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보기  댓글쓰기

물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어항이 마음의 고향이다. 그래서 다 접고 정리했다가도, 어느 날 향수병이 찾아오면 어항에 물부터 받기 시작한다. 생물이라곤 아무 것도 없이 그저 바닥재만 깔린 어항에 여과기를 돌려 물을 잡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물생활꾼의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그런 설렘에 얼른 마트 수족관에라도 달려가 물고기를 사왔다면, 그들은 하수다. 그들은 며칠 정도 물고기를 바라보다, 자신이 꿈꿨던 것은 이게 아님을 생각하곤 커뮤니티 분양 게시판을 들락거릴 것이다. 

 

아무래도 물고기보다는 손이 덜 가는, 새우나 달팽이 등을 키우기 시작했다면 중수다. 그들은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며, 이미 셀 수 없을 만큼의 물고기들을 요단강에 방생해 본 경험이 있기에 물고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하수들이 하는 행동을 거듭하다 해탈을 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수초만 심어 기르기로 했다면 고수다. 그들은 수초만 잘 길러놔도 밥상이 다 차려진 것과 같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물고기나 새우, 달팽이 같은 것들은 밥상에 수저 올려놓듯 다 차린 뒤에 투입해도 된다는 걸 안다. 물과 햇빛, 공기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식물이 동물보다 유전적으로 우월하다고 하던데, 그들은 그걸 경험으로 깨우쳐 물생활의 매난국죽을 그리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초고수들은, 빈 어항에 물만 순환시킨다. 그들은 어항 속에 생물을 키우는 것보다, 어항 속에 생물을 키우게 될 생각을 하는 것이 더욱 마음을 벅차게 만든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또 그들은, 자신이 키우고자 하는 것은 어항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안다.(응?) 그래서 빈 어항의 레이아웃을 구상하는 즐거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생물이 자신의 어항에 들어있다고 여기며 느끼는 즐거움, 빈 어항 속에서 아주 우연한 계기로 어떤 생물 같은 게 자라날 수도 있다는 상상의 즐거움 등을 느낀다. 물론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의를 찾아가야 할 수도 있긴 한데,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통달한 사람들은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자.

 

"무한님은 위의 분류 중 어느 레벨에 속하나요?"

 

나는 하수의 끄트머리쯤에 있는 것 같다. 새우와 달팽이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중수가 된 줄 알았는데, 마음에 바람이 불자 분양게시판을 찾아가선 고정구피를 입양해 오고 말았다. 어서 이 불쌍한 중생 시절을 벗어나야 하는데, 해탈의 길은 멀기만 하다.

 

 

 

 

한국 생태계를 위협하는 종으로 분류된 렘즈혼이다. 렘즈혼에겐 미안하지만 가재 생먹이로 주던 녀석들인데, 가재가 배불리 먹어가며 충분히 살다 세상을 떴음에도 불구하고 렘즈혼은 아직 남아 있다. 이후 시클리드가 어항에 왔을 땐 시클리드의 먹이가 되기도 했는데, 시클리드의 먹성도 렘즈혼의 번식력을 앞지르진 못 했다.

 

 

 

 

EMB(Electric Moscow Blue)치어와 체리새우가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치어인 까닭에 아직 발색이 올라오지 않았다.

 

 

 

 

EMB 치어와 유어, 그리고 렘즈혼의 모습이다. 내가 배운 암수구별법으로는 꼬리가 삼각형이면 수컷, 둥근 모양이면 암컷이었는데, 저 사진을 보면 내가 반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좌측에 있는 녀석이 수컷, 가운데 있는 녀석이 암컷 같은데….

 

 

 

 

검은 빛을 띄는 녀석은 확실히 수컷인 것 같은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분양을 '수컷 한 마리 + 암컷 두 마리'로 받으려고 했는데, 판매자 분께서 두 마리를 더 넣어주신 까닭에 헷갈리게 되었다. 아무튼 녀석들이 좀 더 크면 발색도 확실히 올라오고 특징도 뚜렷해질 테니, 그때 자세히 구분하는 걸로 하자. 

 

 

 

 

EMB체리새우들이 렘즈혼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모습이다. 앞서가는 렘즈혼의 껍데기와 뒤에 있는 렘즈혼의 껍데기 색이 차이 나는데, 한 녀석은 다른 어항에 생먹이로 투입되었다가 목숨을 건진 녀석이다. 그래서 껍데기 색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두 어항 온도는 비슷했고, 한 어항은 바닥재가 금사, 다른 어항은 흑사였다.

 

 

 

 

하프블랙(옐로우) 치어들의 모습이다. 30mm렌즈로 AF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좀 더 크면 이 녀석들도 화려한 발색이 올라오는데,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가 된다.

 

 

 

 

이 구피 종류가 '알풀'이라고 해서

 

'알을 풀(수초)에다 붙이는 종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알비노 풀 레드'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이거 말고 커뮤니티에서 또 '네슈화, 네슈화.'하길래

 

'네슈화? 꽃 화(花)자를 쓴 건가? 꽃무늬?'

 

했는데, 역시나 그게 아니라 '네온블루 슈퍼 화이트'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좌측 상단에 있는 건 하프블랙 치어, 그리고 나머지는 알풀 준성어와 유어, 치어다. 난 개인적으로 알비노 종을 무서워하는 까닭에 키울 생각이 없었는데, 판매자 분께서 우리 집 어항이 하나 남는다는 걸 들으시더니 덤으로 주셨다. 알풀과 함께 뒤에 보이는 수초까지.

 

각각의 어항에 사육할 예정이긴 한데, 어제 판매자분 집에 가서 '적사'를 바닥재로 쓴 걸 보고 반해선 나도 적사로 새로 세팅하려고 일단 합사해 두었다. 어제 보니 요즘 LED 제품의 발달로 깔끔한 어항 조명도 나왔던데, 그것도 알아보고 구입할 생각이다.

 

 

노멀로그에 물생활 이야기를 언제 마지막으로 올렸나 보니, 2012년 4월이다. 난 작년쯤 마지막으로 올렸나 싶었는데 3년 전이라니! 이제 새로운 식구들도 생겼고 하니, 앞으로 녀석들이 자라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 노멀로그에 기록으로 남겨 둘 예정이다. 자 그럼, 우린 다음 글에서 다시 뵙는 걸로!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 버튼 클릭, 감사합니다.

신고
이전 댓글 더보기

2015.05.16 00:0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물고기는 어렸을 때 커다란 붕어와 금붕어를 제가 아닌 부모님이 키우는 걸 옆에서 건너다 본 게 다라 키우는 분들 보면 신기합니다. 전 귀차니스트라 수조 물 갈아주는 거 못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현재는 제 몫으론 식물을 기르는 게 다랍니다.; 무한님은 부지런하시군요. ㅎㅎ

달납줄개2015.05.16 00: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아... 계속 기르던 탕가니카 시클리드를 몽땅 분양한게 지난달인데요ㅠㅠ

blueee2015.05.16 00:2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선^^

G.T.S2015.05.16 00:4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오랜만에 보는 사육기네요. 고맙습니다.

AtoZ2015.05.16 01:56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미 너무 인간화(?) 되어서 물고기와 대화가 불가능한 저로서는 신기한 이야기네요. 저도 어릴 적에는 어항에서 용궁을 봤었는데... 지금은 그런 갈망이 생길 일 없는 생활인지라^^ 간디가 질투 안하나요?

디텍티브2015.05.16 02:1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고퀄 블로그! ㅎㅎㅎㅎ

다윈옹2015.05.16 02:4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몇 개나 되는 어항들을 모두 정리하고 조그만 아크릴수조 1개만 남긴때가 2012년이었습니다. 그 때 남긴 바닷물고기 한 마리(블루탱)는 아직도 쌩쌩하네요.
물생활에 한 번 발 들여놓으면 바쁜 생활과 관리에 지쳐서 접을때도 있지만 완전히 떠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가끔씩 관련 커뮤티니를 돌아보며 생기는 충동질을 억누르고 있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무한님의 적사어항 포스팅을 보면서 대리만족 해야겠어요^^

구피2015.05.16 03:3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분양받은 곳이 어디인가요?! 전 네이버 홈다리만 이용해서...

greenjs2015.05.16 09:5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의 분류법대로라면 어항을 창고에만 두는 사람은 신급정도 되는건가요..? ㅎㅎㅎㅎ

진사유2015.05.16 12:55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물생활이라고 하셔서 비바리(?) 신 줄 알았다는 건 훼이크고 생물에 대한 관심...대단해보이셔요.
역시 모든 사물과 사람에 대한 무한님의 애정이 돋보입니다.
정 귀차니즘에 저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지라...;;;

하루살이2015.05.16 15:4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이와중에 물고기보다 사진에 더 관심이 간다는...ㅠ 말만하지말고 정말 배워봐야겠어요!

2015.05.16 19:3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와 오랜만에 너무 반가운 시리즈!!!
초고수는 물만 돌린다니... 감탄이 나와요
전에 해주시던 경로당과 병원 시리즈도 잊지않고있어요 무한님 기다릴꼬에요~

그냥궁금2015.05.16 20:18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근데 모두 귀한 고정구피들인데 합사해 키우시면 자손들이 모두 일명 똥강아지로 나올텐데 괜찮으세요? ㅎㅎ 하긴 키우는 아그들이 고정이면 어떻고 잡종이면 또 어떻겠어요~
아그들 커가는 사진 기대하겠습니다!

2015.05.18 03:1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글 보고 뽐뿌받아 네슈화 키운지 1년이 넘었네요 ㅋㅋ 어쩜 그렇게 물생활일지를 재밌게 쓰시던지 ㅠㅠ 물생활일지의 반가운 귀환이에요!
알비노가 약하기도 하고 무서워하시는 분들은 싫어하시던데 묘한 매력이 있죠~ 보석같기도 하구요 ㅎㅎ
잘 자라기를!

동이2015.05.18 10:21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하수의 끄트머리였군요, 허허.
무한님 글 보니 또 급 어항에 물고기 친구들을 키우고 싶은 욕망이 무럭무럭.
책임지세요. (?)

피안2015.05.18 10:2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전 뭔가를 키우는 건 영 적성에 안맞아서
이렇게 보는걸로 만족하는 걸로 ㅎ
어머니가 저희 어릴때 교육용으로 구피랑 이것저것 많이 기르시던 기억이

샐리2015.05.19 00:49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저도 물생활 작년 가을 경에 시작했어요. 얻어온 구피가 그동안 한번도 치어를 낳지 않아 목빠지게 기다렸는데 지난 주에 드디어 치어 3마리를 얻었어요. 완전 신기하더군요. 구피 움직임을 따라 보는 것이 요즘 저의 큰 즐거움이에요~

원겸2015.05.20 14:37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즐거운 글을 읽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오랜만에 물고기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ㅋ
힘든 연애 이야기보단, 물고기가 지금 계절과 잘 맞는듯 ㅋ

싱가독자2015.05.21 10:20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무한님 덕분에 오랜만에 어항 구경하고 갑니다! 감사해요! :) 사실 물고기와 별로 친한 사람은 아니지만...(쿨럭) 그래도 생물이 집에 있는 건 정말 좋은 일 같아요! (게으른 저는 화분들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흑흑)

메르스비루스2015.06.06 12:43 신고

수정/삭제 답글달기

구피는 번식력이 너무 좋아서
나중에 관리하기 힘들어요......
매년 수초어항에 보이는 구피를 다 분양해도
수초사이에 숨어있던 치어들이 살아서
다시 1년 후에 그만큼 분양한단는...
구피 먹이느라 허리가 휩니다.
댓글은 무료로(응?), 별도의 가입이나 로그인 필요 없이 남기실 수 있습니다.
사연은 공지(클릭)를 읽으신 후 신청서에 적어 메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