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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직장 내 썸남, 분명 썸인 줄 알았는데 소개팅을?

by 무한 2015. 1. 20.

직장 내 썸남, 분명 썸인 줄 알았는데 소개팅을?

2015년에 처음으로 도착한 사연을 읽었는데, 이게 간단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레벨의 사연이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현주씨가 보낸 이 사연 한 편을 가지고 매뉴얼을 작성해야 할 것 같다.

 

현주씨가 신청서에 궁금하다며 적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할려고 하는 상대를 보면서 절친이라는 이유로 응원을 해줘야하는 이런 최악에 상황에서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려주세요.
- 지금 현재 헤어진지 얼마되지 않아 외로움을 덜어내고자 킬링타임으로 이관계가 이루어지고 있는건지 객관적으로 봐주세요.
- 저혼자의 좋아하는 감정땜에 이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이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할지 지혜를 주세요.
-이사람이 매번 저에게 관심있는 듯 하다가 소개팅 애기를 막하는거 보면 제가 이성으로 생각 드는게 아니라 단순히 편한 누나로 대하는 건데 제가 오버하고 있는건지 조언해주세요.
-매번 소개팅을 주제로 애기를 꺼내는 것이 질투유발인지 아니면 단순 상담수준인지 살펴봐주세요.
-이런 애매모호한 관계에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면 좋을지 조언을 주세요. 자꾸 이관계에 끌려가는 기분이 듭니다.

 

라는 요청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왜 의미가 없는지는 아래의 이야기들을 보면 분명하게 알게 될 것 같고, 그것과 더불어 현주씨가 가진 치명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자.

 

 

1. 수다스럽고 다정한 연하남.

 

'수다스럽고 다정한 사람'과는 금방 친해질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먼저 말을 걸어오는 까닭에 이쪽이 수동적이고 방어적이어도 별 노력 없이 말을 트게 되고, 먼저 호의와 친절을 베푸는 까닭에 의심하지 않고 '내 편'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현주씨가 회사를 쉰 날 회사에선 거래처로부터 기념품을 받아 (당일 출근한)사원들이 나눠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걸 수다스럽고 다정한 A씨가 현주씨를 위해 챙겨뒀다. 또, 언젠가 현주씨가 '녹색'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는데, A씨는 다른 사원들에게

 

"녹색 기념품은 현주씨 줘요. 현주씨 녹색 좋아하니까."

 

라는 이야기도 했다고 한다. 그럼 그건, 형식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관계들 속에서 혼자 환하게 빛나는, 따뜻함으로 느껴질 것이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누군가가 나를 챙겼다는 건, 그가 내 편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나도 그의 편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일이니까.

 

상대가 수다스럽고 다정한데다 오지랖까지 넓다면, 그건 뭐 진입장벽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절친이 될 수 있다. 현주씨가 야근을 하게 되었는데 그가 도와주겠다며 남아선 동무가 되어준다. 현주씨가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는 만화 캐릭터가 있는데 그가 햄버거를 샀더니 줬다며 그걸 선물해 준다. 현주씨가 회사에서 속상한 일을 당해 기분이 쳐져 있는데 그가 맥주 한 잔 하고 기운 내자며 맥주를 사겠다고 한다. 그럼 현주씨가 철벽녀든 연못녀든간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이 친절과 호의에 결국 마음의 문을 열게 될 것이다. 꼭 연애감정이 아니더라도 '좋은 동료'로서, 현주씨가 여행을 다녀오며 지인들에게 줄 기념품을 고를 때, 그가 세 손가락 안에 들 것이 분명하다.

 

여기까진 아무 문제가 없다. 저런 형태로 친해져 결혼까지 하게 된 사례도 적지 않으니 말이다. 단, 상대가 저런 태도를 보였다고 해서 "그건 분명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가지고 한 행동이지 않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난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대답을 하겠다. 그냥 모두와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어서 호의나 친절을 베푸는 것일 수 있고, 성격 상 남이 어려운 일 겪고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으니 도와주는 것일 수 있으며, 누군가가 소외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들과도 그렇게-호의와 친절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내 친구 J군만 하더라도 사람이 다섯인데 음료가 넷 밖에 없으면,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자신의 몫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주곤 한다. 그런 까닭에 모두들 J군을 좋아하고 말이다.

 

관계의 싹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아니, '마련된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노력해서 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개를 내민 새싹을, 함부로 밟아 죽이고 마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현주씨가 그랬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2. 아저씨 같은 누나. 또는 형 같은 누나.  

 

각하조고(脚下照顧)라는 말이 있다. 자기의 발밑을 잘 비추어 돌이켜본다는 뜻으로, 가깝고 친할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저 위에서 말한 '새싹'을 현주씨가 어떻게 밟았는지 보자.

 

"심심하다. 재롱부려봐."

 

백 번 양보해 저 말 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내가 만약 상대라면 현주씨의 저 말을 카톡 창에서 확인한 순간 내 모든 호의와 친절을 거두고 사무적으로만 대했겠지만, 현주씨의 직장 동료는 나보다 예의에 민감하지 않은지 '이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인가보다.'하며 현주씨를 '아저씨 같은 누나', 또는 '형 같은 누나'로 생각하며 지냈다. 뭐, 어쩌면 현주씨가

 

"ㅋㅋㅋ 난 나이 먹어서 매력도 사라지는데."

 

라는 이야기를 하며 털털하게 그를 대했기에, 그도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현주 - 요즘 까불지도 않고 넘 조용하네.

현주 - 씹냐?

상대 - ㅎㅎㅎ

 

현주 - 돌아이.

상대 - 말이 심하네.

현주 - 욕 들어도 싸다.

 

현주 - 너라는 아이는 끝까지 재수가 없구나 ㅎㅎㅎ

상대 - 막말 심하네요;;

현주 - 너 잘한 거 있냐?

 

처음부터 저랬던 건 아니다. 처음엔 "쯧쯧쯧."이나 "짜증나네."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에이, 왜 그래요~"라며 받아주니, 현주씨는 점점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풀며 "씹냐?", "어우 재수 없음."이라는 말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나중엔 완전히 긴장의 끊을 놓곤 "미친놈아.", "기분 엿 같다."라는 말들까지 하게 된 것이다.

 

난 사실, 이 카톡대화가 현주씨의 카톡대화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청서에서의 현주씨는 매뉴얼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 저혼자의 좋아하는 감정땜에 이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은데 앞으로 제가 어떻게 이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할지 지혜를 주세요.
-이사람이 매번 저에게 관심있는 듯 하다가 소개팅 애기를 막하는거 보면 제가 이성으로 생각 드는게 아니라 단순히 편한 누나로 대하는 건데 제가 오버하고 있는건지 조언해주세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현주씨가 이 관계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은 '멜로/드라마'인데, 현실의 카톡대화는 '공포/스릴러'이다. 저런 태도가 왜 문제가 되는지 정말 모르겠다면, 성별을 바꿔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남자 - 이 태도는 뭐야?

남자 - 성의 없이 이모티콘으로나 대답하고.

남자 - 답을 하지 말든가. 짜증나게.

여자 - 왜 또 짜증내세요. ㅎㅎㅎ

남자 - 전화 받아.

여자 - 지금 친구 만나고 있어서 못 받아요. ㅎㅎ

남자 - 이게 진짜 장난까나. 카톡은 하면서 전화는 왜 못 받아.

 

현주씨가 저 대화 속 여자라면, 저런 태도를 보이는 남자와 사귀고 싶겠는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이미 한참 전에 넘은 후, 지금은 막장을 코앞에 두고 있는 까닭에 난 이 관계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3. 다음 역은, 막장, 막장 역입니다.

 

현주씨가 내 동생이라고 생각을 하니, 난 저 연하남이 좀 원망스럽다. 정말 그가 '절친'이나 '동료'로서 현주씨와 친하게 지냈던 거라면, 현주씨가 이렇게 폭주해 괴물이 되기 전에 말렸어야 한다. 그런데 연하남은 현주씨가 점점 괴상하게 변해가고 있을 때에도 맹목적인 이해와 양보로 다 받아줬을 뿐이다. 친구가 취해서는 "술 더 시켜. 괜찮아. 더 먹을 수 있어."라고 주정을 할 때, 무작정 친구가 원하는 걸 다 들어주겠다며 술을 주문해 따라준 것과 같다고 할까. 여기다 옮겨 적기 어려울 정도의 말을 현주씨가 해도, 그는

 

"에이, 왜 그래요~"

 

라는 뉘앙스로 받아냈다. 현주씨가 그를 자극하기 위해 날카로운 말로 찔러대도 그는 웃으며 손만 저을 뿐이었고, 그럼 그것에 현주씨는 더 열이 받아 더 날카로운 말들을 꺼냈던 것이다.

 

오직 현주씨의 입장에서만 이 관계를 보자면, 그가 지금까지는 연인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연락을 해왔으면서, 소개팅녀가 생기자

 

"우리가 친한 건 맞아. 근데 누나의 과잉반응과 심한 연락이 문제지."

 

라고 말하는 그를 쥐어 패고 싶은 게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현주씨가 무슨 잠시 거쳐 가는 간이역도 아닌데, 연하남 본인이 이별로 인해 외롭고 심심할 때에는 거의 매일 연락하고, 주 3회 이상 저녁을 같이 먹고, 같이 영화도 보는 데이트 아닌 데이트까지 했는데, 이제 새로운 연애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그걸 '누나의 심한 연락'이라고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과잉반응과 심한 연락이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계속 현주씨의 폭주를 다 받아주고, '절친'을 유지하려 하는 그의 태도. 그게 현주씨에겐 충분히 희망고문이 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뭐가 어떻든 간에 분명한 건, 현주씨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막장까지 거침없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대가 깜빡이 안 켜고 차선변경 했다고 해서 들이받아 버리는 건 바보 같은 짓 아닌가. 현재 현주씨는 화는 나지만 자존심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까닭에

 

"내가 너 소개팅녀랑 잘 되라고 얼마나 신경써줬는데,

잘 되고 나니 이런 식으로 없는 사람 취급하냐."

 

라며 엄한 곳을 찔러가며 공격하는 중이다. 게다가 앞서 말했듯 이미 넘지 말아야 할 선은 한참 전에 넘은 까닭에 연하남이 소개팅녀와 만나고 있을 시간에 집요하게 연락하며

 

"난 네가 누구랑 뭘 하든 상관없다. 근데 내 연락에 왜 대답 안 한 거냐."

"연락이 온지도 몰랐을 만큼 소개팅녀에게 집중한 거냐. 내 연락 거추장스럽냐."

"난 너랑 내가 엄청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라는 괴상한 소리까지를 하고 있다. 이걸 착한 건지 악한 건지 모를 연하남이 "에이, 그런 거 아니에요~"라는 식으로 받아주고 있어서 더욱 폭주가 가속화 되어가고 있고 말이다.

 

여기서 더 나가면 연하남을 괘씸하게 생각하는 현주씨는 그를 업무와 관련해 골탕 먹이려 하거나, 연하남이 소개팅녀를 만나고 있을 때 어떻게든 복수하겠다며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 그쯤 되면 사연신청서를 쓰는 게 아니라 진술서를 쓰게 되거나, 노멀로그에 들어오는 대신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가야할 수 있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 이 관계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를 모두 내려놓길 권한다.

 

 

새 시즌의 첫 매뉴얼을 좀 상큼하게 시작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현주씨가 자신의 길흉화복을 모두 상대에게만 걸어둔 채 바람이 동에서 서로 불어도 걱정, 서에서 동으로 불어도 걱정하고 있는 까닭에 참 가슴 아픈 이 사연을 다루게 되었다.

 

2015년도 벌써 스무 날이 지나버렸다. 올해에는 매뉴얼을 통해 종종 '새해 첫 마음'을 상기할 수 있도록 꾸준히 이야기 할 예정이니, 독자 분들께서는 '왜 자꾸 2015년, 2015년 하는 거지?'하는 의문을 갖지 마시고 힘차게 다짐했던 그 '새해 첫 마음'을 떠올려 보시길 권한다. 자 그럼, 난 또 밀린 사연들을 부지런히 읽으러 가야겠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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