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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매뉴얼(연재중)/연애오답노트

장거리 연애가 되자 계속 싸우게 된 커플, 이유는?

by 무한 2016. 2. 16.

사연을 보내실 땐 제발 주어를 잘 써주시길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누가 그 얘기를 한 건지, 누구에게 그런 감정이 든 건지를 명확하게 밝혀주셔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서 대화를 했죠. 새해 첫 날에 못 봐서 서운했다, 뭐 그런 얘기를 했어요. 보고 싶은데 못 봐서 속상하고, 곁에 있으면 같이 놀면 되는데 그러지 못해서 답답하다고. 그런 마음이면 혼자 지내는 게 나은 거잖아요. 맞는 말 아닌가요? 내가 왜 이러는지 답답하다, 말투도 틱틱거리기 싫은데 그렇게 된다고. 그리고 회피하게 되었다고도 했어요. 돌아서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는 게 연인이라는 게, 이젠 다시 그런 일 없을 거라고 했는데 그런 일이 또 생겼네요."

 

내가 학창시절 모의고사를 볼 때에도, 언어영역에서만큼은 애들이 시험 끝나고 나서 내게 "몇 번에 답 뭐야?"라고 물을 정도로 잘 풀었던 것 같은데, 저런 문단은 독해하기가 너무 힘들다.

 

또, 최대한 말줄임표 사용을 자제해주실 것과, 부연설명은 문장을 바꿔서 해주실 것도 좀 부탁드리고 싶다. 저게 다 섞이면, 읽는 사람 입장에선 아래와 같은 글을 읽는 느낌이 든다.

 

"연락이 오긴 했는데(1일 이후에 처음 온 거예요)... 못 봐서 그런 걸로 시작해서(그 전 달 6일하고 12일에 있었던 일을 말한 거예요) 잘 하고 싶은 마음에(진짜인진 모르겠지만) 정말 그 이유라고 말하면서(저 얘기만 한 건 아니고 그간 있었던 일을 말해주기도 했어요) 마무리를 하긴 했어요. <- 여기까지가 권태기(장거리 연애 때)라고 말할 때의 이야기에요."

 

내가 뇌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호두를 먹어가며 두뇌를 풀가동 시키려 노력해도, 저런 문단이 연속해서 나오면

 

"그냥, 날 쏘고 가라."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하고 싶은 말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마구 튀어나와 그렇게 된다는 건 이해하지만, 사연을 보내는 목적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다' 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있었던 일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말하는 것에 더 가까우니, 바둑에서의 '복기'를 하는 심정으로 작성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하소연은 이쯤하고, 매뉴얼 출발해 보자.

 

 

1. 오로지 연애만 바라보고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

 

이건 소라양이 3월에 다시 학업을 시작하면, 절반은 그냥 저절로 알아서 해결될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 발생한 문제는, 연애기간과 장거리로 인해 발생했다기보다는, 소라양이 현재 그냥 쉬고 있으며 연애를 제외한 이렇다 할 대인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촉발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인생이 재미없고 건조하게 느껴지는 걸, 전부 남친 책임이라고 보면 곤란하다. 소라양은 단순히 

 

'연애를 하는 중인데도 내 하루하루는 즐겁지가 않지? 연애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라고 생각한 뒤 계속해서 '내 연애와 남친의 단점'을 찾아내려 하는데, 그래버리면 자꾸 남친을 다른 남자들과 비교하거나

 

'정말 사랑한다면 이 정도만 하는 게 아니라, 더 잘 해야 하는 거지.'

 

하는 생각으로 괴롭히게 될 뿐이다.

 

현재 소라양은 저런 생각에 완전히 함몰된 채

 

"진짜 남친에겐 간절함이나 긴장감이 전혀 없는 것 같았어요."

 

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난 남친에게 저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보다 소라양에게 '감사함'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남친 입장에서 이 관계를 보면, 소라양과의 대화는 매번 꼬투리를 잡혀 사과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대화이며, 그가 소라양을 생각해서 뭔가를 해도 '더 잘할 수 있는데 이것밖에 안 한다'는 말을 들어야 하기에 이젠 의무만 남은 관계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남친이 와서 풀어주면 좋다가도, 또 가서 없으면 나빠지는 일의 반복이었어요."

 

그건, 혼자서 하고 있는 게 없으며, 자신의 삶을 상대가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대하며 기대고만 있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아래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 여기며 살펴보기'를 통해 다른 입장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2.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 여기며 살펴보기.

 

내가 소라양 친군데, 나 혼자서 자전거 타고 나가진 못하고, 소라양이 같이 가주길 바라고만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와중에 난 계속

 

"오늘 시간 돼? 누구 만나는데? 그게 나랑 자전거 타는 것보다 중요한가보네. 친구 결혼식이라 나랑 자전거 못 타고, 친구 할머니 장례식이라 또 못 타고…. 약속이 있으면 약속 끝나고 돌아와서 밤에라도 같이 탈 수 있는 거잖아."

 

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같이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때에도

 

"이제 그만 들어가자고? 넌 자전거 타기 싫었는데 억지로 나왔나 보네. 그리고 넌 나랑 자전거 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나봐? 매번 나만 자전거 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네. 선약? 일? 변명 그만 해. 난 지금 네 마음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건데 넌 변명만 하고 있잖아. 공원에 가보면 웃으면서 즐겁게 자전거 타는 사람들도 많던데, 너랑 나는 꼭 내가 부탁해서 네가 잠깐 나랑 자전거 타주는 것 같다. 이럴 거면 우리 자전거 같이 타지 말자. 안 타는 게 나을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러면 소라양도 나와 뭔가를 더 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과 권태감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내가 늘 징징거리고 소라양을 나쁜 사람 만드는 것에 짜증이 날 수도 있고 말이다.

 

또, 이런 와중에 내가, 소라양과의 관계를 내 지인이에게 이야기 해

 

"너랑 진짜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면 네가 말하기 전에 걔가 먼저 말했겠지. 걔는 너랑 자전거 탈 생각이 없나보네. 보통 진짜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선약이 있어도 취소하고 자전거 타러 오는 거 아닌가?"

 

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해보자. 조언을 들은 난, '객관적으로 봐도 소라가 잘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더욱 더 소라양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그럼 내 압박에 지친 소라양은, 결국 절교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3. 남친의 잘못된 대처와 엉망이 된 관계.

 

난 소라양과 남친의 카톡대화를 읽으며, 제발 남친이 좀 소라양에게 따지거나, 화를 내거나, 아닌 건 아닌 거라고 말하길 기다렸다. 하지만 이 바보 같은 남자는

 

"미안해 ㅠ.ㅠ 앞으로 이런 일로 속상하지 않게 할게. 자기가 서운함을 느끼기 전에 내가 먼저 알아채서 서운하지 않게 할게."

 

라는 이야기만 하며 당장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에만 애썼다. 소라양에게 저기압이 드리웠다는 걸 눈치 채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앞으로 잘하겠다고만 말하며 당장 달래는 것에 급급했던 것이다.

 

난 그가 아래와 같은 이야기들을, 딱 한 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추억 뭐 다 좋은데, 그것만을 위해서 연애를 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집 데이트라고 해도 우리 같이 잘 먹고 재미있게 놀았는데, 나중에 다른 연인들이랑 비교하며 우린 여행을 많이 안 가고 문화생활도 같이 잘 안 즐겨 만든 추억이 없다고 날 몰아세우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치킨 먹으면서 같이 미드 본 게, 사진으로 남는 추억이 아니라고 해서 가치 없는 건 아니잖아."

 

"구여친과 안 헤어졌으면 너랑 안 사귀었을 거 아니냐고 묻는 거, 그런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해 주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야. 우리 일 년 넘게 만나면서 툭하면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럴 때면 난 내가 어떻게 손 쓸 방법도 없이 '잘못한 사람'이 되어 사과만 해야 하는 기분이 들어."

 

"늘 네가 헤어지자고 할 때 내가 잡았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아서 내 진심까지 의심하게 되었다고 했지? 난 네가 헤어지자고 할 때마다 상처 받아. 넌 네 기분 안 좋다고 전화 통화할 때 무성의하게 대답하고, 그래서 내가 끊자고 하면 나더러 변했다고 하고…. 내가 이런 얘기하면 넌 또 '그럼 나 같이 이상한 여자 말고 다른 여자 만나'라고 말할 거지? 이러면 나도 정말 힘들어. 내가 힘들다고 하면 넌 또 '힘들면 헤어지면 되겠네.'라고 할 거야. 난 널 탓하려는 게 아니야. 내가 아프니까 도와달라는 거야. 이걸 싸움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줘. 나도 행복하고 싶어. 도와줘."

 

하지만 그는 갈등의 8할 이상을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라는 대답으로 넘겼을 뿐이고, 사과하고 또 사과하다 더는 자신도 감당할 수 어렵게 되었을 때, "그래, 헤어지자."라는 말과 함께 아예 관계를 놓아버리려고 했다.

 

 

위와 같은 모습으로 연애를 동안, 소라양은 계속해서 남친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실망하게 되었고, 남친은 남친 대로 고문과 같은 연애에 마음이 식으며 부담만 느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현재 두 사람의 관계는 아래와 같은 모습이 되고 말았다.

 

소라양 - 연애 말고는 낙이 없어 남친에게 '화 낼 거리'를 찾는데 혈안이 된 사람.

남친 - 먼 길 가서 겨우 달래줬지만, 돌아오는 길에 다시 고문을 당하게 된 사람.

 

소라양은 이게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도 멀어진 것', 그리고 '남친의 변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이건,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스스로를 돌보지 않음'과 '임시 진통제 처방'의 결과물이라고 봐야 한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또, 소라양이 꺼낸 '동거'문제와 관련해서는, 동거가 답이 되진 않을 거라는 얘기도 해주고 싶다. 둘을 한 방에 몰아넣은 채 365일 24시간 같이 있을 수 있게 하더라도, 위와 같은 태도로 서로를 대하면 함께 있어도 외로울 수 있다. 그때도 소라양은 남친에게 '같이 있고 싶은 거 아닌데 억지로 있는 거 아니냐'며 청문회를 시작하게 될 수 있고, 같이 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이 안 드는데 이건 남친이 날 케어하거나 힐링해주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얘기를 하면 소라양은 남친 편을 드는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겠는데, 남친은 분명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해왔다. 위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 노력이 맹목적으로 소라양에게 맞추려는 것이라 좀 그렇긴 한데, 소라양이 마음에 안 드는 그의 대인관계를 끊으라고 했을 때 그는 그 관계를 끊었고, 갈등이 있을 때 오로지 소라양의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먼 길 달려오기도 했다.

 

이런 남친을, 소라양 스스로가 감당해야 할 몫의 외로움과 결핍까지를 그가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놓아버리는 건, 훗날 후회할 가능성이 높은 일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 소라양은 남친에게 아무 것도 주고 있지 않으면서, 그에게 모든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오빠 오늘 힘들었지? 고생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쉬는 시간 있었을 텐데 답장 안 하네. 기다리고 있는 사람 생각도 해야지. 오빠 진짜 긴장감 전혀 없구나. 나에 대해 신경을 쓰기는 하는 건지, 진짜 모르겠어."

 

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만 했던 건 아닌지, 꼭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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