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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결혼할 생각 없으니 헤어지자는 남친 외 1편

by 무한 2015. 5. 26.

남자를 볼 땐 두 가지를 주의 깊게 보라고, 난 수 차례 이야기 해왔다.

 

-그에게 책임감이 있는가?

-그는 당신을 존중하는가?

 

저 두 가지가 없다면, 현재의 관계는 상대의 차를 얻어 타며 신세지고 있는 것에 가까우며, 나아가 이쪽에서 갖은 수를 다 써서 상대를 붙잡는다고 해도 그 미래가 암울하다. 내리라고 하면 언제든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내리라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닌지 눈치만 보고 있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결혼 할 생각'과 관련된 사연엔 대개 상대가 아직 어려 철이 없어서라든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어서라든지, 아니면 우울증 등을 앓으며 급격한 심정변화가 생겨서라든지 하는 이유들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그 이유가 무엇이든 난 꼭 저 간단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대가 보여준 모습 중 '책임감'이나 '존중'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되는지, 현재 애정의 질량은 어느 정도인지, 상대에게 이쪽과 같은 목적지에 갈 생각이나 의지가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1. 결혼할 생각 없으니 헤어지자는 남친.

 

이 사연에 대해선 내가 별로 할 말이 없는 게, A양의 남친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는 주장을 해왔다.

 

"난 결혼 생각 없다."

 

때문에 현재 A양이 결혼을 전제로 하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곤 헤어지자고 한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는 결혼 생각이 없다는 걸 명확하게 밝혔고, 사귄 지 반 년 정도 되었을 때 자신은 연애만 할 거라며 A양에게 이별통보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헤어졌다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다시 만나 몇 달을 더 사귀게 된 것이고 말이다.

 

"오빠가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한 적도 있어요. 본인이 말로는 결혼 안 한다고 해도, 속으로는 저랑 이렇게 만나다가 어어어어~ 하면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요."

 

결혼이 무슨 런치타임에 맥도널드 다녀오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잖은가? 그의 생활방식은 '연애 정도만 하는 삶'에 최적화 되어 있다. 결혼에 대한 아무 준비도 하고 있지 않으며, 계획도 없다. 그의 누나는 A양에게, 그가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제대로 돈을 벌게 된 것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또 부모님 부양 등의 문제 등으로 결혼은 꿈도 못 꾸는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현실에서의 그는 돈을 모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하기는커녕 폰 게임에 기백만 원씩 쓰는 삶을 살고 있다. 이건 어떻게 보든 결혼에 대한 생각과 의지가 없는 삶이 아닌가? 그런 삶에 최적화 되어 있으면서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는 건, 잠꼬대에 불과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매뉴얼을 적게 된 건, A양이 남친의 누나라는 사람에게 괴상할 정도로 말려들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다. 남친의 누나가 했다는 말들을 보자.

 

"내 동생은 그렇지 않은데 너는 유년기 시절에 상처를 안 받고 사랑만 받고 자라서…."

"네가 연애 후로 살이 좀 찐 것 때문에 내 동생이 네게 욕구가 안 생긴다고…."

"내 동생이 너를 정말 좋아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도 과거 연애로 인한 상처 때문에…."

 

본인 동생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 건 당연한 일이니 이해한다. 그런데 남동생이 술집에서 여자에게 번호를 주고 자신의 폰에도 저장하는 건 그럴 수 있는 일이고, A양이 살이 쪄서 남동생에게 욕구가 안 생기는 건 이별까지 생각해야 할 일이라는 건 누가 봐도 괴상한 소리 아닌가. 게다가 그녀가 본인 딴에는 둘을 이어주려 '선의의 거짓말'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A양을 버리려는 남동생을 달래고 A양에겐 거짓 희망을 심어주어 다시 만나게 만든 건 잘못된 일이다. A양의 남친은 연애만 할 거 아니면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한 남자인데, 그녀가 A양에겐 '내 동생이 너를 정말 좋아하는 게 보인다'고 거짓으로 말한 까닭에, 재회는 했지만 곪은 상처를 그대로 봉함해 결국 썩어버린 모양이 되고 말았다. 

 

남친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남친의 속마음을 들으려 하고, 또 남친 누나에게 부탁해 재회를 하려는 태도를 즉시 거두길 권한다. 남친 누나는 이제 남친에게 우울증이 생긴 것 같으며 심리치료를 받을 생각이라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난 솔직히 그 얘기도 믿지 못하겠거니와,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이건 A양의 잘못으로 벌어진 것도 아니고 A양이 동정 하고 있을 부분도 아니다. 노는 데 방해된다며 다른 사람 찾아가라고 버린 건 남친인데, 그렇게 버려진 A양이 거기서 그러고 있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A양이 느끼기에 남친 누나가 온전히 A양의 편인 것 같아도, 남친과 A양이 물에 빠지면 그녀가 남동생 구하지 A양을 구하진 않는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연애를 할 때에도 A양의 남친은 '별로'인 사람이었다. 술집 여자 번호 저장해 놓곤 A양이 따지자 술집 여자 변호해주고, A양 만나서는 폰 게임 하느라 A양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폰 게임에 기백만 원 쓴 걸 A양이 발견하고 화를 내자 자신을 숨 막하게 한다고 말하고, 남친 지인이 A양에게 의부증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해 A양이 화를 내자 역시 지인의 변호를 하느라 바쁘고…. 그에게 '결혼 할 생각'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다른 모든 부분들이 이별해야 한다는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 그는 잘못은 자신이 다 해 놓고도

 

"너에게 미안해하고 싶지 않다. 그만하고 싶다."

 

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남자 아닌가. 이런 와중에 남친의 누나가 포장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들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그 대책 없는 상황과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길 권한다.

 

 

2. 자존감이 급격히 떨어진 남친, 어떡해?

 

안녕 J양. J양의 남친은 좋게 말하면 '몽상가'야. 그래서 매력적일 수 있어. 그는 속세에 찌들지 않은 사람 같고, 남들이 먹고 살 걱정에 현실적인 태도만을 보이는 반면 남자친구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으며, 그 어느 사람보다도 순수해 보일 수 있거든.

 

그런데 상대의 그런 매력에 빠지게 되었을 때, 유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점이 하나 있어.

 

-그는 자신이 번 돈으로 먹고 사는 중인가?

 

왜 갑자기 돈 얘기냐고 할지 모르겠는데, 이건 정말 중요한 거야. 가족을 포함한 남의 벌이로 먹고 살면서 꿈만 꾸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 이들의 삶은 기본적으로 생계를 다른 사람이 책임지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그 와중에 이들은 철학적으로 보이는 것들을 고민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해.

 

'꼭 사회라는 틀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돈을 벌어야지만 행복한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인가?'

 

뭔가 대단한 고민 같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저건 잠꼬대라고 할 수 있거든. 난 저런 사람들이, 혼자 나가서 살며 전기요금을 안 내면 집에 전기가 안 들어온다는 걸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걸 경험하고도 일하는 사람들을 사회에 종속된 우매한 일벌레로 볼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대개 늦은 나이까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위와 같은 '몽상이라는 함정'에 빠져. 내가 관찰한 결과, 남자일 경우 스물여덟이 거의 절정이야. 그쯤 되면 대학 졸업하고 2년 정도 놀았다는 건데, 그 나이쯤엔 대부분의 친구들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며 직함도 달게 된 상황이거든. 게다가 그 정도 나이가 되면 친구들 연봉이 사회초년생 연봉에서 벗어나 씀씀이가 달라지는 까닭에, 용돈만으로는 같이 어울리기 좀 힘들 수 있어. 백업이 빵빵하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닐 경우 친구들은 차 산다고 차 얘기하고 있을 때 이쪽에선 부모님께 차를 사달라고 할 수도 없고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위축되기도 하지.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연애에서도 문제가 발생해. 역시나 스물 대여섯 살 일땐 그냥 분식이나 중식 먹고 영화 정도 보면 데이트가 가능한데, 이십대 후반엔 스케일이 커지잖아. 또래의 다른 커플들은 해외도 가고 호텔 식당에 가서 밥도 먹고 하는데, 이쪽에선 우리 동네 중국집 A세트 인 거야. 또, 여자친구 친구 누구는 6월에 결혼한다는데, 이쪽은 내년 6월까지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인지도 불확실하니까 버거워 지는 거지.

 

J양의 남자친구도 현재 위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극도로 위축된 상태인 것 같아. 그는 J양의 마음을 확인하려 했다가, 울며 헤어지자고도 했다가, 자신을 모욕하며 동굴로 들어갔다가, 결혼하면 이러이러한 건 어떻게 하자고 했다가, 결혼을 할 자신이 없는 것처럼 말하다가, 뭐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시시각각 마음이 변하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럽게 굴지.

 

근본적인 문제는 그가 자립을 해야 해결될 거야. 그는 J양에게

 

"직업 없이 결혼 할 수도 있을까?"

 

따위의 고민을 털어 놓은 적도 있다고 하는데, 존재이유가 숨만 쉬는 거라면 함께할 수 없는 게 당연한 거잖아? J양의 남친이 취업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무슨 장래희망 말하듯이 하는데, 얼른 그 꿈만 꾸는 생활을 청산하고 밥벌이를 시작해야 자존감이든 자존심이든 채워지기 시작할 거야. 직업이 없는데 결혼 후 아파트가 아닌 개인주택에 살며 함께 등산을 자주 다니는 결혼생활을 꿈꾸는 건 말 그대로 '꿈'일 뿐이잖아. 이 문제는, 그가 세상에 발을 디디고 본인 힘으로 걷기 전까진 해결되지 않을 거야.

 

이 상황에서 J양이 할 수 있는 건, 어렵지 않게 성취할 수 있는 바로 앞의 문제들부터 같이 해결해 나가자고 하는 거야. 지금처럼 덮어두고 그냥 최대한 쉬쉬하며 남친에게 맡겨두지 말고, 남친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도 마. 그가 뭘 공부하는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당장 준비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 믿음도 중요하지만 관심은 더 중요해. 그의 상황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이대로 가면 2년 후도 똑같을 수 있어. 믿고 조용히 기다리면 나중에 다 잘 될 거라 생각하지 말고 같이 계획을 짜. 그런 뒤엔 J양도 그 계획이 지켜지는지, 그가 계획을 지키려 노력하는지를 봐.

 

또, 그가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데이트 비용을 J양이 다 내고 계획도 J양이 다 짜는 것도 그만 둬. 그런 행동이 남친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게 결코 아니야. 그가 힘쓰지 않아도 연애가 돌아간다는 걸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며, 노력을 해야 J양을 지킬 수 있다는 것도 망각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야. J양의 진심을 그가 안다고 해도, 그게 그에겐 채무가 늘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고 말이야.

 

내가 옆에 있다, 널 믿는다, 다 잘 될 거다, 하며 또 하나의 엄마가 되어 그를 토닥이지만 말고 서로의 목적지를 조율하고, 또 같이 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를 해. J양의 감정은 모두 접어둔 채 그에게만 맞추지 말고, 화가 나면 화를 내.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남친이 어제는 보고 싶다, 오늘은 그냥 쉬고 싶다, 이 따위로 다중이 놀이 하고 있으면 화를 내. 남친이 자기비하를 하며 징징 짜면, 그럼 그냥 그렇게 주저앉아 있을 건지 아니면 일어나서 걸을 생각이 있는 건지를 물어. 토닥이지 마. 토닥임은 지친사람에게 필요한 건지, 도망가는 사람에게 필요한 게 아니니까.

 

상대가 꿈만 꿀 뿐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도 없고, 계속 징징거리고만 있으면 J양도 그땐 관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마. J양 인생을, 남친 몫의 책임까지 J양이 대신 감당하며 보호자로 살고 싶진 않을 거잖아. J양은 이걸 자신이 잠시 남친 몫까지 버티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도 한량으로 사는 경우도 있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직업 없이 부모님께 용돈 받아 수영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까, 남친이 책임을 지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하나 둘 포기하며 책임을 줄여가는 게 아닌지를 명확하게 봐. 이걸 모른 채 '결혼해서 아이도 생기고 하면, 책임감이 생기겠지'하며 결혼했다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선배들이 있으니까. 알았지?

 

 

어제 어항 청소하다 손가락을 베인 까닭에 오늘 좀 짧게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사연에 빠져들어 손가락 아픈 줄도 모른 채 길게 쓴 것 같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벌어진 부분이 욱신욱신하다. 손가락이 이러니 오늘 배웅글은 생략하고, 오늘 밤 치킨으로 힐링한 후 내일 다시 뵀으면 한다. 즐거운 화요일 저녁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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