커플이 있다면, 이 매뉴얼을 거울로 삼아 상대가 옆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오늘 만나 함께 고기를 굽길 권한다.

 

"지금 솔로부대원 무시하나요? 솔로부대원은 어쩌라고요?"

 

다음 주 매뉴얼은 솔로부대원들의 사연을 위주로 발행할 테니 노여움 푸시고, 오늘 매뉴얼로는 커플부대원이 되었을 때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예습을 한 셈 치시길 바란다. 자 그럼, 즐거운 불금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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