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애매뉴얼(연재완료)/솔로부대탈출매뉴얼(시즌5)

선톡도 오는데, 이거 그린라이트 아닌가요? 외 1편

by 무한 2015. 7. 13.

단호박처럼 말씀드리겠습니다.(응?) 그린라이트가, 아닙니다. 제가 며칠 전부터 붙잡고 있다가 다루지 않기로 한 사연이 하나 있는데, 그 사연의 주인공인 여자 분이 아래와 같습니다.

 

- 질문에 답을 해주면 바로 따르는 여자.

- 전혀 반대하거나 반발하지 않고 순종하는 여자.

- 말을 걸거나 연락을 하면, 성실하게 응답해 주는 여자.

- 만나자고 하면 거절 않고 만나주는 여자.

 

남자 입장에서 보면, 저런 모습을 보여주는 상대는 '곧 사귀게 될 것 같은 이성'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녀는 자신이 아는 이성들, 특히 아는 '오빠들'을 저렇게 대하고 있었습니다. 특별히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모임 내에서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내가 힘들 땐 오빠가 좀 도와주고, 오빠가 힘들 땐 내가 좀 도와주는, 그런 품앗이 형태의 관계를 맺어둔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모임 내 좋아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행동을 착각한 다른 남자가 들이대서 곤란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우영씨 사연에 나오는 여자 후배가, 저 사연 속 여성분과 비슷한 타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녀는 어느 선까지는 누구에게나 싹싹하고, 또 다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연애사업은 연애사업대로 따로 진행하는 까닭에, 혹시 이게 그린라이트인가 싶어 다가갔다간 우영씨가 내상을 입게 될 것 같습니다. 이거 이미 결론을 서두에서 다 얘기해 버린 것 같은데, 여하튼 아래에서 좀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선톡도 오는데, 이거 그린라이트 아닌가요?

 

우영씨가 이걸 그린라이트로 보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닙니다.

 

- 그녀가 먼저 선톡을 보내며 말을 걸기도 함.

- 밖에서 만나 새벽까지 이야기꽃을 피울 때도 있음.

- 어느 날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선물로 주기도 함.

- 구체적이진 않지만 나중에 뭘 하자는 말로 약속을 잡기도 함.

- 상황 때문에 거절하더라도 나중에 하자는 식으로 여지를 남김.

 

일반적인 경우, 아무런 감정도 없는데 저렇게까지 친절하거나 호의적인 여자는 별로 없지 않습니까? 때문에 우영씨의 지인들도 그린라이트니 좀 더 들이대라는 조언을 하는 것 같던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전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러는 건 아닐지를 먼저 봅니다. 그녀가 우영씨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가져다 준 날, 그녀는

 

"다른 선배님들도 챙겨드려야 하는데, 어디 계신지를 몰라서…."

 

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럼 전 그걸 '후배가 고시 준비하는 선배를 챙겨준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걸 주기 전에 이미 우영씨가 베푼 것들이 있기에, 전 그걸 '가만히 있으면 신세만 진 후배가 될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티를 내고자 선물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만약 그 선물을 준 이후 다음 날, 또는 다다음 날, 그것도 아니면 한 일주일 이내로 다시 둘이 대화를 하거나 만났으면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근 열흘간 둘은 연락두절 상태로 지내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전 그걸 '시험 앞둔 선배에게 예의상 준 선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연락을 안 하고 지내다가, 새해가 되어 그녀가 새해인사를 한 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영씨는 그냥 흐지부지 연락이 끊길 수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연락을 해 온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저는 그녀가 메시지를 보낸 시간을 봅니다. 새벽 2시 19분. 전 이걸 그만큼 순차가 밀려 도착한 단체문자 정도로 보는 것입니다. 역시 그 새해인사를 계기로 둘이 3분 정도의 대화라도 했다거나, 아니면 이후 며칠 이내로 다시 연락을 주고받았다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달랑 세 문장으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그 인사 이후 대시 대화를 나눈 건 한 달이 지나서고 말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저렇게 많은 사람들과 얕은 관계를 맺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우영씨가 이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우영씨는 그녀가 예의바르고 언제나 우영씨에게 호의적이며, 또 전에 나눴던 이야기도 기억해서 먼저 연락을 해오기도 하니 마냥 좋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그녀에게 그런 모습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으며, 카톡대화만 봐도 이게 인맥관리 차원에서 그러는 거라는 게 좀 많이 드러납니다.

 

카톡으로 엄청 반가운 듯 말 걸어 놓고는 한참 사라져 있다가 오는 걸 보면 그녀의 진심을 의심하게 되고, 대화를 보면 사실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질문을 위한 질문'을 만들어서 하며 교과서적인 화이팅을 외쳐주는 느낌입니다. 뭘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줄 알기에 때에 맞춰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또 가끔 인연의 끈이 느슨해지면 당길 줄도 아는데, 그게 좀 영혼 없는 서비스들 같습니다. 우영씨는 그녀의 '집'이 되려는 건데, 그녀는 우영씨를 '펜션'으로 생각하는 느낌이랄까요.

 

저도 사실 꼬꼬마시절엔 사람들이 다 저 같은 줄 알곤, 누가 주말에 시간 괜찮으면 술 한 잔 하자고 하면 당연히 약속을 잡은 거라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약속 당일 연락해 보면

 

"어, 맞다. 오늘 보기로 했었지. 아 근데 일이 좀 생겨서 담에 봐야겠다. 미안해."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 걸 보고는, 그냥 '예의상' 대충 약속까지 잡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처세 때문인지 반기에 한 번씩은 연락을 해오는 지인도 있는데, 예전엔 저도 참 진지하게 지인의 연락을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그의 인사에 맞춰서 인사를 해줄 뿐입니다. 언제 한 번 보자고 하면, 저도 언제 한 번 보자고 답하면서 말입니다.

 

우영씨의 그녀는 '좋은 오빠동생' 사이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걸 겁니다. 어쩌다 만나서 술 한 잔 하며 사는 얘기하고, 가끔 경조사가 있으면 연락해 서로를 챙기거나 남의 경조사에 함께 가는 사이. 지금 두 사람이 딱 그 정도의 사이이지 않습니까? 우영씨가 그녀에게 반해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하는 거라면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지금처럼 상대의 호의와 친절을 근거로 그게 '그린라이트'인지를 묻는다면 전 그린라이트가 아니라고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2. 아이고 박교수님….

 

안녕하세요 박교수님. 저는 박교수님과 남친의 카톡대화 읽다가 영화 <러브스토리>가 생각나서 영화를 다시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매뉴얼을 적었더니 매뉴얼이 감상문처럼 되어버려, 두 번 적었다 지우곤 이렇게 새로 씁니다. 영화 얘기를 하면 또 감상문처럼 바뀔 것 같으니, 그냥 박교수님이 영화 <러브스토리>를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금방 캐치하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도 시간을 많이 소비한 까닭에, 굵고 짧게 네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A. 모든 걸 다 말 할 필요는 없습니다.

 

솔직하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건 굳이 말 할 필요 없다는 얘깁니다. 만약 남친이 박교수님께

 

"예전 여친들과 사귈 때, 내가 키스를 잘 못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게 내 콤플렉스다."

 

라는 이야기를 한다면, 박교수님은 그가 키스를 잘 못 한다는 걸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예전 여친들'이라는 말에 더욱 마음이 쓰일 것 같지 않으십니까?

 

어떤 행동의 원인이 예전 연애에서의 상처 때문이라 해도, 그건 말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상대의 빠른 수긍을 이끌어내기 위해 옛 연애에서의 일들을 늘어놓고 변화를 약속하기 보다는, 그냥 지금 딱 그 자리에서 잘못을 수긍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게 낫습니다.

 

B. 전부 다 이해하려는 여자에게, 남자는 긴장감을 잃어갑니다. 

 

'상대에게 중요한 시점에 방해되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꾹 참고만 있으면, '그래도 되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해심 가득한 그 태도에 상대가 감사하며 앞으로 갚아갈 생각을 하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처럼 상대 역시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상대는 바쁘니까 상대의 스케쥴에 전부 맞춰야 하고, 상대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방해가 되면 안 되고…. 이러한 태도들이 결국, 이별 직전 남친이 당연한 듯 자신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하게 만들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 연애는 오로지, 남친의 좋고 싫음에 따라 그 생사가 결정되게 된 것입니다. 불만을 말하지 않는 것이 결코 어른스러운 연애가 아닌데, 그걸 착각해 아무 불만도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C. 화를 내야 할 땐, 화를 내야 합니다.

 

한 번도 싸운 적 없는 연애 같은 건 절대 멋있는 게 아닙니다. 화를 내야 할 땐 화를 내고, 섭섭하거나 억울한 점이 있으면 얘길 해야 합니다. 제가 두 사람의 마지막 대화를 보며 박교수님 남친에게 하고 싶었던 말이,

 

"네 기분만 기분이냐? 이거 너를 위해서만 하는 연애야? 대화를 하자니까 무슨 심사평 같은 걸 늘어놓고 있어? 넌 이 연애를 위해서 뭐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데? 자기 밖에 모르는 자식."

 

이었습니다. 박교수님은 아무래도 그가 남자친구니까 그의 태도를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인 면이 강한 것'이라고 후하게 평가하시던데, 그의 태도는 그냥 독선적이고 오만한 겁니다. 본인을 신뢰하지 않는 것 같기에 더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 믿을만한 태도를 보여주고 나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상식적인 것 아닙니까? 또, 그가 대체 이 연애를 위해 뭘 얼마나 노력했기에 그따위 심사평을 하는 건지 저는 이해하기가 힘듭니다. 그의 상황에 맞춰 꾹 참고 대부분의 것들을 이해한 것은 박교수님 아니었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교수님은 "그 점은 내가 미안해. 사과할게."라며 넘기시던데, 다시 말하지만 화를 내야 할 땐 화를 내야 합니다. 상대가 배가 부를 대로 불러 꼬투리나 잡고 있으면, 유치하더라도 반격을 해야 합니다. 겨 묻었다고 뭐라고 하는 상대에게 거울을 들어 그쪽은 뭘 묻히고 있는지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박교수님은 사과만 하고 말았습니다.

 

D. 중요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는 겁니다.

 

열흘이 넘도록 카톡으로 미지근하게 싸우고만 있는 건, 정말 바보 같은 짓입니다.

 

"네 생각이 정리된다면, 우리 동네로 와서 만나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어. 사귀는 동안 우리 동네를 손잡고 걸었던 적이 없다는 것이 난 서운했었어. 만약 이런 내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다면, 오지 않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저러면 안 됩니다. 저건 마음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드는 멘트일 뿐더러, 일종의 조건부 제안이라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또, 저런 이야기를 한 후

 

"하나만 더 물어볼게. 노력의 여지가 있는 거야? 아니면 어떤 노력도 할 수 없는 상태인 거야?"

 

라는 질문 등을 하는 건, 빨리 결판을 내달라는 재촉일 뿐입니다. 저 물음에 상대가 '노력의 여지가 있다'고 답해도, 이후 그의 행동으로 그게 증명되지 않으면 둘은 이별하게 되는 것이고 말입니다.

 

저는, 두 사람이 말만 너무 많이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도 얼굴 마주하지 않은 채 카톡으로만 대화를 나눴기에, 심문하듯 말하고 형식적인 반성문 쓰듯 장문을 작성해 전송하게 되었습니다. 박교수님이 원하는 대로 '화해'가 되려면 상대가 숨은 쉴 구멍은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육감으로 이별인 것을 알았기 때문인지 박교수님은 계속 상대를 궁지까지 몰았고 말입니다. 제가 <러브스토리>를 권한 건, 거기에 나오는 명대사 때문입니다.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둘 다 겉으로 사과는 하고 있지만 둘 중 누구도 질 생각은 없었던 치킨게임. 두 사람 중 누구라도 저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 오늘 준비한 사연은 여기까지다. 이 매뉴얼을 목요일부터 붙들고 있었는데 이제야 끝냈다. 마음에 안 들어 계속 다시 쓰다 보니, 지금 봐도 매뉴얼이 산만한 것 같다. 계속 붙잡고 있다가는 화요일, 수요일쯤 되어 매뉴얼을 올리게 될 것 같아 그냥 이 채로 발행하게 되었다. 아몰랑.(응?)

 

이 산만한 느낌도 지울 겸 얼른 새 사연들을 읽으러 가야겠다. 제목만 봐도 클릭하고 싶게 만드는 사연들이 잔뜩 도착했던데, 어떤 사연들일지 기대된다. 다들 비까지 와서 축축해진 월요일 무사히 넘기시길 바라며, 우리는 내일 다시 만나는 걸로….

 

 

카카오스토리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 공감과 추천버튼 클릭은 의리입니다.

카카오뷰에서 받아보는 노멀로그 새 글과 연관 글! "여기"를 눌러주세요.

 새 글과 연관 글을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