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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커플생활매뉴얼

남친보다 더 다정한 남자가 눈에 들어와요.

by 무한 2016. 1. 12.

Y양은 성격 상, 바람을 피우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히 견고한 윤리의식을 가진 까닭에 그게 쉽게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연애 중 곁에 있는 사람에게 불만을 느끼며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을 그리워하거나, 다른 사람과 더 정신적으로 통한다는 생각 때문에 현재의 연애에 발목이 묶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2년 전 저는 Y양에게 현남친이 왜 좋은 사람인지를 설명했고, '구남친에 대한 낭만과 환상' 때문에 현남친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Y양이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것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관계를 맺고 끊음에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도 말했습니다.

 

저런 제 이야기를 Y양이 흘려듣지 않아주신 덕분에 Y양은 현남친과 견고한 관계를 만들게 되었고, 상대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까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Y양은 다시 '새로운 남자'에 대한 낭만과 환상을 가지게 되었고, 현남친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이나 그의 부족한 부분이 '새로운 남자'에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치사지만, 참 친절하고 든든하지 않습니까? 2년이 지난 지금도 Y양이 사연을 보내면 전 Y양의 지난 연애사까지를 전부 기억해 낸 뒤 이렇게 종합해 매뉴얼을 발행하니 말입니다. 오늘은 이런 제 자신에게, 스스로 수여하는 상이라도 하나 줘야겠습니다. 저녁으로 분식을 먹을 건데, 언제나처럼 김말이나 야끼만두 이런 거 말고 특별히 새우와 어묵이 들어간 프리미엄 튀김으로 주문하겠습니다.

 

떡볶이 국물에 새우튀김 찍어 먹을 걸 생각하니 힘이 솟습니다. 이 힘으로, Y양과 Y양의 연애는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던 건지 아래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1. 연인은 지지자, 친구, 동반자?

 

Y양의 말대로, 연인이라면 Y양의 지지자인 동시에 친구, 또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최근 얼마쯤 남친이 그 역할에 염증을 느낀 듯 이야기 하는 걸 제외하면, 상대도 그 역할을 잘 해왔습니다. 때문에 Y양이 현남친과 새로운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지금도

 

"지금 남자친구 같은 사람, 아마 다시 만나기 힘들 거예요."

 

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Y양은 어떻습니까? 그간 그를 만나오며, 그의 지지자이자 친구, 그리고 동반자로서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으십니까? 현남친 역시 Y양에 대해, 분명 "지금 여자친구 같은 사람, 아마 다시 만나기 힘들 거예요."라는 이야기를 할 거라 여겨지십니까?

 

저는 Y양의 사연을 읽으며, 남자가 여자를 업고 있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뒤에 업힌 여자는 자신이 오늘 너무 많이 걸어 발이 아팠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업힌 채로

 

"나도 이렇게 힘든 거 다 말하니까, 너도 힘든 거 다 말 해."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렇게 업고 가다 남자도 힘든지 이쯤에선 같이 좀 걷자고 말합니다. 그러면 업힌 여자가 내려와 다시 걷기도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는 또 발이 아프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는 다시 여자를 업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도 다시 힘들어지면 여자를 내려서 걷게 하고, 다시 업고, 뭐 그런 일들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Y양이 신청서에 적은 문장 중 하나를 잠시 보겠습니다.

 

"막상 제가 다 포기하고 도망가 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 남친이 이해해주거나 위로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니…."

 

아닙니다. 남친은 잘 해왔습니다. 그간 정말 많이 이해해주고 위로해줬습니다. 그는 이번 한 번, 따끔한 충고와 냉정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남친이 언제나처럼 받아주지 않아서 남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주시고, 그것보다 전 Y양이 말하는 그 '다 포기하고 도망가 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 때'의 정도와 빈도를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으쌰으쌰 힘내기로 했다가 다시 우울해지고, 그래도 함께 해보자고 같이 희망을 걸었다가 Y양이 다시 무너져 버리고, 그런 일이 많이 반복되지 않았습니까?

 

이러면 누구라도 지칠 수밖에 없는 겁니다. Y양의 친구 중 하나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데, 매번 탈락하는 까닭에 3년 동안 하소연을 한다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Y양도, 친구에게 계속해서 응원만 해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정말 친구가 걱정되기에, 시간을 잡아먹는 모든 걸 다 끊고 공부해 매달려 보라거나, 아니면 올해 까지만 해보고 이번에도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Y양이 그렇게 이야기하자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내가 너에게 원한 건, 그런 충고나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었다. 3년 동안 시험에 떨어지며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 나이를 먹어 가는데 아직도 출발을 못한 듯한 생각에 불안해 지는 것을 너도 공감해 주길 바란 거였다. 이번엔 잘 될 거니 너무 속상해하진 말자고 말할 수 있는 건데, 넌 내 상황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친구가 하는 저런 얘기는, 뭐 그래도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네 인생이지 내 인생이냐, 하는 생각을 하며 영혼 없이 토닥토닥 해주고 4수를 하든 5수를 하든 신경을 꺼도 됩니다. 그런데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연인이 저래버리면, 그땐 문제가 심각해지는 겁니다. 어떻게든 함께 방법을 찾아 같은 일이 또 벌어지는 걸 막으려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전 Y양의 남자친구가 이번에 한 얘기들이, 바로 그 '벗어나는 방법'을 찾자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Y양은 '이제 남친에게서 위로와 공감은 기대할 수 없다'고 받아들이신 거고 말입니다.

 

 

2. 더 다정한 그 남자?

 

바로 위에서 한 '친구'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상대의 선택이 내 인생에까지 큰 영향을 안 끼칠 땐, 상대가 뭘 하든 그냥 듣기 좋은 소리만 해줄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따끔한 충고나 현실적인 조언이 아니라 무조건 저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혹시, '더 다정한 남자'라는 사람이, 바로 그 '무조건 지지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당장은 그렇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에게 Y양은 남의 여자고, 어쩌다 모임에 나와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니, Y양이 무엇에 대해 불평불만을 하고 하소연을 하든 Y양 편을 들어줄 수 있습니다. Y양이 남친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그냥

 

"그건 남친 잘못이 확실하네요. 남친이라면 그러면 안 되죠."

 

라는 이야기를 하면 됩니다. 연애가 아니라 삶에 대해서도, Y양의 시각에서 Y양이 느끼는 불만을 토대로 작성된 이야기를 들으며, 그저 많이 벅차고 힘들었겠다고 말해줄 수 있습니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기지만, 그런 자리에서 세밀한 부분들까지 모두 파악하려 애쓰며 이야기의 본질을 파고드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생일이 언제인지,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도 모르는 사이일 땐, 그저 상대가 하는 얘기를 듣고 맞장구를 쳐주거나 상대 편을 들어주기 마련인 겁니다.

 

"상대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참 생각이 깊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대화'라는 걸 나눈 자리가, 술자리이지 않습니까? 그저 '자리'만을 가지고 그 대화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겠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 뭘 좀 겪고, 또 알고 하는 소린가?

 

라는 겁니다. 그건 그저 처세의 한 방편으로 상대에게 듣기 좋은 말을 해주는 것일 수 있고, 여느 술자리에서 그렇듯 자리가 길어지면 튀어나오는 고민 등에 대해 '입맛에 맞을 소리'를 해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가 술자리에서 남편에 대한 불만을 쏟아 놓으면, 남편 때문에 고생이 많다는 얘기를 해주거나 그 상황을 겪으며 정말 힘들었겠다는 얘기를 해줍니다. 그런 자리에서

 

"하지만, 문을 잠그고 열어주지 않은 건 네가 잘못한 것 같은데…."

"남편이 대화하려고 시도할 때 침묵으로 무시하고 친정에 가버린 건 좀…."

"너만 상처를 받은 게 아니라, 남편도 그 일로 상처를 받은 거잖아."

 

라는 이야기를 하진 않습니다. 제가 상대의 남편이라면 정말 끔찍하게 생각하며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일들에 대해서도 함구한 채, 편을 들어주고 마는 것입니다.

 

Y양을 알며 겪어온 사람이 하는 이야기와, Y양을 잘 모르는 사람이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걸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그 남자는, 결혼한다면 저 같은 여자가 좋겠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크게 진심을 담아 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당연합니다. 같이 한 거라고는 술자리에서 고민을 털어 놓고 립서비스나 답정너의 말들을 주고받는 게 전부인데, 그런 상황에서 '결혼한다면 Y양 같은 여자가 좋겠다'는 말을 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혹 정말 코드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 저런 얘기를 한 거라 해도, 저 생각이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는 건 시간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아직 남자친구가 Y양을 본 것의 1/1000도 못 봤지 않습니까? 그를 만나는 게 모임이라는 특성상 Y양도 그 자리에 맞는 자신의 모습만을 보여줬을 것이고 말입니다.

 

전 사실 그가 왜 저런 이야기를 했는지 까지도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됩니다. Y양이 연애중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저런 이야기를 한 게 혹시 발동한 소유욕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의 구여친이나 이전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를 포장하거나 Y양의 공감을 얻어내려고 하는 게 어떤 목적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가 Y양에게, 결국 남친과 헤어지게 될 거라는 불길한 말들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전 긍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번 매뉴얼에서 전 Y양의 '선택'에 대한 아무 가이드도 제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대인관계 초기의 호의나 상대 처세에서 비롯된 립서비스를 근거로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라고 너무 쉽게 믿어버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그런 낭만과 환상을 좇다 보면, 나중엔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늘 떠돌아다녀야 하는, 연애 유목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3. 혼자서도 살 수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점점 가까운 곳에다 화풀이를 하게 되거나 그 원인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밖에서 안 좋은 일을 겪고 들어와 괜히 집 식구들에게 푼다든지, 일이 잘 안 되는 게 집이 이 모양이라 그런 거라든지 하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러다 경험하게 되는 최악의 상태에 대해선, <죄와 벌>에

 

"극빈 상태에 이르면 자기가 먼저 자신을 모욕하려 드니까요."

 

라는 문장으로 잘 설명되어 있기도 합니다.

 

남친, 남자, 연애 뭐 그런 것들은 잠시 다 지워두고, Y양 인생 하나만 놓고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만족스러우며 행복하십니까? 꼭 넘치는 행복이 아니더라도, 미소 지을 일이 있으며 삶이란 좋은 것이란 생각이 드십니까? Y양이 신청서에 적어 놓은 이야기들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전 Y양이 저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제가 서두에 "Y양은 성격 상, 바람을 피우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라는 이야기를 적은 것도, 그리고 저 위에 '연애 유목민'의 이야기를 적어둔 것도, 모두 Y양이 그런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Y양 자신조차 살기 싫어하며 감당하기 벅차하는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인데, 그 결핍과 고민들을 누가 다 해결해주거나 늘 함께하며 주례사 읊듯 응원만 해줄 수 있겠습니까.

 

때문에 Y양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 대략 아래와 같은 식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습니다.

 

Y양 - 우리 엄마랑 옷장 같이 쓰는 거 정말 짜증나. 내 옷을 걸 자리가 없어.

상대 - 음, 그럼 옷장을 좀 나눠서 쓰기로 하면 안 돼?

Y양 - 그 얘기를 하면 엄마는 빈정상해하며 나 혼자 다 쓰라고 할 거야.

상대 - 그래도 대화를 해서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Y양 - 그냥 내가 가만히 있는 게, 분란을 안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야.

상대 - 에휴, 그래. 그럼 어쩔 수 없겠다. 속상해도 독립하기 전까진 좀 참아야지.

Y양 - 엄마는 안 입는 옷도 엄청 많으면서 새로 사서 걸어놓기만 해.

상대 - 그럼 안 입는 옷 좀 정리하자고 말씀드리면 안 돼?

Y양 - 내가 그 얘기를 하면 다 입는 옷이라고 하겠지.

상대 - 옷 걸 곳이 없으니 안 입는 옷 정리하자고 하면 안 돼?

Y양 - 엄마는 살쪄서 못 입는 옷도 나중에 입는다면서 안 버릴 거라고.

상대 - 그런 상황이라면, 얼른 독립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겠네.

Y양 - 독립이 쉬워? 지금 상황에서 독립이 되냐고. 넌 무슨 독립밖에 몰라?

상대 - 아니,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그것 말곤 방법이 없잖아.

Y양 - 난 내가 옷을 걸 자리가 없는 게 짜증난 거야.

상대 - 그러니까. 나눠 쓰는 것도 안 되고 버리는 것도 안 되면, 방법이 없잖아.

Y양 - 넌 진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구나. 내 상황을 전혀 이해 못 하고 있어.

 

물론 많은 훈련이 된 저라면, "조금만 참아. 곧 내가 아예 방 하나를 옷 방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집 살 때까지만 좀 기다려."라는 이야기를 해 진정시킬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라고 해도,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서 위와 같은 식의 불평불만이 터져 나오고, 나아가 '해결 하려는 의지'가 없는 상대에게는 세 번 넘게 위로만 해주고 있을 수 없습니다. 제가 하는 제안을 두곤 부정적으로 점만 치거나, 2년, 3년이 지나도 바꾸거나 바뀌는 부분 없이 하소연만 하고 있으면 전 그걸 '징징거림'으로 볼 것입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면, 그러는 상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만 할 뿐 바꿀 의지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길 수도 있고 말입니다.

 

남자는 문제해결을 중시하고 여자는 정서적 공감을 더 중시한다는 거, 그런 차이를 몰라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아는데, 그것도 사람이 허용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같이 걸어가다 상대가 넘어졌으면 많이 다치지 않았나 살펴줄 수 있고, 필요하다면 업고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계속 업혀서 가길 원하는 상대라면 같이 갈 마음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가기 싫다고 드러눕고, 예민해서 이거 못 견디겠다고 드러눕고, 스트레스 받아서 못 살겠다고 드러눕고, 내 인생은 왜 이러냐면서 드러누워 버리면, 같이 못 갑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지나다가

 

"왜 여기서 누워 계세요? 어디 아프세요? 제가 저 앞까지 업어드릴게요."

 

할 순 있겠으나, 그 사람과 가면서도 그냥 계속 업혀 있길 바라면, 그 역시 감당할 수 없다며 가버리고 말 것입니다. 저는 Y양에게 뭘 어떻게 하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괜히 저까지 '공감능력 떨어지는, 어쩔 수 없는 남자'로 여겨질 수 있으니 말입니다. 대신 그냥 Y양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이제 뭘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남친, 남자, 연애를 제외하고 살펴본 Y양 인생에 대해 뭘 어떻게 해야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십니까? '남친이냐, 더 다정한 남자냐'를 고민하시기 전에, 반드시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게 바로 이 지점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권합니다.

 

 

순간순간의 감정까지 다 위로 받으려 하며 모든 것을 말하고 전부 다 의지하면, 상대는 서서히 Y양의 하소연에 무감각해질 수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에서처럼, 두통이 조금 있어도 머리 아프다고 하고, 숙취 때문에 어지러워도 머리 아프다고 하면, 훗날 머리에 큰 이상이 생겨 머리 아프다고 해도 '얘는 매번 이러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 점점 Y양을 '징징거리기만 하는 의지박약'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과체중인 한 친구가 매번 Y양에게 자신이 살찐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2년, 3년이 지나도 그렇게 하소연만 할 뿐 체중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Y양도 그 친구의 하소연에 대해 '얘 또 시작이네'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다른 문제도 하나 더 있습니다. 이해와 위로를 바라며 누군가를 나쁘게 이야기 한 것들이, 상대에게는 그대로 그 이미지가 굳어버릴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때문에 몇몇 사례들을 보면, 이쪽이 자심의 부모님에 대해 한 이야기들로 인해 상대가 부모님을 뵙기도 전에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이쪽이 늘어놓은 험담들로 인해 상대가 이쪽의 부모님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대로 상대와 싸울 때마다 부모님에게 다 얘기하고 위로 받은 까닭에, 부모님이 결사반대 하시는 경우도 있고 말입니다.

 

위와 같은 일들을 거듭해서 경험하다 지쳐버린 사람들 중엔, 충격요법을 사용해서라도 어떻게든 독립심을 심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때 어느 부모들은 아이 버릇 고치겠다며 문 밖으로 내쫓는 일을 벌이기도 하는 것처럼, 연인에게 냉정하게 굴거나 "왜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 못 하냐.",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은 네가 좀 감당하자."라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 단순하고 무식한 행동은 결국 이쪽에게 또 다른 상처나 트라우마를 안긴다는 걸 모른 채 말입니다.

 

Y양의 현남친도, 바로 저 단계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그래서 Y양이 혼자 힘을 설 수 있게 받쳐주고 있던 것들을 전부 제거하려는 것 같은데, 제가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그게 아니야 이 바보야. 그건 죽으라고 떠밀어버리는 거지, 홀로 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너무 투박하고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니 말입니다. 그래서 전 이번 매뉴얼을 통해 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Y양이 남친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보낸 거라면 그 해결책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겠지만, Y양도 이미 그 단계를 지나 '다른 사람'에게로 가려는 와중에 사연을 주셨기에, 그 선택을 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일들과 Y양이 흔들리게 된 근본적인 원인들을 위주로 이렇게 매뉴얼을 적게 되었습니다. 당장 어떤 선택을 하시든, 그 선택에 이 매뉴얼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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