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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대학시절 퀸카였던 그녀, 지금은 왜 차이기만?

by 무한 2015. 3. 31.

꼬꼬마시절, 친구 아버지 회사에 일손이 모자란다고 하여 도와주러 간 적이 있다. 그 회사는 현재 TV에도 나올 정도로 커다란 회사가 되었지만, 당시엔 사무실이 공장 바로 옆에 작게 붙어 있는 소규모 회사였다.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 정도 도와주기로 했는데, 난 하루 하고는 몸살이 나 앓아 누워 버렸다. 사실 이게 좀 불공평한 업무 분배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난 힘이 세다는 이유로 제일 힘든 일을 맡았다. 다른 친구들은 박스 접는 일에 투입되었는데, 난 작업복을 완전히 갖춰 입고는 대형 수조에서 끓고 있는 물을 쇠 봉으로 계속 젓는 일을 맡았다. 거기다 내 파트에서 원래 일하시던 분이 '남을 갈구며 희열을 느끼는 타입'이었던 까닭에, 내가 팔에 힘이 빠져 천천히 젓고 있으면

 

"그렇게 저으면 다 붙어. 더 세게, 더 빨리 저어야지. 이쪽으로도 와서 저어."

 

라며 쉴 새 없이 떠들어 대 더 짜증이 났다. 그 분은 자기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내 어설픈 모습을 비평하는 게 재미있다는 듯 옆에 서서 깐족거리기만 했다. 뭔가 분명 요령이 있을 텐데 그건 안 가르쳐줘서, 난 오로지 힘으로만 하루 종일 그 끓는 물을 저었다. 덕분에 허리 근육이 놀라, 그 다음 날부터 근 일주일간 화장실에서 휴지를 감으려 몸을 살짝 돌릴 때도 '흐허어어어엉'하는 소리를 내야 했다.

 

당시 일을 하다 중간에 간식을 먹었던 게 기억난다. 크림빵과 우유가 나왔는데, 날 갈구던 분이 웬일인지 자신의 크림빵까지 내게 먹으라며 줬다. 내가 왜 안 드시냐고 물었더니

 

"나 원래 이런 거 안 먹어. 내가 옛날에 공장했을 땐, 직원들한테 이런 거 안 줬어. 더 좋은 거 줬지. 그때는 간식으로…."

 

하며 이야기를 풀어 놓으셨다. 간식시간엔 모든 파트의 사람들이 밖에 나와 앉아 있었는데, 날 갈구시던 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더 잘 들리도록 '내가 옛날에 공장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같이 갔던 내 친구들은 무슨 얘긴가 싶어 집중했고, 그 회사에 원래 있던 다른 직원들은 '쟤 또 시작이네.'하는 표정으로 자기들끼리 눈짓을 주고받는 걸 볼 수 있었다.

 

 

1. 영광의 시절.

 

그분은 삼십대 후반에 화분 공장을 시작해 꽤 성공했었다고 한다. 그분 말로는 경기도 일대의 화분을 자신의 공장에서 전부 댔을 정도였으며, 스무 명에 가까운 직원을 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분은 자신이 운영하던 공장에 밥 하는 아주머니와 경리가 따로 있었다는 걸 계속 강조하시던데, 그걸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다고 한다.

 

공장은 7년을 운영했는데, 운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직원들이 형편없어 결국 문을 닫게 되었다고 했다. 웬만한 대기업 부럽지 않게 급여를 맞춰주고 편의까지 전부 보장해주었는데, 그러자 직원들이 일은 덜 하고 바라는 것만 많아져 마찰이 심해졌다고 한다. 그 회사에선 한 달에 한 번 삼겹살 회식을 꼭 했었는데, 그분이 그렇게까지 직원들을 생각해 회식자리를 마련해도 직원들은 고마운 줄 모르고 삼겹살이 지겹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간식으로 백숙, 수육, 편육 등을 주었다고 했다.

 

이후 간식시간을 마치고 다시 수조로 돌아와서도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그는 자신이 지금 다른 사람들과 같은 공장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은 사업을 해 봤으며 성공한 적 있는 사업가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의 공장이 꾸준하게 성장했으면 이 정도 규모의 공장이 되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이 공장의 구조적 문제와 직원 처우에 대한 문제 등을 내게 열심히 설명했다. 난 그 공장의 구조적 문제보다는 당장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게 더 문제였기에 젓는 걸 멈추고 허리를 펴는 동작은 반복했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중간 중간 날 갈구는 걸 잊지 않았다.

 

그가 날 대하는 태도로 봐서는, 그가 사장이었을 때에도 결코 '좋은 사장'이 아니었을 것 같았다. 그에게선 너그러움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작은 일로도 쉽게 분노하거나 가득찬 불만으로 옆 사람을 피 말릴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먼저 일을 한 까닭에 알고 있는 노하우가 있다는 걸로도 이렇게 사람을 갈구는데, 이런 사람이 조금 더 큰 권력을 갖게 되면 그 아랫사람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건, 다른 파트에서 일을 한 친구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구들은 돌아간 후 다른 파트에 있던 직원들과 이야기 했는데, 그 직원들은 나와 함께 일한 직원에게 '이빨'이라는 별명이 있다는 걸 말해줬다고 한다. 그가 말한 '공장 운영'에 대해서도, '프로토 타입'이라고 할 수 있는 입사 초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원이 다섯 명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샌가 그의 말 속에서 직원이 하나둘 늘었고, 나중에 누군가 그 정도의 직장이면 밥 하는 아주머니나 경리가 있어야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하자, 그때부터 그 둘이 있었다는 걸 강조했다고 한다. 간식 역시 처음엔 '만두, 김밥, 순대' 같은 것이었다가, 시간이 지나며 '백숙, 수육, 편육' 등으로 이야기 속에서 더해진 것이라고 했다. 그래도 그가 일은 성실하게 하며, 조금만 띄워줘도 자기 지갑까지 털어 주는 사람이라 직원들 사이에서 미움은 받지 않는다고 했다.

 

 

2. 사람은 언제 처량해지는가?

 

내가 K양의 사연을 읽으며 위의 이야기를 떠올린 건, 아마도 K양의 사연에서

 

-과거의 영광에 묶여 현재를 흘려보내고 있는 모습.

 

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주는 교훈>에 이런 문장이 있지 않은가.

 

과거를 자랑하지 마라.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만약 위에서 말한 '공장 운영하셨던 분'이 과거에 묶이지 않은 채 현재를 살고 있었다면, 그는 또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관계들을 맺을 수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 자신이 어디서 무얼 하던 어떤 사람이었든, 현재 함께 일하게 된 사람들을 존중하고 그들과 인간적인 친밀함을 쌓아가려 노력했다면, 그가 자신의 과거를 부풀려 말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그를 인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을 내세우며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었던 시절만을 그리워 했고, 현재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의식적으로 내려다 봤다. 여기서 잠깐 K양이 신청서에 적은 문장을 보자.

 

"대학동기에게 예전엔 우상이었던 제가, 이젠 한심하고 비참한 여자가 되어버린 것도 너무 속상하고…."

 

한때는 TV만 틀면 그 얼굴이 나왔지만, 이제는 기억에서조차 사라진 많은 연예인들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들의 심정이 K양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초대 받지 못 한 연말 시상식을 TV로 보며 '저기가 내 자린데'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이슈가 되고 있는 후배 연예인을 보며 '정작 다룰만한 내 얘기는 안 나오고 저런 애들 얘기만 나오네.'하는 생각도 할 수 있다.

 

이런 우울함과 처량함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건, 지금까지 자신이 타인의 칭찬과 인정만을 가이드 삼아 살아온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보는 작업이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난 작곡가 지망생인 지인이

 

"어떤 장르의 음악이 듣고 싶어? 사람들이 제일 많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만들어 보려고."

 

라는 말을 했을 때, 그가 넘어야 할 크고 험난한 산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의 취향에 따라 뭔가를 만들면 반짝 인기는 얻을 수 있겠지만, 하룻밤 사이에도 바뀔 수 있는 게 타인의 취향이라 그만큼 추락도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닌 '사람들의 원하는 음악'을 만들다 보면, 제각기 다른 사람들의 취향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 번 이상 표류하게 된다. 인기가 시들해 질 때, "네 음악은 이러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별로야."라는 말 한 마디만 들어도 기반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타인의 칭찬이나 인정과 관련 없이 K양은 누구고 어떤 사람인가? 하고 있는 일은 무엇이며,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유적 발굴하듯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그때의 마음'이 있는지를 확인할 게 아니라, 지금의 K양이 누군지를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 과거만 부여잡고 있는 건 한 때 아역배우로 이슈가 되었던 배우가 98년도 이야기만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극복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현재가 그저 추락의 과정처럼 느껴지며 미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암흑처럼만 생각될 것이다. 더불어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얻기 위해 자신을 전시하는 것에만 열을 올릴 것이며, 추락의 원인을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부터 찾기 시작하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까지도 모욕하려 들 것이다. 또 후회와는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현재 자신이 놓치고 있는 기회들은 발견하지 못한 채, 과거에 놓친 기회들만 아쉬워 할 것이고 말이다.

 

 

3. 쉽게 얻던 인기의 부작용.

 

내가 자주 가던 식당 중에, 확장이전을 한 후 결국 폐업하게 된 식당이 하나 있다. 작지만 도로변에 있는 데다 맛도 훌륭한 편이라 늘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주인이 욕심을 내 동네 외곽의 2층짜리 건물을 사서 옮긴 이후 파리만 잡다 문을 닫았다.

 

그 식당이 옮긴 곳 근처의 다른 식당들은, 그곳이 아무래도 외곽인 데다가 단체손님 위주의 장사를 하는 까닭에 차량운행을 한다. 게다가 단순히 식사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노래방 기기를 마련해 두었으며, 식당 바깥에는 족구장을 설치해 어느 회사에서 회식을 하러 올 경우 간단히 놀 수 있게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확장이전 한 그 식당의 주인은, 그런 걸 제공하지 않아도 자신의 식당은 사람들이 줄 서서 먹던 곳이며, 맛있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그런 게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랬을까?

 

단골이라고 할 수 있는 나만 하더라도, 그 식당이 이전한 이후로는 잘 가게 되지 않았다. 그 부근에 갈 일이 있을 때나 들렀을 뿐이며, 만약 그곳이 한국 최고의 맛집이라 해도 그 집 안 간다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거나 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건 아니니 일부러 시간을 내 찾게 되진 않았다. 전에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니 5분 더 가더라도 그 집을 찾아가서 먹었지만, 이전한 이후로는 35분을 더 가서 먹어야 했기에 왔다 갔다 한 시간을 버리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주인은 철저히 '주인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본인 식당의 음식이 맛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것이니, 멀다고 못 와서 먹으면 아쉬워하거나 손해를 입는 쪽은 손님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또, 사람들이 몰릴 때에는 삼십 분 넘게 기다렸다 먹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예전 식당자리에서 삼십 분 떨어진 곳에 있다고 사람들이 안 오겠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식당이 예전에 자리 잡고 있던 곳은 좁고 주차공간이 협소하긴 했지만, 그 부근에 마트나 은행, 병원 등이 있는 까닭에 '겸사겸사' 가기에 좋았다. 또 그곳에서 식사를 하고 부근의 노래방에 가는 동선도 짧았고, 정류장에서 멀지 않은 까닭에 내려서 한 끼 먹고 들어가기도 좋았다. 그리고 근처에 같은 업종의 식당이 없었기에 사실 그 메뉴를 먹기 위해선 그 식당을 찾는 게 거의 정석이기도 했다. 그 식당이 인기가 있었던 것은 이런 '맞아 떨어지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식당 주인은 이런 걸 전부 무시한 채 '우리 식당 음식이 맛있어서' 사람들이 많은 거라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여하튼 주인의 그런 생각이 착각이라는 건, 일 년 정도 겨우 버티다 식당이 문을 닫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난 K양이 인기가 많았던 것 역시, 'K양이라는 한 사람'이 절대적으로 빼어났기 때문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K양의 학창시절, K양 보다 이성들이 더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이 존재했다면 K양의 인기는 낮았을 거고, K양이 외모가 아닌 다른 부분에 더 관심을 두는 집단의 사람들과 대학생활을 했다면 인기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게 되었을 수 있다. 게다가 당시는 이십대 초중반인 까닭에 여자나 연애에 대한 환상을 가진 채 쉽게 불타오르는 이성들이 더 많았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K양은 저런 인기들이 사그라진 걸, 자신에게 뭔가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문제가 하나 있긴 하다. 그런데 그 문제는 '인기가 사그라진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건 저런 인기 때문에 다가오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본인의 마음만큼 무겁고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 한 식당 주인이 '손님 손해'라고 착각했던 것과 비슷한 착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K양이 한 말을 보자.

 

"차갑게 구는 게 제게 끌리게 하는 방법인 줄 알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인기를 누리며 살다 보니, 못된 버릇이 들게 된 거다. 피 끓는 이십대 초중반의 남성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이면 추격본능을 발휘하며 쫓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나 연애에 대해 더는 환상을 가지지 않기로 한 삼십대 남성들에겐 저 모습이 그냥 '모난 모습'으로 보이게 된다. 인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로서는 아무래도 부적합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K양은 자신에게 대시하며 '접대하듯 대하는' 남자들을 만나다 보니, 흥미 위주의 얕은 관계를 맺는 대화에 익숙해져 버렸다는 문제도 생겼다. K양이 작은 떡밥을 던지면 상대가 힘차게 헤엄쳐와 그 떡밥을 덥석 무는 것을 '내게 관심 있는 남자와의 정상적인 대화'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고 할까? 이건 내가 K양처럼 '인기 많았던 여자'들과 대화할 때마다 느끼는 답답한 지점이기도 하다. 그녀들은 심지어 자신들이 먼저 말을 걸어 놓고도 별 말을 안 하기도 하며, 도움을 요청해 놓고도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도와주겠다는 말을 꺼내지 않으면 대충 간만 보듯 가만히 있기도 한다. 이건 '이성들이 알아서 모시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위와 같은 문제들은 '적당히 하는 연애'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베프'라기 보다는 '룸메이트' 느낌의 연애라고 할까. 또, 위와 같은 모습으로 연애를 하는 게 못되거나 나쁜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닌 까닭에, 상대가 변해가며 괴롭히거나 이별을 인질로 삼아 위협하면 K양도 고스란히 상처를 입는다. 거실만 100평인 전원주택에 살고 있기에 밖에서 봤을 땐 으리으리해 보이지만,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하우스 푸어'인 상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K양이 빠져 있는 이런 함정으로부터 구해줄 해결책으로, 난 세 가지를 권하고 싶다.

 

ⓐ방귀를 틀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지는 걸 목표로 삼을 것.

ⓑ상대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땐, 상대 역시 엄청난 용기를 낸 것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둘 것.

ⓒ상대가 계속 칭찬만 한다면 분명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것.

 

뜬금없이 '방귀' 얘기를 꺼낸 건, K양이 너무 의식적으로 자신을 연출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인기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상대가 매력을 느끼는지를 잘 알고 있는데, 때문에 사귀고 나서도 계속 연출만 하며 상대를 들었다 놨다 해 지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할 필요는 있지만, 전부 다 연출하며 살다 보면 상대도 괴롭고 K양 자신도 괴로워 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자.(단, 이게 막 사귄 지 100일 안에 방귀를 트라는 얘기는 아니니, 긴 목표를 이렇게 잡고 친해지라는 얘기라고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너무 빨리 트려고 노력하다 나올 수(응?) 있으니 주의하자.)

 

'상대의 용기'를 생각하라고 한 건, K양은 자신의 감정들은 예민하고 섬세하게 살피면서, 상대 감정에 대해선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K양이 늘 연락을 받기만 하고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상대도 흥이 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K양은 그와 같은 상황에서 '상대의 마음이 식었다'고만 생각할 뿐, 자신이 먼저 연락할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의 연애에선 K양도 연락하긴 했지만, 그건 이미 관계가 다 무너지고 나서 K양이 아쉬워 매달리듯 연락한 것일 뿐이다. 때문에 상대 역시 매달리는 K양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함부로 대하기만 했고 말이다. 그렇게 관계가 다 무너지고 나서야 매달리지 말고, 미리미리 하도록 하자.

 

'칭찬'의 이야기를 적어 놓은 건, K양이 옛날 버릇을 버리지 못 하고 계속 자신에게 립서비스와 칭찬을 늘어놓는 사람에게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K양이 가장 최근에 만난 남자의 경우, 그냥 딱 봐도 그가 '개수작'을 하고 있다는 게 눈에 빤히 보인다. 만들어 낸 고백이자 꾸며낸 칭찬이다. 그런데 K양은

 

'그라취! 나 아직 죽지 않어쓰!'

 

라고 생각했는지, 거기에 넘어가 그가 태우는 비행기에서 마카다미아만 먹고 있었다. 이렇게 꾸며서 베푸는 서비스에 쉽게 넘어가 버리면, 사람이 그냥 참 단순해 보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내가 K양에게

 

"K양 정도면 외제차를 타야죠. 능력 있는 여자잖아요. 너무 싼 외제차 말고, 아우디 정도를 타시면 딱 맞을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했을 때, K양이 '아 정말 그런가? 아우디 사야겠다.'라며 너무 쉽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또는

 

"왜요? 아우디 살 정도는 안 돼요? 경제력이 그 정도 안 되신다면 어쩔 수 없고…."

 

정도로 자존심을 살짝 건드려 당장 구입하도록 만들기 쉬운 것과도 같고 말이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있는 사람들은 칭찬을 앞세워 열정적으로 들이대는 연하남, 또는 나쁜 남자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 예전 같으면 눈길도 안 줬을 이성이라고 해도, 스스로가 몰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시점에 "누나 정도면 정말 탑 클래스."라는 이야기만 해도 자동으로 연락의 빈도가 늘어나고 직접 만나러 오기까지 한다. K양의 사연 속 다른 사람들은 이걸 '너무 착하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착하다'라고 말하는데, 이건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금방 눈이 머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K양에게 다가와 열심히 칭찬을 하고 K양을 인정한다고 말했던 사람들을 떠올려 보자. 그들은 지금 K양 곁에 있는가? 그들의 칭찬과 인정이 아직도 유효한가? 아니라면, 계속해서 거기에 목숨을 걸며 그걸 사랑의 잣대로 삼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Your past mistakes are meant to guide you, not define you."

 

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제까지 반복된 원치 않는 일들이 '몰락의 증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걸 막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달리 해야 할지를 생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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