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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거짓말 한 번에 마음이 식었다는 남친,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5. 4. 21.

똑같은 '연인과 거짓말'에 관한 사연이라고 해도, 거짓말의 정도와 둘을 지탱하고 있던 신뢰의 크기, 그리고 만난 기간이나 애정도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그 관점에서 보자면 첫 사연의 주인공인 A양의 경우는 최악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잔다고 해 놓고는 밖에 나간, '행실'과 관련된 거짓말.

-상대가 물었을 때에도 집인 척 하며 넘기려다 결국 들킨 거짓말.

-만난 지 일주일 밖에 안 되어 한 거짓말.

-아직 서로가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안 친한 상황에서 한 거짓말.

-서로의 일상을 물어가며 이제 막 알아가는 단계에서 한 거짓말.

 

이 정도면 방법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둘은 저 일이 있었던 당일 A양 남자친구가 이별통보 한 것을 A양이 겨우 붙잡아 만나고 있는 상황인데, 남친의 마음은 이미 돌아섰다는 게 이후의 카톡대화들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1. 거짓말 한 번에 마음이 식었다는 남친, 어떡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연을 다루는 건, 첫째, 다른 부대원들이 훗날 A양과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이쪽에 대한 상대의 믿음을 악용하는 행위인데, 그게 공든 탑도 무너뜨릴 수 있다. 단 한 번의 거짓말로도 오만 정이 다 떨어져 버릴 수 있고, 또 증오심마저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절대 상대를 속이지 말길 권한다. 하늘이 도와 상대가 그 거짓말을 용서해주었다 해도, 상대는 그 기억은 평생 지우지 못 할 테니 말이다. 

 

둘째, A양이 그 날 이후로 '맹목적 충성 모드'에 돌입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잘못한 것이 A양이다보니, A양은 '을'의 자세를 취하며 그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 노력한다. 둘은 왕복 3시간 정도의 거리에 떨어져 살고 있는데, 만나러 가는 횟수도 A양이 더 많을 뿐더러 만나자는 제안 역시 A양이 더 많이 한다. 매일 하는 연락 역시, A양이 먼저 연락할 때가 많다. 이걸 두고 A양은

 

'내가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하는 중인데, 그 둘은 별개의 부분이라고 봐야 한다. 폰 액정이 깨졌는데 깨진 액정에 비싼 보호필름 붙인다고 액정이 다시 붙는 건 아니잖은가. 깨진 신뢰는 맹목적인 헌신과 무조건적인 충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런 태도가 상대에겐 더 불편할 수 있고, A양의 진심을 불투명하게 보이도록 만들 수 있으며, A양 자신에게도 '내가 이렇게까지 했으면 다 보상된 건 아닌가?'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A양 남친이 한 말을 보자.

 

"그 날 이후로 난 겉으로만 밝은 척 할 뿐, 마음은 숨기는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애정이 있는 것처럼 연기해야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고 말하는데, 거기에 A양은

 

"그냥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서로 좋은 감정만 가지고 대했으면 하는데…."

 

하는 대답을 할 뿐이다. 그런 '연인 역할극'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마음속에는 불신과 의심이 가득한데, 그냥 다 괜찮은 척 사귀다 보면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그건 그저 무정란을 오래 품다 보면 병아리가 태어날 지도 모른다는 헛된 기대 아닐까?

 

난 A양에게, 이 사건과는 별개로 그와 A양이 정말 잘 맞고 말이 잘 통하던 사이였는지도 한 번 돌아보길 권해주고 싶다. 여기서 보기엔, A양도 그에게 홀딱 반한 마음이 없었던 것 같은데, 사건 이후로 그의 용서를 구하다 보니 본래의 A양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만한 행동들을 하게 되고 그걸 애정과 헷갈리는 것 같다. 그건 내가 당장 급하게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려고 웹을 돌아다니며 몇 시간쯤을 보내버리는 것과 비슷한 거다. '그 물건' 보다 '그 물건을 구입하는 것'에 꽂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거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며 구입해 놓고는, 그저 상자에 담아 둘 뿐이면서 말이다. 혹 A양도 이런 마음 때문에 그 관계를 더욱 절실하고 절박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2. 자신의 열정을 연애질에 투자할 수 없다는 남친.

 

하나씨, 말은 쉬워. 내가 만약 솔로부대원이고 하나씨에게 반한 상황이라면, 난 하나씨에게

 

"그냥 지금 하나씨가 좋고, 함께 하고 싶은 거니까. 이 마음 변치 않을 거냐고 묻는다면 매일 하루 세 끼 밥 먹듯 세 번씩 마음 변치 않길 다짐하며 살겠다고 약속. 알 수 없는 내일과 모레들을 함께 열어보며 같이 놀라고, 또 같이 즐거워하고, 또 같이 울자는 말. 지금 이런 내 마음 그 어떤 글로도 옮길 수 없기에 이렇게 그저 보고 싶다는 말만."

 

이라며 구애를 할 거야. 그리고 하나씨가 내 고백을 받아들여 사귀게 되면, 몇 주 쯤 지난 어느 날 난 하나씨에게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할 거야. 

 

"각자 처리해야 할 몫의 감정들은 좀 각자 처리하자. 네가 그렇게 말하면 난 뭐라고 말해줄까? 그것까지 미처 몰랐다고 사과를? 아니면 이제라도 말해줘서 고맙다고 감사를? 아니면 내가 원래 이것 밖에 안 되는 사람인 것 같다며 반성을? 그것도 아니면 앞으로 더 잘 하겠다는 다짐을? 원하는 게 있으면 골라봐. 그럼 그 말을 해 줄 테니까. 그 말을 듣고 나면 넌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그럼 해줄게. 근데 네가 이렇게 감정적인 소모전을 벌일 때마다 난 갉아 먹히는 듯한 기분을 느껴."

 

저런 얘기를 하는 내가 어떤 사람 같아? 난 좋은 사람이고 내가 기대한 건 '어른의 연애'인데, 하나씨가 그만큼의 여자가 아닌 까닭에 우리가 다투게 된 걸까? 내가 저런 얘기와 더불어

 

"내가 이래서 연애질을 안 하려고 했어. 난 넋 놓고 마주보고 있을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고, 같은 곳을 보며 함께 걸어갈 사람이 필요했던 거야. 그런데 넌 이런 내게 실망을 하고 상처를 받았다고 해. 내가 너의 버팀목이 되어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받아주지 않는다고. 이런 네게 난 뭐라고 해야 할까? 그것까지 다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더 잘 하겠다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만족해? 이러는 게 연애라면 너와 난 만나지 않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난 내가 하고 있는 일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그래도 이 악 물고 견뎌나가는 중이야. 그런데 넌? 시험 준비가 힘들어? 그냥 앉아서 공부만 하면 되는데, 그게 힘들어? 난 원치 않는 자리에 끌려 나가 새벽까지 술로 사람들 접대하고 다음 날 또 출근해서 일 하는데, 넌 밥 먹고 공부하다 졸릴 때 자면 되는 게 힘들어? 그냥 넌 공부하고, 난 일 하자. 그게 맞는 것 같다."

 

라는 이야기를 해. 저런 내 말이 백 번 옳고, 하나씨가 다 잘못한 거야? 저렇게 이야기를 하는 나지만, 그래도 하나씨는 내가 곁에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으니 내 비위 다 맞춰가며, 또 그게 연애가 아니라 접대가 된다고 해도 날 모시며 사귈 거야?

 

다시 말하지만 말은 쉽다니까? 그래서 내가 말 보다 행동을 보라고 지겹도록 얘기하고 있는 거야. 내가 위에서 한 얘기들은 하나씨 남자친구가 하나씨에게 한 말들을 흉내 낸 거잖아. 그는 뭐랄까, 연애에서 자신이 '사장'이 되려는 사람 같아. 여자친구는 직원이고 말이야. 그래서 자신이 뭔가를 제안하면 여자친구는 거기에 따르면 되는 거고, 자신이 뭔가를 베풀면 여자친구는 거기에 감사하면 되는 거야. 그는 이걸

 

"마주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

 

이라고 말하는데, 아니지. 저건 '알아서 잘 따라올 애완견'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잖아. 사료 주면 잘 먹고, 출근할 때 집에 놔두고 가면 알아서 잘 놀고, 배변 때문에 신경 쓸 것 없이 화장실 가서 알아서 배변하고, 그러다 퇴근해서 돌아오면 반겨주고, 기분 좋은 날 옷 같은 거 사서 입히면 꼬리 흔들고, 그거랑 같은 거잖아? 상대는 찍소리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무슨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야?

 

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하나씨에겐 이런 말이 불쾌할 수도 있는데, 난 그가 말하는 신념이나 열정 같은 것들이 일종의 '패션'으로서의 기능을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여기다 적으면 바로 티가 나는 까닭에 적을 순 없지만 그가 주장하는 것과 그의 생활방식이 불일치하는 것도 그렇고,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기면 신념이나 열정 쪽으로 도피해 버리는 것도 좀 황당해. 게다가 그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폭군에 가까워.

 

"이럴 땐 네가, '오빠 지금 우리 둘 다 좀 예민한 것 같으니까, 진정하고 만나기로 한 모레 만나서 얘기하자.'라고 말했으면 좋았을 거다."

 

그에겐 저런 게 딱 정해져 있어. '여자친구가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지혜로운 행동'같은 걸 만들어 놓고는, 거기서 벗어나면 '넌 안돼. 내 여친으로 불합격. 공부나 해.'라는 판결을 내리는 거야. 아니, 지는 입이 없어 아니면 말을 못 해? 본인이 말하면 되잖아. 애초부터 그는 자신을 100점으로 설정한 후 여자친구에 대한 채점만 하니까, 별 걸 다 가지고 '결격사유'로 삼는 거야. 난 저런 대화를 보며 하나씨가 한 마디라도 쏘아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하나씨는 그에게 푹 빠진데다가 세뇌가 된 까닭에 회개와 반성만 하고 있더라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그는 더욱 스파르타식으로 하나씨를 몰아쳐댔고 말이야.

 

그가 하나씨에게 한 마지막 말을 봐봐.

 

"하아, 가라."

 

쳐다도 안 보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그 사람이야. 하나씨는 역시나 그에게 반한 까닭에 저런 모습까지도 '독한마음 먹고 끊어내려 하는 것'이라고 좋게만 보는데, 아니야. 난 저게 그의 본모습이라 생각해. 그가 '이름도 기억 안 날 정도인 스쳐간 여자들'이라고 소개한 사람들 역시, 하나씨가 겪은 걸 그대로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말이야.

 

"편지를 써서 보내려고 해요. 고마웠다고, 좋은 추억이었다고, 잘 지내라고. 그 정도만 적어서요. 안 보내는 게 나을까요?"

 

하나씨가 내 여동생이라면, 난 결사반대 할 거야. 상대는 하나씨랑 사귀기엔 자신이 아깝다고 생각해서 하나씨를 찬 거거든. 근데 거기다가 고마웠다, 좋은 추억이었다, 잘 지내라 하면, 그냥 그의 오만함만 더 살찌워주는 거지. 그걸 계기로 다시 만나도 그는 전에 칼자루 쥐고 휘두르던 것에서 더 나아가 쌍칼을 손에 쥐게 될 거고 말이야.

 

"자신의 감정이야 어떻든 간에 오로지 상대를 기쁘게 만들어야만 이어질 수 있는 관계를, 무한님이 '연애'가 아니라 '접대'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전 당장은 그렇더라도 괜찮아요.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그가 하나씨에게 일해라 절해라(응?) 하는 게 당연한 듯 여겨지는 지금은, 그러지 않는 게 좋아. 만나봐야 툭 하면 유기에 대한 협박을 받아 신경이 아예 말라 비틀어 질 수 있으니까. 그러니 경제적으로, 또 정신적으로도 상대에게 거의 모두 기대야 하는 하나씨의 상황에서부터 먼저 벗어나길 권할게. 그런 상황에서라면 누구라도 발언권은 점점 줄어들고, 나아가 '밥벌레' 정도로만 여겨질 수 있으니까. 생선과 손님은 사흘이 지나면 냄새를 풍긴다는 말도 있잖아. 일방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 자연히 상대를 '내게 마이너스만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고 말이야.

 

마침표를 안 찍어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까닭에 전부 다 끝날 생각으로 보내는 편지라면 보내도 돼. 하지만 그게 '재회의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보내는 거라면, 하나씨의 바람이 이루어져도 괴롭고, 이루어지지 않아도 괴로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다고 적어둘게. 봄꽃이 지천에 피었다고 해서 모내기 미뤄두고 꽃구경 할 생각만 하진 말자고. 뭐가 먼저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봐. 꽃구경 가면 오늘은 즐겁겠지만, 가을걷이 땐 울게 될 수 있어. 멀리 보자고. 알았지?

 

 

이 외에 벌써 노멀로그에 수차례 사연을 보낸 적 있는 M군의 사연도 있었는데, 그건 다루지 않기로 했다. M군도 이미 눈치 채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M군에겐 금사빠 기질이 있다. 게다가 '아는 여자'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두지 않고 있는 까닭에, 어떤 이성을 알게 되면 조급해하며 고백을 할 생각부터 한다.

 

그런 사연을 내가 그때그때 다뤄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마치 카메라 추천해 달라고 해서 니콘 추천했더니 캐논 거 산다고 캐논 거 추천해 달라고 하고, 그래서 캐논 걸로 다시 추천해 줬더니 친구가 쓰던 카메라 사기로 했다고 하는, 뭐 그런 느낌이다.

 

M군이 보낸 이번 사연만 봐도 상대가 '여자'이며 '같이 밥 먹는 게 이상하지 않을 사이'가 되었다는 것 말고는 뭐 이렇다 할 게 없다.

 

"그녀와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 하다가, 확 당장 고백해버릴까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공을 잡았다고 해서 무조건 골대로 슛을 날리지 말고 일단 드리블을 해서 골대 앞까지 가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M군은 급하다. 그렇게 공이 앞에 온다고 해서 무조건 슛을 날리면 주변의 아는 여자들은 모두 멸종해 버리고 말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여자'를 알게 되면 그녀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며 올인 하려 들고, 전과 마찬가지로 혼신의 힘을 다한 슈팅을 한 까닭에 '이번 판도 나가리'가 되고 만다. 이런 악순환의 연속이다.

 

고백 할 준비를 하기에 앞서 진득함을 먼저 되찾길 권해주고 싶다. 생쌀을 재촉한다고 밥 되는 거 아니라는 얘기가 국어 교과서에도 실려 있지 않은가.

 

"아닌 거면 포기라도 하지, 이런 애매한 관계는 싫습니다."

 

모임에서 처음 만나 통성명 한 지 이제 겨우 4주 지났다. 오로지 '상대가 날 싫어하는 게 아니라면 나랑 사귈 수 있는 거'라고만 생각하진 말자. 그리고 제발, 계절 하나는 함께 지내본다는 생각으로 만나보자. 빠른 포기와 상황정리를 위한 목적으로 고백을 하는 헛발질은 그만 두고 말이다.

 

오늘은 여기까지! 자 그럼, 다들 즐거운 화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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