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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오래 사귀었지만 결국 파혼하는 연인들, 그 이유는? 2부

by 무한 2015. 7. 1.

어제 발행한 매뉴얼에서 빼먹은 이야기를 먼저 좀 적어둘까 한다. 외부의 영향으로 파혼하는 사례 중 심각한 게 하나 더 있다. '종교'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면 해당 종교를 가진 독자 분들이 불편해하실 수 있긴 한데, 종교로 인한 문제 중 99.82%는 개신교와 관련해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라서 그 사례가 많기도 하지만, 개신교 중에서도 타 종교에 배타적이며 '안 믿는 사람'을 집안에 들이면 큰일 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교파가 있기에 특히 그렇다.

 

예전엔 만나 뵐 때마다 종교얘기를 하시거나 같은 종교 갖기를 강하게 주장하셔서 문제가 되었다면, 최근엔 카톡으로 매일 성경구절을 보내신다거나, (언제 한 번 교회 나가겠다고 대충 대답한 말에)성경공부 단톡방에 초대해서 고문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부모님이 강하게 들이대시는 것 외에, 부모님 교회 목사가

 

"기도해 봤는데, 그 사람은 신랑감이 아니라는 응답을 받았다."

 

라는 이야기를 해 갈라놓는 등의 '제 삼자 개입'으로 망치는 사례도 있다. 남이 개입해 파혼을 부르는 것으로 유명한건 원래 '궁합'이었는데, 최근엔 이 분야까지 다른 종교가 개입하고 있는 듯하다. 저 사연의 주인공은 남자였는데, 여자네 식구들이 다니는 교회 목사를 찾아가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응답이 나왔는지, 결과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으려 했으나 목사는 만나주지 않았다.

 

물론 '궁합'이나 '사주'는 여전히 (제 삼자가 개입한)파혼 발생 원인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착한 사연만으로 통계를 내자면

 

- 지방일수록, 잘 살다가 어려워진 집안일수록, 집안 대소사를 전부 점쟁이에게 점쳐달라는 집안일수록.

 

궁합이나 사주에 많이 의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궁합 때문에 헤어진다는 게 너무 억울한 나머지 둘이 합의 하에 점쟁이 다섯 명을 찾아가 점을 본 사례도 있는데, 점쟁이 두 명은 반대 세 명은 찬성인 결과가 나와도 그 관계는 결국 무너지고 말았다. 이거 서두가 너무 길어지고 말았는데, A/S는 이쯤하고, 아래에서는 '내부의 문제'로 파혼하는 사례들을 함께 살펴보자.

 

 

1. 내 돈이냐 네 돈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돈과 관련된 내부 갈등의 문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서로 얼마 버는지, 얼마나 모았는지 모르고 지내다 이제 알게 되는 것.

ⓑ결혼과 신혼생활에 드는 비용에 대해 '상대가 하겠지'하고 있다가 갈등을 겪는 것.

ⓒ결혼 후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이제야 하다 싸움이 되는 것.

 

ⓐ의 경우, 연애를 할 때에는 막연하게만 추측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 드러나며 갈등을 겪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는 빚에 대해 알게 되는 것, 수입이 불규칙적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결혼을 하자곤 했지만 경제력이 빈약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것 등이 있다. 둘이 말로는 애를 몇 낳고, 무슨 애완동물을 키우고, 아이들에겐 공부를 강요하기 보다는 자유롭게 세상을 배울 수 있도록 어쩌고 하는 달콤한 이야기를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원룸 전세도 얻기 어려운 경제력인 것이다. 그나마 그런 경우는 좀 나은 편이고, 열어보니 빚이 팔천 뭐 그런 경우들이 있기에, 꿈꾸던 미래는 꿈으로만 남겨두기로 하는 경우들도 있다.

 

ⓑ 역시, '당연히 상대가 그 정도는 하겠지'라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기에 문제가 되는 경우다. 이건 원래 남자 쪽에서 하는 거 아니냐, 그건 여자쪽에서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갈등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쪽에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혼할 때 하는 만큼의 몫을 했는데, 상대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해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있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걸 상대가 주장해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남자는 당연히 함께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자 쪽에선 남자가 해주기로 한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마찰을 겪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남자 쪽 부모님들께서 도와주신다고 하는데도 남자는 극구 거절하고, 여자는 그걸 왜 안 받는지 이해하지 못해 싸우다 갈라선 사례도 있다. 

 

ⓒ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여자가 결혼 후 자신은 일을 그만두고 살림과 육아를 할 거라 생각하고 있던 것과 달리, 남자는 당연히 맞벌이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경우다. 이 부분에 대해선 두 사람이 함께 노력해 보는 것으로 조율해 계획을 세우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대개의 경우

 

남자 - 넌 그럼 일 안 하려고 했어?

여자 - 일도 하고 살림도 하라고?

남자 - 그렇게 사는 사람 많아. 다들 그렇게 살아.

여자 - 내 주변엔 집에서 애 키우며 사는 친구들도 많은데?

남자 - 딴 사람 얘기 끌어들이지 말자고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넌 또….

여자 - 오빠가 먼저 끌어들인 거 아니야? 다들 그렇게 산다며.

 

라며 진흙탕 싸움을 하게 된다. 남자는 이런 대화를 본인의 능력을 지적하는 거라 생각하거나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애써 변명하며 자존심만 상해하고, 여자는 자신이 꿈꿨던 결혼생활을 남자가 하녀생활처럼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정이 뚝 떨어지는 것이다. 행복을 꿈꾸며 결혼까지 생각했던 건데, 대화를 하다 보니 서로 무거운 의무만 잔뜩 떠안게 되는 것 같은 느낌. 이것 때문에 결혼에 회의를 느끼며 헤어지는 커플이 꽤 많다.

 

ⓐ, ⓑ, ⓒ 외에, '네가 계산기 두드리면 나도 계산기 두드리겠다.'의 마음으로 신경전만 벌이다 파혼하는 사례도 있다.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을 만원 단위까지 정확하게 반으로 나눠 부담하자느니, 앞으로 사주는 선물들도 '공동의 돈'에서 차감하겠다는 이야기 등을 해 상황을 시궁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파혼은 면하고 결혼까지 한 커플이 있긴 한데, 현재 그 둘은 "우리 엄마가 나에게 준 돈은 공동명의가 아니라 내 돈이지 않는가." 따위의 싸움만 하다 이혼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2. 난 이렇게까지 하는데, 넌 왜 안 해?

 

이것도 분류를 해서 살펴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세 가지로 분류하자면,

 

ⓐ서로 다른 집안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 해서.

ⓑ내가 상대 부모님께 하는 것만큼 상대는 우리 부모님께 못 해서.

ⓒ둘 중 한 사람이 숫기가 없어 무뚝뚝하게 있는 모습 때문에.

 

라고 할 수 있겠다.

 

ⓐ는 가족끼리 자주 뭉치는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사람과, 개인플레이를 하는 집안에서 자란 사람이 겪는 갈등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런 경우 서로 다른 집안 분위기의 장점을 보려 노력하면 나아갈 방향을 세우는데 참고가 될 수 있지만, 주로 단점을 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답이 없어진다.

 

"우리 부모님은 따뜻하게 맞아주시고 챙겨주시는데 너희 부모님은 왜 그러냐."

"이렇게까지 자주 볼 필요가 있냐."

"가족 단톡방에서 대꾸해야 하는 것도 솔직히 좀 부담스럽다."

"나는 너에게 우리 부모님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안 주지 않느냐."

 

또, 입사 초기에 낯선 업무에 대한 부담과 막내로서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새 식구들'을 만나게 되면 비슷한 감정이 들 수 있다. 그게 영원한 거 아니고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도 없는 건데, 안타깝게도 거기에 대한 부담을 너무 많이 가진 까닭에 방어적인 태도만 보이다 결국 갈라서는 사례도 있다.

 

ⓑ와 관련된 대표적 사례는, 서로의 부모님을 챙기는 것에 한 쪽이 소홀하거나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다. 이건 두 집안의 경제적 차이로 인해 벌어지기도 하는데, 있는 집의 부모님께는 아무 거나 사갈 수 없으니 한우세트 사서 선물하고, 없는 집의 부모님께는 과일 한 박스 정도 선물한 사례가 있다. 이런 걸 따지고 들면 치사스럽기도 하고 속 좁은 것 같아서 말은 안 하지만, 비슷한 일이 거듭되면 결국 참았던 게 폭발하곤 한다. 때문에

 

"그런 마음이었다는 거네? 참 나. 짜증날 텐데 이때까지 그건 어떻게 참았냐?"

"하지 마. 그럼 둘 다 하지 말자. 됐지? 이럴 거면 안 하는 게 나아."

"앞으로 똑같은 거 사 그럼. 더도 덜도 말고 똑같은 거 두 개 사. 그렇게 하자고."

 

등의 멘트가 등장하며 서로의 감정이 상하게 되고, 명절, 생신, 기념일 등의 날이 찾아올 때마다 둘 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소모전을 하다 지치게 된다. 더불어 상대에게 우리 부모님 좀 챙기라는 식의 말을 하며 '효도의 도구'로 사용하려다 헤어지는 사례도 있다.

 

ⓒ는, 한 쪽에서 그냥 어른과 함께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하거나 불편해 할 때 주로 벌어지는 일이다. 이거 전에 내가 결혼과 관련된 매뉴얼에서

 

"과일이라도 제가 깎겠다고 먼저 한 마디 해보는 게 어떨까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 가루가 되도록 폭격을 맞은 적 있어서 말하기가 좀 어렵긴 하다. 그러니 여자의 경우는 제외하고 남자의 경우만 말하자. 남자는 여자의 집에 갔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손님'으로만 대접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여자가 보기엔 자신이 남친 집에 가서 집안일을 돕거나 부모님의 기분을 맞춰드리려 노력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래서 좀 더 잘 하라는 의미에서 남친에게 말을 꺼냈는데, 남친은 그걸 '공격'이라고 받아들이며 싸울 준비를 할 수 있다. 이럴 땐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하게 하면 더 좋을 것 같다."라고 알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이니, 당장은 엎드려 절 받는 느낌이 들더라도 가르쳐 주길 권한다.

 

 

준비한 소주제가 두 개 정도 더 남았는데, 이걸 다 풀어 쓰는 건 그냥 지루하기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전부 요약해서 말하자면,

 

"상대와 결혼한 이후의 생활을 상상해보면, 즐겁지 않을 것 같아서."

 

라고 할 수 있겠다. 분담과 조율, 합의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결혼하려 하는가?'라는 결혼의 목적이다. 목적이 흐리멍덩한데 분담과 조율, 합의만 가득하면 숨이 막힌다. 내가 누군가와 놀러가려고 하는 와중에

 

"이거 챙겨라. 저거 챙겨라. 가서는 이렇게 할 거다. 왜 아직도 준비 안 했냐. 운전을 내가 하니까 요리는 네가 해라. 난 매일 우리 여행가서 주변 둘러볼 곳들 검색하는데 너는 왜 협조 안 하냐. 호텔에선 안 묵을 거다. 그건 돈 낭비다. 옷 많이 가져가 봐야 짐이니까 줄여라. 쇼핑은 면세점에서 말고는 안 하기로 약속해라. 내가 폴라로이드 카메라 살 테니 너는 필름 사라."

 

라는 이야기만 하고 있으면, 상대는 나와의 여행을 출발하기도 전에 포기할 것 아닌가. 이걸 두고

 

"제가 상대를 전부 가르쳐야 한다는 게 힘들더라고요."

 

라는 이야기를 하던 대원도 있는데, 그건 달리 보자면 상대에 대해선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상대의 생활방식이나 생각에 대해선 전부 '개조'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 결혼은 차라리 안 하는 게 더 낫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생각이 있다면 상대는 짐처럼만 느껴질 것이고, 상대는 또 상대대로 감 놔라 배 놔라 하며 지적질만 하는 태도에 질려버리고 말 것이다.

 

더불어 파혼 후 늦은 후회를 하는 중이라면, 최소한 찾아가서 얼굴을 보며 이야기하길 권해주고 싶다. 이게 전화 몇 통, 카톡 몇 개로 해결될 일이었으면 둘은 이렇게 갈라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술 마시고 울며 전화하거나 힘들다는 감정의 토로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다고 해결되는 일은 없으니 일단 만나서 현실적인 방법을 찾길 바란다.(이건 사연마다 해결책이 다를 수 있으니, 고민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들 외에, 둘 중 하나가 '마음의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 까닭에 파혼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긴 하다. 그런데 이건 같은 주제의 다른 사연들로 좀 더 깊게 들여다보는 게 좋을 것 같으니, 다음에 특집 매뉴얼로 발행하도록 하겠다. 7월이라 다시 새 사연 받아야 하니, 이 글을 올린 후 공지를 수정해 두도록 하겠다. 즐거운 수요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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