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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마마보이인 남자들, 네 가지 분류 외 1편

by 무한 2015. 4. 23.

어렵다. 사연 자체가 어려운 게 아니라, 마마보이 남친에 대한 사연인데 남친과 부모님 사이에서 벌어진 일들을 최대한 꺼내지 말고 매뉴얼을 써달라고 해서 어렵다. 심청이 사연 다루는데 심봉사 얘기 빼고 말해달라는 느낌이다. 심봉사 얘기 빼면 심청이가 팔려갈 이유가 없는 건데….

 

그래서 오늘의 첫 사연은 '사연소개' 보다는 '비슷한 사연들의 요점정리'를 할 예정이다. 그간 내게 도착한 '마마보이' 관련 사연의 네 가지 분류, 함께 살펴보자.

 

 

1. 마마보이인 남자들, 네 가지 분류.

 

참 쓸데없는 짓이지만, 난 한때 사상의학에 빠져 '마마보이'를 네 가지 기준으로 나눈 적이 있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인으로의 구분인데, 각각의 특색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태양마마보이]

'내 가족'이 가장 우선이라는 생각에, '마마보이'라기 보다는 '패밀리맨'이 된 사례다. 여자친구와의 기념일과 부모님과의 약속이 겹치면 부모님과의 약속을 우선한다. 효(孝)를 가장 중시하며, 다른 유형의 마마보이들과 달리 '능동적 마마보이'라는 특징이 있다. 부모님은 아무 말씀 안 하시는데, 오히려 자신이 나서서 '너는 우리 부모님에게 좀 더 예의를 갖춰 대하며 싹싹하게 굴어야 한다.'는 걸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이 못 하는 효도를 여자친구나 아내가 대신 해주길 요구하기도 한다.

 

[태음마마보이]

자신은 주도적인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어쨌든 결론은 '부모님의 뜻'에 따르는 걸로 귀결되는 유형이다. 여자친구가 답답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면 "내가 지금 부모님 뜻에 맞춰주는 척 하는 것일 뿐, 실제로 그런 것은 아님."이라는 뉘앙스의 대답을 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갈팡질팡하다 결국은 '부모님의 입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인다. 연애 중 부모님께서 선을 보라고 하시면 괴로워하며 운다.

 

[소양마마보이]

십대일 때의 부모님과의 관계가, 삼십대가 다 될 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전문직이라 경제적인 부분은 독립이 가능하다 해도 자금관리를 부모님이 해주시는 경우가 있으며, 정신적인 부분에서는 부모님께 의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이 부모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까봐 눈치를 보는 일도 있으며, 연애 중 부모님께서 선을 보라고 하시면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소음마마보이]

경제적, 정신적 부분에서 전부 부모님께 의존하고 있는 유형이다. 삼십대가 되어도 병원을 갈 때면 혼자 못 가서 어머니와 같이 가곤 하며, 옷도 부모님이 사다 주신 옷들을 입는 경우가 있다. 취직이 겁나 망설이고만 있다가 부모님이 주선해 주신 곳에 가서 일을 하는 경우가 있으며, 연애는 주로 어머니 지인의 친구 딸, 또는 어머니 친구의 지인 딸 등과 하곤 한다. 부모님께서 주선해 주신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왜 저런 유형의 사람들이 만들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 부분은 부킹대학 뉴욕 연구소의 Jany Mohe박사가 연구 중이다. Jany Mohe박사는 '구남친 경력 21년차'의 유능한 인재니, 조만간 그 원인을 밝혀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게만 적어 놓으면 왜 저런 남자들과 사귀냐고 할 독자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위에 적어둔 단점들이 어떤 측면에서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나쁘게 보자면 줏대 없고 겁이 많다는 게, 달리 보자면 온순하며 헌신적이라는 장점이 될 수 있단 얘기다.

 

아프다고 하면 걱정해주고, 힘들다고 하면 힘이 되어주려 하고,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그게 '이 세상에서의 제1임무'인 것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며 이뤄주려 노력하니 둘만의 관계에선 별 문제가 없다. 다만 그게 '부모님'에게도 그런다는 것과, 나아가 이쪽에게도 자신이 자기 부모님에게 그러하듯 똑같이 하길 요구한다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 마마보이들의 부모님들은, 아들과 사귀고 있는 여자를 만나보기 전부터 '악의 축'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 내 말 잘 듣고 충실하게 효도하던 아들이, 어디서 저런 신의 저주를 받은 것 같은 요망한 여자애를 만나 타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퇴근하면 집에 돌아와 미주알고주알 직장생활 이야기를 하며 같이 저녁 먹던 아들이, 이제는 여자애 꽁무니를 쫓아다니느라 그 얼굴을 보기도 힘들어 졌다는 것을 증거로 삼기도 한다. 어떤 사연에선, 어머니가 쓰려고 산 화장품을 아들이 여자친구에게 선물로 주려고 몰래 가지고 나가 그 분노를 아들 여자친구가 다 뒤집어쓰기도 했다.(남자가 중간에서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행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다.)

 

사연을 보낸 S양도 위에서 말한 대부분의 일들을 겪었다. 거의 모든 걸 다 부모님께 위임하고 있는 남친, 집 앞에서 마주쳐 인사를 해도 한 번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 남친의 아버지, 또 어쩌다 남친과 있다가 마주쳤는데 남친이랑만 얘기를 하고 가버린 남친의 어머니, 이런 와중에 남친에게 여행 애기를 했더니

 

"우리 부모님도 아직 해외여행은 못 가보셨는데, 내만 가긴 부모님께 죄송하지."

 

라며 돌아오는 대답…. 이런 일들 때문에 수차례 헤어졌다 만나다를 반복하다, 이번에 다시 한 번 또 헤어진 상태다.

 

S양이 내게 한 "남친이 제 옆에 없으니 정말 너무 공허해요. 다시 만나고 싶은데, 만나도 될까요?"라는 질문의 대답을 하자면, 난 위에서 말한 '온순하며 헌신적'이라는 장점 때문에 S양이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게 아닌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란 얘기를 해주고 싶다. S양은

 

"남자친구는 정말, 부모님과 관련된 부분만 아니면 다 좋은데…."

 

라고 말하는데, 사연에 있는 S양의 남자친구는 S양을 자신의 가정으로 편입시킬 생각에 S양에게 잘해주고 있는 것 같다. 여기다 자세히 밝혀 적을 순 없지만 그의 미래계획에 온통 S양 남친의 부모님이 끼어있는 것도 그렇고, S양이 불평을 할 때면 그가 부모님의 변호인이 되는 것도 그렇고, 분명 좀 그렇다.

 

난 솔직히 아직 둘이 사귀는 중이라면, S양도 그가 요구하는 것과 똑같은 부분을 요구했을 때 그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고 싶다. S양이 앞으로 우리 모두가 더 가까워져야 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S양 부모님과 식사하길 요구한다면, 그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S양이 내 여동생이라면, 난 이건 두 번 고민할 것도 없이 당장 헤어지는 게 맞는 거라는 대답을 해줬을 거라고 적어두도록 하겠다.

 

 

2. 금사빠이면서 철벽녀인, 복잡한 그녀.

 

굉장히 컴플리케이디드한 -complicated가 한국말로 뭐더라- 여성대원의 사연이다.

 

"complicated. 복잡한 거요. 무한님 외국 살다 오셨어요?"

 

외국 살다온 건 아니고, 파주에 있는 영어마을에 종종 가는 토종 한국인이다. 사연에서 

 

"네가 조금만 더 익스큐즈 해줬더라면…."

 

같은 한영혼합문이 나오길래 나도 따라해 봤다.

 

미정씨는 연애를 시작하면 <겨울왕국>에 나오는 주인공 엘사가 된다. 엘사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Let it go'를 부르며 가출하는, 딱 그 장면과 같아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엘사가 부르는 노래 속에 나오는 가사,

 

Don't let them in, don't let them see
'내색해서는 안돼 드러내서는 안돼'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넌 늘 착한 아이로 보여야 해'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네 감정을 숨겨 들켜선 절대 안 돼'

 

라는 것과 같은 무언가가, 미정씨 마음속에도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싫은 건 싫다고 말하면 되고, 아픈 건 아프다고 말하면 되고, 믿어지지 않는 건 믿어지지 않는다고 얘기하면 되고, 힘든 건 힘들다고 말하면 되는데, 미정씨는 그냥 꿋꿋하게 버틴다. 남에게 털어 놓으며 울면 울었지, 정작 상대에겐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상대에겐 얼음 빔(응?)을 쏘듯, 충격적인 통보만을 하곤 한다.

 

때문에 상대에겐 '중간이 없는 여자'로 보이게 된다. 미정씨는 상대에게 이쪽을 정말정말 좋아하는 사랑에 빠진 여자였다가, 어느 순간엔 이쪽을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여자가 된다. 이런 태도 때문에 미정씨를 만났던 사람들은 미정씨에게

 

-금사빠인 것 같지만 철벽녀인 여자.

 

라고 한 거라 나는 생각한다.

 

좀 더 들어가 보자. 미정씨가 '철벽녀'인 것은, 아기자기한 연애를 위해 그때그때 부정적인 감정들을 꺼내지 않기 때문이다. 미정씨는 그냥 자신이 양보하거나 희생하며 당시의 그 불만족을 외면해 버린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그걸 두고

 

'그가 A라고 한 대답, 그건 B라고 대답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A라는 대답 속에는 이러이러한 점들이 부족하다. 게다가 전에 그가 말한 사실과 비교해 봤을 때, A라는 대답은 그가 충분히 이 관계에 성실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또, 그는 C에 대해서는 이번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고 생각하면서도, 겉으로는 "그럼 그냥 그렇게 할 거야? 잉잉."정도로만 표현한다. 난다 고래? 상대도 분명 이 상황에서 겨우 이 정도의 반응만 나오진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미정씨는 자신의 감정은 감춘 채 코맹맹이 혀 짧은 소리 정도로만 응대하는 까닭에, '진심이 말소된 대화'를 나눈 것과 같은 느낌을 서로 나눠 가지게 되고 만다.

 

그러면서 동시에 미정씨가 '금사빠'인 것은, 연애를 시작하면 자신이 만든 상대의 이미지와 급격히 사랑에 빠지기 때문이다. 미정씨는 연애를 시작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가 '로미오'가 되길, 또 자신은 '줄리엣'이 되길 바란다. 때문에 미정씨의 바람대로라면 상대가 영화 속에서처럼 영원을 약속하고 여러 애정표현을 하며 행동으로도 그것들을 증명하려 노력해야 하는데, 현실에서 그런 일은 아직 전전두엽 피질(이성)이 대뇌 변연계(감정)만큼 발달하지 못한 시기에 일어난다. 로미오가 17세, 줄리엣이 14세인 그런 시기에 말이다.

 

자신이 만든 '상대의 이미지'와 사랑에 빠져버리면, 현실에서의 상대에겐 계속해서 불만족을 느낄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상대가 계속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려 애쓰고, 또 나름의 방법을 동원하다 지쳐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넌 모르는 것 같아."

 

라는 하소연을 해도, 이쪽은 그냥 계속 불만족스러울 뿐이다. 자신이 만든 상대의 이미지와 현실의 그를 비교하며 '날 헌드레드퍼센트 좋아하는 게 아니라는 증거' 같은 걸 찾으려 애쓰기만 하고 말이다.

 

물론 이게 전부 다 미정씨 잘못 때문에 이렇게 된 건 아니다. 이건 미정씨를 위한 매뉴얼이니 미정씨에 대한 부분을 위주로 이야기 했지만, 상대가 조금만 더 '차근차근 설명할 줄 아는 남자'였다면 이 관계는 지금도 잘 유지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답답할 정도로 말을 안 하는 남자였고, 미정씨가 고독한 왕국 분노의 여신이 될 때면 그는 그냥 미정씨를 피해 잠수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태도들이 미정씨를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고, 결국 축적된 감정들로 인해 미정씨는 이별통보까지 하고 말았다.

 

두 사람이 '되는 것' 위주로 좀 천천히 만나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안 되는 것' 때문에 미정씨가 분노하고, 상대는 그런 미정씨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두 사람이 서로의 이름을 한자로 쓸 줄도 모르는 사이라는 걸 인지하고, 너무 많은 기대를 당장 충족시켜주길 기대하기보다,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갔으면 어땠을까 싶다. 옆구리 찔러 사랑한다는 말 들어가며 그것으로 사랑을 확인했다고 착각하지 않고 말이다.

 

방법이 없냐는 미정씨의 질문엔, 이번 일도 일이지만, 그에게서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어 보이기 때문에 난 좀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답을 드리고 싶다. 그는 연애를 연애가 아닌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자신에 대해서 함구하고, 또 고민이 있을 땐 자신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니 동굴로 들어가 버리는데, 이러니 당연히 알맹이 없는 그 만남이 '감정노동'으로 생각되는 게 아닌가 싶다. 이별 후 미정씨가 후회하며 그에게 연락했을 때에도 그는 "시간 되면 그때 보자."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는데, 그것 역시 '재회하는 것도 일'이라는 생각에 일단 미뤄두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난, 미안하지만 미정씨가 바라는 긍정적인 답을 못 해줄 것 같다. 미안하다.

 

 

오늘은 여기저기 다녀와야 할 곳이 많아 배웅글을 짧게만 적어둬야 할 것 같다. 우선, 아직 못 보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무한의 생활연애> 글 업데이트 소식을 다시 한 번 알린다.

 

http://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244689&memberNo=1306023

 

그리고 혹시 스마트폰 'G3'를 사용하고 계시는 분이 있다면, 상단이나 하단부에 금이 간 곳이 없는지를 살펴보시길 권한다. 제조상의 문제로 인해 그 부분에 실금이 간다고 한다. 나 역시 그 불운을 피하지 못 했는데, 서비스센터에 가져가면 새 부품으로 무상교체 해준다고 해서 오늘 다녀올 예정이다. 내과 가서 금연보조제 처방도 받아야하고, 치과도 가야하고, 오늘까지 이벤트인 와퍼도 먹으러 가야하고, 다녀와서 글도 또 써야하고…. 내일 찾아올 불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겠다. 다들 불금을 위해 하루만 더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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