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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관심과 애정이 사라진 듯한 남친, 어떡해? 외 1편

by 무한 2015. 5. 27.

첫 사연에 첨부된 카톡대화가 273페이지라 안 읽고 그냥 사연을 패스하려 했는데, 그 내용이 정말 단순하기에 읽다 보니 다 읽어 버렸다. 대략 아래와 같은 느낌의 대화들이었다.

 

남자 - 오늘 폭풍비왔어 ㅠㅠ

여자 - 여긴 안오던데ㅠ

여자 - 비라도 오면 시원할텐데ㅠ

남자 - 찝찝해ㅋㅋ

여자 - ㅎㅎㅎ

남자 - 보고싶네ㅋ

여자 - 나두ㅠ

남자 - (이모티콘)

여자 - 벌써 금요일이다ㅎ

여자 - 몇분뒤ㅎ

남자 - 그러게ㅋㅋㅋ

여자 - 좀만 참아용 홧팅~!

남자 - 홧팅!

여자 - ㅎㅎ

 

분량으로 따지자면 273페이지 중 한 페이지를 제외한 272페이지가 저렇다. 갈등이 생겨 속마음을 길게 털어 놓을 때를 제외하면, 다른 대화들은 배고파, 더워, 추워, 졸려, 잘 자, 수고했어, 바빠, 굿모닝, 헤헤, 웅웅, 알았어, 헐, 끝났어, 쉬어 등의 반복이다.

 

둘 중 한 사람이 아파도 푹 쉬고 빨리 나으라는 얘기만 오갈 뿐이고, 한 쪽이 근황을 얘기하면 다른 한 쪽은 대충 듣고 의무적인 리액션만 해줄 뿐이다. 내가 동성친구와 통화할 때도 그것보다는 더 길게, 그리고 깊게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사연 속 두 사람은 진부한 안부인사와 별 의미 없는 말들로만 대화를 했다.

 

 

1. 관심과 애정이 사라진 듯한 남친, 어떡해?

 

Y양 커플이 이 연애를 왜 하고 있는지 솔직히 나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둘은 근 일 년을 만났는데, 서로 예전에 어디 살았는지, 어느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회사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른다. 물론 연인이니까 데이트 하고, 서로 사랑한단 말도 하고, 꾸준히 생존신고를 하듯 연락도 하긴 하는데, 그냥 그게 전부다. Y양은 그와 결혼까지 생각하며 만나는 건 아니라고 신청서에 적기도 했다.

 

딱 그 정도의 마음으로 하는 연애인 까닭에, 필연적인 종말을 맞이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Y양은 그가 Y양을 챙겨주며 사랑해주는 것 같으니 사귄 건데, 이후 연인으로 지내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이 별로 커지진 않았다. 다만, 가장 가까이에서 잘 해주는 사람이 남친이었기에 그의 태도를 보며

 

-나에게 연락을 잘 하는가?

-나를 잘 챙겨주는가?

 

라는 것을 관찰했다. 그러다 부족함을 느끼면, 외로워하고 실망하며 남친에게

 

"더 잘 할 수 있는 건데 왜 그 정도밖에 안 하는 거냐."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할 뿐이었다.

 

난 Y양이 원하는 대로 남친이 더 잘 연락 하고 더 잘 챙겨준다고 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십여 년 간 매달 해외여행을 3박 4일씩 다녀온다고 해서 모든 나라의 언어에 통달할 수 있을까? 짐 싸는 데 달인은 될 수 있겠지만, 언어는 내가 매달려서 익히지 않는 이상 간단한 생활 외국어만 가능한 수준을 벗어날 순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처럼, Y양의 바람대로 남친이 변한다 해도 남친은 그저 연락의 달인, 챙겨줌의 달인이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의 영혼을 묶는 건 만남의 빈도나 사귄 기간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기 때문이다.

 

글쎄 난, Y양이 이 연애를 계속 이어가야 할 이유가 뭔지를 진진하게 고민하게 보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둘은 서로 현재 어디서 뭐 하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고, 남친은 Y양에게 대충 둘러 대고는 다른 곳에서 다른 친구를 만난 적도 있다. 남친에겐 SNS에 들어가 인맥관리 할 시간은 있어도 연인에게 연락 할 시간은 없고, Y양은 곧 둘의 기념일이니 그 날엔 지금까지의 서운함을 날려 줄 뭔가 특별한 일이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처음에 관심과 애정을 앞세워 다가온 건 남친이고, Y양은 남친의 그런 모습을 보고 연애를 시작했다. 그런데 사귀다보니 남친 입장에선 그게 자신이 혼자 계속 관심과 애정을 퍼줘야 하는 연애였고, 때문에 의무만 가득한 이 연애를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Y양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줄이고 자기 살 길을 찾고 지인들을 챙기는 것에 힘을 쏟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Y양은 그의 태도에 불만족을 느끼곤 더 잘 하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Y양은 자신에게 남친이 정말 소중한 사람인데 그가 다른 곳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서 불안해하는 게 아니다. Y양이

 

"저를 덜 사랑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한 것만 보더라도, Y양에게 중요한 건 오직 Y양 자신이다. 남친이 회사에서 금토일 연수를 떠나게 되어도, Y양은 그가 주말까지 일하는 것에 대해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기 보단, 만나서 데이트해야 하는데 연수 때문에 못 만나게 되었다는 것에 더 분개할 뿐이다. 남친은 매번 짜증을 내고 서운해 하는 Y양에게 바쁜 거 다 지나가고 여유가 생기면 보상해 줄 것처럼 이야기 하는데, 그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은 99.97%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금 없는 마음이 나중이 된다고 해서 가득 찰 리는 없으니 말이다. Y양 자신을 위해서라도, 거기서 진통제 같은 공약만 받아가며 참고 있진 말았으면 한다.

 

 

2. 남친과 깊은 대화가 안 돼요.

 

안녕 C양. 나랑 내 동생이랑 네 살 차이인데, 내 동생 친구들 보면 여전히 꼬꼬마들 같아. 동생 친구가 운전하면 꼬꼬마들이 커서 불안불안한 운전하는 것 같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 무슨 자리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냥 대견하고 기특하고 뭐 그래.

 

그런데 내가 작년에 연수를 받으러 다닐 때, 현직 중고교 교사들 여럿과 만난 적이 있었거든? 난 그들 나이가 많을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 두 명이 내 동생이랑 동갑이더라고. 내 동생 친구들은 내게 아직 애들처럼 느껴지는데, 그런 인연 없이 사회에서 만난 그 또래들은 어른 같은 거야. 거기서 뿐만 아니라 병원에 갔을 때 내 동생보다 두 살이나 어린 간호사를 본 적 있는데, 그녀 역시 그냥 어른 같았어.

 

왜 이런 차이가 느껴지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가장 큰 이유는 과거에 형성된 관계, 또는 관계에 따라 형성된 권력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더라고. 전에 우리 집 이사할 때 견적 내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이 내 동생이랑 친구 인 거야. 그걸 모르기 전까지는 '어른 VS 어른'의 느낌으로 대화를 했는데, 그걸 알고 난 후에는 '친구 형 VS 동생 친구'의 관계로 자연스레 재구성되더라고.

 

내가 보기엔 C양의 사연에서도 위와 같은 작용이 이루어진 것 같아. 아무래도 남친이 C양보다 나이가 많으니 초반엔 C양이 긴장했잖아. 그리고 당시 남친은 직장인, C양은 대학생이었으니까 그것에서 발생하는 차이도 있었고 말이야. 또, 아무래도 남친이 데이트를 계획하고 챙겨주는 일들이 많다 보니까, 그에게 C양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보호 아래 있는 꼬꼬마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

 

마냥 어리고 어리숙하게만 느껴지는 저게 좀 깨져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C양 커플에게는 그럴만한 기회가 없었어. 장거리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 한 게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거야. 함께 뭔가를 오랫동안 하기 보다는 일 주, 또는 이 주에 한 번 만나 잠깐 데이트하는 게 만남의 전부였으니까. 남친이 가진 C양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킨다거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C양이 꼬꼬마인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가 힘들었지.

 

여기다 더해 C양은 살짝 방어적이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거나 '좋게좋게' 넘어가길 바라는 타입이잖아.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일단 '내숭'이라고 좀 말할게. 그렇게 C양의 본심을 보여주기 보다는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다 보니, 그게 또 상대에겐 C양을 더 어리숙하고 어리게 보도록 만들고 만 거야. 둘의 카톡대화 보면 C양이 어떤 단어를 쓰니까, 남친이

 

"그런 말도 알아? 어디서 배운 거야? ㅎㅎㅎ"

 

하는 부분이 나오잖아. 저것만 봐도 남친이 C양을 순수하고, 순진하고, 어리고, 세상을 잘 모르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또, 남친이 저런 반응을 보일 때 C양은 내숭을 발휘해 친구들이 쓰길래 따라 써 본 거라는 이야기 정도만 할 뿐이잖아. 그래서 그냥 '어른 VS 대학생'의 관계가 계속 쭉 이어지기만 하는 거야. C양은 이제 본인도 학생신분을 벗어났기에 학생 취급을 받고 싶지 않고, 깊은 얘기들까지 나누고 싶은데 그게 안 되는 거지.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지나 메일을 쓰는 거야. C양이 신청서를 작성한 것 정도의 느낌으로 남친에게 편지를 보내면, 그가 C양을 계속 어리게만 보진 않을 거야. 현재 C양이 남친과 카톡대화를 할 때에는 꼬꼬마 티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은 말투와 혀 짧은 소리를 내거든.

 

"~뎅, ~용, ~해따, ~하쟝, ~해쪙?"

 

진지하게 깊은 대화를 하고 싶다면 태도도 진지해야 해. C양이

 

"물어바바여~ 무러바방~"

 

하면 남친도

 

"웅. 무러볼께용~ 무러보궁 저나할꾸우~"

 

하며 삼룡이 같은 소리만 하고 있을 수밖에 없어. 장거리라 일, 이 주에 한 번 보고 나머지 대화는 대부분 카톡으로 하는데, 카톡을 저런 식으로만 이용하고 있으면 둘 다 삼룡이스러운 대화만 할 수밖에 없는 거야. 저렇게 굳어져 버리니까, C양이 진지하게 화를 내도 남친이

 

"미안행. 빨리하껭. 우웅 ㅠㅠ"

 

하는 소리만 하게 되는 거고 말이야.

 

연애를 할 땐 누구나 유치해 질 수 있는 거고 나이에 맞지 않게 귀여운 척 하는 말투나 행동들을 할 수 있는 거지만, 모든 대화가 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잊지 마. 그래버리면 나중에 C양이 정말 화나서 다다다다 할 때에도 남친은 C양이 투정 정도 부리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그 태도를 진지하게 가지고, C양이 마냥 어린애가 아니라는 건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표현을 해. 남친이 지금까지 본 C양의 모습은 어리고 어리숙한 티를 벗지 못한 모습이니까, C양의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표현해 봐봐. 그럼 이 문제는 해결 될 것 같아.

 

 

오늘은 공교롭게도 두 사연 모두 남친의 태도에 점점 불만족하게 된 사연이었다. 난 사연의 주인공들이 두 여성대원에게

 

"맛있는 걸 먹게 되었을 때, 이걸 하나 더 사서 남친에게도 맛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해보고 싶다. 상대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저 마음이 저절로 든다. 심지어 특별한 쿠키를 선물 받았을 땐 자신도 안 먹고 상대에게 먼저 맛 보여주려고 하거나, 만났을 때 함께 먹으려 뜯지 않고 가지고 있기도 한다.

 

저런 마음이 전혀 없으면서 상대에게 "더더더더."만을 외치고 있으면, 상대의 마음이 뜨는 건 시간문제다. 처음에야 상대가 구애를 하느라 120%의 호의와 헌신을 보인다 해도, 돌아오는 것 하나 없이 일방적인 관계로만 흘러갈 땐 누구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을 받지 않겠는가. 마음이 다 뜨고 난 뒤에야 상대에게 매달리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거나 하지 말고, 그 전에 상대의 호의와 헌신에 감사하며 이쪽에서도 베풀 수 있었으면 한다. 자 그럼,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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